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의 새로운 도약

국제갤러리의 새로운 도약

국제갤러리의 새로운 도약

국제갤러리의 K1 건물이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쳐 재개관했다.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아닌 카페와 레스토랑, 웰니스 센터가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찾아왔다.

 

2층 더 레스토랑 천장에 설치된 구조물은 양혜규 작가의 작품. 벽지는 OK-RM. 

 

지난 1987년부터 현재까지 삼청동을 지켜온 국제갤러리의 K1 건물이 2년여간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새롭게 탄생했다. 올해로 설립 38주년을 맞은 국제갤러리가 역사 그 자체인 K1 건물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알린 것. K1은 단순히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의 개념을 넘어 카페와 레스토랑, 라이프스타일과 예술이 결합된 웰니스 센터를 갖춘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신했다. 2년여 간의 시간 동안 공들여 완성한 이곳의 건축 설계 및 1층 카페와 전시 공간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아워스튜디오의 김수란 대표가 맡았으며, 지하 1층과 지상 2층, 3층은 태오양스튜디오가, 갤러리 사이니지 디자인은 디자이너 크리스 로 Chris Ro가 담당했다. 1층 카페는 그래픽디자이너 김영나의 벽화 작업 ‘Tracing 4-1’, ‘Tracing6-1’(2020)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높였으며 2층 ‘더 레스토랑’은 국제갤러리와 오랜 시간 함께해온 셰프 아베 고이치 Abe Koichi가 다채로운 계절 메뉴와 정통 프렌치, 일본 퓨전과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는 파인 다이닝으로 운영된다. 특히 레스토랑 중앙에는 양혜규 작가가 개념미술가이자 미니멀리즘 작가인 솔 르윗 Sol LeWitt의 입방체 구조를 참조해 제작한 ‘솔 르윗 뒤집기 – 22배로 확장되고 다시 돌려진, 열린 기하학적 구조물 2-2, 1-1’(2017)을 매달아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벽면에는 런던 디자이너 그룹 OK-RM과 협업한 벽지 작업 ‘이모저모 토템’(2013)의 일부를 차용해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가능케 한다. K1건물의 3층에 자리한 ‘웰니스 K’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갤러리에서의 피트니스 공간은 다소 낯설게 다가오기도 하는데, 사실 웰빙 Well-being과 건강Fitness의 합성어인 웰니스는 뉴욕 현대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등 다수의 국내외 미술관에서 주목하는 주제로, 요가와 명상 같은 프로그램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국제갤러리 역시 관람객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하게 연계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미술과 운동을 접목한 웰니스 K 공간을 설계했고, 갤러리의 오랜 회원들을 위해 운영될 계획이라고 한다.

 

바이런 킴의 작품이 걸려 있는 계단.

 

1층 카페는 그래픽디자이너 김영나의 작품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높였다.

 

K1의 2층과 3층, 지하 1층의 가구, 조명 등 전반적인 인테리어를 디자인한 양태오 디자이너는 갤러리가 기본적으로 지니는 고유의 모던함과 비움의 미학에 포커스를 맞춰 이번 프로젝트의 컨셉트를 고안했다. 실제 수년간 그가 방문한 해외 컬렉터의 집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갤러리를 집으로 가정해 작품이 걸린 모습을 상상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한다. 관객들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했던 국제갤러리의 의도를 반영하면서도 자신만의 감각을 더해 K1의 일부 공간을 완성한 양태오 디자이너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층 다목적룸을 채운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양태오 디자이너가 가구와 조명을 디자인했다.

 

INTERVIEW

 

지하 1층과 2층, 3층의 전반적인 인테리어를 맡았다. 해외 컬렉터의 집을 주요 컨셉트로 작업했다고 들었는데, 디자인 의도와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갤러리가 화이트 큐브 안에서 보여지는 작품의 감상이었다면, 조금 더 실제적인 공간에서 예술을 바라보고 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국제갤러리의 의견이었다. 나 역시 그런 부분에 공감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웰니스를 갤러리를 통해 보여주고, 또 그것이 예술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그러다 보니 작품을 일반 집이나 사람들이 실제 살고 있는 공간에서 보여주고자 했고, 조금씩 그 방향이 잡혀나갔다.

2층의 더 레스토랑을 작업하면서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

K1에있는모든 조명과 가구를 디자인했다. 강한 존재감이 있으면서도 아트피스와 대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K1 프로젝트는 설계에 앞서 작품을 먼저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은 완성된 장소에 작품이 더해지면서 공간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도구로 많이 사용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작품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레스토랑은 양혜규 작가의 행잉 구조물을 중심으로 인테리어 설계와 가구, 조명이 디자인됐다. 결과적으로 작품을 둘러싼 주변이 아트를 돋보이게 하며 또 그것이 실질적이고 실용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 고민했다. 내게 있어서도 일종의 도전이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웰니스 K에서는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다소 생소하기도 한 미술관 안의 피트니스 공간인 웰니스 K를 디자인 하는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일단 예술이란 사람들한테 평안함을 주며 생각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 때문에 요가 홀에도 우고 론디노네 Ugo Rondinone의 작품을 설치한다든지, 본격적인 피트니스 공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제니 홀저 Jenny Holzer와 바이런 킴 등의 작품을 비치해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웰빙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 올라가서 운동하는 공간에는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조깅하는 사람들’의 작품을 배치해 끊임없이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또 작품을 바라보며 운동하는 식의 고차원적인 휴식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앞으로 갤러리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 같은가?

갤러리는 더욱더 가깝게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고 있다. 이제는 권위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갤러리나 미술관 또는 박물관에서만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선입견이 없어지는 것 같다. 예술을 우리의 삶 속에 더욱 가깝게할 수 있는 중간자적인 역할을 갤러리가 담당하게 될거라고 생각한다. 국제갤러리뿐 아니라 하우저&워스와 화이트 큐브 등 해외 갤러리만 봐도 레스토랑과 카페, 스토어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해지고 있다. 갤러리는 점점 더 크리에이티브하고 파격적인 모습으로 변신할 것이다.

 

넓고 시원하게 설계된 2층 복도에는 문성식 작가의 작품을 걸었다.

 

카페 안에 유리관을 설치해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다.

 

1층 카페 공간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아워스튜디오의 김수란 대표가 맡았다. 넓은 규모로 전시를 감상 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2년여간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재탄생한 국제갤러리의 K1 건물 외관. 조나단 브롭스키의 ‘지붕 위를 걷는 여자’ 작품은 1995년부터 쭉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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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안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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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son South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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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공원에 문을 연 메종 사우스케이프는 자연과 건축, 그 절묘한 경계선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덕택에 남해에서만 경험할 수 있던 사우스케이프의 라이프스타일을 서울에서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메종 사우스케이프 2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수평으로 기다랗게 난 창문을 통해 도산공원의 평화로운 수목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다를 형상화한 곡선 유리와 남해 사우스케이프의 조경을 축약해놓은 작은 정원이 만나 남해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레스토랑뿐 아니라 카페로도 운영돼 가볍게 다과를 즐기기 좋다.

 

굽이진 유리창은 파도에 닿아 파열하는 빛처럼 눈이 부시다. 단정하게 꾸며진 정원의 조경은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오래 붙든다. 지난달 문을 연 메종 사우스케이프 도산점은 핫 플레이스로 요즘 가장 떠들썩한 곳이다. 남해에 위치한 사우스케이프는 ㈜한섬 창업주인 정재봉 회장이 진두지휘하여 만든 곳으로 2020년 미국 골프 다이제스트 ‘2020~21 세계 100대 골프 코스’에서 세계 9위, 아시아 1위로 랭킹된 골프 코스를 갖춘 라이프스타일 골프 리조트다. 건축 작품 같은 클럽 하우스와 세계문화유산급 오디오를 갖춘 뮤직 라이브러리 등의 하이엔드 라이프 스타일도 경험할 수 있다. 그간 머나먼 남해에 위치해 물리적인 거리가 있었지만, 이번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골프&리조트 웨어뿐 아니라 사우스케이프 특유의 감각까지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메종 사우스케이프는 총 4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골프&리조트 웨어 매장, 2층은 카페&레스토랑, 지하 1층은 스튜디오형 갤러리, 야외 테라스와 연결되는 지하 2층은 스크린 골프 스튜디오가 자리한다. 2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는 남해 리조트의 인기 메뉴뿐 아니라 시투테이블 Sea to Table 컨셉트의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GC 쿼드가 설치된 3개의 골프 스튜디오로 이루어진 지하 에서는 예약을 통해 수준 높은 프라이빗 레슨도 받을 수 있다.

 

하나의 오브제처럼 디자인된 계단은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아름답다.

구조와 조형미를 동시에 지닌 황형신 작가의 레이어드 스틸 스툴.

 

메종 사우스케이프의 핵심인 곡선 인테리어.

 

인테리어는 업계 최고들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일단, 곡선을 중심으로 한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조병수건축연구소에서 맡았다. 1층 전면은 바다를 형상화한 스페인산 곡면 유리를 적용했는데, 이는 국내 최초로 시도된 것이라고 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간 곡선으로 된 유리를 본 기억이 없다. “수공예로 제작한 유리는 총 12개의 모듈로 이루어져 있어요. 세계적으로도 이런 곡면 유리는 극히 드물다고 해요. 제작의 어려움은 물론 운송부터 설치까지 무엇하나 쉬운 것이 없었죠.” 강윤희 실장이 덧붙였고 건축가 조병수 소장이 설명을 이었다. “건축가마다 다른 곡선을 사용해요. 르 코르뷔지에는 동굴과 같은 곡선, 리처드 마이어는 기계학에서 비롯된 곡선, 자하 하디드는 속도감 있게 일순간에 그은 듯한 곡선을 쓰죠. (메종 사우스케이프의) 곡면 유리를 디자인하면서 직선이 섞인 절도 있는 곡선을 사용하고자 했어요. 하지만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고, 건축주의 의견을 받아들여 볼륨감 있는 유리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형태를 완성했죠.” 조병수 소장은 실내 인테리어는 원초적인 콘크리트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 페인트나 필름 같은 재료는 지양하여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낼 수 있도록 의도했다고 전했다.

 

사우스케이프의 제품은 메종 사우스케이프와 남해 리조트 내 프로샵 그리고 자체 온라인숍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

 

김희원 작가의 ‘Someone’s Window_Pierre Jeanneret’.

 

정원은 ‘조경의 대가’로 불리는 서안조경 정영선 대표의 솜씨다. 그녀는 전작이기도 한 남해 사우스케이프의 조경 이미지를 도산공원으로 가져오고자 했다. “남해의 사우스케이프를 조경할 때 제가 가장 중점적으로 두었던 것은 아름다운 바다를 가리지 않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바람에 흔들리는 낮은 그라스 위주로 조경을 설계하고 특별한 장소에만 나무를 심었거든요. 그것처럼 메종 사우스케이프도 물결무늬처럼 땅을 나누고, 입구에는 (남해 사우스케이프의 중심이 되는 나무인) 팽나무를 심고 나머지는 출렁이는 유리창을 가리지 않도록 그라스 위주로 남해의 축소판처럼 식재했어요. 남해에 한번 와보면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실 거예요.” 정영선 대표가 설명했다. 입구의 정원부터 지상, 지하까지 모두 초록이 있는데, 사용하는 모든 공간에 자연을 녹이고자 한 것이다. 남해 사우스케이프 리조트가 자연과 건축의 이상적인 조화로움을 보여주듯, 메종 사우스케이프 역시 자연을 연결시키고자 했다. 지하 2층 역시 빛이 들어오는 중정 구조의 정원을 두어 지하의 답답한 느낌을 없애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공간에 녹아든 작가의 작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벽면에 무심하게 걸린 김희원 작가의 사진, 조형미를 갖춘 황형신 작가의 스툴, 세르주 무이의 조명과 곳곳에 배치된 칼한센앤선 의자 그리고 라기환 작가의 그릇까지, 메종 사우스케이프는 마치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갤러리 같다. 골프 웨어를 하나의 패션으로, 골프 리조트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했던 사우스케이프는 또 다른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까. 판단은 직접 경험한 이들만이 할 수 있는 것. 궁금한 이들은 서둘러 도산공원으로 가보자.

 

외부에서 바라본 메종 사우스케이프의 전경. Ⓒ메종사우스케이프

 

칼한센앤선의 의자가 놓인 카페테리아. 곳곳에서 사우스케이프의 심벌인 곡선 인테리어를 엿볼 수 있다.

 

레스토랑의 중심을 잡고 있는 조명은 세르주 무이. 테이블에 놓인 그릇은 모두 라기환 작가의 것.

 

디자인 가구로 꾸며진 프라이빗 골프 레슨룸 앞 라운지.

 

지하 2층의 답답함을 없애기 위해 만든 미니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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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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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을 닮은 아파트

주택을 닮은 아파트

주택을 닮은 아파트

거주자의 삶이 중심이 된 집을 만났다. 이곳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공간의 본질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거실창 안쪽에 창문을 하나 더 만들었다. 비례를 살리기 위해 철제 프레임을 만들고 PVC 창호지를 붙여 마감했다. 창호지를 통해 은은한 빛이 들어와 거실의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진다. 식물은 그라운드 이지연 대표에게서 추천 받은 것들을 배치했다.

 

신용욱, 이유미 부부.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단독주택에서의 삶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집값은 물론이거니와 유지와 관리에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도시 아파트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진 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오랜 시간 아파트에서 살아온 신용욱, 이유미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현실적 문제로 아파트에서 살기로 결정했지만, 이번에는 우리 가족이 원하는 대로 공간을 고쳐보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그저 하얀색인 순백의 집을 갖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설계를 맡은 아뜰리에페이퍼 한철수 소장은 이들 가족과 대화를 하면서 왜 순백의 공간을 원하는지, 왜 아파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지 고민했고,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의 평면이 다양하고 세분화된 요즘 가족의 삶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철수 소장은 주택을 짓듯 부부와 두 자녀 그리고 반려묘 행복이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비내력벽을 제거하며 공간을 재편성했다. 그 결과 거실, 침실, 서재 등 완결된 기능으로 정의된 룸의 이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중문.

 

동선의 흐름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평상은 부부의 작업 공간부터 거실까지 이어진다.

 

거실은 ‘휴식과 단란함, 만남과 교류를 위한 곳’, 현관은 ‘도착의 안도와 시작의다짐을 위한 곳’, 베란다에 구성한 평상은 ‘앉거나 기대고, 대화하거나 사색하는 곳’으로 불리게 되었다. 공간의 주인공인 가족이 각 공간을 주체적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집주인 이유미 씨는 “열쇠는 어디에 두는지, 공부는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 등 사소한 것부터 상담을 진행했어요. 마치 의사가 환자를 대하듯 저희 가족의 삶을 면밀히 진단하셨죠 . 그러다 보니 자연스러운 동선이 구획된 것 같아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씻고, 옷을 갈아입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일상의 움직임에 거슬림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한철수 소장은 공간을 이루는 요소에 디테일을 더하며 시각적 편안함도 유도했다. 맞춤 제작한 가구는 마치 벽처럼 존재했고, 걸레받이를 제거한 벽과 바닥의 이음새는 수직, 수평에 공을 들여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또 벽과 벽을 중첩해 시선을 이으며, 기존 아파트의 폐쇄적인 구조적 한계도 보완했다. 소재 선택에서도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재료 본연의 질감이 보이고, 만지지 않아도 손끝에 닿은 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자연스러운 소재를 적극 활용했어요. 일반적인 재료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지요. 이러한 관점에서 콘크리트는 가장 자연스러운 재료라고 볼 수 있어요. 거품, 텍스처가 매번 다르게 나오기 때문이죠. 이곳은 벽지를 걷어내고 드러난 콘크리트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고, 흰색 페인트를 칠해 곳곳에 움푹 파인 자국을 돋보이게 했습니다.”

 

슬라이딩 도어로 양쪽을 닫을 수 있는 남편의 작업실. 문을 닫으면 독서실 같은 분위기로 집중하기 좋다.

 

창밖의 숲을 바라보며 공부할 수 있는 아내의 작업실. 아물레또 조명, 비파 오슬로 스피커 등의 소품을 노란색으로 맞춰 통일감을 줬다.

 

행복이를 위한 공간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전용 출입문.

 

가족 구성원인 반려묘 행복이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출입문 하단에 행복이를 위한 작은 문을 만들어 출입이 자유롭게 했고, 거실 한 켠에 설치한 캣타워는 창문 틀과 이어져 행복이만 다닐 수 있는 길이 됐다. 새로운 취미도 생겼다. 공간에 식물을 들여 분담하고 키우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플랜테리어는 그라운드의 이지연 대표가 맡았다. “이지연 대표님이 공간을 직접 방문해 집의 방향과 바람이 들어오는 정도에 맞춰 식물을 추천해주셨어요. 거실에 놓인 남천, 아카시아, 페니로얄, 로즈마리는 남편이 맡아 키우고, 저는 오렌지 재스민을 키워요. 대표님이 주신 가이드라인에 맞춰 키우니 건강하게 자라요. 과거에 식물을 너무 거칠게 키웠던 것 같아 반성도 많이 했어요. 공간과 식물 모두 교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거실 벽에 선반을 설치해 행복이의 캣타워를 만들었다. 캣타워는 창호지 창문 틀로 이어져 거실부터 부부의 작업실까지 이동할 수 있게 배려했다. 부부는 행복이가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말한다.

 

평상은 각 방에도 적용돼 침대 프레임을 따로 구입하지 않았다. 평상 아랫부분에 수납공간을 만들어 물건을 정리할 수 있다. 창문에 개방이 가능한 나무판을 덧대 빛을 차감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집주인 부부는 집을 설계하며 삶에 대한 가치관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순백의 공간을 원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였던 것 같아요. 화려하고 비싼 것을 소유해도 나에게 어울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편안함을 느끼고 좋아하는 것이 결국 큰 가치가 있었던 거죠.” 공간이 주는 풍족함을 느끼니 부부는 자연스럽게 덜어내는 삶을 지향하게 됐다. “마음에 드는 소파를 구입하려 했지만, 거실에 놓인 상상을 하니 가족이 아닌 소파가 주인공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냥 거실을 비워뒀어요.” 이들은 예전과 달리 마루에 눕거나 평상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과거보다 현재의 방식이 편안하고 즐겁단다. “주말이면 밖으로 자주 나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집에서 오롯이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을 하는 데도 만족감이 커요. 집에 있는 시간이 가장 좋아요.” 이 집은 수백 수천 개의 평면으로 복제되며 거주자의 삶을 배려하지 않은 아파트가 리노베이션을 거치며 가족만을 위한 맞춤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신선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집에 들어서면 마주하는 풍경. 벽과 가구, 슬라이딩 도어가 중첩되며 공간감을 만든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아들이 직접 고른 LG 시그니처 컬렉션으로 통일한 주방.

 

부부 욕실은 흰색 타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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