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 & DESIGN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와 건축사 OMA가 주목할 만한 두 개의 호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히 올해의 호텔로 꼽을 만큼 뛰어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교토, 에이스 호텔
에이스 호텔 교토의 건축을 맡은 쿠마 켄고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스타일의 호텔을 탄생 시켰다.
힙스터 문화를 대표하는 미국 에이스 호텔 Ace Hotel이 지난 4월 아시아 최초로 일본에 오픈했다. 최종 선택지는 바로 교토다. 단순한 숙박 시설보다는 로컬 문화가 담긴 복합 문화 공간을 표방하는 에이스 호텔의 행보를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500년 넘게 일본 황실이 자리했던 교토는 가장 일본다운 지역으로 손꼽힌다. 에이스 호텔 그룹의 수석 브랜드 담당자인 켈리 소우든은 “20년 전부터 일본에서의 프로젝트를 꿈꿨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호텔의 건축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쿠마 켄고가, 인테리어 디자인은 오랜 시간 에이스 호텔의 파트너로 일한 코뮨 디자인 Commune Design이 맡았다. 오리지널 예술 작품뿐 아니라 50명의 장인에게 맞춤 제작한 작품들로 공간을 꾸몄다. 또한 일본 최초로 오픈한 스톰프타운 커피 로스터숍과 미국의 유명 셰프들이 지휘하는 나오미 포메로이, 마크 베트리, 웨스 아빌라 같은 레스토랑도 입점해 기대를 모았다. 에이스 호텔의 전체적인 방향성은 ‘연결’이라 할 수 있다. 동양과 서양의 미학을 연결하고, 도시의 과거와 현재,미래를연결하고그리고현지문화보전과로컬 감성을 연결해 담아낸다. 건물 역시 그렇다. 교토 중심가에 위치한 에이스 호텔은 신과 구의 결합으로 지어진 독특한 형태인데, 1926년 근대건축가인테츠로 요시다 Tetsuro Yoshida가 지은교토중앙전화국의 일부를 사용하고 새로 건축한 신축 건물은 쿠마 켄고가 설계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건축가인 쿠마 켄고는 안도 타다오, 이토 도요를 잇는 4세대 건축가다. 일본과 파리, 베이징에 사무소를 두고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으며 자연적인 소재와 빛을 살려 시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건축을 선보인다. 그를 세계로 도약시킨 베이징 외곽의 대나무 만리장성 저택(2002), 전통적인 짜임 구조가 돋보이는 일본 후쿠오카의 다자이후 스타벅스(2011), 주변을 둘러싼 운하를 조화로운 관점에서 풀어낸 나가사키 현립미술관(2005) 등의 프로젝트는 현대건축의 상업적인 폐해를 비평하고 자연을 숭배하는 그의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코로나19에도 여전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쿠마 켄고 건축사무소(이하 KKAA)의 쿠마 켄고에게 최근의 근황과 에이스 호텔 교토에 대해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에이스 호텔은 일본의 전통에 미국의 현대적인 감성이 적절히 섞여있는 듯 보인다.
두 문화를 섞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걱정은 전혀 없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대단히 즐거웠다. 에이스 호텔이 원했던 것은 기존 교토에 있는 재패니스크 스타일 Japanesque-Style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항상 교토에 있는 일본 스타일의 호텔에 의문을 갖고 있었다. 때마침 에이스 호텔 측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일본 스타일과 교토의 지역성을 표현해주기를 원했고, 무척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호텔이 위치한 장소에 관심을 두고, 그 거리의 요소를 생각하며 디자인하고자 했다.
건물에 둘러싸인 정원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호텔의 두 건물을 가로지르는 길을 가장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져 있듯 교토는 중국의 고대 도시를 모델로 하며, 거대한 그리드 형태로 계획된 곳이다. 하지만 점점 거리에 집중된 환경으로 변화되었다. 교토의 거리는 각각의 상권과 문화적 특성을 잘 담아내고 있다. 에이스 호텔과 우리는 교토 거리가 보여주는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에이스 호텔의 오픈은 코로나19와 맞물렸다. 건축가로서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인류는 확실히 역사상 터닝 포인트에 접어들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며 지구를 인공화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방향성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는 일종의 신호다. 우리가 땅을 되돌리고 환경을 자연으로 되돌리지 않는다면 모든 종은 생존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경고하는 일종의 시그널인 것이다. 건축가들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그 움직임을 이끄는 역할을 받아들여야 한다.
일정이 엄청 바쁘다고 들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코로나19 때문에 해외로 가는 대부분의 출장이 막혔다. 이는 무척 힘들고 운이 나쁜 일이다.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해외에 나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곤 했었다.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KKAA의 방향성을 바꿀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원거리로 일을 진행하는 장점을 취하면서, 건축가들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장소에 머무르며일할수있도록조정했다.그들이KKAA의 작은 사무실인 것처럼 말이다.
에이스 호텔 외에도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사람이 아닌 닭을 위해 디자인한 치킨쿱Chicken Coop을 들 수 있다. 멕시코에 있는 예술재단인 카사 와비 Casa Wabi에 있는 닭의 주거 형태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었다. 치킨쿱은 말 그대로 닭을 위한 사육장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가축을 사육하면서 수많은 비인간적인 상황을 경험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가 더욱 마음에 들었고, 사람이 아닌 동물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자 했다. 현대식 고층 빌딩인 시드니에 있는 달링 스퀘어 등도 작업했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죽기 전에 꼭 한번 지어보고 싶은 건축물이 있다면?
나는 세계가 자동차 없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미래의 자동차 도시 환경에 대한 공공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