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은 단순한 조리 공간에서 그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14인의 전문가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방의 트렌드를 날카롭게 짚어주었다.
1956년 발간된 매거진 <라이프>를 보면 여성 건축가인 마가렛 킹 헌터가 꿈의 집을 소개하는 칼럼이 있다. 그런데 그 구성이 퍽 흥미롭다. 집의 한가운데 위치한 것은 다름 아닌 주방. 주변부는 거실과 식사 공간, 아이 방이 위치해 요리를 하면서도 자연스레 집 안의 흐름을 지켜볼 수 있으며, 번잡스러운 주방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숨길 수 있도록 셰이드와 접이식 도어도 적용했다. 주방이 집의 중심에 위치한다는 그녀의 아이디어는 50년이 훌쩍 넘은 지금, 훨씬 진화된 형태로 현실화되고 있다. “주방은 가사 중심의 공간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노동의 공간에서 여가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단순히 요리를 하는 곳이 아닌 가족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거죠. 소통하고 유희하고 표현하며 가족 모두가 (거실보다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해요.” 삼성전자 한국총괄 CE Comm. 김경태 그룹장의 설명이다. 이렇게 주방이 집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보니 그에 걸맞는 다양한 진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일단, 조리와 사교, 업무, 여가 등 다양한 목적으로 ‘자주’ 쓰이는 만큼 많은 것이 숨겨지고 있다. 키큰장 같은 수납장을 활용해 작게는 믹서, 크게는 오븐 등의 주방 가전까지 수납한다. 인테리어를 고려하여 주방 가전을 빌트인 제품으로 시공하기도 하고, 심지어 주방 후드까지 아일랜드 속에 넣어버린다. 여기에 최첨단 기술도 추가되었다. 식단을 추천하고 내부 식자재를 자동으로 관리하며 음악 감상까지 할 수 있는 냉장고 등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최첨단 주방 가전이 미래형 주방을 완성하고 있다. 또한 획일화된 하나의 디자인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컬러와 구조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것도 보편화되고 있다. 싱크대의 차가운 느낌을 보완해 나무 소재를 사용한다거나, 모서리 마감을 둥글게 만들어 안전성을 높이는 등 원하는 스타일을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주방 가구 브랜드도 증가하는 추세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여 시공한 개성 넘치는 주방의 사례도 엿볼 수 있었다. <메종> 편집부가 정성껏 준비한 이번 특집을 통해 주방의 트렌드를 한눈에 훑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01
완벽해진 무광&스테인리스스틸
“주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재인 무광, 스테인리스스틸은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명확한 편이다. 청소가 쉽지 않고, 손자국이 나거나 스크래치가 생기는 등의 불편함이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무광 소재인 페닉스 Fenix는 이런 단점을 모두 해결한 소재다. 무광이 주는 실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은 유지하되 무광의 단점을 나노 기술로 개선했다. 가장 위생적이면서도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스테인리스스틸 역시 차가운 느낌이 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아크리니아는 명품 롤렉스 시계의 도금 기법인 PVD 기술을 적용해 스테인리스스틸 고유의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빈티지하고 따스한 공간 연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컬러를 선보이고 있다.” by 신숙경(아크리니아서울 by SIF 이사)
아크리니아
건축의 도시 이탈리아 팔로알토에서 시작한 수입 주방 브랜드로 96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유명 건축가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모든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주방 가구 최초로 명품 시계의 도금 기법인 PVD 기술을 접목한 최고급 스테인리스스틸 주방을 선보이고 있다.
02
집의 중심이 되는 주방
“2020년의 주방은 삶의 중심이 되는 다기능의 오픈형 공간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 거실과 주방의 구분 없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탁 트인 오픈 공간은 효율적인 동선으로 가족과의 소통은 물론 실용성을 겸비한 트렌디한 인테리어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단순한 주방 가구에서 벗어나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의 제품으로 집 안 전체 분위기를 완성할 뿐 아니라 자유로운 수납공간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by 성세제(넵스 브랜드 담당 차장)
세자르
50여 년 전통의 이탈리아 장인정신과 기술력으로 탄생한 하이엔드 프리미엄 주방 브랜드다. 디자이너들과의 활발한 협업으로 매년 웰메이드 디자인과 실용성을 겸비한 제품을 선보인다. 넵스에서 공식 수입한다.
03
수납공간의 분리
“개방형 주방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상부 공간은 시원하게 비워두고 키큰장을 두어 수납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요즘 주방의 가장 큰 트렌드다. 상부 공간에는 선반이나 데코 후드, 볼드한 펜던트 조명을 설치하고 있으며, 수납 기능이 강조된 키큰장은 생활의 편리성을 더한 스마트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by 이정화(현대 리바트 주방사업부 주방개발팀 차장)
현대 리바트 키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시스템 주방을 자랑하는 현대 리바트 키친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실용성과 기능성을 겸비한 유러피언 감성의 주방을 선보인다.
04
뉴 클래식 스타일
“지금까지 심플함이 강조된 모던한 주방이 주를 이루었다면, 요즘은 모던과 클래식이 믹스&매치된 뉴 클래식 스타일이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집의 중심 공간이 된 주방은 단조롭고 획일화된 느낌에서 벗어나 뉴 클래식 스타일로 집 안에서 포인트가 되고 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나만의 주방을 연출할 수 있어 기존의 모던 스타일에 식상해 있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by 김정은(지메틱 마케팅팀 부장)
지메틱
올해로 91주년을 맞은 지메틱은 독일 주방 가구 브랜드로 ‘변치 않는 우아함’이라는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제품을 선보인다. 주방 가구에 최적화된 소재 및 디자인의 연구개발과 까다로운 자체 품질 테스트를 거쳐 주방 가구를 생산하고 있다.
05
다채로운 컬러
“개인의 취향이 중시되는 트렌드에서 주방의 컬러 역시 과감해지고 컬러풀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안정감을 주는 그레이 등의 무채색이 인기였으나, 앞으로는 좀 더 따듯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베이지, 아이보리 톤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다양한 파스텔 톤의 컬러도 가세함으로써 보다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 세트에 2~3가지 컬러를 매치하고, 모던 타입과 클래식 타입을 조합하는 디자인도 주목할만한 트렌드다. 소재는 천연 마블의 느낌을 주는 세라믹과 나무 본연의 질감을 그대로 표현한 고재 무늬목도 계속 유행할 것으로 본다.” by 최소영(디자인연구소 연구원)
에넥스
1971년 서일공업사로 출발해 국내 최초로 입식 주방을 도입했다. 에넥스의 주방 브랜드인 에넥스키친은 싱크대 KS마크 획득, 컬러 도장 가구 출시 등 업계 최초의 이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06
1~2인 가구를 위한 럭셔리 주방
“인구통계학적으로 볼 때 미래의 가정은 1~2인 가구가 70% 이상 차지할 것으로 본다. 주방의 크기 역시 거대했던 과거와 달리 점점 콤팩트해지고 있다. 수입 주방의 경우, 옛날에는 큰 평수의 집이 주 고객층이었다면 요즘은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포겐폴 역시 성공한 싱글족이나 딩크족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 많은 편이다. 특히 요즘의 주방 가구는 이동식 가구 혹은 아일랜드 하나로 주방 전체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제품이 출시되어 공간 활용도가 좋다.” by 하태년(포겐폴 대표)
포겐폴
포겐폴은 128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독일의 주방 가구 브랜드다. 주방용 자립식 찬장으로 출발해 고광택 처리 기법을 개발하고, 붙박이 시스템을 선보이며 주방의 혁신을 이끌었다.
07
나에게 집중하는 주방
“요즘은 트렌드를 좇기보다 자신의 관심사와 생활 패턴에 어울리는 디자인 주방을 추구하는 추세다. 특히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방에도 개인의 취향, 선호하는 컬러, 기능 등을 반영하고자 하는 욕구가 늘고 있다. 식생활, 생활 환경의 변화로 최근 소비자들은 미니멀한 주방보다는 넓고 넉넉한 수납을 갖춘 주방을 원한다. 즉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의 효과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주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by 김도균(두오모앤코 불탑사업부 이사)
불탑
바우하우스의 철학을 바탕으로 주방을 건축적 개념으로 재해석한 독일의 하이엔드 주방 가구 브랜드이다. 사용자의 요구를 우선시하는 맞춤형 주방 시스템으로 미니멀한 디자인과 세심한 디테일을 지닌 주방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