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터의 집
오스망 시대에 지어진 알랭의 아파트는 16~17세기 이탈리아 대가들의 초상화가 가득하다. 의외의 컬러 조합과 컨템포러리 가구가 과감하게 섞여 있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보자.
이탈리아 르네상스 그림과 바로크 미술에 조예가 깊은 컬렉터 알랭은 자신이 모은 보물을 펼쳐놓을 공간을 원했다. 카라바조, 야코프 바사노, 아뇰로 브론치노, 니콜로 델라바테 등등 말이다. 하지만 청소년인 두 아들 플로랑스와 벵상을 박물관에 살게 할 수는 없었기에 우선적으로 아파트를 찾았다. 그래서 알랭은 실내 건축가 라파엘 레 베레 Raphael le Berre와 토마스 베부아드 Thomas Vevuad에게 레노베이션을 맡겼다. 자신들의 이름을 딴 건축사무소 레 베레 베부아드 Le Berre Vevaud를 운영하는 이들은 예술과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했다. 오스망 시대에 지어진 이 아파트의 클래식한 부분, 예를 들면 화려한 방과 몰딩, 대리석 벽난로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더했다. 그리고 페트롤 블루와 푸크시아, 연보라색과 라벤더 블루를 섞은 컬러 조합으로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었다. 바닥과 창틀 등은 떡갈나무를, 테이블은 호두 나무를 사용해 실내 분위기는 한층 더 부드럽다. 알랭은 레노베이션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공간 배치부터 조명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챙겼다. “알랭은 정말 철저하게 살폈어요. 5년 전 이탈리아 그림을 모을 때처럼 인테리어에도 열정을 쏟았죠”라며 라파엘 레 베레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파트의 중심으로 옮긴 부엌은 앞쪽에 있는 부부의 공간과 뒤쪽에 있는 아이들의 방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긴 복도에는 커다란 책장을 설치해 알랭이 수집한 이탈리아 그림에 대한 3천여 권의 책을 수납했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루부르 박물관이 그를 원할 때까지 그의 책 수집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