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에 오래 산 이들보다 속속들이 그 집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부부는 10년간 살면서 직접 느낀 불편한 점을 모두 개선해 그간 꿈꿔왔던 갤러리 같은 집을 완성했다.
눈앞에 거슬리는 건물 하나 없이 한강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 지는 뷰를 가진 집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늘과 한강의 푸른 색감으로 가득한 창밖 풍경과 달리 나무로 마감해 따스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이 집은 임태섭, 이슬기씨 부부와 반려견 두 마리가 함께 살고있다.“저희는 결혼한 지 10년 차 된 부부예요. 이 집이 신혼집인데 오래 살다보니 짐도 계속 쌓이고 에어컨과 단열 등 곳곳이 고장나서 인테리어 변경이 필요했어요. 남편이 기술적인 면에 해박해서 이번 공사에서 개선해 야 할 부분을 미리 계획해두었어요.” 이슬기 씨의 설명이다. 이들 부부에게는 익숙하고 편안하지만 살면서 느낀 불편한 점을 보완할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했다. 물이 가까이 있어 내부만큼은 따스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염두에 두었고, 원목을 주로 사용하는 디자인 투톤의 최현경 실장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두 분 다 교수라서 그런지 저와 미팅 후에는 집에서 검색도 하고 공부하듯 리모델링에 적극 참여하셨어요. 직접 도면을 가져오시기도 했고요. 특히 제가 지난 현장에서 시공한 원목 슬라이딩 도어 ‘루바’를 굉장히 마 음에 들어하셨고 공간 분리를 위해 루바를 시공해줄 것을 의뢰하셨어요.” 최현경 실장이 말했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집주인 부부는 갤러리 같은 집을 원했다. “우선 그림을 많이 걸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모든 디테일을 최소화하고 벽을 살려야 했어요. 그림이 한 군데에 몰려 있으면 삼류 화랑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죠. 그림을 위해 조명과 벽 구성에 신경 썼는데, 가벽을 세우거나 벽을 허무는 등 모든 게. 그림 때문이었어요. 가구도 과감히 버리고 소파도 식탁에 앉았을 때 그림을 가리지 않을 높이의 제품을 고른다든지 평소 아쉬웠던 부분을 전부 반영했어요.” 아내는 초기 구상했던 인테리어 방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둘이 살기에는 다소 규모가 큰 247m² 의 집은 긴 복도와 큰 방이 특징으로, 생활하기에 불필요한 공간이 많았다. 특히 요리를 즐기지 않는 부부에게 큰 주방은 많은 구조 변경이 필요했다. “지인을 초대해 와인을 즐길 수. 있는작은 바가 있었으면 했어요.주방을 작은 바로 교체하고, 안으로 숨겨 있던 보조 주방을 메인 주방으로 바꿨어요. 기존의 주방을 변경하고 남은 공간에 찻장과 수납장을 만들었죠. 식탁에 앉았을 때 잡다한 물건이 보이는 것이 싫어 시각적인 분리를 위해 루바를 세웠어요.” 부부는 생활하면서 터득한 자신들의 생활 패턴을 적극 반영했다. 통유리를 통해 한강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거실은 단조롭지만 화사했다.
특히 양쪽 벽을가득 메운 풍경화와 항아리 작품 그리고 훌륭한 뷰를 갖춰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에 더 없이 완벽해 보였다.거실 뒤에 자리한 가장 큰 방은 원래는 안방이었지만 오디오에 관심이 많은 남편을 위해 오디오룸 겸 TV를 시청할 수 있는 곳으로 용도를 바꿨다. 그 옆으로 ‘침실은 오롯이 숙면을 위한 곳’이라며 침대 두 개만 두어 심플한 느낌을 완성했다.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집안 곳곳에 있는 작품을 살펴 보는 재미가 가득했던 이 집은 지난 10년간 애정을 쏟았던 공간을 더욱 완벽하게 보강하고 싶었던 이들의 바람을 온전히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