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에디터의 리얼 신혼집 완성기

<메종>에디터의 리얼 신혼집 완성기

<메종>에디터의 리얼 신혼집 완성기
집을 리노베이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집을 구하는 과정부터 험난했던 인테리어 공사까지 수많은 고민의 연속이었지만, 여전히 나의 신혼집은 미완의 상태다. 하지만 우리의 취향으로 느리지만 차곡차곡 채워가고 있다.  

  우리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그 의미가 꽤 크다. 둘 다 오랫동안 자취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저 잠을 자고 씻는 곳이 아닌 편안하고 아늑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진짜 ‘집’을 원했다. 신혼집을 완성한 요즘은 매우 만족스러운 집콕 생활을 즐기고 있는데, 그간의 어려움과 힘듦을 생각하면 만족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여름, 부동산 시장이 주간 간격으로 최고 상승 폭을 기록하던 혼돈의 시기에 우리는 부동산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영끌’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이며, 어렵게 20년 된 작은 아파트를 얻었다. 사실 이 집에 대한 첫 인상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집을 보러 다니면서 많은 집을 봤지만 집 상태가 가장 안좋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집을 본 날 그 자리에서 덜컥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머쓱할 정도로 이 집에 만족하고 있다. 집이라는 큰일을 해결하고 나니 리노베이션이라는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신혼집 인테리어를 위한 레퍼런스를 아카이브하면서 신혼집의 컨셉트를 명확하게 정할 수 있었다. ‘북유럽 가정집’이 신혼집의 컨셉트였다. 스웨덴과 덴마크를 여행할 때 묵었던 숙소가 클래식한 베이스에 과감한 컬러를 사용하고, 위트 있는 디자인 가구와 소품을 매치해 공간을 완성한 것이 인상 깊었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내게는 최고의 레퍼런스였다. 두꺼운 천장 몰딩과 도장한 벽, 웨인스코팅, 헤링본 원목 바닥, 대리석 벽난로가 어우러지는 클래식한 기본 배경에 포인트 컬러를 주는 것이 신혼집의 핵심 요소였다.
 

  마치 체크리스트처럼 여러 항목을 나열하며 <메종>에 소개되었던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에게 상담을 받았다.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시공한 멋진 집을 취재하면서 완성된 인테리어를 보기만 했지, 실제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전혀 몰랐다. 우리의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절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원하는 것이 분명했기에 시공을 도와줄 동네 인테리어 업자를 찾아갔다. 그때만 해도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사소한 문고리 하나부터 천장을 높이는 대신 방음을 그대로 감수할 것인지, 천장 몰딩을 하는 대신 주방 천장까지 닿는 상부장을 포기할 것인지 끝없는 선택과 고민의 연속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모두 구현하기에는 예산이나 물리적으로도 어려웠고, 인생의 이치처럼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어렵사리 모든 결정을 끝내고 시공을 시작했는데 이조차도 인테리어 업자와의 사소한 갈등으로 마음고생이 컸다. 신혼집이다 보니 더 많이 신경 쓰는 것은 당연했고 직접 감리까지 하며 꼼꼼하게 체크했다. 한달반 동안 모든 애정을 쏟아 리노베이션한 신혼집은 머릿속으로 그린 것과 달리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취향으로 고른 가구와 조명, 소품으로 부족함을 채워가며 하나씩 완성해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신혼집의 면면을 소개한다.
 

 

ECLECTIC TASTES IN LIVING ROOM

주방과 이어진 거실은 세로로 긴 구조로 천고가 낮아 평형에 비해 좁아보이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방과 거실 사이에 있던 중문을 제거해 개방감을 주었고, 중문의 틀을 활용해 아치를 만들었다. 이 아치는 주방과 거실을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천장의 방음 패널을 제거해 최대한 천고를 확보했고 화이트 도장으로 벽을 마감해 넓어 보이게 했다. 웨인스코팅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벽면을 도장으로 마감해야 했다. 도장이란 벽면에 합판으로 목공 작업을 한 후 페인트를 여러번 칠하고 건조하기를 반복하는 공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때문에 도배보다 비용이 훨씬 더 비싸다. 하지만 깔끔한 마감이 가능해 자연스럽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낸다는 장점이 있다. 화이트 벽이 가벼워 보일 수 있어 바닥은 어두운 원목으로 마감해 집 안 분위기를 잡았다. 거실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바닥만이 아니다. 확장한 베란다에 설치한 갤러리 셔터는 창호를 가리는 동시에 클래식한 유럽의 어느 아파트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셔터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거실 바닥에 드리우면 이 또한 인테리어 요소로 기능한다. 확장한 베란다에는 세탁실이 있는데 작은 공간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딱 맞게 만들었다. 파넬에서 구입한 D8의 메자 소파같이 전체적으로 곡선이 가미된 가구를 선택해 부드러운 느낌을 부여했고, 아티스트 권철화와 유앤어스가 협업한 카펫과 아르텍의 로켓 스툴, 아르떼미데의 쇼군 테이블 조명 등 곳곳에 우리의 취향을 더했다. 아직 배달되지 않은 가구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차곡차곡 채워나갈 예정이다. 한마디로 설렘이 가득한 공간이다.  

디메종 오크 그레이 워시 바닥재는 디메종의 오크 그레이 워시로 폭이 넓은 제품을 선택해 공간이 넓어 보인다.

 

 

 

 

SHOPPING LIST

1 플랜스테드 탱고 모빌 화이트 벽의 거실을 순식간에 갤러리 느낌으로 바꿔주는 아티스틱한 모빌은 월 데코를 완성시키는 방점이다. 덴마크 디자인을 대표하는 플랜스테드의 탱고 모빌은 움직임과 균형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에이치픽스에서 판매.

2 비트라 이사무 노구치의 커피 테이블 삼각 구조의 유기적인 테이블 다리가 매력적인 제품으로 생각보다 사이즈가 커서 고민 중이다. 거실의 모든 가구를 채우고 나서 공간적으로 여유가 있는지 살펴보고 구매할 예정이다. 비블리오떼끄에서 판매.

3 엣세테라 이지 체어 유려한 곡선 실루엣을 보자마자 한눈에 반했다. 충분히 아트 오브제 역할까지 담당할 거라는 확신이 들어 짐블랑에서 구매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산이 늦어져 아직도 기다리는 중이다. 앉아보지는 못했지만 편안한 착석감을 자랑한다고 하니 기대된다.

 

 

COLOURFUL KITCHEN

우리의 로망을 실현한 곳은 주방이다. 주방으로써의 기능뿐만 아니라 홈 오피스, 휴식처, 리셉션 같은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상부장과 하부장은 올리브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현관에서 들어서면 바로 주방을 마주하는데, 우리집만의 특별한 인상을 주기 위함도 있다. 주방 가전 역시 같은 컬러의 디자인 가전을 매치해 주방의한 면이 큰 프레임으로 보이도록 의도했다. 주방의 조리대는 한정된 길이로 너비를 깊게 했고, 상부장과 하부장 사이의 공간을 넓게 확보해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에 선반을 달아 자주 사용하는 테이블웨어와 오브제, 요리책을 진열했으며, 맞은편에는 두오모에서 구입한 마르셋 디스코코 펜던트 조명을 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비블리오떼끄에서 구매한 내가 좋아하는 장 프루베 디자인의 비트라 게리동 테이블과 스탠다드 체어를 두었다. 다리의 셰이프와 색상이 특징인 스탠다드 체어 역시 올리브 컬러와 어우러지게 배치해 컬러풀하게 완성했다.  

벤자민 무어 GUACAMOLE 2144-10 싱크대 상부장과 하부장은 내구성이 좋고 고급스러움이 돋보이는 무광으로 도장했다.

 

 

 

 

SHOPPING LIST

1 구비 마테고트 코트 랙 현관과 마주하는 주방에 손님들이 왔을 때 옷을 걸어둘 수 있도록 코트 랙을 달 예정이다. 구비의 마테고트 코트 랙은 실용성과 심미성을 겸비하고 있어 월 데코로도 훌륭하다. 에잇컬러스에서 판매.

2 알레시 쥬시 살리프 시트러스 스퀴저 디자인을 사랑하는 우리 부부는 디자인 제품을 모으는 것이 취미다.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쥬시 살리프 시트러스 스퀴저는 스퀴저 용도보다 아티스틱한 조형미가 돋보여 오브제로 바라보고 싶은 욕심이 더 크다.

3 비트라 타보레 솔베이 스툴 스툴만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을까. 주방의 아트 월에 두어 화분을 올려두거나 책을 쌓아도 좋을 것 같고, 손님이 왔을 때 여분의 의자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제품도 장 프루베의 디자인이다.

 

 

ROMANTIC CHIC, BEDROOM & SIMPLE DRESS ROOM

두 개의 방은 침실과 드레스룸으로 꾸몄다. 인테리어의 강약을 조절하기 위해 거실, 주방과 달리 힘을 빼고 헤링본 패턴이 가미된 블루 그레이 컬러의 패브릭 벽지로 차분하게 완성했다. 침실은 기존에 있던 붙박이장을 없애고 시몬스에서 구입한 천연 라탄과 패브릭이 어우러진 침대를 가운데 두었다. 그리고 친정엄마가 선물해준 사랑스러운 쿠션과 자수 커튼, 폴란드 도자 조명을 두어 신혼의 낭만을 더했다. 높은 헤드보드에 기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장을 두었고 반대쪽에는 벽에 달 수 있는 몬타나 화장대를 설치해 자투리 공간을 활용했다. 침실과 마주하는 드레스룸은 수납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방문을 없애고 거실의 아치 형태와 동일하게 만들었다. 옷장은 사재로 맞춰 창문을 가리지 않고 완벽하게 수납할 수 있으며, 원래 있던 붙박이장의 문을 없애고 선반을 달아 가방 등의 소품을 보관할 수 있게 했다. 드레스룸은 특별한 가구없이 오브제와 아트 북으로만 손쉽게 연출할 수 있었다.  

LG지인 지아 패브릭 T1022-12 포근하고 우아한 패브릭 질감의 친환경 벽지다. 최초로 유럽섬유제품 품질인증 1등급을 받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SHOPPING LIST

1 LOLOI 아나스타시아 라운드 러그 이국적인 패턴과 다채로운 색감이 은은하게 섞여 빈티지한 무드를 자아내는 러그는 내구성이 강하고 관리가 쉽다. 드레스룸의 아일랜드 아래 두어 컬러풀한 리듬을 더하면 좋을 듯하다. 에이치픽스에서 판매.

2 루이스폴센 PH2/1 앰버 브라스 클래식하면서 우아한 루이스폴센의 황동 PH2/1 테이블 조명은 한정판으로 쿨 톤의 침실에 포근한 분위기를 더한다.

3 까시나 만레이 거울 큼직한 레터링이 돋보이는 타원형 거울은 드레스룸 벽면에 포인트 요소로 두고 싶다. 크리에이티브랩에서 판매.

 

 
나만의 휴식과 여유를 누릴 수 있는 프라이빗한 욕실은 마치 방처럼 꾸몄다. 이국적인 모로칸 패턴 타일과 골드 수전으로 시공해 다른 곳과 달리 화려하다. 욕실에서 바스를 즐기는 동안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디자인 욕조가 출시되고 있지만 가격도 비싸고 공간이 협소해 기본 욕조에 타일을 시공해 나만의 욕조를 완성했다. 이 욕실은 천장의 단차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게 특징이다. 낮은 욕실 천고를 확보하면서 환풍기 자리는 어쩔 수 없이 단차를 두었고, 그곳에 간접조명을 넣어 무드 조명을 설치했다. 습기가 많기 때문에 천장에는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지만, 방수 석고를 사용하고 그 위에 VP도장을 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타일로 힘을 준 공간은 욕실뿐만이 아니다. 현관과 베란다에도 타일로 포인트를 주었다. 주방과 맞붙어 있는 현관은 주방과 같은 컬러의 중문을 달았고, 빈티지한 타일을 시공했다. 현관 옆으로 보일러실이 있는데, 이곳에 수납함을 두어 팬트리룸처럼 활용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조금만 아이디어를 내면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다. 침실 베란다는 블랙과 화이트로 체크판을 연상시키는 타일을 시공했다. 신혼집인 만큼 나의 취향을 곳곳에 녹였고, 다양한 취향이 한데 어우러져 우리만의 감각이 스며든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신혼집을 꾸밀 때는 패턴과 컬러의 사용을 두려워하지 말자.  

 

키엔호 A146 모로칸 패턴 타일로 서로 연결되었을 때 한층 더 멋스러운 패턴이 드러난다.

키엔호 S4030 대리석 재질의 매트한 표면이 내추럴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블루 컬러의 타일을 함께 매치해 단정하게 연출했다.

키엔호 S1000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컬러감이 있어 매트한 텍스처의 화이트 타일로 분위기를 절충했다.

 

 

SHOPPING LIST

1 프라마 아포테캐리 바디 워시 천연 활성 성분이 함유된 보디 워시는 피부에 영양을 주어 촉촉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감각적이고 모던한 패키지가 욕실 인테리어에 오브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2 프라마 아포테캐리 샴푸 컨템포러리 대니시 디자인을 제시하는 프라마의 천연 샴푸는 촉촉하고 상쾌한 마무리감을 선사한다. 특히 백단향, 삼나무, 일랑일랑으로 이뤄진 프라마의 시그니처 향이 하루 종일 기분을 좋게 만든다. 짐블랑에서 판매.

3 무토 리스토어 바스켓 재활용 플라스틱 병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섬유를 활용해 만든 친환경 제품이다. 따듯한 펠트 소재와 둥그스름한 디자인이 귀엽다. 베란다나 현관에 두어 자잘한 물건을 수납하기에 제격이다.

 

 

대제타일 그라피티 쉽게 더러워지는 현관에는 무광의 빈티지한 느낌이 돋보이는 타일을 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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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어시스턴트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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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아래 집

숲 아래 집

숲 아래 집
구태여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 구미동에 살고 있는 이들 부부는 사계절의 아름다운 변화를 만끽하며 집에서 휴양하는 중이다.  
거실 중문에 사용된 한지를 집 안 곳곳의 디테일 요소로 활용해 통일감을 부여했다. 나무와 화이트를 기본으로 한 인테리어에 동양적인 감각이 더해졌다.
 
“이 숲의 전경을 보는 순간 5분만에 결정을 내렸어요.” 수도원, 명상 센터, 화이트큐브갤러리…. 이 집에 들어서는 순간 자연스레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키워드다. 채정원, 박귀현 씨 부부가 살고 있는 161m² 규모의 집은 하얗게 서린 겨울 숲의 설경을 한폭의 그림처럼 담고 있었다.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일순위는 숲 뷰였어요. 사실 도심에 위치한 이전집이 훨씬 따뜻하고 지금보다 출퇴근이 수월했지만 항상 답답해했던 것같아요”라며 아내가 입을 뗐다. 작년 말, 퇴직하고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직장에 다닐 때도 지치고 힘들면 주말에 새벽 비행기를 타고서라도 제주의 숲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에게 숲이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였다. 바람대로 집안에서도 숲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그 다음은 내부를 고칠 차례였다.
 
눈이 소복이 쌓인 하얀 숲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명상 방. 이곳에서 아내 박귀현 씨는 눈을 감고 마음을 다스리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푼다. 가끔은 빈티지 의자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만 보아도 좋다.
  이들 부부는 5년전부터 눈여겨보았던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샐러드보울의 구창민 대표를 찾아갔다. “25년 된 오래된 아파트이다 보니 노후돼서 고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어요. 저희가 생각한 예산과 너무 큰 차이가 나서 정말 영혼까지 끌어 모은 것 같아요(웃음). 그 돈으로 누군가는 더 좋은 가구나 가전을 사라고 충고했지만 이사를 많이 다녀서 그런지 이제는 한곳에 정착하고 싶은 욕구가 더욱컸어요.” 일곱번 넘게 이사를 다녔지만 전문 인테리어 업자한테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부부는 구창민 대표에게 필수 요건 세가지를 주문했다. 첫번째는 오롯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분위기일 것, 두번째는 동선과 효율성을 따질것, 그리고 세번째는 각방의 기능이 분명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부부는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정리한 마인드맵을 그려 미팅할 때 가져갈만큼 이 집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먼저 안방은 문을 열었을 때 자고 있는 모습이나 발이 보이지 않기를 바랐어요. 집이 나를 동굴처럼 품어주듯 안락하고, 특히 침실은 가릴 것은 가리되 답답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클라이언트가 머릿속으로 그린 요구사항은 샐러드보울의 구창민 대표가 디자인적으로 풀어내야 할 숙제였다.  
지난여름 공사를 마치고 촬영한 컷이다. 푸릇푸릇한 잎이 가득해 싱그러운 여름을 그득 담고 있다. 봄과 가을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그는 침실 입구에 통로를 구축해 프라이빗하면서도 안락한 공간을 계획했고, 그 안으로 수납장과 단상을 두어 안방에서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갈 수 있게 했다. 또 욕실과 드레스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세면대를 바깥으로 빼내 파우더룸 겸 호텔같은 건식 욕실을 만들었다. 이로써 디자인과 효율성을 모두 갖춘 안정적인 구조가 완성됐다.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아내를 위한 명상 방이다. 천주교 신자임에도 불교대학을 다니며 명상을 배울 만큼 명상에 관심이 많은 아내는 방 하나는 오롯이 나를 위한 공간이었으면 했다. “일상생활에서 쌓인 피로를 명상으로 풀고 싶었어요. 이 방은 음악도 필요없고 싱잉볼과 눈 앞에 펼쳐지는 나무 숲만 있다면 충분해요.” 흔히 주거공간에서 볼수 없는 단차도 눈에 띄었는데, 이렇게 공간을 구분함으로써 좁은 아파트가 지닌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거실은 지인들을 초대했을 때 머무르는 곳으로 널찍하게 구성했고, 명상 방 맞은편에는 남편이 외부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좋아하는 영화나 TV를 볼 수 있는 미디어룸으로 만들어 부부의 소소한 라이프스타일을 치밀하게 반영했다.  
몰딩을 최소화하고 전동 블라인드를 설치하는 등 불필요한 요소를 걷어낸 거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부부는 환경이 바뀌고 나서 자신들한테도 변화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효율성과 가성비, 실용적인 것에 치중되어 있었는데, 집을 고치면서 자신조차 몰랐던 취향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찾아가는 과정과 같았다고 말이다. 특히 아내는 이곳으로 이사온 뒤 스트레스 지수가 몰라보게 낮아진 것은 물론이고, 실제 숲에 들어온 것처럼 몸이 이완되는 기분을 매일 느낀다고 한다. 집이 가져다주는 평화로움이란 이런 모습일까? 환경이 주는 영향이 이토록 크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최근 이들 부부는 신혼 때로 돌아간듯 주말마다 브런치를 만들어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후드 일체형 인덕션을 시공해 시야를 가리지 않는 개방감 있는 주방을 완성했다.
 
통로를 만들어 프라이빗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한 안방.
 
유리 사이에 한지를 넣어 은은한 채광을 누릴 수 잇는 중문을 제작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널찍한 크기의 패브릭 소파를 선택했다. 까사미아에서 구입한 것.
 
거실 선반 아래 자연석을 두어 작은 디테일을 더했다.
 
유리 사이에 한지를 넣어 은은한 채광을 누릴 수 잇는 중문을 제작했다.
 
안방 안쪽으로는 욕실과 건식 세면대, 드레스룸이 일렬로 이어진다. 드레스룸에는 건조기와 세탁기를 두어 원스톱으로 세탁을 해결할 수 있다.
 
안방 역시 나무로 마감해 따스함과 아늑함을 강조했다. 침실 통로에 간접조명을 켜면 한지로 마감한 벽을 통해 은은한 빛이 들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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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이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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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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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스타일리스트 마리 데 안드레이스는 파리 1구에 자리한 자신의 아파트를 색다른 아이디어로 꾸몄다. 온통 흰색인 벽에 여성 초상화 시리즈를 걸어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마티외 마테고 Mathieu Mategot의 콘솔과 조각상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그림은 시몽 앙타이 Simon Hantai 작품이며 책장 안과 콘솔 위에 있는 세라믹 오브제는 발로리.
 

“저는 파리에 사는 이탈리아인이에요.” 마리 데 안드레이스에게 빛의 활력이 필요한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정남향에 바로크 스타일의 높은 파사드로 둘러싸인 건물 5 층에 있는 이곳에 들어선 순간, 자신의 집에 온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집 밖으로 보이는 뷰가 인테리어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프와 봉통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하고 지금은 패션 브랜드의 스타일컨설팅을 하고 있는 마리는 200m2의 집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금세 알아차렸다. 그는 벽을 최대한 없애 여러 개의 방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욕실 역시 서재와 드레스룸이 있는 공간으로 들였다. “큰 창들 가운데 하나 정도는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어요.” 그는 아파트 한가운데에 부엌을 배치하고 대리석을 사용했다. 또한 무엇보다 공간을 환하게 물들이는 빛을 감각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벽을 새하얗게 칠했다. “흰색은 시간을 초월하죠. 절대 지루할 틈이 없어요.” 흰색 벽은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컬렉션한 사진과 그림이 한층 돋보이게 한다. “이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요.” 그는 인테리어를 채우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주제에 따라 컬렉션을 분류하기도 한다. 이 집에서는 벽도 언어처럼 기능하고 있었다.

 
의자, 타부레, 테이블은 에로 사리넨 Eero Saarinen 디자인으로 놀 Knoll. 헤이스 바케르 Gijs Bakker의 과일 볼 ‘구트 Goutte’는 로얄 VKB. 제일 큰 세라믹 오브제는 발로리 Vallauris. 제일 작은 세라믹은 카다케 Cadaques. 펜던트 조명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접시는 탕헤르에서 가져왔다. 양모 태피스트리는 코디마 Codimat. 코너 장은 전 집주인이 놓고 간 것을 활용했으며 벽 조명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흰색 조명은 이탈리아에서 가져왔다. 안쪽에 있는 흰색 테이블은 모노프리 Monoprix 쇼윈도에 있던 것을 리폼했다. 쿠션은 이케아 Ikea. 블라인드는 에이탕 Heytens.
 
검은색으로 포인트를 준 그래픽적인 흰색 거실이다. 가장자리를 검은색 파이핑으로 장식한 카나페는 메종 사라 라부안 Maison Sarah Lavoine. 쿠션은 이케아. 이사무 노구치 Isamu Noguchi의 낮은 테이블은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구입. 리넨 태피스트리는 코디마. 등나무 암체어는 벼룩시장에서 구입. 마주 보는 2개의 검은색 메탈 플로어 조명 ‘밀러 Miller’는 니클라스 호플린 Niclas Hoflin 디자인으로 뤼븐 Rubn. 벽난로 오른쪽에 있는 M&M의 콘솔은 1990년대 에티엔 마르셀 Etienne Marcel 카페를 위해 제작한 것. 그 위의 조명 ‘네소 Nesso’는 지안카를로 마티올리 Giancarlo Mattioli 디자인의 아르테미데 Artemide. 벽난로 위에있는이탈리아거울은1950년대빈티지제품이다.빛이나는원은르됭 Le Deun. 벽난로 왼쪽에 있는 큰 그림은 피에트로 뤼포 Pietro Ruffo 작품이고 모든 사진은 파올로 로베르시 Paolo Roversi의 작품이다. 조명은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구입. 황동 소재의 플로어 조명은 토마소 바르비 Tommaso Barbi 디자인으로 벼룩시장에서 구입.
 
등나무 암체어와 조각상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휴식용 빈티지 의자는 인도에서 가져온 패브릭으로 다시 커버링했다. 검은색 메탈 플로어 조명 ‘밀러’는 니클라스 호플린 디자인으로 뤼븐. 그림은 시몽 앙타이의 작품. 블라인드는 에이탕. 흑백 그림은 시몽 앙타이의 작품. 왼쪽 벽에 걸린 아브르 Havre에 있는 한 건물의 파사드 장식은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구입. 그 옆에 있는 조명 ‘리본 Ribbon’은 해비태트. 사진은 톰 우드 Tom Wood의 작품이다.
 
왼쪽에 있는 2개의 사진은 파올로 로베르시. 그중 오른쪽에 있는 사진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수전은 그로헤 Grohe. 오븐은 보쉬 Bosch. 의자와 타부레, 테이블은 에로 사리넨 디자인으로 놀. 헤이스 바케르의 과일 볼 ‘구트’는 로얄 VKB. 제일큰세라믹오브제는발로리.제일작은 세라믹은 카다케의 벼룩시장에서 구입. 접시는 탕헤르. 양모 태피스트리는 코디마. 펜던트 조명과 파티션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부부 침실의 벽을 장식한 인물 사진은 모두 파올로 로베르시의 작품.가지색 베개와 침대 헤드보드는 AM PM. 회색 담요와 베개는 소사이어티 리몬타 Society Limonta. 침구는 인도에서 가져왔다.
 
유니크한 대리석 욕실. 드레스룸과 서재, 욕실을 한 공간에 만들었다. 수전은 스텔라 Stella. 조명과 사진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등이 보이는 누드는 윌리 로니스 Willy Ronis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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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디디에 들마 Didier Del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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