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구와 디자인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던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집주인의 하나 된 마음은 유행하는 요소 없이도 트렌디한 집을 만들었다.
인테리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다음에 할 일은 집을 고쳐줄 사람을 찾는 것 그리고 어떤 스타일로 집을 고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일 것이다. 김윤희 씨는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의 대표 집을 우연히 보게 됐고, 그 집을 디자인한 공간와이 한수연 대표를 찾았다. “보통 인테리어 업체를 만나면 대략적으로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예산을 물어봐요. 저는 그동안 인테리어에 관심도 별로 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만나서 한 시간 이상 이야기를 나눌 만큼 대표님과 잘 맞았고 다른 업체와도 미팅을 해볼 것을 권하시더라고요. 이야기를 듣고 몇 군데에서 미팅을 했는데 15분 정도 만에 끝나더군요(웃음). 결국 공간와이로 마음을 굳혔죠”라며 김윤희 씨가 처음 만난 날을 회상했다. 김윤희, 한현석 씨 부부와 준희, 지호가 함께 사는 198 면적의 집은 눈에 익은 디자인과 유행하는 가구로부터 최대한 벗어나는 것이 컨셉트였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여러 개의 유리 볼이 매달린 식탁 조명이다. 실물을 보지 않고 외국에서 주문했던 터라 식탁에 비해 너무 크거나 과하게 보일 것 같아 많은 고민을 했지만 우려와 달리 아파라투스 스튜디오의 클라우드 조명은 주방에 확실한 인상을 남긴다. 베이지와 그레이 컬러가 섞인 듯한 빌트인 주방와 광폭의 원목 마루도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TV가 중심인 여느 집과 달리 갤러리나 호텔 라운지처럼 여유롭고 비움의 미학이 느껴지는 거실에는 한수연 대표가 좋아해서 추천한 피에로 리소니의 소파를 두었고, 빈티지한 라운지 체어와 사이드보드를 매치해 온기를 더했다. 특히 유기적인 곡선의 에다-마메 소파는 콩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으로 보기에도 멋지지만 앉았을 때도 편안하며 준희와 지호가 곡선을 따라 자유롭게 올라가서 앉기도 한다.
주방과 거실이 모던한 분위기에 가깝다면 침실과 욕실은 좀 더 프라이빗하다. 한수연 대표가 미국에서 직접 구입한 두 개의 벽 조명을 가벽에 설치하고 뒤쪽에는 옷장을 두어 공간을 분리했다. 두 곳의 아치형 입구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욕실은 제작한 조명과 금색 빈티지 거울, 분리된 욕조 코너 덕분에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반면에 아이들 방에는 컬러를 과감하게 사용했다. 두 개의 방 사이에 미닫이문을 설치해 언제든 방을 따로 분리할 수 있으며, 지금은 준희의 방과 놀이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파스텔 컬러와 잔잔한 무늬의 벽지 등 아이 방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러움이 묻어난다.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생활에 편리한 실용성과 디테일한 요소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구조가 바뀌면서 원래 싱크대가 있던 자리에 식탁을 두었는데 앉았을 때 벽을 바라보지 않도록 세로 살의 미닫이문을 만들어 전실의 중문 겸 식탁 공간을 자연스럽게 가릴 수 있다. 주방의수납장 뒤편으로 보조 주방을 만든 점도 편리하다. “아마 주부라면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토스터부터 전기밥솥 등 소형 가전이나 각종 도구가 주방을 산만하게 만들죠. 보조 주방이 있으면 이런 것을 안쪽에 수납할 수 있어 보이는 주방을 늘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아일랜드와 수납장을 활용해 자잘한 물품도 보관하고요.” 한수연 대표는 손님이 왔을 때 음식을 준비해도 정돈된 주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숨겨진 공간은 또 있다. 부부 침실과 욕실 사이에도 남편을 위해 책상 하나 정도만 들어가는 초소형 서재를 만들었다. 평상시에 문을 닫아두면 벽처럼 보이는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데스 스페이스를 완벽하게 활용했다. 김윤희 씨는 공사가 끝나고 나서도 한수연 대표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 “공사할 때 대표님과 한번 만나면 자재부터 가구까지 여덟 시간 정도는 함께 돌아다녔어요. 제가 일을 하고 있고 인테리어 초보라 더 많이 다니지 못했죠. 사진을 보내면서 제 의견도 물어보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어요. 덕분에 저도 보는 눈이 생겼고, 지금도 뭐 하나라도 살 때면 대표님을 찾곤 해요(웃음).” 김윤희 씨 가족의 집은 디자이너와 고객의 합이 얼마나 좋았는지 반증한다. 스타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었고, 그 결과 두 사람만의 아름다운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