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세 명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작업실을 공개했다. 일반적인 사무실과는 다른 미적인 요소로 공간을 꾸민 이들의 작업실은 자신을 대변하는 또 다른 자아이다.
#817디자인스페이스
면적 132㎡
형태 빌라
직원 6명
컨셉 집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사무실. 주방, 다이닝, 거실, 집무실이 구획되지 않은 개방형 레이아웃으로 직원들의 다양한 활동을 유도하는 공간이다.
집은 지친 몸과 마음을 언제든 편안하게 안아주는 안식처로써의 역할을 한다. 때문에 주거 인테리어는 유행과 한발 떨어진 자세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행에 따라 가구를 바꾸며 분위기의 전환을 꾀할 수는 있지만, 공간을 구성하는 동선, 그것을 분할하는 벽체와 마감재는 다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편해지거나 지루 해질 수 있으며, 거주자의 집에 대한 애정 또한 반감될 수 있다. 유행을 좇지 않고 간결한 면과 선의 조화를 기본으로 모던과 미니멀한 주거 공간을 디자인하는 817디자인스페이스의 과거와 현재 작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함이 배가한다. 최근 논현동으로 사무실을 옮긴 817디자인스페이스를 찾았다. 817디자인 스페이스는 마포구의 조그마한 5평 오피스텔 817호에서 시작한 인테리어 디자인 아틀리에다. 그 뒤 망원동으로 터를 옮겨 카페, 쇼룸, 사무실을 운영하던 임규범 소장은 2019년 가을, 논현동으로 이사하며 이곳의 디자인 정체성을 가다듬었다. 카페와 쇼룸을 정리하고 사무실만 운영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며 공간에 어울릴만한 가구, 조명 등의 소품을 제작하고 쇼룸을 만들어 판매했어요. 하지만 논현동으로 이사하면서 사무실의 규모를 조금 줄였죠. 공간의 컨셉트를 잡는 기획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제가 직접 진행 하기에는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싶었습니다.”
임규범 소장은 건축집단 MA에서 실무를 다지고 우연한 기회에 지인 집의 인테리어를 도와주며 817디자인스페이스를 이끌게 됐다. 그는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공간에 풀어내는 것이 주거 인테리어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주거 인테리어가 베이스다 보니 사무실 역시 직원들이 편안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집처럼 구성했다고. 사무실은 디자인 업무를 보는 공간과 미팅, 임규범 대표의 개인 업무실로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입구에 들어서면 묵직한 존재감을 자아내는 회색 대리석 아일랜드 싱크와 화이트 수납장이 보인다. 수납장을 화이트로 마감하니 그 앞에 놓인 아일랜드 식탁의 존재감이 더욱 빛을 발한다. 미팅 겸 식사를 하는 다이닝 테이블 역시 회색으로 톤을 맞췄지만, 전체적인 모양을 타원형으로 만들어 리듬감을 부여했다. “공간 디자인에서 추구하는 레이아웃이 오픈형 공간이에요. 정형화된 방식으로 공간을 나누면 동선과 생활이 제한되는 면이 있거든요. 주방을 따로 분리하지 않아 다이닝 테이블의 활용도가 높아요.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이 이뤄지기도 하고 직원들과 배달 음식을 즐기기도 합니다. 몇몇 지인들과 함께 업무가 끝난 이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아요.”
다이닝 테이블 옆으로는 임규범 소장이 디자인한 구로 철판 소재의 의자와 LC2 소파, 바실리 체어, 체르너 체어가 있다. 작은 거실처럼 아담하지만 817디자인스페이스 스타일인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가구를 배치해 이곳만의 정체성이 시각적으로 힘있게 와닿는다. 벽면에는 나무 선반을 설치해 전체적으로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공간의 제일 안쪽으로 임규범 소장의 개인 업무실이 위치한다. 벽으로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통유리를 설치해 시각적으로 시원하게 연결된다. 통유리 옆에 유리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에는 닫을 수 있다. 유리 도어는 공사 일정이나 아이디어를 그때그때 메모하는 용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사무실을 집처럼 꾸며놓다 보니 프로젝트 상담을 위해 817디자인스페이스를 찾은 클라이언트가 자신이 생각해온 디자인 컨셉트를 바꾸기도 한다고. “6~7년 전부터 인테리어를 한다면 저희와 함께하고 싶다는 분들이 있어요. 상담을 위해 사무실을 방문하고 나서 이곳처럼 해달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요. 동선, 재료, 색감 등 모든 결정을 저희한테 일임한다면서요. 저희 사무실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즐겁게 작업했고, 뿌듯했습니다.” 임규범 소장은 클라이언트의 다양한 취향을 녹여내려면 공간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무실을 구경하다 보니 나무 선반에 있는 소품이 눈에 띄었다. 빈티지 전화기부터 미니어처 기중기까지 임규범 소장의 폭넓은 취향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선반에 놓인 소품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임규범 소장의 강점은 모던하고 간결한 디자인으로 중심을 지키면서 다양한 스타일을 품는다는 것이다. 중심을 지키는 디자인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사무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