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삶을 담은 이층집

가족의 삶을 담은 이층집

가족의 삶을 담은 이층집
달앤스타일 박지현 대표는 생활 밀착형 디자이너다. 오랜 시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그녀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디자인한 집은 단독주택의 장점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실용성과 달앤스타일만의 모던함을 갖췄다.  

어두운 색의 가구를 둔 1층 주방과 다이닝 공간. 창살처럼 보이는 문을 열면 냉장고, 세탁기 등 크기가 큰 가전을 수납한 두 번째 주방이 나온다. 평소에는 문을 닫아 주방이 깔끔해 보인다.
  10년이 훌쩍 넘은 시간 동안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달려온 달앤스타일 박지현 대표는 살뜰히 살림을 챙기는 아내이자 중학생 아이의 엄마이며 대형견 두 마리의 ‘개어멈’이기도 하다. 그녀는 옥주부로 유명한 개그맨 정종철을 비롯해 가수 백지영과 효린 등 연예계에서도 유명한 스타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라디오, 팟캐스트, 방송 등을 통해 달앤스타일만의 모던하고 실용적인 집을 소개하고 있다. 박지현 대표는 3년 전 대지를 구입해서 집을 지었다. “외관은 멋지지만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부 인테리어는 그에 못 미치는 단독주택을 많이 봤어요. 겉과 속이 똑같이 멋진 집을 지어보자는 생각으로 집 전체를 디자인했죠.” 행동파인 그녀는 광교에 매물로 나온 238㎡(72평) 면적의 대지를 보자마자 그날로 계약했고 이후 설계와 공사를 시작해서 재작년에 입주했다. “땅을 사서 집을 지으려면 당장 돈이 많아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계약금과 대출, 중도금 등 금전적인 부분을 잘 알아보니 계획을 잘 세우면 차근차근 진행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그녀의 집짓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단독주택 부지에 지은 하얀 집. 차량이 3대쯤 넉넉하게 들어가는 주차장도 마련했는데 문을 통해 지하로 바로 연결된다.
 
반려견 샬롯, 미쉘과 1층 거실에서 포즈를 취한 달앤스타일 박지현 대표. 바닥에서부터 띄워 만든 창가의 벤치는 강아지들의 쉼터다.
 
청소기, 세탁기, 냉장고 등 꼭 필요하지만 덩치가 큰 가전들을 수납할 수 있는 보조 주방.
 

편의성 중심의 1층
박지현 대표는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 세입자용 집이 하나 더 있는 듀플렉스 주택을 지었다. “국내 단독주택은 대부분 입구가 작아요. 아파트와 달리 큰 문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인데 말이죠. 그래서 무엇이든 넉넉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크고 높은 입구를 만들었어요. 신발장도 수납장 형태로 넓게 짰고요. 세입자를 위한 집의 입구도 우리 집과 겹치지 않게 동선과 방향을 달리했죠.” 1층은 아늑한 거실과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주방, 냉장고나 세탁기와 같은 큰 가전을 넣은 세컨드 주방 그리고 부모님이 오셨을 때를 대비한 손님방이 있다. “평소에는 세 식구이고 각자 바쁘기 때문에 1층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해요. 자개장으로 꾸민 방은 손님방인데요, 어머니가 연세가 있으셔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쉽지 않으시기 때문에 화장실과 주방이 있는 1층에 손님방을 만들었죠. 그래서 거실이 예상보다 작아졌지만 굳이 더 넓을 필요도 없었어요.”

 
2층에 마련한 간이 거실. 조용하게 통화를 하거나 혼자 쉬고 싶을 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다. 가구는 빌트인 형식으로 짜 넣어 수납을 해결했다.
 
온통 블랙 컬러로 꾸민 2층 화장실.
 
부부 침실에는 침대만 단출하게 두고 벽 조명 정도만 설치했다. 굳이 넓은 안방이 필요하지 않아서 잠만 자는 용도의 방으로 작게 만들었다.
 

낯선 소재의 매력
문득 계단을 오를 때나 발이 바닥에 닿았을 때 울림이 전혀 없다는 걸 느꼈다. “거실 벽을 제외한 계단과 바닥은 전부 마이크로토핑이란 소재를 사용했어요. 이탈리아 브랜드에서 구입한 건데요, 콘크리트처럼 보이지만 촉감이 좋고, 이음매가 없어서 깔끔하죠. 또 계단을 만들었을 때 울림도 없고요. 지하 벽면도 이 소재로 마감을 했는데요, 마치 미장을 한 듯 자연스러운 무늬가 벽지처럼 보이기도 해요. 고객의 집에 시공하기 전에 우리 집에 먼저 시도해보고 장단점을 느껴보고 싶어서 도전했어요. 살아보니 장점이 많은 소재이더군요.” 박지현 대표는 이처럼 무채색으로 벽과 바닥을 마감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겨움이 덜한 인테리어를 위해 가구도 블랙, 그레이 계열로 매치해 모던한 느낌을 강조했다.

 

아들의 방에서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는 다락방. 단독주택의 매력 중 하나인 경사진 지붕을 살린 아늑한 다락방이다.
 
회색, 흰색, 남색 등 채도가 낮은 색감을 중심으로 꾸민 아들의 방.
 
벽처럼 보이지만 다락방에서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문이다. 박지현 대표는 바깥에 보이는 작은 나무 책상에서 시간이 날 때 가죽공예를 한다.
 

즐거움을 위한 공간
발걸음을 옮겨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 같지 않은 지하 공간이 나온다. 박지현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움푹 들어간 선큰 Sunken 테라스에는 작은 수영장도 있고 주방과 넓은 테이블 그리고 방음 시설을 갖춘 가족 연주실까지 지하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빛이 잘 들어서 이곳이 지하인지 헷갈릴 정도다. “아무래도 위로 뚫려 있는 테라스가 있다 보니 지하이지만 답답하지 않아요. 손님이 3명만 돼도 1층 주방보다는 이곳으로 내려와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요. 날씨가 좋을 때 문을 열면 테라스와 이어지지요. 가족 연주실은 드럼을 치는 아들과 기타를 치는 저를 위한 공간이자 안쪽의 숨겨진 방은 오직 남편을 위한 비밀의 방이에요.” 스크린을 내려서 생생한 사운드를 들으며 영화도 보고 층간소음에 구애 받지 않고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연주실은 단독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연주실 내의 작은 방은 남편의 서재 겸 취미 방으로 피겨와 가드닝 용품, 좋아하는 빈티지 가구로 꾸몄다. 1층과 지하가 바쁘게 지내는 공간이라면 부부 침실과 아들 방, 미니 거실을 갖춘 2층은 온전한 휴식의 장소다. 특히 아들의 방에서는 계단을 통해 다락방으로 올라갈 수 있고, 다락방에서는 다시 문을 통해 옥상으로 나갈 수 있다. 각 층마다 작은 테라스를 품고 있는 것도 이 집의 특징이다.

 

 
어머니가 오시면 지낼 수 있게 마련한 손님방 벽에 자개 가구를 고정해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화장실과 주방이 가까워서 연세가 있으신 부모님도 편히 쉬다 가실 수 있다.
 
지하 연주실에 딸려 있는 남편의 방. 책과 가드닝 용품, 빈티지 가구, 피겨 등에서 남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컬러풀한 화장지가 유일한 색채 요소인 지하 공간의 화장실. 박지현 대표는 오래 살아도 지겹지 않도록 무채색 계열을 많이 사용했다.
 
박지현 대표가 애정을 갖고 있는 지하 공간. 넓은 테이블과 주방이 있어서 손님을 초대하기에도 제격이다. 계단 난간은 타공 패널로 만들었고, 계단을 마이크로토핑 소재로 만들어 울림과 층간소음을 줄였다.
 

반려견을 배려한 집
이 집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또 있다. 스탠다드 푸들인 샬롯과 미쉘이다. 한 덩치 하는 이들이야말로 단독주택으로 오고 나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 원할 때는 언제든지 테라스에 나가서 바람도 쐬고 계단도 오르내리며 집 안 전체를 만끽한다. “아무래도 큰 강아지가 두 마리나 있다 보니 신경 쓴 부분이 있어요. 단독주택도 계단실을 통해서 소리가 울리거든요. 그래서 난간도 타공판으로 만들었고 각 층마다 중문을 설치해 소음도 줄이고 때론 강아지를 확실히 분리할 수 있죠. 거실 창가의 벤치도 바닥에서 떨어진 붙박이 형태로 만들어서 샬롯과 미쉘이 언제든 들어가서 쉴 수 있고요.” 겉만 번지르르하다는 이야기는 비단 단독주택의 외관만이 아니다. 보기에는 좋지만 막상 생활해보면 불편한 집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면에서 달앤스타일 박지현 대표의 집은 작은 것 하나에도 다 이유가 있었고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집중한 집이었다. 집을 둘러본 후 “이 집에서는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영민하게 계산된 집. 가장 중요하지만 근래 보기 드문 내공이 느껴지는 집을 만났다.

 
지하에서 올라가면서 볼 수 있는 연주실. 박지현 대표는 아들 친구들이 놀러 오면 뭘하는지 볼 수 있는 ‘엄마의 창문’이라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스크린을 내려서 영화도 보고 노래도 부르며 연주도 할 수 있는 지하의 멀티룸.
 
스크린을 내려서 영화도 보고 노래도 부르며 연주도 할 수 있는 지하의 멀티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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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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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르마니 사일로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르마니 사일로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르마니 사일로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패션 하우스의 수장으로 보낸 그간의 시간을 아르마니 사일로스라는 거대한 상자 안에 모아놓았다.  

나무로 둘러싸인 아르마니 사일로스의 외관. 절제미가 돋보이는 건축과 자연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전시 공간이다. 1950년대 지어져 곡물 저장고로 사용되던 건물을 4년 전 레노베이션하여 ‘아르마니 사일로’로 탈바꿈시켰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직접 건축의 설계와 감독을 도맡았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곡식의 저장고를 뜻하는 사일로라고 이름 지은 이유는 이곳이 실제 음식을 저장하는 창고로 쓰였기 때문이죠. 음식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거잖아요. 저는 음식만큼이나 옷 또한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설명했다.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인 형태가 돋보이는 이 건축은 본래 건물이 갖고 있는 특이한 벌집 형태는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장식은 최대한 배제해 극강의 단순미를 강조한다. 건물의 유일한 장식이라고는 왕관처럼 두른 리본 형태의 창문뿐이다. 1360평(평방미터) 규모의 건물 내부는 높은 천고로 이루어진 4개 층으로 구성되며 회색의 시멘트 바닥과 철제 구조물, 블랙 컬러를 사용해 모던한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수직 형태로 지은 중앙 계단은 전시를 감상하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방문객들로 하여금 건물의 규모를 감탄하게 한다. 아르마니 사일로는 전시 공간뿐 아니라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스케치, 테크니컬 드로잉, 소재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와 기프트숍, 카페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아카이브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작업과 스타일에 대해 연구하는 이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아르마니 사일로스를 건축 중인 스태프들의 모습. 전체적인 총괄은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직접 도맡았다.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해 극도의 단순미를 강조한 건축이 멋지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스케치와 드로잉, 소재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 디자인을 공부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들러봐야 할 핫 스폿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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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도서관 같은 발렉스트라 플래그십 스토어

웅장한 도서관 같은 발렉스트라 플래그십 스토어

웅장한 도서관 같은 발렉스트라 플래그십 스토어
건축 스튜디오 네리&후가 중국 청두에 건축한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발렉스트라 플래그십 스토어는 라이브러리를 컨셉트로 웅장한 도서관을 떠올리게 한다.  
나무, 콘크리트, 타일로 마감한 발렉스트라 플래그십 스토어의 내부. 로마 판테온의 오쿨루스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돔 형태의 천장이 돋보인다. ⒸPegenaute
  상하이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건축 스튜디오 네리&후 Neri&Hu는 남편인 린돈 네리 Lyndon Neri와 아내 로사나 후 Rossana Hu가 함께 이끌어간다. 이들은 건축가인 동시에 가구와 조명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7년,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발렉스트라는 네리&후에게 발렉스트라 플래그십 스토어 청두의 건축과 실내 인테리어를 의뢰했고, 그들은 기존 쇼핑 거리에 있던 매장을 철거한 뒤 어두운 콘크리트 벽으로 감싼 2층 높이의 건물을 세웠다. 6개월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8년 2월 문을 연 발렉스트라 플래그십 스토어는 ‘도서관과 독서실’의 컨셉트를 지닌 두 개의 연결된 공간으로 나뉜다. 160㎡ 규모의 매장 내부는 고대 로마시대의 신전으로 사용되던 건축물인 판테온을 모티프로 설계한 돔 형태의 천장이 특징이다. 커다란 눈을 뜻하는 오쿨루스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매장 분위기를 한껏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곡선형의 벽면은 도서관 컨셉트와 걸맞은 나무 소재의 책장으로 채웠으며, 매장 중앙에는 직선 형태의 콘크리트 선반을 둬 소재와 형태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부족한 컬러감은 유광의 녹색 벽 타일로 대체했는데, 붉은색의 천장 색감과 대조를 이룬 점도 흥미롭다. 마치 거대한 도서관에 들어온 듯한 이곳은 발렉스트라의 제품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책장 곳곳에 디스플레이했으며 실제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사다리를 놓아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어두운 콘크리트 벽으로 마감한 건물 외관은 모던함이 묻어난다. ⒸPegenaute
 
콘크리트 벽과 대조되는 유리 벽. 금색 손잡이와 내부에 사용한 녹색 타일 벽과 동일한 소재를 사용해 디테일을 더했다. ⒸPegenaute
 
콘크리트 벽과 대조되는 유리 벽. 금색 손잡이와 내부에 사용한 녹색 타일 벽과 동일한 소재를 사용해 디테일을 더했다. ⒸPegenaute
 

다양한 형태와 소재를 사용해 깊이를 더했다. ⒸPegenaute
 
반원형 곡선 형태의 매장 입구는 단단한 콘크리트 외벽과 유리 문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Pegenaute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듯 발렉스트라의 제품을 책장에 디스플레이한 점이 돋보인다. 책장 앞에 배치한 사다리는 높은 곳에 있는 제품을 꺼내는 데 사용될 뿐 아니라 도서관 같은 풍경을 만드는 데 한몫한다. 디스플레이장 뒤쪽으로 연결된 공간에는 유광의 녹색 타일로 벽면을 마감해 시각적으로 분리했다. ⒸPegena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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