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자신만의 디자인 스타일을 다져온 마르멜로 디자인 컴퍼니의 이경희 대표. 컬러와 패턴, 소재 등 그녀가 적극 활용하는 디자인 요소는 공간에서도 조화롭게 사용되고 있었다.
마르멜로 디자인 컴퍼니의 이경희 대표는 컬러와 소 재를 감각적으로 다루는 대표적인 디자이 너다. 다양한 컬러와 소재의 믹스&매치로 프로젝트마다 신선한 자극을 안겨주는 그녀는 스타일리스트,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리고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가구 브랜드 마멜을 론칭하기까지 20여 년간 쉼없이 달려왔다. 디자이너이자 두 자녀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아이들의 교 육을 위해 3년 전 이사를 결심했다. 오래된 아파트이기도 했고, 긴 시간 거주할 계획이 아니었기에 리노베이션을 최소화하고자 했지만 수납, 채광 등 막상 고치기 시작하니 손봐야 할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렇게 30년 된 아파트의 드라마틱한 변신이 시작됐다. 142m²의 아파트지만 실평수는 넓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녀는 시각적으로 공간감을 확장하기 위해 벽과 천장을 화이트로 마감하고, 낮은 천장의 등박스를 제거했다. 바닥은 검은색 마루와 타일을 시공해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화이트 컬러의 단점을 보완했다. 그렇게 공간의 주요 색상인 블랙과 화이트는 다양한 스타일을 품을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그녀의 주특기인 컬러와 패턴을 자유롭게 구현한 것은 물론 트렌드에 따라 가구와 소품을 더하고 빼며 융통성있게 공간을 운용할 수 있게된 것. 덕분에 작년엔 딥 블루, 옐로 등 강렬한 원색의 소파, 테이블, 아트 워크 등을 배치해 휴양지에 온 듯 시원한 느낌의 거실을 연출했고, 올해는 블랙과 화이트 아이템으로 공간을 변신시켰다. “컬러를 이용해 공간을 꾸밀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밸런스예요. 각각의 요소에 힘이 들어가면 공간이 답답해지고, 보는 사람이 지칠 수 있어요. 컬러가 있는 가구와 소품을 세팅할 때 강약 조절에 유의하면 더욱 완성도 있는 집이 될 수 있답니다.” 같은 색상 안에서 리넨, 플라스틱, 대리석 등 소재를 달리 하는 것도 그녀의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데커레이션 팁이다.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하되 톤&매너를 지킨다면 집 안이 하나의 스타일로 묶이 고, 멋스러운 곳이 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남들과 다른 것, 일반적이지 않은 것을 탐구하며 회사를 이끌어온 그녀의 디자인 철학은 집안 곳곳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TV장과 소파로 구성된 일반적인 거실의 가구 배치에서 탈피하기 위해 페치카를 중심으로 소파를 마주보게 놓거나 가족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각 방의 컬러를 달리한 것 등이 그 예다. 독특한 구성 덕분에 그녀의 가족은 자연스럽게 거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방에서 컬러가 주는 생동감이나 차분함을 느끼며 원하는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컬러와 가구 배치뿐 아니라 소재를 통해 공간에 차별화를 두기도 했다. “각기 다른 소재를 적용하고 사용하며, 장단점을 직접 느껴보려 해요. 주방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타일을 활용해 스타일을 나눴어요. 특히 스테인리스 스틸 상판은 마르멜로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만큼 즐겨 사용하는 소재죠. 녹이 슬지 않아 실용적이고, 수세미로 닦으면 광이 나 새것처럼 유지할 수 있어요.” 경험에서 우러나온 감각은 그녀만의 과감한 컬러와 소재 플레이의 원천이 됐다.
오랜 기간 추적된 노하우와 그녀만의 스타일을 바탕으로 최근 론칭한 가구 브랜드 마멜은 이제 그녀의 공간을 더욱 완성도있게 구성하는 필수 요소다. 일상에서 필요성을 느낀 가구를 만들고, 직접 사용하며 보완 점을 찾아 디테일을 더하기에 가수 화사,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 배우 한예슬이 망설임 없이 구입하기도 했다고. 물론 이경희 대표 역시 생활 공간에서 마멜의 가구를 직접 사용하고 있다. 거실에 놓인 화이트 리넨 소파와 도트 무늬의 달마시안 러그, 서재에 설치한 펜던트 조명은 올해 그녀가 컨셉트로 잡은 블랙&화이트 스타일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10 여년 전, 저의 첫 번째 고객이었던 분과 우연히 통화하게 됐어요. 당시 맞춤 제작한 소파를 아직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말에 큰 용기를 얻었어요. 해외 가구 브랜드가 들어오던 시기에 자신 있게 저만의 스타일을 담은 가구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최근 그녀는 대학원에서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공부하고, 대기업에 강의를 나가 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의 디자인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에클레틱 스타일이에요. 다양한 스타일의 장점을 공간에 적용하고 조화롭게 연출하는 것이 바로 저의 스타일인 것 같아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감각을 다듬으며 끊임없이 발전하는 그녀의 태도는 공간을 통해서도 오롯이 드러났다. 이는 다음 시즌, 그녀의 공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