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최성욱, 신혜영 씨 부부는 살던 집을 고치기 로 마음먹었다.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고, 재택근 무가 잦아지며 집이라는 공간이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살던 집을 고치는 거라서 변화에 대한 니즈가 명확했다. 첫 번째로 집 한 켠을 오피스 공간으로 만드는 것. 두 번째는 멀티룸을 만들어 만화책도 읽고, 게임도 할 수 있 는 휴식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부부는 플레이스투비를 찾 았다. 서동민 실장은 먼저 집이 코너에 위치해 있어 건물 뒤의 판 교숲을 다각도로 감상할 수 있는 것에 리모델링 포인트를 뒀다 . “건물이 자연에 둘러싸인 곳에 앉혀 있었어요. 거실 확장이 안 돼 있고, 창이 두 겹이라 밖의 풍경이 보이지 않았죠. 거실을 확장하 고 창호를 교체하는 것으로 디자인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난 간을 없애니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인 푸른 자연이 선명하게 보이 기 시작했어요.” 화이트를 메인 컬러로 설정하고 창밖의 자연과 집 안이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나무 소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니 안과 밖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완성됐다.
간결한 선 정리와 감각적인 소재의 선택으로 확장감을 부여하는 그의 디자인은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먼저, 부부가 최우선으로 필요로 했던 오피스룸과 멀티룸 사이의 벽에 기다란 창을 내 시선이 이어지게 한 것이 돋보인다. 복도 측 멀티룸의 벽을 철거하고 유리로 마감해 창을 통해 주방까지 시선이 닿는다. 멀티룸은 집의 주조색인 화이트보다 조금 연한 회색으로 벽과 천장을 마감했다. 너무 어두운 색감은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거실과 다른 영역이라는 느낌만 표현한 것. 오피스룸 책상 앞에 앉으면 왼쪽으로는 창을 통해 푸른 산이 보이고, 앞에는 기다란 창을 통해 멀티룸이 보이는데, 살짝 톤 다운된 색감이 왠지 안점감을 준다. “눈앞에 벽이 있으면 공간의 깊이가 얕지만, 창이나 유리를 통해 레이어를 쌓으면 심리적으로 더 넓어진 느낌 그리고 시각적으로 확장감이 듭니다.” 오랜 시간 집에 머무르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창이나 유리 같은 장치를 부여하면 매번 다른 관점으로 공간을 발견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 서동민 실장은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 최성욱 씨를 위해 주방 또한 세심하게 매만졌다. 벽을 향했던 싱크 구조를 중앙 아일랜드 형식으로 바꾼 뒤 옆에 6인용 원목 상판의 테이블을 둬 동선을 정리했다. 남편이 그동안 모은 그릇을 정리할 수납장은 주방 한쪽 면에 벽처럼 세워 넉넉하게 적재할 수 있게 했다.
침실은 바닥 마감재를 블랙 강마루로 선택해 차분한 휴식을 유도했다. 검은색이지만 칠흑 같은 깊은 어둠이 아니라 빛이 반사되면 은은하고 아늑한 회색빛이 난다. 타일은 관리에 편리한 장점이 있지만 오래 걸으면 비교적 피로감을 주기에 침실과 오피스룸은 마루 소재를 선택했다. 헤드보드와 침대 프레임은 웜 그레이로 거실의 분위기를 중화시킨다. 침실에서 욕실로 통하는 문은 기존 두 짝 미닫이문을 철거하고 무문선 회전 도어를 설치했다. 닫았을 때 벽과 일체감을 줘 군더더기 없지만, 문을 열면 크리미한 색감의 욕실이 보이며 공간이 깊어진다. “문이라는 요소가 그저 드나들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공간을 잇고, 때로 서로 흡수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길 바랐습니다.” 서동민 실장이 설명을 더했다. 살던 집을 고치는 것은 때로는 큰 결심을 요한다. 하지만 그들 부부는 기존의 집에 살면서 문제점을 파악했고, 필요한 부분을 디자이너에게 정확하게 전달했다. 그렇게 완성된 집은 부부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