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온 색을 적극 활용한 이 집은 편안하면서도 포근해 보인다. 부부의 취미를 담은 거실과 한강의 풍경을 끌어들인 다이닝 공간처럼 이제 세 식구가 사는 집은 쓰임새도 스타일도 달라졌다.
집은 그곳에 사는 구성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세 식구가 사는 이 집 역시 식구가 줄면서 전혀 다른 쓰임새를 지닌 집으로 재탄생했다. 이노필 김계연 대표는 17년전 첫 번째 리모델링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 리모델링도 맡게 됐다. “이전에는 식구 가 많아서 살림살이를 수납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죠. 하지만 지금은 부부와 딸, 세 식구를 위한 집으로 각 방의 용도를 명확하게 하고, 이전과 다른 스타일링이 필요했어요” 라며 김계연 대표가 리모델링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집 안으로 들어서니 색다른 분위기의 거실로 시선이 모아졌다. 보통 TV를 두는 벽에 행잉 수납장을 설치했고, 일반적으로 잘 하지 않는 배치, 이를테면 창가를 등지고 소파를 두기도 했다. 김계연 대표는 “거실을 따로 분리하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길게 벽을 세우고 투명한 유리 슬라이 딩 도어를 달아 언제든지 개폐할 수 있어요. 집이 답답해 보이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했지만 흔쾌히 믿어주셨죠. 벽이 생기고 나니 TV와 소파의 위치가 자유로워졌어요. 또 집은 곧 수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집을 디자인할 때 수납에 많은 공을 들여요. 자잘한 살림살이를 깔끔하고 편리하게 보관하는 게 항상 정돈돼 보이게 만드는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벽에 수납장을 만들었는데, 붙박 이장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수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위아래가 떠 있는 행잉 형태로 설치했죠. 아랫부분은 책이나 소품으로 장식도 할 수 있고요”라며 메인 공간을 소개했 다. 포근한 응접실 같은 거실은 벽을 하나 세웠을 뿐인데 문을 닫으면 음악 감상이 취미인 부부의 청음실이 되기도 하고, TV를 볼 때도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아 여러모로 탁월한 선택이 됐다.
거실과 마주보고 있는 다이닝 공간의 인상도 달라졌다.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은 한강변과 맞닿아 있어 낮과 밤이 다른 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하종현 화백의 그림이 걸린 다이닝 공간에는 창가 쪽에 아일랜드 식탁을 두었고, 식구가 여럿이 모였을 때를 위한 테이블을 별도로 두었다. “문으로 분리할 수 있는 안쪽에 다용도실과 주방이 있어요. 그래서 창가 쪽 아일랜드에는 인덕션만 단출하게 구비했고, 세 식구가 한강을 바라보며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바 스툴을 두었죠. 손님이 많이 오거나 가족 전체가 모였을 때는 타원형의 테이블에 둘러앉을 수 있고요. 이렇게 테이블 두 개를 분리하고 보니 각각의 장점을 살릴 수 있더군요”라며 김계연 대표는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차경借景을 제대로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후가 될수록 빛이 잘 드는 다이닝 공간의 창가는 마찬가지로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부부 침실의 창가와 더불어 집주인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특히 안주인은 한강 뷰를 좋아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침실 창가의 의자에 앉아 하루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밤이 되면 반짝이는 불빛 덕분에 시애틀 못지않은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거실과 주방이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이라면 각각의 방은 쓰임새를 강조했다. 집주인은 원래 방 하나를 드레스룸으로 사용했는데, 이제 30대에 접어든 딸이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를 양보하고, 대신 부부 침실과 맞닿아 있는 주방의 작은 방을 터서 기역자 형태의 드레스룸을 만들었다. 각자 필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공간을 알뜰하게 활용한 현명한 선택이었다.
211.23㎡의 넓은 집이지만 시각적으로 편안한 데는 컬러와 디자인의 힘이 크다. “이전에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가구가 많았어요. 이탈리아 가구 장인들이 만든 가구로 장식성도 좀 있고, 곡선이 많은 나무 가구가 주를 이뤘죠. 그때는 시부모님도 계셨고 조금은 묵직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끌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북유럽 스타일의 모던한 디자인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구도 간결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에 눈이 가더군요. 그중에서도 특히 소파는 오묘한 녹색 컬러에 끌려 보자마자 ‘아! 이거다’ 싶었어요. 나머지 의자나 테이블도 남편과 함께 고른 것들이죠” 라는 집주인의 말처럼 전체적으로는 뉴트럴 톤이지만 녹색 소파나 LC2 의자처럼 색감이 있는 가구와 벨벳, 가죽 소재 등의 가구와 적절히 어우러져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풍긴다. 옛날 아파트여서 천고가 낮아 밝은 색감의 광폭 원목 마루를 깐 것도 집을 더욱 넓어 보이게 하는 요소다.
“집은 무조건 구성원들이 생활하기에 편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수납이나 동선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죠. 결국 집도 기능이거든요. 스타일링도 중요하지만 생활을 고려해야 하는 요소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는 김계연 대표의 말에서 집은 살기 위해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르 코르뷔지에의 말이 떠올랐다. 같은 집을 같은 사람이 두 번이나 인테리어를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예산 문제부터 가족 구성원이 추구하는 방향, 가구 한 점을 고르는 것까지 인테리어 공사는 합이 맞지 않으면 마냥 어려울 수 있으며 서로에 대한 믿음이 원하는 집을 완성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자 핵심 요소일 것이다. 때문에 이 집은 단단히 뿌리 내린 나무처럼 오랫동안 아름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