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성 중심의 1층
박지현 대표는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 세입자용 집이 하나 더 있는 듀플렉스 주택을 지었다. “국내 단독주택은 대부분 입구가 작아요. 아파트와 달리 큰 문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인데 말이죠. 그래서 무엇이든 넉넉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크고 높은 입구를 만들었어요. 신발장도 수납장 형태로 넓게 짰고요. 세입자를 위한 집의 입구도 우리 집과 겹치지 않게 동선과 방향을 달리했죠.” 1층은 아늑한 거실과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주방, 냉장고나 세탁기와 같은 큰 가전을 넣은 세컨드 주방 그리고 부모님이 오셨을 때를 대비한 손님방이 있다. “평소에는 세 식구이고 각자 바쁘기 때문에 1층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해요. 자개장으로 꾸민 방은 손님방인데요, 어머니가 연세가 있으셔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쉽지 않으시기 때문에 화장실과 주방이 있는 1층에 손님방을 만들었죠. 그래서 거실이 예상보다 작아졌지만 굳이 더 넓을 필요도 없었어요.”
낯선 소재의 매력
문득 계단을 오를 때나 발이 바닥에 닿았을 때 울림이 전혀 없다는 걸 느꼈다. “거실 벽을 제외한 계단과 바닥은 전부 마이크로토핑이란 소재를 사용했어요. 이탈리아 브랜드에서 구입한 건데요, 콘크리트처럼 보이지만 촉감이 좋고, 이음매가 없어서 깔끔하죠. 또 계단을 만들었을 때 울림도 없고요. 지하 벽면도 이 소재로 마감을 했는데요, 마치 미장을 한 듯 자연스러운 무늬가 벽지처럼 보이기도 해요. 고객의 집에 시공하기 전에 우리 집에 먼저 시도해보고 장단점을 느껴보고 싶어서 도전했어요. 살아보니 장점이 많은 소재이더군요.” 박지현 대표는 이처럼 무채색으로 벽과 바닥을 마감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겨움이 덜한 인테리어를 위해 가구도 블랙, 그레이 계열로 매치해 모던한 느낌을 강조했다.
즐거움을 위한 공간
발걸음을 옮겨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 같지 않은 지하 공간이 나온다. 박지현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움푹 들어간 선큰 Sunken 테라스에는 작은 수영장도 있고 주방과 넓은 테이블 그리고 방음 시설을 갖춘 가족 연주실까지 지하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빛이 잘 들어서 이곳이 지하인지 헷갈릴 정도다. “아무래도 위로 뚫려 있는 테라스가 있다 보니 지하이지만 답답하지 않아요. 손님이 3명만 돼도 1층 주방보다는 이곳으로 내려와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요. 날씨가 좋을 때 문을 열면 테라스와 이어지지요. 가족 연주실은 드럼을 치는 아들과 기타를 치는 저를 위한 공간이자 안쪽의 숨겨진 방은 오직 남편을 위한 비밀의 방이에요.” 스크린을 내려서 생생한 사운드를 들으며 영화도 보고 층간소음에 구애 받지 않고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연주실은 단독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연주실 내의 작은 방은 남편의 서재 겸 취미 방으로 피겨와 가드닝 용품, 좋아하는 빈티지 가구로 꾸몄다. 1층과 지하가 바쁘게 지내는 공간이라면 부부 침실과 아들 방, 미니 거실을 갖춘 2층은 온전한 휴식의 장소다. 특히 아들의 방에서는 계단을 통해 다락방으로 올라갈 수 있고, 다락방에서는 다시 문을 통해 옥상으로 나갈 수 있다. 각 층마다 작은 테라스를 품고 있는 것도 이 집의 특징이다.
반려견을 배려한 집
이 집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또 있다. 스탠다드 푸들인 샬롯과 미쉘이다. 한 덩치 하는 이들이야말로 단독주택으로 오고 나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 원할 때는 언제든지 테라스에 나가서 바람도 쐬고 계단도 오르내리며 집 안 전체를 만끽한다. “아무래도 큰 강아지가 두 마리나 있다 보니 신경 쓴 부분이 있어요. 단독주택도 계단실을 통해서 소리가 울리거든요. 그래서 난간도 타공판으로 만들었고 각 층마다 중문을 설치해 소음도 줄이고 때론 강아지를 확실히 분리할 수 있죠. 거실 창가의 벤치도 바닥에서 떨어진 붙박이 형태로 만들어서 샬롯과 미쉘이 언제든 들어가서 쉴 수 있고요.” 겉만 번지르르하다는 이야기는 비단 단독주택의 외관만이 아니다. 보기에는 좋지만 막상 생활해보면 불편한 집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면에서 달앤스타일 박지현 대표의 집은 작은 것 하나에도 다 이유가 있었고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집중한 집이었다. 집을 둘러본 후 “이 집에서는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영민하게 계산된 집. 가장 중요하지만 근래 보기 드문 내공이 느껴지는 집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