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딸을 위한 집
아내와 딸들에게 특별한 집을 선물하고 싶었던 아빠의 마음이 담긴 패시브 하우스.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이 집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은 집 안 곳곳이 인상적이다.
부부와 딸 3명 그리고 반려견이 함께 사는 이 패시브 하우스에는 아빠의 마음이 담겨 있다. 아파트에 살던 건축주는 가장으로서 가족들한테 고마운 마음을 집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아내와 딸들과 함께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땅을 구입했고 집을 짓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패시브 하우스는 에너지 효율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기에 여름에는 덜 덥고, 겨울에는 덜 춥다. 이를 위해서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환기 장치와 특화된 섀시 등이 필요하다. 건축비가 많이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집에 사는 내내 쾌적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 집은 각 구성원의 취향과 스타일을 적극 존중했다. 주방은 원래 보조 주방, 아일랜드, 다이닝 공간 등으로 세분화할 예정이었지만 아내의 요구로 도중에 하나로 시원하게 트인 주방으로 바뀌었다. “안쪽에서 음식을 해서 바깥으로 내는 깔끔한 주방을 생각했는데, 막상 답답할 것 같더라고요. 내부 인테리어를 맡은 프로젝트와이제이 김윤지 실장님의 제안으로 불탑 주방을 설치해 일자형으로 만들었어요. 제사 때 손님들이 모이면 예전과 달리 남자들도 서랍에서 물건을 꺼내기도 하고, 주방 일도 쉽게 돕게 되더군요. 참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아내는 일자형 주방 덕분에 모두가 주방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며 만족해했다.
하지만 이 주방의 포인트는 옆 창에서도 아름다운 조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단독주택을 짓게 되면 앞마당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이 집은 주방에서 보이는 사이드 정원의 조경에도 정성을 쏟았다. 자작나무가 보이는 정원 덕분에 주방이 한층 더 운치 있다. 마당에 아낌없이 투자를 해서 거실은 일반적인 단독주택에 비해 작은 것이 특징이다. “건축주가 처음에 이야기했던 것 중 하나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집, 동화 같은 집이었어요. 그래서 방마다 컨셉트가 다르고, 계단과 단차가 유독 많죠. 마치 집을 모험하듯 말이에요.” 김윤지 실장은 독특한 취향을 지닌 건축주 덕분에 재미있는 요소를 많이 담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넓은 거실 대신 가족이 모여서 쉴 수 있는 홈시어터 공간 겸 서재를 지하에 만들었다. 아이들에겐 영화관 같은 최고의 놀이 공간으로 어떤 층간 소음도 신경 쓰지 않고 생생한 사운드로 영화를 볼 수 있다.
1층과 지하가 공용 공간이라면 2층의 주인공은 세 딸의 방이다. 대학생인 두 딸과 아직 초등학생인 막내의 방에는 개개인의 성격이 묻어난다. 독립적이고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첫째의 방에는 집 속의 집처럼 화장실도 달려 있고, 녹색을 좋아하는 둘째의 방은 키덜트 성향을 반영해 나선형 계단으로 올라가는 다락이 있다. 막내의 방은 서쪽으로 창문이 있지만 복층 구조와 그래픽 벽지로 개방적인 느낌과 아기자기함을 더했다. 하지만 2층의 백미는 긴 복도 끝에 있는 창문이다. 자작나무를 볼 수 있는 창문으로 그 앞에 놓인 작은 소파와 어우러져 감성적인 공간이 됐다. 건축주가 딸을 위해 부탁한 곳으로 아빠의 사랑이 묻어나는 코너이기도 하다.
패시브 하우스의 특성상 그렇기도 하고, 건축주가 집에 창문이 많은 것을 꺼려해 집 전체의 창문 개수는 많지 않지만 복도 창문이나 주방처럼 꼭 필요한 곳에 만들어진 창문에서 세심함을 느낄 수 있다. “패시브 하우스를 짓는 바람에 환기 장치도 넣어야 하고 전용 섀시를 사용해야 해서 천고도 낮아지고 곳곳에 투박한 느낌도 있어요. 하지만 정말 무더운 여름날에도 실내 온도가 28℃를 넘지 않더군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또 집을 지으면서 저와 남편, 딸들의 바람이 듬뿍 반영된 것 같아요.” 이사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내의 말에서 벌써부터 집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아빠의 사랑과 바람이 담긴 이 패시브 하우스에는 가족 간의 사랑도 그만큼 오랫동안 머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