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지같이 새하얀 바탕에 부부의 취향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집을 만났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디자인 가구와 다채로운 소품이 가득해 집주인의 감각적인 안목이 단번에 느껴졌다. 거실에서는 푸릇푸릇한 숲이 바라보이고 부엌은 북한산을 오롯이 담고 있어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뷰를 자랑하는 165m²의 집은 편집자 김경은 씨와 음반기획자로 활동하는 그녀의 남편이 함께 살고 있는 두 번째 보금자리다. 애초에 집을 살 생각은 아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계획이 수정되면서 이사를 계획하게 되었고, 기존에 살고있던 집과 그리 멀지 않은 은평구 폭포동을 선택했다. “북한산을 바라보고 있어 주변 풍광이 참 좋아요. 출퇴근을 한다면 위치가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저희 부부는 집이 곧 일터이기에 문제될 게 없었죠. 워낙 조용한 동네라 마음에 들었어요”라며 아내가 입을 뗐다. 계획에 없던 큰 결정을 내린 부부는 급하게 공사를 해줄 인테리어 업자를 찾았고, 그간 눈여겨봤던 모모모인테리어의 마미지 실장에게 인테리어를 맡겼다.
“이렇게 리모델링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실장님과 첫 미팅때 가장 중요하게 강조했던 것이 남편을 위한 오디오룸과 제가 사용할 서재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무몰딩 인테리어에 도화지 같은 공간이었어요.” 이미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나 조명, 기물이 꽤 많았기에 기존의 물건을 효과적으로 수납하는 동시에 인테리어와 잘 어우러지는 것이 리모델링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이었다. “다구나 그릇 등의 소품이 많기 때문에 다이닝룸에 이를 진열해둘 수 있는 장식장이 꼭 있었으면 했어요. 또 한 가지 중요했던 것이 지금 거실에 있는 까시나 소파인데요, 이사할 생각 없이 먼저 소파를 샀거든요. 만져 보고 너무 편해서 아무 생각없이 덜컥 구매했는데, 볼륨감도 있고 존재감이 커서 마미지 실장님께 이에 어울리는 가구와 소품을 추천받았어요”라며 아내가 설명했다. 까시나의 마라룽가 소파 옆으로는 한스 베그너의 CH28 빈티지 라운지 체어와 카스티 글리오니의 스툴, 모던한 매력의 세르주 무이 벽 조명을 걸고 맞은편 다이닝 테이블로 클래시콘의 팔라스 테이블과 비너 스 체어 그리고 구조적인 형태가 아름다운 잉고 마우러의 야야호 시리즈 조명을 선택했다.
사실 가구도 가구지만 아파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노출형 천장도 실내 분위기를 색다르게 연출하는 데 한몫했다. “아름다운 오브제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높은 천장고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어요. 보통 주거 공간에서는 노출 천장이 흔한 시공은 아니기에 철거 전 다양한 변수를 예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랐지만 좋은 결과물을 얻은 것 같아요. 인테리어 요소를 최소화하고 집주인의 생활 패턴과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디자인이야말로 집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생각했죠”라며 마미지 실장이 설명했다. 가구와 소품 다음으로 이집의 또 하나의 백미는 식물이다. 식물을 좋아하는 부부는 마미지 실장의 집에 마련한 식물 온실에 마음을 빼앗겨 이를 그대로 본뜬 작은 온실을 만들었다. “이렇게 베란다에 온실을 만들고 보니 관상하기에도 편리하고 아파트라는 딱딱한 이미지가 조금은 지워진 것 같아 아주 만족스러워요. 겨울이 지나고 봄을 맞으면서 식물을 하나둘씩 늘려가고 있어요” 라며 아내가 말했다. 집이 쉼을 위한 곳이자 일터인 이들 부부는 매일 아침 30분간 온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북한산을 바라보며 차와 함께 아침 식사를 즐기며 여유로운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한다. 부부는 그 누구보다 알차고 온전하게 ‘집’이라는 공간을 활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