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타워에 도도하게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반긴다. 냉장고 위 까만 고양이가 방문객을 쳐다보고 있다. 고양이들이 먼저 반기는 이 집은 디자인 스튜디오 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이뮤를 운영하고 있는 부부 신소현 씨와 전민성 씨의 두 번째 신혼집이다. 결혼 6년 차 부부는 지난 2월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했다. 오이묘, 오동이, 코점이 세 마리의 반려묘와 워커홀릭 부부가 공생하며 살아가는 이곳은 부부를 위한 집이기도 하지만 고양이를 위한 집이기도 하다.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이들 부부는 워라밸을 찾기 위한 시도로 사무실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결심했다. 이런 결심에는 세 마리의 고양이를 보살피고 함께하기 위함이 컸다. 사무실 주위에서 밥을 주던 길냥이들 을 자연스레 사무실에서 키우다 보니 주말에도 어김없이 고양이를 위해 출근했고 이제는 집으로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더 넓고 테라스가 있는 보금자리로 이동한 것이다. 오래 전 이들 부부에게 명함 디자인을 의뢰하면서 맺어진 인연으로 EDND 이민우 실장이 이번 집의 리노베이션을 맡았다. “집 안 곳곳에 고양이를 위한 요소가 있기를 원했어요. 그래서 거실의 큰 창을 끼고 있는 코너에 캣타워를 제작해 고양이들이 창 너머를 구경할 수 있게 꾸몄어요. 주방의 냉장고나 상부장도 천장과 맞닿지 않고 공간을 넉넉하게 두어 고양이들이 올라가서 머무를 수 있게 했어요. 침실의 침대 헤드보드 역시 고양이들이 올라가서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제작했고요.” 이민우 실장의 설명처럼 집 안에는 고양이들에게 최적화된 요소로 가득했다.
높은 곳에 올라가길 좋아하고 잘 숨는 고양이의 특성상 숨을 수 있는 장소와 수직공간이 인테리어 요소처럼 스며들어 있었다. 집 안에 간이 박스처럼 있는 주방 옆은 데드 스페이스를 살려 고양이 집과 사료를 보관할 수 있는 수납함을 만들었다. 고양이를 위한 것이지만 이 집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시그니처 요소이자 두 부부를 위한 공간처럼 다가왔다. 고양이를 위한 장소에는 늘 부부를 위한 공간이 함께 공존한다. 꽤 간결하다. 거실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으로 홈 오피스처럼 꾸몄다. 아내의 위시리스트였던 아르텍 테이블을 중간에 크게 두고 한쪽 벽에는 스트링 시스템을 설치해 그동안 작업했던 작업물과 책 등을 진열했다. 작업을 하다 보면 캣타워에서 놀거나 아래 작은 집에서 사료를 먹다 올라와 함께 일을 하기도 한다. 거실과 맞닿아 있는 테라스도 고양이들이 넘어가지 못하도록 높은 펜스를 둘렀고 아래에는 고양이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작은 구멍을 뚫어놓은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이 집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요소는 컬러다. 현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주방은 공간 속 또 다른 공간으로 파스텔 그린 컬러의 상판과 자작나무, 흰색 타일이 어우러지며 그 속에 까만 고양이 두 마리가 앉아 있으니 마치 동화 속 주방 같다. 고양이들의 전용 건식 화장실도 파스텔 톤 그린과 블루 컬러가 조화를 이룬다. 세면대 아래는 과감하게 하부장을 없애고 고양이 화장실 세 개를 두었고 건식으로 청결을 유지할 수 있어 일반적인 집 화장실과는 다른 색다른 인테리어가 완성되었다.
“오이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색과 취향을 집에도 녹여내고 싶었어요. 오이뮤 대표님의 취향을 반영해 컬러를 사용하고 아기자기한 요소를 추가했어요.” 이민우 실장의 설명을 들으니 곳곳에 아내 소현 씨의 취향이 엿보였다. 아내가 발품을 팔아 직접 구한 빈티지 조명과 화장대의 손잡이까지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함께 오이뮤를 운영하는 부부에게는 일이 곧 삶이자 즐거움이며 자신들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었다. 이들 부부가 함께 일하면서 조율하고 만들어가는 그들의 취향과 화합처럼 이 집 역시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수월하게 수행해낸 것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고양이들을 보면 책임감이 생기면서 일을 더 하게 되고요. 사료값을 벌어야 하니까요(웃음). 우리만 맹목적으로 바라봐주는 존재이기에 더욱 소중해요.” 오이묘와 오동이, 코점이를 가족의 일원으로 배려하고 함께하는 소현 씨의 마음처럼 이들 부부와 세 반려묘, 다섯 식구가 상생하며 서로에게 기쁨이 되어주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모든 집의 이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