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식 주택을 사무실로 개조한 라니앤컴퍼니의 새로운 사옥 라이트하우스는 집의 아늑함은 유지하면서도 프로페셔널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기업의 브랜드 컨설팅, 상품과 공간 기획, 브랜드 디자인과 전략을 제안하는 컨설팅 회사 라니앤컴퍼니의 박정애 대표가 새로 마련한 사무실을 찾았다. 한남동의 소란스러움이 무색하게 조용하고 한적한 유엔빌리지에 위치한 라니앤컴퍼니의 사옥. 비탈 진 언덕을 올라 하얀 등대를 닮은 건물과 마주했다. 커다란 소나무가 우거져 있고 마당에는 수국이 가득한 이곳은 유럽식 주택을 개조한 그녀의 세 번째 사무실이다. 성수동과 한남동 등 이곳저곳을 알아보다 오래된 유럽식 건축물에 빛이 잘 드는 모습을 보고 사흘 만에 결정을 내렸다. “바로 전 사무실이 5분 거리에 있었어요. 그곳은 오피스 빌딩으로 미국 브루클린을 연상시키는 인더스트리얼한 공간으로 구조가 아주 재미있었어요. 사실 이미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라이트하우스’라는 상표 등록을 해둔 상태였는데, 마침이 건물도 이름처럼 등대를 닮아 ‘아, 여기다!’ 싶었죠.” 울창한 나무 사이로 등대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주택은 선재건축의 차선주 대표가 외관 레노베이션을 진행했고, 실내 인테리어는 디자인서다의 홍희수 대표와 함께 주택의 아늑함은 살리되 사무실이라는 긴장감을 더했다.
지하와 1층은 라니앤컴퍼니의 사무실로, 2층과 3층은 비슷한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내주었다. 서로 방해가 되지 않도록 구름다리를 만들어 독립적인 현관을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원래 주거 건물이었기 때문에 방을 없애고 공간을 재구성했어요. 침실이나 옷방이 있었던 일반 주택을 재배치한 거죠. 직원들이 사용하는 지하 사무실은 오픈 스튜디오로 만들었고, 1층에는 제 집무실과 회의실, 그 옆으로는 작은 주방을 만들었어요. 모든 공간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회의도 할 수 있는 오픈 워크 개념의 유러피언 스튜디오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우리는 일적으로 담아내야 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장식적인 요소를 걷어내고 가정집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느낌은 남기되 프로페셔널한 터치를 주고 싶었어요.”
사옥의 메인 컬러이자 프로젝트 라이트하우스의 컬러인 다크 레드와 다크 올리브 그린을 중심으로 벽면에는 김중만 사진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박정애 대표의 아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두툼한 아트 서적이 가득했다. 유럽의 건물에서나 볼 법한 나선형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깔끔하게 정돈된 직원들의 사무 공간이 펼쳐졌다. “1층에 제 집무실이 있지만 요새는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요. 1, 2층만 돼도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더라고요.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조금 더 가까이서 소통하려고 해요. 데스크에 따로 칸막이를 하지 않고 오픈형 스튜디오를 만들었는데, 직원들이 좀 더 유연하게 공간을 활용했으면 해요. 한자리에만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잠시 쉬거나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기도 하고, 책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어요.” 라이트하우스를 둘러보니 박정애 대표가 쾌적한 사무 환경을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인생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요. 절대적인 시간 투자도 그렇고,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 활동인 거잖아요. 일이라는 것 자체가 삶의 일부로, 워크와 라이프를 분리한다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요. 일도 나의 일부라고 본다면, 나의 삶에 있어 가족만큼이나 일도 중요하거든요”라며 박정애 대표가 말했다. 덧붙여 “영감은 아마추어를 위한
것, 프로는 그저 아침에 출근할 뿐이다”라는 사진작가 척 클로스의 말이 인상 깊었다고 말하는 그녀는 진정한 프로란 부단히 노력하고 정기적이어야 한다는 말에 매우 동감한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가치관을 지니고 지금도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 원래 유럽식 주택이었던 것을 방을 없애
주거 환경의 기능을 재배치했어요. 다양한 공간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회의도 할 수 있는 오픈 워크 개념의
유러피언 스튜디오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집에서 주는 따뜻한 느낌은 남기되,
일하는 공간이라는 적절한 긴장감을 더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