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탑의 오래된 모델이에요. 고객이 사용하던 건데 새로 구입하면서 버리지 않고 제가 가지고 왔죠. 서서 커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원단이나 칩을 볼 때도 넓게 펼쳐놓을 수 있어 작업대처럼 사용하고 있어요.” 새것의 반짝거림은 없었지만 스테인리스의 세월을 입은 흔적이 오히려 멋스럽게 보였다. 이 작업실의 아름다움은 역시 위층에서 드러난다. 홍희수 대표는 낮은 층고의 복층이지만 허리를 다 펴고 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고 아래 층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벽을 유리로 만들었다. 덕분에 작은 공간이지만 답답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위층에서는 어디에 앉아도 바깥의 우거진 나무가 보여서 숲속에 있는 집 같다. 단차를 두어 위에는 책상을, 아래에는 소파를 두었는데, 작업실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책상 코너는 뾰족한 지붕과 어우러져 다락방처럼 아늑하다. 아르데코 스타일을 좋아하는 홍희수 대표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조명과 빈티지한 미드센트리 시대의가구, 직접 제작한 캐비닛과 머스터드 컬러의 플렉스폼 소파 그리고 사이드 테이블처럼 활용하고 있는 한국 고가구까지 촬영을 위한 세트장인가 싶을 정도로 정돈돼 있지만 스타일링의 세련된 강약 조절을 느낄 수 있다.
INTERVIEW
아파라투스는 가브리엘과 제레미가 공동 대표로 이끌고 있다. 브랜드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 10년간 여성복을 디자인했다. 제레미와 내가 만났을 당시 그는 PR활동을 하고 있었고, 그의 일때문에 뉴욕으로 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또 우리의 인생에서 다음 챕터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뉴욕에 도착했을 때 서로 간의 깊은 대화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파라투스는 여전히 우리가 세상에서 보고 싶은 것을 창조해내는 곳이며 우리가 살고자 하는 세상이다. 초기 디자인은 주로 주얼리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이는 나에게 궁극적인 욕망의 대상이며 영감의 원천이다.
조명을 주로 선보이는 이유가 있나?
조명은 내게 있어 공간 속 영혼과도 같다. 언제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이를 지시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곤 했다. 조명은 가구처럼 구조적인 한계 없이도 자유롭게 조각품과 주얼리 같은 느낌을 준다는 사실이 가장 흥미롭다.
브랜드 컨셉트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나의 목표는 욕망의 대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주변의 사물에서 매력을 느끼는 편인데, 다른 이들에게도 내가 사물을 통해 느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단지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작품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보여주며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
황동과 도자, 유리, 가죽 소재가 많이 쓰인 것 같다. 재료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나는 이들 물질이 풍부한 영혼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그 의미가 짙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재료가 주는 특유의 촉감과 질감은 소비자로 하여금 만져보고 싶게 하며 나는 그들의 반응을 즐긴다. 하나의 제품으로 만들어진 순간 또 다른 삶이 부여된다는 점 역시 좋다.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일종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는다. 때로는 오래된 레코드 퍼포먼스나 영화의 한 장면 등 실제적인 것이지만 가끔은 어느 한순간의 느낌과 공간감, 사람 또는 존재감과 같은 추상적인 경우도 많다.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느낌인지 먼저 묻는 것을 시작으로 작품화하는 과정을 이어가지만 결국 모든 것은 이미지로 돌아온다.
뉴욕과 LA 쇼룸의 압도적인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인테리어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의 쇼룸을 방문한 사람들이 방금 전까지 지나온 거리에서 ‘우리’의 세상으로 옮겨온 듯한 느낌을 받길 바랐다. 음악과 냄새, 사람까지도 세심하게 고려했다. 사람들에게 우리의 스튜디오를 경험하게 하는 것은 브랜드에 대한 감각과 작품과의 연결을 제공하는 중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선보인 인터루드 Interlude 컬렉션에 대해 설명해달라.
제한된 규모로 제작한 이번 컬렉션은 우리의 기술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였다. 폐쇄된 모더니스트 오페라 하우스에서 영감을 받은 7개의 작품은 음악에서 받은 영감으로 가득 차있다. 자수 모티프는 공감각적 표현에서 비롯되었으며 아주 작은 조각에 대해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기회였다.
아파라투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곧 선보이게 될 ACT IV 컬렉션에 대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스튜디오와 외부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이다. 또 더욱 의미있고 폭넓은 디자인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자료제공 백에이어소시에이츠 www.100a-associat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