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저택에서 20세기 거장들의 작품과 컨템포러리 디자인을 선보이는 디모레 갤러리는 시즌별로 공간을 새롭게 꾸민다. 올해 첫 셋업을 마친 디모레 갤러리의 풍경은 안락하고 우아하다.
디모레 스튜디오의 창립자인 에밀리아노 살치 Emiliano Salci와 브릿 모란 Britt Moran이 2014년 설립한 갤러리. 19세기에 지은 팔라초 2층에 자리하며 원래는 두 창립자가 거주할 목적이었으나 6개의 방으로 구성된 갤러리로 변모시켰다. 이탈리아와 해외의 중세 작품과 컨템포러리 디자인 오브제, 디모레밀라노 브랜드를 통해 제품을 선보인다. 디자인 역사에서의 역할과 컨셉트, 장인 정신, 모양과 기능, 전통과 혁신의 결합을 기준으로 역사적인 작품을 컬렉션에 포함하며 현대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리빙 미학과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시대를 초월하는 우아함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2021년 디모레 갤러리의 첫 번째 스타일은 과거와 현재의 대조, 이탈리아의 편안한 분위기, 서로 다른 스타일의 소통을 주제로 삼았다. 회색부터 갈색으로 이어지는 은은한 컬러를 바탕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리빙 컬렉션과 엘리사 몬테소리의 아트 피스, 디모레 갤러리만을 위해 독점 제작한 아티스트의 아이템을 한자리에 그러모았다.
web www.dimoregallery.com
대비와 은유, 편안함을 강조한 공간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은 거실이다. B&B 이탈리아가 1960년대 제작한 마리오 벨리니의 모듈 소파와 아프라&토비아 스카르파의 1970년대 사이드 테이블 두 개를 나란히 두어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뒤쪽에는 지노 사르파티의 1074 플로어 조명 세트와 엘리자 몬테소리의 예술 작품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완성했다.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리면 시간을 관통한 오스발도 보르사니의 책장이 따뜻하고 우아한 형태를 드러낸다. 그 앞에는 까시나가 1960년대 선보인 920 안락의자와 가브리엘라 크레스피의 상징인 타볼로 스컬투라 테이블을 두었으며, 조지 넬슨의 풍성한 버블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대칭을 주제로 삼은 또 하나의 거실은 튜브형 프레임에 인상적인 그린 컬러 벨벳을 더한 B&B 이탈리아의 르 스텔레 암체어와 흰색 수술을 더한 가르보 실링 조명으로 시선이 먼저 향한다. 광택이 나는 크롬 도금 황동으로 가장자리를 두른 루이지 카치아 도미니오니의 유리 테이블과 폰타나 아르테가 제작한 니나 테이블 조명을 배치했고 엘리자 몬테소리의 작품 ‘파르팔레’를 걸어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맞서고 어우러지는 강렬한 디자인
중앙 통로를 따라 배치된 작은 방 중 한곳에서는 가브리엘라 크레스피의 걸작을 감상할 수 있다. 대나무, 목재 구조, 강철과 황동을 더해 제작한 1976년작 라이징 선 베드다. 아티스트는 대나무를 중요한 요소로 여겼는데 힘과 유연성, 따뜻함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빛을 투과시키는 방법으로 적합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침대 곁에는 1940년대 크리스털로 만든 테이블과 청동 유리와 황동을 소재로 사용한 파보 티넬의 조명을 두어 자신의 독특한 스타일과 화려함, 미학이 돋보이게 했다. 2019년에 선보인 스쿠도 벽 조명은 가브리엘라 크레스피의 1976년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리에디션이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인상적인 조명 아래에는 검은색 래커를 칠한 코너형 컵보드 만토바 우노를 두어 공간 전체의 색채 대비를 강조했다. 테라스 맞은편의 객실에서는 아프라&토비아 스카르파가 1975년에 선보인 바실리안 의자와 테이블 세트를 감상할 수 있다. 바실리안의 섬세하고 직선적인 제품 옆에는 1952년에 제작된 플라비오 폴리의 샹들리에와 안젤로 리의 12477 플로어 조명을 매치해 강렬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잠시 머물고 싶은 장소는 아늑한 서재를 연상시키는 창가 자리다. 1940년대 후반에 탄생한 오스발도 보르사니의 모듈식 선반 시스템과 루이지 카치아 도미니오니의 스튜디오 안락의자, 피에로 치사의 플로어 조명, 파리에서 활동 중인 현대 아티스트 피에르 마리의 부케 파르푸메 러그를 매치했다. 비율, 부피, 시각적 무게의 균형이 돋보이는 우아한 공간이다.
가브리엘라 크레스피의 리에디션
디모레 갤러리의 시즌 스타일링 포인트가 된 가브리엘라 크레스피의 여러 작품. 그는 1950~80년대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를 완성한 이탈리아의 아티스트로 장인 정신과 예술성을 결합한 가구 디자인과 주얼리, 조각 작품을 고안했다. 그녀가 사망한 이후 그의 딸 엘리자베타 크레스피가 어머니의 작품을 장인들과 함께 리에디션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2019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 동안 디모레 갤러리에서 진행한 리에디션 전시를 계기로 꾸준히 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