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머문 듯 편안함이 느껴지는 공간에는 오랜 시간 쌓아온 취향이 존재한다.         비대면, 언택트, 일상에서의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과거에 비해 길어지면서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기다.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온전히 파악하고 집에 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김다은, 김왕수 부부 는 성수동으로 이사하며 EDND 이민우 실장에게 인테리어를 의뢰했다. 구축 아파트라 네모난 틀 안에 공간이 구획되어 있지만 조금이라도 부부의 취 향에 맞는, 개성을 살린 요소를 집에 부여하고 싶은 이유에서다. “좁은 공간도 알찬 구성으로 클라이언트에게 꼭 필요한 집으로 완성하는 EDND의 포트폴리오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타이트한 일정이지만 무리해서 부탁을 드렸죠.” 20여 년 동안 한번도 고친 적이 없어 철거 후 물이 샌 자국 등이 발견되며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이민우 실장은 하나하나 천천히 해결하며 부부의 공간을 다지기 시작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면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 외에 개인적인 휴식도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어요. 복도식 아파트라 구조 변경을 할 수는 없었지만 복도 양 옆의 방 을 부부 각자의 작업실, 서재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구현했습니다.” 신혼부부의 집에서는 흔히 작은 방을 드레스룸으로 활용하지만 김다은, 김왕수 부부의 아파트는 시대의 니즈를 반영해 각 개인의 시간 또한 존중한 공간 구성을 시작점으로 잡았다. 덕분에 유아 패브릭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다은 씨는 애정하는 물건들로 정성껏 꾸민 작업실에서 오롯이 작업에 몰두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아내가 이민우 실장에게 인테리어를 의뢰하며 부탁한 것은 딱 한 가지다 . “거실과 주방이 길게 연결되는 구조가 마음에 걸렸어요. 시원스럽고 미니멀 하기보다는 작은 공간이 옹기종기 모여 밀도 있게 구성된 곳을 좋아하거든 요. 이런 걱정은 가벽을 설치하는 것으로 해결됐어요.” 부부의 집에는 TV가 없기 때문에 거실과 다이닝룸을 한데 묶고, 가벽으로 주방을 분리해 공간의 역할을 분할할 수 있었다. 가벽을 설치하며 시각적으로 답답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은 창을 내는 것으로 보완했다. 가벽 위쪽의 천장과 가까이 낸 창문은 반투명 패턴의 유리를 시공해 주방의 조명빛이 거실과 복도로 은은하게 새어나가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주방은 아내가 여행하며 구입한 컵 ,코스터, 접시 등의 색감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옅은 파스텔 톤으로 마감했 다. “가벽을 세우면서 복도에 작은 자투리 공간이 덤으로 생겼어요. 수납장을 맞춰 넣을까 고민했지만, 결혼 전부터 모아온 소품, 책, 그림 등을 전시 하는 곳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남들에겐 데드 스페이스처럼 애매한 공간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저희 부부한테는 취향의 결과를 한데 모아 감상할 수 있어 오히려 애정이 갑니다.” 나무 소재의 가구나 빈티지 조명 등이 공간에 온기를 불어넣고, 푸릇한 식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적당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항상 식물을 키우고 싶었는데, 이전 집은 채광이 안 좋아서 포기했어요. 이사하며 양재 꽃시장에 가서 식물을 구입했어요. 가구를 고르듯 어울리는 식물을 들이고 가꾸는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을 잘 알고 오래도록 머무를 수 있는 집을 완성한 부부는 새로운 취향을 더하며 집이라는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