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과 집을 겸한 95m²의 한옥
지붕을 받치고 있는 갈빗대 형태의 서까래와 비가 내리면 빗물이 떨어지는 모습, 겨울에는 고드름이 매달려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기와지붕의 처마만으로도 운치 있는 집. 민송이, 민들레 실장은 실내 구조에 맞게 집 안을 멋스럽게 매만졌다. 이전에 살던 사람이 기본 공사를 해서 바닥이나 창호는 그대로 두었다. 아직 초봄이라 쌀쌀한 날씨였는데 난방을 하지 않아도 해가 잘 들어서인지 단단하게 설치한 창호 덕분에 전혀 춥지 않았다. 직원들의 책상이나 주방의 그릇장 등은 공간에 꼭 맞도록 맞춤 가구로 제작했다. 르꼬르동 블루 본교 출신인 민들레 실장은 요리와 푸드 스타일링에 관련된 일도 많이 해서 그릇이나 주방 용품이 많은 편이다. 살림살이를 염두에 둔 제작 가구는 작은 집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올록 볼록한 모양이 재미있는 붉은색 로쉐 보 보아의 버블 소파와 PK 체어, 장 프루베의 의자와 테이블 등 디자인 가구로 멋스러운 포인트를 주었고, 거실과 마주 보는 침실에는 제작한 침대와 벽 고정식 책장인 필라스터를 두어 작은 공간을 알차게 활용했다. 창고에 모셔 두었던 구비의 큼직한 펜던트 조명 ‘터보’도 테이블 위에 달았다. 유명한 디자인 가구도 있지만 제작한 가구와 자매가 모은 빈티지 소품, 동양적인 자개장과 한국 고가구 등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을 보면 리빙 스타일리스트의 남다른 안목과 센스를 느낄 수 있다.
“한옥이라고 해서 한국적이거나 동양적인 것으로만 채우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버블 소파도 강한 색깔로 선 택했고요, 조명이나 가구도 모던한 디자인이에요. 특히 버블 소파는 앉았을때 생각보다 편하기도 하고, 얼마 전 가족이 된 반려견 오복이가 제일 좋아하는 의자이기도 해요(웃음).” 여전히 외근이 많지만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고 한가할 때면 이곳은 온전히 민들레 실장의 집이기도 하다. 온기가 있는 생명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라고 했던가. 그녀는 유기견이 낳은 새끼 중 한 마리인 오복이를 입양한 후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며 서서히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직 천방지축으로 집 안을 뛰어다니기는 하지만 작은 마당도 있고, 작업실과 합쳐지면서 집을 비우는 일이 많지 않아 오복이가 살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같이 사용하는 작업실이긴 하지만 언니에 비해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 민들레 실장은 독립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환경과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한옥을 구하고 정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촬영 초반이 집을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전환점이라고 소개한 것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녀에겐 홀로 서기를 시작한 터전이자, 세븐도어즈에게는 새로운 공간에서의 출발일 것이다. 그렇게 같이, 또 따로 하는 삶은 자매에게 꼭 필요한 양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