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뛰어난 안목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클라이언트에게 선물한 집을 만났다. 모던함에 클래식한 무드를 더한 이 집은 이제 세 식구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차례다.
소파 앞으로 TV와 커피 테이블을 배치하는 일반적인 거실과 달리 커다란 다이닝 테이블과 지근욱 작가의 작품을 건 모습이 인상적이다. 컬러로 각 방에 포인트를 줬다면 거실과 주방은 화이트와 어우러지는 은은한 파스텔 톤의 소품을 매치해 언제든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과 흔들리지 않는 주관을 갖기란 쉽지 않다. 이는 개인적인 공간인 집을 디자인할 때도 예외가 아니다. 나와 내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이지만, 어떤 구조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지, 어떤 무드가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지 또 어떠한 동선이 효율적인지 등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직접 경험하지 않 고서는 확신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머릿속으로 이상적인 집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때로는 무조건적으로 믿음이 가는 디자이너에게 모든 결정을 위임했을때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수도 있는 법. 아내 박교영씨와 남편, 음악 공부를 하고 있는 중학생 딸 그리고 반려견 개토리가 함께 살고있는 257m2 의 집이 이 사실을 증명했다.
거실 한쪽 벽에 만든 붙박이장에는 아내가 좋아하는 디자인 소품을 진열했다.
아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간 눈여겨봐온 공간와이 한수연 실장에게 인테리어와 전반적인 스타일링을 의뢰했다. “이전 집은 새 아파트라서 별도의 리모델링이 필요 없었어요. 신혼집 이후 이번이 두 번째 리모델링이었죠. 평소 인스타그램을 통해 봐왔던 한수연 실장의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어요.” 박교영씨가 말했다. 그녀는 사실 본격적인 이사 계획에 앞선 1년 전 한수연 실장을 찾았고, 두 번째 만남에 계약금을 치를 만큼 디자이너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저는 지금까지 클래식과 모던을 적절히 섞은 스타일을 즐겼는데, 클라이언트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모던한 것보다는 클래식한 분위기를 선호하더라고요. 기존에 작업했던 현장보다 클래식한 요소를 조금 더 추가해도 좋겠다 싶었어요. 집의 크기에 비해 가족 구성원이 적은 편이라 방이 많이 남는 감도 있었어요. 공간별로 재미를 줄 수 있는 여지가 많아 특별한 제약없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었어요”라며 한수연 실장이 말했다.
아내 박교영씨와 남편, 중학생 딸 그리고 반려견 개토리의 단란한 모습이 정겹다.
일반적으로 디자이너의 역할은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에 맞춰 약간의 양념만 가미해서 인테리어를 완성하지만, 이번 작업은 특별한 요구사항없이 말 그대로 ‘알아서 해주세요’ 하고 요청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디자이너는 심도 깊은 고민과 함께 자료 조사의 기간도 더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이 집은 각 공간마다 역할과 포인트가 확실했는데, 특히 시원하게 뻥 뚫린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안방 욕실이 눈에 들어왔다. 일상이 이뤄지는 곳이지만 한수연 실장은 클라이언트에게 욕실만큼은 집 같지 않은 공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안방으로 들어가는 중문을 열면 보통 가정집에서 볼 수 없는 통유리로 제작된 바스와 건식 세면대로 구성된 독특한 형태가 인상적이었다. 대체로 벽 조명이나 매립 조명을 설치하는 욕실과 달리 묵직한 펜던트 조명을 달아 클래식한 해외집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것.
방으로 들어가기 전 현관에 자리한 세면대. 요즘같은 코로나 시대에 지인이 놀러왔을때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거실 역시 주객이 전도된 모습으로 남달랐다. 보통 TV가 놓이는 자리에 커다란 다이닝 테이블과 그 앞으로 지근욱 작가의 작품을 걸었다. 사실 다이닝 테이블이 거실로 나오기까지는 구조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주방의 한쪽 벽면 수납장을 열면 보조 주방이 나와요. 요리를 즐기지 않는 집주인한테는 최대한 잡다한 물건을 숨길 수 있는 여유 공간이 필요했어요. 매일 모델하우스처럼 살 수는 없잖아요(웃음). 안 보이는 곳에서는 마음껏 편하게 쓰고, 보이는 곳에 서는 단정하고 근사하게 쓸 수 있도록 안쪽으로 보조 주방을 만들었죠. 그러다 보니 메인 주방이 앞으로 나오면서 식탁을 둘 자리가 애매해졌어요.” 한수연 실장이 설명했다. 식탁을 거실 한가운데 두어야 하는 과감함이 뒤따랐지만 클라이언트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다른 집과 차별화된 구조와 무드가 완성되었다.
채도가 높은 블루 톤의 가구와 소품으로 통일감을 부여한 주방.
이외에도 부부 침실은 블루, 딸아이의 침실은 핑크, 공부방은 퍼플 등으로 방마다 포인트 컬러를 달리해 각각의 공간마다 색다른 색상에 따른 독특한 감성을 부여했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족 모두 일과 공 부, 여가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서 좋아요. 혹여 다음에 이사를 하거나 딸아이가 결혼을 하더라도 실장님께 작업을 부탁드릴 것 같아요” 라며 아내는 새로운 집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채도가 높은 블루 톤의 가구와 소품으로 통일감을 부여한 주방.
두오모에서 구입한 놀의 다이닝 테이블과 디에디트에서 제작한 다이닝 체어, 지근욱 작가의 작품이 한데 어우러져 잘 정돈된 가구 쇼룸을 보는 듯하다.
욕실 한가운데 자리한 세면대는 건식으로 사용 중이다.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세면대 타일이 시선을 끈다.
안방의 포인트 컬러는 블루다. 침대는 스웨덴의 명품 침대로 불리는 해스텐스제품.
욕조 위로 부피가 큰 펜던트 조명을 달아 해외 호텔의 스위트룸 욕실과 같은 분위기를 완성했다.
라운드 아치가 인상적인 주방. 붙박이장을 열면 그 안으로 보조 주방이 나온다. 주방 가구는 키친리노에서 제작.
세 식구의 반려견 개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