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직장 생활을 끝내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 5년이 다 되었지만 지금에서야 사무실의 중요성을 알아가고 있다는 연시우 디렉터.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에 동감할 수 있었다.
10여 년간 잡지사 에디터로 살아온 연시우 디렉터는 어느덧 5년차 패션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잡지사에서 결정적인 계기가 있어 일을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어느새 돌아보니 제 뒤로 후배들만 가득한 상황이더라고요. 조금은 충동적으로 퇴사를 결심했는데, 저는 무엇보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목말라 있었어요. 적절한 타이밍이 찾아와 퇴사하게 됐죠.” 그녀가 회사에서 나와 독립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충분한 휴식을 갖은 후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시작한 그녀는 현재 패션 브랜드의 콘텐츠 기획과 제작, 광고와 온라인 SNS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직업의 특성상 강남에서 벗어날 수 없어 최근 신사동에 새로운 사무실을 마련했다. “막 사무실을 오픈했을 때는 사무실이 어떤 모습이면 좋겠다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정말 퀵을 받기 위해 무작정 저렴한 사무실을 급하게 구했고, 그것이 홀로서기의 시작이었죠.” 애초에 사업을 확장시킬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일이 점차 늘어나고 일에 대한 확고한 결심이 생기면서부터 사무실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그녀가 머릿속으로 그린 사무실은 먼저 테라스가 있고 햇빛이 잘 드는 스튜디오 같은 분위기였다. 지금의 사무실을 찾기까지 이 근방을 50곳 넘게 알아봤고, 드디어 마음에 쏙 드는 사무실을 발견했다. “사면을 둘러싸고 있는 넓은 창이 마음에 들었어요. 물론 쾌적한 환경이 좋겠지만, 지나치게 깨끗하고 반듯한 새 건물보다는 조금 오래되었더라도 마음대로 손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일을 하다 보면 자잘한 물건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이곳은 적당히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 자연스럽게 널브러진 물건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질 것 같았다.
2층 계단을 올라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장이 보였고, 그녀가 자연스레 슬리퍼를 건넸다. 보통의 딱딱한 분위기와 달리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는 점이 독특했다. “우리 일이 사람을 많이 만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디어가 샘솟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사무실에 엄격한 룰이 있지는 않아요. 하다못해 출근 시간도 꽤 늦은 편이어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어요. 저는 가끔 일하다 힘들면 누워 있기도 하고 반려견 여름이와 휴식을 취하기도 해요. 그래서 가장 답답한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거나 맨발로 일할 수 있게 했어요.” 사무실 입구를 기점으로 짐을 보관하거나 여유 공간으로 사용하는 왼쪽은 블랙 컬러의 원목을 깔았고 직원들과 함께하는 사무 공간인 오른쪽은 새파란 카펫을 깔아 공간의 쓰임을 분리했다.
점차 사무실에 대한 확고한 생각과 노하우가 생겨가는 그녀에게 아직도 꿈꾸는 작업실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선뜻 이렇게 대답했다. “단독주택이요. 올해 처음으로 직원들과 함께 워크숍을 갔는데, 예전에는 함께 일하는 파트너와 둘이 발리 여행을 떠나기도 했어요. 그냥 일거리를 끌어안고 가는 거죠. 때로는 수영장에서 반신욕을 하면서 작업하기도 해요. 프리랜서의 숙명은 어떤 순간에도 일을 놓을 수 없다는 거예요. 어차피 일을 계속해야 하는 거라면, 사무실보다는 수영장이 낫지 않을까 싶었어요. 최근에는 마당도 있고 햇빛도 쬐면서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녀는 그렇다고 사무실이 집처럼 마냥 편한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집과 사무실의 경계는 분명하되,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팀의 개념을 잃지 않고 스스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연시우 디렉터는 한 패션 브랜드의 기획 단계부터 론칭까지 애정을 가득 담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젠가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사무실에서 일과 휴식을 병행하며 열정을 다해 앞으로 나아갈 그녀를 응원한다.
“저는 가끔 일하다 힘들면 누워 있기도 하고
반려견 여름이와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해요.
그래서 가장 답답한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거나
맨발로 일할 수 있도록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