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층 구조의 상가주택으로 이사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미지 실장은 두 개의 층을 다른 스타일로 꾸미면서 아파트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분위기와 아이디어 공간을 만들었다.
4년 전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미지 실장의 집을 취재한 적이 있다. 아파트를 리모델링해서 새로운 구조를 보여준 그녀의 신혼집이었다. 그 후 주거 공간과 상업 공간을 넘나들며 많은 작업을 해온 마미지 실장이 이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층 더 발전했을 두 번째 집이 궁금했다. 아파트 단지를 떠나 마미지 실장이 선택한 곳은 번화가에 위치한 상가주택의 복층이다. 이전 집의 분위기를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거실과 주방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백의 미를 한껏 강조한 하얀 거실과 미니멀한 주방은 컬러가 녹아 있던 빈티지한 신혼집과 많이 달랐다. “취향이 변했다기보다는 이런 모던한 스타일도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었어요. 침실과 작은 응접실이 있는 위층은 전의 집처럼 따스한 분위기거든요. 거실은 자잘한 소품이나 컬러를 최대한 배제하고 깔끔하게 풀어냈어요. 사용한 금속은 은색으로 통일했고요. 바닥은 이음매 없이 시공할 수 있는 마이크로토핑 소재를 사용했는데 발바닥에 닿는 촉감이 타일에 비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결이 살아 있죠”라며 마미지 실장이 메인 거실을 소개했다.
하얀 거실은 제작 가구를 비롯해 메리디아니의 암체어와 원오디너리맨션에서 구입한 거장의 가구들이 어우러져 갤러리처럼 정적이고 관망하고 싶은 공간이 되었다. 제작한 주방 가구에는 남편의 입김이 들어갔다. 사진을 전공했고 지금은 요식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이 집의 주방 담당이다. 갖고 있는 주방 살림살이에 맞게 내부 선반 높이까지 꼼꼼하게 정했을 정도다. 일자형 주방이 남편의 구역이라면 식탁은 다시 마미지 실장의 영역이다. “식탁 의자로 꼭 하고 싶었던 샤를로트 페리앙의 메리벨 체어와 잉고 마우러의 헤드라이트 조명을 달았어요. 잉고 마우러는 굉장히 장식적이고 개성 있는 디자인의 조명을 선보였는데, 이 조명은 그의 디자인답지 않아서 오히려 매력적이었죠”라는 그녀의 설명을 듣고 보니 이곳은 집이라기보다는 가구 컬렉터의 쇼룸에 가깝다. 코너에 놓인 피에르 샤포의 캐비닛은 마미지 실장이 특히 아끼는 가구다. 오랫동안 두어도 질리지 않을 디자인과 까다로운 제작 방식을 거친 캐비닛으로, 위에는 남편의 선택한 사진가 낸 골딘의 포스터를 걸었다. 마미지 실장이 가구를 고르면 이에 어울리는 벽에 걸 액자는 남편의 몫이다. 마미지 실장이 종종 올리는 ‘인테리어 하는 여자와 사진 전공한 남자가 결혼하면 생기는 상황’이라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꾸미는데 합이 좋은 부부는 요즘 식물 키우기에 한창이다. 거실 맞은편에 만든 별도의 방에는 형태가 독특한 식물을 한데 모아두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옆으로 개수대를 별도로 만들어 분재처럼 작은 식물에 물을 주기에도 편리하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만든 온실 또한 개인 정원이나 다름없다. 마미지 실장은 “아파트에서 베란다를 확장하면 식물을 키우기가 힘들더라고요. 물을 줘야 할 때마다 욕실로 옮기는 것도 일이고요. 이번에 이사하면서 식물을 위한 전용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식물 크기에 상관없이 물도 마음껏 주고, 창문도 있어서 환기도 쉽게 할 수 있어요. 원래 살던 분들이 옷방으로 사용하던 곳을 유리 온실처럼 바꾸었어요”라며 자칫 버려지기 쉬운 계단 공간에 적용한 색다른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위층은 사적인 공간이다. 원래 있던 천장을 뜯어내고 높은 천고를 그대로 살려 단독주택 같은 느낌이 나며 나무 가구와 컬러풀한 패브릭, 포인트 벽지 등을 활용해 아래층에서 절제했던 생동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샌드버그의 벽지를 바른 침실은 마미지 실장이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포인트 벽지로 한 면만 바를지 전체를 다 마감할지 고민했어요. 방 전체에 적용하면 꽤 과감한 침실이 될 것 같아서 주저했는데, 하고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녀의 설명처럼 아기자기하고 싱그러운 분위기의 침실은 확실히 다른 공간과 차별화된 느낌이다. 마미지 실장은 주거 공간과 상업 공간을 두루 다룰 수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그동안 가구와 인테리어 업계에 몸담으며 쌓아온 노하우와 빈티지 가구를 보는 안목,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고 싶은 열정이 더해져 짧은 시간에 좋은 포트폴리오를 많이 만들어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집은 현재 마미지 실장의 취향과 성장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