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발산에 소담스레 터를 잡은 주택을 찾았다. 창을 통해 작품처럼 들어오는 풍경과 본연의 물성이 돋보이는 자재로 완성한 집은 자연과 조금 더 가까이 머물고 싶은 마음이 곳곳에 흔적처럼 반영되어 있었다.
살짝 눈이 감기는 따스한 햇살이 고스란히 들어선다. 구태여 노력하지 않아도 창문을 열면 소박히 자리한 나무가 눈에 보이고, 만족스러운 큰 숨을 들이쉴 수 있는 꿈 같은 공간. 차소연씨는가족이 함께 사는 이곳이 그런 집이 되길 바랐다. “결심은 작년부터 줄곧 해왔어요. 머릿속에 그려온 상상이 이 집에 녹아들었으면 했죠.” 그녀는 옐로플라스틱에 인테리어와 시공을 의뢰해 다시금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할 집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목조주택만이 가진 특유의 너른 느낌이 있어요. 일반적인 아파트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감각이죠. 이러한 장점을 십분 살리고싶었어요. 자연적인 요소가 어우러지는 집을 바랐던 집주인의 마음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했고요.” 시공을 담당한 황혜수 실장이 설명했다. 주택의 변화는 현관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무로 만든 간살 도어를 설치해 입구에 머무르던 빛이 안까지 다다르는데, 거실과 주방 그리고 복도가 모두 연결되는 유기적인 구조 덕분에 1층 전체에 자연광이 고루 퍼져 내추럴한 화이트 톤으로 마감한 내부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복도에는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이 자리한다. 나무 계단을 철거하고 화강암과 금속으로 된 계단을 새롭게 제작했고, 그 옆에는 모오이의 매시매틱스 펜던트 조명을 포인트로 배치해 주택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게 의도했다. 복도를 기준으로 왼쪽에 마련된 거실은 1층의 핵심과 같은 구역으로, 단차를 두어 다른 공간과 명확하게 구분했다. “이집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자재예요.이곳 거실 바닥에 깔린 자연석 느낌의 타일처럼 내추럴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나무나 돌 등 자연의 물성을 닮은 자재를찾아 이집에 녹여냈죠”라며 황혜수 실장이 거실을 소개했다.
자재와 함께 고심한 것은 외부의 자연과 어우러진 내부를 구획하는 일이었다. “집주인께서 바깥에 펼쳐진 자연이 집안에도 고스란히 이어지는 모습을 바랐어요. 그래서 떠올린게 바로 액자예요. 그림 작품이 담긴 액자처럼 문이나 창을 프레임처럼 활용해 밖에 서보이는 자연이 마치 그림처럼 집안에 자리할 수 있도록요. 거실은 주택 옆에 자라던 소나무가 보일 수 있도록 문을 냈어요.” 그녀의 설명처럼 복도에서 거실을 바라보면 마주 보게 되는 벽 가운데 아치형으로 난 문 사이로 보이는 소나무가 한폭의 동양화를 떠올리게 한다. 옆에 난 또 하나의 라운드형 게이트는 다이닝룸과 통한다. 옆집과 인접해 있어 불투명한 유리 블럭을 두어 빛은 들어오되 한층 프라이빗한 식사 공간을 만들었다. 부부의 생활 공간인 안방은 드레스룸과 연결되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는 더욱 많은 수납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안방 쪽으로 드레스룸을 확장하고 이중 붙박이장을 둔 결과인데 마치 안방 안에 또 하나의 작은 복도가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계단을 타고 2층에 오르면 사뭇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주거 공간에 특화된 구역이 1층이었다면, 2층은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적 성격이 진하기 때문.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선룸이다. 이곳은 식물을 좋아하는 집주인의 취향에 맞춰 실내 가드닝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창을 새로 낼 수 있는 목조 주택의 특성을 살려 햇살이 가득 들어오도록 이전에 있던 창을 더욱 넓혀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꾸린 것이다. 더욱 재밌는 점은 선룸과 인접한 서재에서 발견할 수 있다. 본래 있던 미닫이문은 없애고 거실처럼 액자 역할을 하는 창을 내 책읅 읽다가도 고개를 돌리면 아기자기한 식물이 놓인 선룸을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는 위트를 발휘했다. 2층의 백미는 바로 패밀리룸. 이곳은 가족들이 2층의 거실이라 부를 만큼 가족 간의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높은 박공지붕에는 실링팬을 달아 허전함을 덜었고, 아래에는 의자와 테이블을 두어 언제든 가족이 모여 두런두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특히 패밀리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비밀 공간이자, 1층과 2층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벤치룸은 이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욱 잦게 만드는 요소다. 집안으로 들어온 자연을 만끽하고 그곳에서 가족간의 이야기가 자유로이 오간다. 두 가지 요소가 조화로운 정발산 주택은 자연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가치가 온통 도사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