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오월의 권현옥 디렉터와는 오래된 연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그녀의 신혼집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녀는 상업 공간을 주로 설계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이후 대학원을 다니면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더 깊게 공부했다. 브라운 컬러가 많았던 신혼집은 직접 디자인하고 스타일링을 한 그녀의 첫 번째 주거 공간과도 다름없었다. 그리고 꽤 긴 시간이 지나 그녀와 다시 만났다. 이제 그녀는 1인 회사로 인테리어 오월이라는 회사를 8년째 운영하고 있었고, 이번에도 직접 디자인한 자신의 집을 가장 먼저 <메종>에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아직도 명함을 갖고 있을 정도로 신혼집 취재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지금 보면 약간 부끄럽기도 하지만요, 저한테는 의미가 있었던 집이었죠. 이번 집은 저희 가족이 타운하우스와 아파트를 오가면서 생활하기 위해 마련했어요. 해보고 싶은 것을 과감하게 해볼 수 있었던 기회였죠”라며 권현옥 디렉터가 집을 안내했다. 2층에 위치한 이 집은 창문만 보면 자칫 단독주택인가 싶을 정도로 바깥의 녹음이 가까이 보인다. 덕분에 분명 아파트이지만 왠지 땅과 맞닿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녀는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이 집을 선택했다고 했다. 녹음이 우거진 바깥 풍경을 배경으로 두고, 집 내부는 그녀가 좋아하는 부드러운 브라운과 베이지, 그레이 톤으로 마감했다. 이 집의 가장 큰 키워드는 색감과 디테일한 제작 가구 그리고 음악이다.
통통 튀는 컬러 대신 중성적인 색감이 집 안 전체를 감싼다. 매끄럽게 도장한 벽면과 비슷하게 어우러지는 색감의 가구 덕분에 어디에 시선을 두어도 편안하다. 이전 신혼집이 브라운 컬러를 과감하게 드러냈다면 지금 집에서는 공간에 있는 듯 없는 듯 부드럽게 흘러간다. 색감이 직관적으로 와닿는 키워드라면 디테일한 제작 가구는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오랜 시간 사용해도 휘지 않도록 철제 스틸로 프레임을 짜서 만든 중문과 방문이라든지, 갖고 있는 살림살이를 미리 정확하게 계산해서 맞춘 제작 가구들은 설명을 듣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중에 디자인 가구가 많긴 하지만 눈에 맞는 가구는 금액대가 점점 높아지고 또 자신의 집에 꼭 맞는 가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고객 집의 인테리어를 할 때도 제작 가구를 많이 사용해요. 내가 사용하기에 편한 가구를 딱 맞게 넣었을 때의 쾌감 같은 것이 있거든요. 저희 집도 아이들 방은 물론, 거실과 주방, 서재, 침실 곳곳에 가구를 제작했어요. 동선이나 집의 크기에 맞게 맞추니까 편리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인덕션 바로 아래에는 조리 도구를 넣을 수 있는 서랍을 제작한 것처럼 말이죠.” 권현옥 디렉터의 말처럼 집 안에 놓인 가구의개수가 적지 않고 큼직한 데 비해 집 전체가 정돈돼 보이는 이유는 제작 가구로 수납을 완벽하게 해결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독특한 점은 모든 공간에 오디오가 있다는 것이다.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할 때 음악을 위한 오디오나 그림 작품도 함께 제안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마치 가구를 고르듯 오디오나 작품을 인테리어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분이 많아진 거죠. 저도 처음에는 오디오에 대해 잘 몰랐는데요, 우연히 오디오 컬렉터를 만나면서 흠뻑 빠졌어요. 이제는 공간에 꼭 두어야 할 필수 요소로 생각하게 됐죠”라는 그녀의 말처럼 거실을 비롯해 복도 끝, 주방 그리고 서재와 침실까지 그 공간에 어울리는 오디오와 라디오를 두었다. 이는 어느 곳에서도 항상 음악과 라디오를 듣는 취미를 반영한 아이템이다. 권현옥 디렉터는 자신의 집을 디자인하면서 소재나 가구, 설계적인 측면에서 실제로 사용해보고 느낀 점을 토대로 앞으로 하게 될 디자인에 반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객을 친구처럼 생각하면 친구의 집을 디자인한다는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그녀는 집을 디자인하는 데 진심이다. 때문에 많은 공사를 진행하지는 못해도 의뢰한 고객에게 제대로 집중하기 위해 1인 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집을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조금씩 구체화하면서 그 꿈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집을 디자인하는 일은 해도 해도 새롭고 재미가 있어요. 계속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고요.” 권현옥 디렉터의 말을 들으며 10년 전에 기대했던 마음처럼 또 한층 깊이를 더할 미래의 그 집이 몹시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