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인터랙티브 사옥은 디지털 컨버전스 디자이너 조홍래 대표의 남다른 세계관이 구현된 곳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재된 공간은 그간 보지 못했던 색다른 그림으로 다가왔다.
1차 세계대전 때 만들어진 파이프오르간 위로 LED 횃불이 불 타오른다. 액체 자석으로 만든 오브제가 하나의 생물처럼 액자 속을 굴러다닌다. 빔 인터랙티브의 사옥을 둘러보며 가장 많이 내뱉은 단어는 ‘우와’다. 조홍래 대표의 기발한 상상력이 현실로 표현 된 공간을 돌아다니다 보니 동공은 연신 바삐 움직여야 했다. 2년 반이 라는 시간을 들여, 그가 설계부터 건축까지 모두 직접 참여한 건물은 지금까지 보았던 일반적인 것과는 많이 달랐다. “컨셉트는 언익스펙티 드 Unexpected예요. 디지털의 묘미가 그런 것 같아요. 예상 못했는데 갑자기 드라마를 더해 크게 연출할 수도 있고, 물리적 공간이 갖고 있 는 한계를 디지털로 위트를 더해 극대화시킬 수도 있고. 그걸 이 공간 에서 보여줘야겠다 싶었어요.” 컨버전스(융합) 디자이너인 조홍래 대 표의 주된 일은 디지털을 사용해 뉘앙스를 만드는 것이다. 어릴 때 꿈 이었던 만화가처럼 그는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많은 것을 현실 속에 구현해놓았고, 디지털은 그의 가장 익숙한 도구다. 빔 인터랙티브의 포트 폴리오를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코엑스 전시장의 뉴미 디어, 현대 모터 스튜디오, 스타필드 전체 미디어, 한국타이어 R&D 뉴 미디어 회의실, 이태리 명품 브랜드 콜롬보와 영국 헤롯백화점의 트랜 스룩 설치 등 눈길을 끄는 다수의 프로젝트가 여기서 나왔다.
논현동 빔 인터랙티브는 그의 아홉 번째 사옥. 20대 후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창업하며, 그때마다 직접 인테리어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자연스레 건축에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사옥의 인테리어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클래식과 모던이 혼재되어 있는데, 건물을 디자인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바로 융합이라고 했다. “컨버전스 디자이너라는 이름처럼 건물 역시 여러 가지를 섞었어요. 그런데 잘 섞이게 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어찌 보면 제게는 훈련이죠. 서로 어울리는지 계속 매칭해보고, 사람들의 반응까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디지털이라고 하면 으레 차가운 느낌이 드는 데 반해, 그의 사옥은 전체적으로 따스한 느낌이다. 지하 쇼룸에서 만난 그의 작품 역시 그렇다. 사랑을 주제로 한 3연작 시리즈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작업이지만 따듯한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참고로 조홍래 대표는 폴 씨 aPul.C라는 이름으로 미디어아티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는 뼛속 깊이 아날로그예요. 단지 운이 좋아서 디지털을 빨리 알게 된 거죠. 엑스 세대가 중간에 끼어 있잖아요. 아날로그의 향수도 이해하고 있고, 디지털을 빨리 접한 세대이기도 하고요.” 머릿속에 있는 것을 모두 구현하고 있는 그의 일상은 절대 여유롭지는 않을 것만 같았다. 어찌 보면 워라벨을 지켜가며 여유 있는 삶을 계획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무척이나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표현에 대한 욕구 때문인 것 같아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음악도 좋아해서 곧 디지털 싱글을 낼 계획도 있고요. 바쁜데 괜찮냐고요? 그럼요. 너무 재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