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집은 너무나 당연하게 가족의 분위기가 묻어난다. 두 딸과 부부가 살고 있는 개포동의 115m² 아파트는 그들의 순수하고 밝은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리모델링을 담당한 마리스지니의 윤서진 실장은 그런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집을 완성했다. “집이란 그곳에서 생활하는 가족과 닮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유로 깨끗하지만 위트 있는 집으로 컨셉트를 정했어요. 가족들이 모난 것 없이 둥글둥글한 편안함과 함께 유쾌한 위트가 느껴졌거든요(웃음).” 둥근 아치 형태의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거실과 이어지는 주방은 화이트 톤으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네 개의 방은 각기 다른 색상을 과감하게 적용해 컬러가 주는 에너지와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반전의 묘미는 컬러뿐만 아니라 오브제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거실 벽면에 걸린 지에타 Zieta 스튜디오의 오브제와 그 앞에 놓인 둥근 곡선의 소파가 미니멀한 순백의 공간에 생기를 더한다. “거실은 지에타 조형물 오브제를 먼저 고르고 거기에 맞게 인테리어를 했어요. 거실에 있는 맞춤 수납장도 이 작품이 잘 보이도록 낮게 만들고 한쪽은 키 큰 장을 제작해 수납을 해결하고 소파도 그에 맞게 제작했어요.” 윤서진 실장이 설명했다. 부부의 침실 역시 달을 연상시키는 이탈리아 브랜드 카텔라니&스미스 조명을 먼저 고른 다음 그에 어울리게 연출했다. 밤에 달이 떠 있는 풍경을 그려놓은 듯 다크 그린 컬러로 거실과 상반되게 유도해 또 다른 공간으로 떠나온 듯한 기분이다. 부부의 침실이 이처럼 특별한 이유는 침대 옆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나타나는 환상적인 공간에 있다.
묵직한 분위기의 안방 욕실과 옐로 컬러의 파우더룸, 드레스룸으로 길게 연결된 이곳은 수납이 중요한 부부의 로망이 실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호캉스를 즐기는 부부를 위해 욕실은 멋스러운 질감이 특징인 블랙 타일로 고급스럽게 연출했고, 파우더룸은 옐로 컬러와 나뭇잎 패턴의 벽지를 매치했다. 수납을 위해 침실의 크기를 줄이고 팬트리룸을 들여 충분한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저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침실과 파우더룸이에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특별한 기분이 들거든요. 예전에는 잠잘 때 말고는 침실에 잘 안 들어갔어요. 지금은 쉴 때는 물론이고 저는 홈트도 하고 남편은 재택근무도 하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요. 공간이 넓어진 것도 아닌데 작지만 짜임새 있게 구성하다 보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워요.”
아내의 말처럼 이 집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완벽한 구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족이 자주 모여 얘기를 나누는 다이닝 공간 역시 그렇다. ᄃ자형 주방을 11자형으로 바꿔서 조리대를 좁히는 대신 가족이 넉넉하게 둘러앉을 수 있게 했다. 제작한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한쪽은 붙박이 ᄀ자 벤치를 두어 손님들과 다 같이 즐기기에도 넉넉하다. 다이닝 테이블 맞은편에는 작은 홈카페를 만들었다. 조리대가 좁아서 불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아내는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새 집을 리모델링했던 이유는 주방 때문이었어요. 식탁 놓을 자리도 충분하지 않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리모델링을 하면서 무조건 넓기만 하다고 좋은게 아니라 얼마나 짜임새있게 구성하느냐가 중요한지 알았어요. 쓸모없이 버려지는 공간 없이 알차게 활용했어요. 조리대도 좁아 보이지만 혼자 쓰기에는 충분하더라고요.”
네 가족이 사는 집은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히 걷어내고 효율적으로 정리해 가족들을 위한 집으로 재탄생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방도 딸들이 원하는 기능을 충분히 담아내며 아늑하고 화사하게 완성했다. “저는 이곳을 힐링 개포라고 불러요. 공사를 하면서 정말 즐거웠고, 전혀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이 가족을 만나면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미팅 시간이 재미있어 힐링하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윤서진 실장의 말처럼 가족은 다이닝 테이블에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집의 크기에만 집중하고, 예쁘게 꾸미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을 만족시키고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의 본질이 자기 본을 되새기게 하는 집을 만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