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숍 그라운드에서는 선정릉의 뷰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싱그러운 풍경은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매일의 자극이 된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 인테리어 잡지 편집장으로 일했던 이지연 대표가 플랜트숍 그라운드를 오픈했다. 그것도 강남 한가운데에 말이다.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오직 초록뿐. 그 정신없는 강남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틈새를 찾아낸 것이다. 그라운드는 식물을 심고 가꾸는 작업실을 겸하는 곳이다. 그녀는 그라운드를 위해 까다롭게 식물을 구하고, 그에 어울리는 근사한 화분을 찾아 식재를 한다. 공간 구성은 단순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식물을 놓아두는 곳이 있고 그 뒤편에는 물건을 보관하는 작은 창고가 있다. 전면은 직사각의 통유리로 되어 있는데, 식물한테 진짜 햇빛을 주고 싶어서 코팅도 하지 않았다고. 그래서 가끔 식물을 심다 보면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과 유리 하나를 두고 마주 봐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했다. “식물을 심다가 시선이 마주칠 땐 잠시 고민이 돼요. 저도 마주 봐야 하나 싶고(웃음).” 빛을 좋아하는 식물은 창가 가까이, 그렇지 않은 식물은 창가에서 멀리 두었다. 사람들한테 아름다워 보이도록 인위적으로 디스플레이한 것이 아니다.
사실 나 하나도 챙기기 바쁜 시대에, 이렇게 식물을 가꾼다는 것은 무척 번거로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심지어 직업으로 삼다니. 그 계기가 사뭇 궁금해졌다. “음, 식물을 돌보다 보니 그 과정에서 오히려 제가 치유가 되더라고요. 잘 보살필수록 잘 자라는 것이 눈으로 보여요. 물을 주면 파릇파릇한 새싹이 자라나고, 시들시들해 보여 자리를 옮겨주면 다시 건강해지고 말이죠. 그게 참 좋더라고요. 식물은 공기 정화나 플랜테리어의 역할도 하지만, 정서 안정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봐요.” 이지연 대표는 우연히 듣게 된 가드닝 수업에서 식물 심는 것에 흥미를 느낀 뒤,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인테리어 잡지에서 일했던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기자들이 촬영해온 다양한 공간을 사진으로 접하곤 했는데, 식물과 공간의 어우러짐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식물에 관심 있는 사람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어떤 식물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자신의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에 어떤 식물이 맞는지 어려워하기도 하고요. 제가 식물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관련 분야에서 오래 일했던 사람도 아니잖아요. 하지만 인테리어 잡지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식물을 추천해주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해요.”
그녀는 세상에 흔치 않은 희귀 식물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우리에게 익숙한 식물을 자신만의 재해석을 거쳐 내놓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옆에 놓인 종려죽을 가리켰다. “종려죽은 원래 개업 화분으로 인기 있던 건데, 새롭게 심어봤어요. 화분만 달라도 느낌이 달라지더라고요.” 종려죽은 우리에게 뻔한 식물일지도 모르나, 이지연 대표의 스타일이 느껴지는 멋스러운 화분에 담겨 이국적이면서도 근사한 식물로 재탄생했다. 그것은 큰 영역에서 보면, 결국 새로운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편집했던 잡지 에디터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잘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요? 이제 소비로 행복해지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는데, 그 안을 물건으로 채운다고 행복해질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녀는 식물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선정릉이 바라다보이는 그라운드의 그 풍경이 자신의 다짐을 일깨워준다는 이야기도 했다. “저 풍경을 보고 있으면 ‘아, 내가 식물하는 사람이구나. 나는 식물을 심고 돌보고 싶어하는 사람이지’ 하는 사실이 환기가 돼요. 꽉 막힌 사무실에서 식물을 돌봤으면 조금 달랐을 것 같아요.” 그녀는 해가 지면,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진한 숲의 향이 난다며 마치 자신의 작업실처럼 선정릉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런 그녀의 옆에 앉아 그 풍경을 함께 바라보았다. 8월의 진한 초록은 다가올 계절에 대한 설렘을 잔뜩 품고 있는 듯 보였다.
“ 식물을 돌보다 보니 그 과정에서 오히려 제가
치유가 되더라고요. 잘 보살필수록 잘 자라는 것이
눈으로 보여요. 물을 주면 파릇파릇한 새싹이
자라나고, 시들시들해 보여 자리를 옮겨주면
다시 건강해지고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