“사무실의 반쪽만 사선으로 까맣게 칠했어요.
보통 벽이나 가구로 공간을 분리하는데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개방감을 느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색을 달리해
다른 방을 만든 듯한 효과를 냈죠.”
Artistic INSPIRATION
매번 신선하고 예상치 못한 공간을 만드는 스튜디오 트루베의 조규진 대표. 빈티지 가구와 국내외 신진 작가의 작품이 조화를 이룬 두 번째 작업실 역시 그녀다운 독창성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주택 또는 오피스, 호텔, 클럽 라운지 등 고급 시장이 원하는 니즈를 파악하고 그것을 창의적인 환경으로 다시 표현해내는 스튜디오 트루베의 조규진 대표가 10년간 머물렀던 둥지를 떠나 최근 사무실을 옮겼다. <메종>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그녀의 집은 기성 가구와 유니크한 작가의 작품을 적절히 섞어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많은 이의 눈을 즐겁게 했다. 그런 그녀의 사무실은 스튜디오 트루베의 창의성이 탄생하는 출발지와 같은 곳으로, 기대를 가득 안고 찾아갔다. 청담동에 위치한 사무실은 사선으로 정확히 나뉜 독특한 인테리어로 시선을 압도했다. “이 일을 시작한 지는 20년, 독립한 지는 10년이 되었어요. 제가 원래 무언가를 정하면 사람이든 뭐든 잘 바꾸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이제서야 두 번째 사무실로 이사하게 되었네요. 조금 더 여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집에서 3분 거리인 이곳을 선택했어요. 인테리어 일을 하다 보니 공간을 마주하면 어떻게 쓰면 되겠다는 정리가 빨리 되는 편이에요. 오른쪽은 원래 있었던 콘크리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반쪽만 사선으로 까맣게 칠했어요. 사선으로 도장을 하면 감각적으로 공간을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보통 벽이나 가구로 공간을 분리하는데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개방감을 느낄 수 있을까 하다 색을 달리해 다른 방을 만든 듯한 효과를 냈어요.”
블랙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컬러이자 앞으로 변화를 시도할 때에도 무엇이든 세련되게 받아줄 거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사실 저희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편이라 엉뚱한 짓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집이나 제 사무실 같은 곳에 새로운 시도를 해봤죠.” 집과 한층 가까워진 사무실 위치만큼 사무실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했다. 이전에는 없던 싱크대를 만들어 차를 마시거나 가끔 친구들이 놀러 와 와인을 마시기도 한다. 전체적인 구획은 사선으로 공간을 나누는 것으로 생각보다 간단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완성했으니, 이제 그 안을 꾸릴 차례다. 아직 유명하지 않은 신진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는 그녀답게 독특한 작품이 가득했다.
“일단 기성 가구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잖아요. 저는 신진 작가들의 활동에 관심이 많아요. 마음속에서 꿈틀대는 창의적인 정신을 응원하고 되도록이면 국내 작가들한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기를 바라요.” 넓은 벽을 채우고 있는 하얀색 선반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이 조명인지, 선반인지, 아트워크인지 헷갈릴 만큼 독특한 형태를 지닌 작품은 조규진 대표가 최근에 발굴한 조재원 작가의 선반이다. 그 위로 양유완 작가의 유리 오브제를 올리고 선반 아래로는 노란빛을 내는 만달라키 조명을 배치해 세 점의 다른 작품을 그녀만의 시각으로 해석해 새로운 조형물을 만들어낸 것. 그녀의 심미안으로 작품을 재해석한 것은 곳곳에 더 있었다. 10여 년 전 구입한 덴마크 작가의 우드 플로링을 집 침대 헤드보드로 사용했는데, 그것을 떼어와 사무실의 메인 도어로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