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세 명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작업실을 공개했다. 일반적인 사무실과는 다른 미적인 요소로 공간을 꾸민 이들의 작업실은 자신을 대변하는 또 다른 자아이다.
#림디자인
면적 100㎡
형태 상가
직원 10명
컨셉 오트밀 크림 톤으로 실내 전체를 마감한 이곳은 곡선의 형태를 띠는 소파와 라운지 체어,모던한 블랙 톤의 다이닝 테이블 등을 두어 소셜 살롱에 온 듯한 인상이다.
막연하게 머릿속에 그려온 이상적인 집을 실체화시키는 일을 매일같이 해온 디자이너가 누군가의 바람 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을 위한 곳을 만든다면 어떤 공간이 될까. 하물며 휴식을 위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작업실이라는 뚜렷한 목적성을 띤다면 그 의문은 더욱 짙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요구가 아닌 제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일은 항상 새로운 결의 작업인 것만 같아요. 제 자신과 절충의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요.“최근 학동에 새롭게 사무실을 오픈한 인테리어 스튜디오 림디자인 이혜림 대표는 이런 의문에 강한 긍정의 답을 건넸다. 장안동에 위치했던 첫번째 사무실과 건대에 위치했던 두번째 사무실에 이어 지난해 12월, 벌써 세 번째로 일터를 옮긴 그였지만 말이다.
조심스레 그의 새로운 사무실 문을 열었더니 오트밀에 가까운 크림 톤으로 마감한 라운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회화를 전공해서 색에 대한 고집이 있는편이에요. 이번 사무실은 화이트와 베이지 사이 중간 느낌의 색을 구현하고 싶었죠. 심플함과 따뜻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오트밀 크림 컬러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을 홀린다고 하나요? 이 색에는 그런 힘이 깃들어 있는 듯하거든요.” 상상하던 색을 구현하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벽을 칠해야했다고. 이와 함께 마치 곡선을 한데 모은 듯 블랙 톤의 삼손 체어와 우아하게 늘어진 소파 그리고 바닥과 선반에는 벽과 톤온톤으로 매치한 카펫과 도자, 조명이 진열되어 있어 클래식한 살롱을 방문한 듯한 느낌이었다.
“작업할 때 클래식한 곡선이 들어가는 가구나 시공을 선호하는 편이에 요. 곡선을 지향한다는 게 모나지 않고 편안함을 원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는데, 작업에 그런 마음이 저도 모르게 반영이 되나봐요.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이 라운지처럼요. 림디자인 사무실인 만큼 문을 여는 순간 작업 스타일을 마주할 수 있게 꾸몄죠.” 긴 직사각 구조로 된 100m2의 공간 에는 곡선 특유의 조형미가 담긴 라운지를 기준으로 왼쪽에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위한 사무 공간과 자재를 놓을 수 있는 선반이, 오른쪽에는 클라이언트와의 상담이나 회의가 이루어지는 공간과 함께 대표실이 있다.
이혜림 대표가 특히 고심했던 곳은 바로 회의실 겸 상담실이다. 중앙에 놓인 흑단 무늬목으로 제작한 테이블과 조화를 이루는 블랙 톤의 펜던트 조명을 달아 한층 모던한 공간을 연출했다. 비교적 협소한 상담실이지만 큰 존재감을 주고 싶었던 이혜림 대표는 직접 테이블 상판의 크기부터 모서리 마감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편안한 착석감을 위해 패브릭을 고르고 상담실 뒤편에 마련한 작은 정원을 꾸미는 일까지 모두 그녀의 손을 거쳤다. “클라이언트와 직접 대면하는 공간이잖아요. 상담실에 있는 모든 것이 림디자인이라는 인테리어 스튜디오를 이해하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접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고려한거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나무 소재의 바와 슬라이딩 형태로 제작된 간살도어다. 클래식한 느낌이 감도는 크림 톤의 사무실과 따뜻한 나무 소재의 조화에서 그녀의 세밀한 위트가 느껴졌다. 함께 사무실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주고받던 이혜림 대표는 넌지시 아직 사무실이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말을 건넸다. “재밌는 건 이 공간을 꾸리면서 다시 한번 제가 좋아하는 것을 갈무리할 수 있었어요. 다만, 취향은 서서히 변하잖아요. 여러 소재와 가구, 공간을 접하면서 저만의 아카이브를 쌓아가고 그에 맞춰 제 취향의 결도 많이 달라질테니까요. 저도 또 이곳이 어떻게 변할지 그 모습이 기다려져요.” 그녀의 말에서 변화하는 이곳의 다음을 절로 기약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