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바 같은 색다른 사무 공간을 제공한 스톡홀름의 삼센 Samsen
과거 획일화되고 경직된 사무 환경과 달리 최근에는 사무 공간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일터가 아닌 일과 휴식이 공존하고, 일하는 방식에 따라 효율적이고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무 환경이 시도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진화한 해외 오피스 인테리어 사례를 모았다.
와인 바를 컨셉트로 디자인 스튜디오 노트디자인이 완성한 삼센의 오피스. 두툼한 석회암 석판으로 만든 맞춤형 바와 캐비닛, 와인 냉장고를 비치해 실제 와인 바를 구현했다. ©Joakim Johansson
STOCKHOLM 디지털 기술 컨설팅 회사
와인 바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곳은 스톡홀름 중심부에 자리한 디지털 기술 컨설팅 회사 삼센 Samsen이다. 삼센은 스톡홀름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 노트디자인 Notedesign에게 독창적인 컨셉트의 사무실 인테리어를 의뢰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출퇴근의 유연성과 직원들의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새로운 사무실에 대한 비전을 계획했다. 따라서 직원들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출근해 사용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와인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삼센의 창립자는 ‘와인 바’ 컨셉트라는 독특한 선택을 내렸다. “그들은 전형적인 사무실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어요. 대신 와인 바에서 일하고 싶다고 강조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에게 색다른 것을 제공하고 매일 출근하는 것 외에 진정한 가치를 더하는 것이었어요”라며 노트디자인의 인테리어 건축가 수자나 와흘린 Susanna Wåhlin이 말했다. 또한 삼센은 매일 24시간을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비교적 좁은 공간임에도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곳의 주방 가구는 코펜하겐 기반의 브랜드 리폼이 디자인했다. ©Joakim Johansson
벽과 커튼, 벽 선반은 포근한 황갈색 팔레트로 통일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러개의 의자를 배치해 직원들이 자유롭게 간식과 음료를 즐기면서 일할 수 있다. ©Joakim Johansson
다양한 유형의 업무와 고객 응대, 업계 동료와 지인을 접대할 수 있는 공간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변화하는 유연한 좌석이 필요했다. 첫 번째 룸에는 식사나 미팅을 할 수 있는 커다란 공용 테이블을 배치했으며, 다른 곳에는 스툴이 줄지어 있는 바와 3개의 카페 테이블 그리고 큰 창 아래에는 ᄀ자 벤치를 두었다. 인테리어는 일본의 바와 레스토랑에서 영감을 얻어 어두운 목재를 기반으로 완성했다. 따스하고 차가운 색상과 재료가 균형을 이루고 목재와 콘크리트, 강철 등 단단하고 현대적인 소재를 결합해 디테일을 더했다. 벽에 설치한 나무 캐비닛은 일본식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두 개의 룸을 나누는 커튼 또한 시선을 끈다. 주방 가구는 포근한 황갈색 팔레트와 대조되는 코펜하겐 기반의 리폼 Reform이 디자인한 브러시 메탈 유닛으로 구성했으며, 두툼한 석회암 석판으로 만든 맞춤형 바 그리고 캐비닛과 키 큰 와인 냉장고와 어우러져 실제 와인바의 모습을 구현해냈다. 다소 뚜렷한 컨셉트 때문에 ‘반사무실’적인 느낌이 강할 수 있지만, 사무실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실용적인 기능이 곳곳에 존재한다. 모든 좌석에는 전원 콘센트를 배치하고 커튼 뒤로는 화이트 보드를 숨겨두었으며 2개의 대형 스크린은 프레젠테이션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삼센은 코로나19가 오랜 직장의 트렌드를 바꿨다며 재택근무가 직장인들의 기대치를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직원들은 일터로 나와 일하고 회의를 열기도 하며 때로는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정확히 삼센과 노트디자인이 의도한 대로 말이다.
식사와 미팅을 위한 큰 공용 테이블이 있는 미팅룸. ©Joakim Johansson
따뜻한 황갈색 베이스에 차가운 색상의 커튼이 조화롭다. ©Joakim Johansson
알약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인도 제약회사 인테리어
과거 획일화되고 경직된 사무 환경과 달리 최근에는 사무 공간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일터가 아닌 일과 휴식이 공존하고, 일하는 방식에 따라 효율적이고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무 환경이 시도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진화한 해외 오피스 인테리어 사례를 모았다.
캡슐 알약의 둥근 형태가 눈에 띄는 메인 복도. 아치형 천장이 자연스러운 원근법을 형성하며 웅장함이 배가된다.
INDIA 제약회사
이토록 장엄하고 웅장한 사무실은 어떤 일을 할지 짐작 가는가? 자세히 살펴보면 힌트가 되는 요소가 곳곳에 있다. 아치형 천장을 비롯해 모든 모서리는 둥글게 처리되어 있으며, 문과 벽 패널에는 알약 모양의 몰딩이 보인다. 또 바닥에는 의료 십자가 기호 패턴이 이어진다. 이곳은 인도의 제약회사 자디어스 캐딜라 Zydus Cadila의 사무실로 회장부터 고위 간부의 사무 공간과 회의실로 구성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람 술탄 Iram Sultan은 자디어스 캐딜라 오피스를 디자인하기 위해 일반적인 의약품인 캡슐 형태의 약과 알약에서 시각적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대리석 바닥에 있는 의료 십자가 기호는 자디어스 캐딜라의 로고에서 파생된 형태이기도 한데, 이 형태와 캡슐 알약 모양은 사무실 전체 층에 걸쳐 확장돼 공간 곳곳에서 보이는 요소뿐만 아니라 가구 디자인에도 녹아 있다.
사무실은 따스함을 더하기 위해 벽면을 참나무 베니어로 마감했고, 하부는 돌로 만든 회색 벽 패널로 부드러운 터치를 더했다.
대리석, 나무, 패브릭, 청동 등 다양한 소재가 조화를 이루며 부드러움 속에서도 강함이 느껴진다.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약을 개발하는 부서의 회의실은 바위 모양을 닮은 크고 어두운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식물성 재료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은 수제 도자 작품을 두었다.
이는 회사에서 하는 일을 사무 공간에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예를 들면 이사회실에는 과학 방정식과도 같은 수로 덮인 카펫 위에 묵직하게 놓인 테이블 앞부분에는 십자가 모양의 조각이 표면에 점재해 있다. 또 다른 회의실에는 말린 꽃으로 상감된 알약 모양으로 옻칠한 테이블이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캡슐 모양과 십자가 형태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해 표현한 것이 꽤 흥미롭다. 오가닉 제품을 개발하는 부서의 회의실에는 제품에 들어가는 식물성 재료를 추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작은 수제 도자 작품을 만들어 벽면에 걸어놓고, 그 앞에는 돌 모양을 모방한 테이블을 두었다. 일반적인 획일화된 사무 공간과 달리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디테일을 의도적으로 녹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사무실 역시 사용자의 성격과 작업 가능한 요건으로 맞춤 제작되어 다른 디자인의 사무 공간을 살펴볼 수 있다. 한 사무실에는 돌로 만든 부드러운 회색 하부 벽 패널이 있고, 다른 곳에는 가벼운 베니어로 마감된 벽과 긴 책상이 있다.
자디어스 캐딜라만을 위해 직접 제작한 카펫은 자디어스 캐딜라의 로고 컬러 레드와 블루를 섞어 하얀 종이에 펼쳐진 모습이 수학 방정식 같아 흥미롭다.
다양한 자재 팔레트와 컬러와 패턴의 향연, 예술 작품 등이 균형을 이루며 드라마틱한 공간을 완성했다.
각각의 공간에는 따스한 나무부터 대리석, 돌, 청동 등 다양한 소재를 적용해 흥미로운 대조를 보이지만, 조화롭게 어우러져 균형을 이룬다. 사무실을 보다 완벽하게 완성하는 데는 예술 작품의 역할도 크다. 아툴 도디야 Atul Dodiya, 아르피타 싱 Arpita Singh 등 인도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맞춤형 요소와 교묘한 디테일 그리고 예기치 못한 소재의 조합이 합을 이루듯 드라마틱하면서도 우아하게 완성되었다. 사무 공간의 모든 요건을 충족시키면서도 이 회사가 가진 맥락을 정확하고 재치 있게 풀어낸 자디어스 캐딜라의 오피스는 모든 회사가 꿈꾸는 이상향이지 않을까!
로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인 자코모 발라의 예술성이 담긴 집 카사 발라
자코모 발라의 집 카사 발라는 그의 찬란한 추상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의 미래주의적인 예술성이 돋보이는 역동적인 컬러와 패턴의 향연이 펼쳐지는 카사 발라는 둘러보는 내내 화사한 기운이 감도는 기분 좋은 에너지를 선사할 것이다.
비비드한 컬러의 벽과 기하학적인 가구로 꾸민 자코모 발라의 딸 엘리카 발라 Elica Balla의 침실. ©GIACOMO BALLA, by SIAE 2021
프랑스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본 ‘수련’의 연못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네의 집은 아름다운 빛을 표현한 그의 걸작처럼 초록으로 칠한 창문과 분홍 벽, 파란 타일, 온통 노란색인 방이 마치 살아 있는 또다른 예술 작품 같았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과거로의 시간 여행으로 예술가를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다. 또 예술가에 대한 이해는 물론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최근 로마 국립현대미술관 Maxxi에서는 팬데믹으로 흥미를 잃은 지루한 일상에서 미래주의 화가 자코모 발라 Giacomo Balla의 집을 둘러볼 수 있는 프로젝트로 새로운 활기를 불러일으켰다. 자코모 발라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로마 오슬라비아에 위치한 그의 자택 카사 발라 Casa Balla를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한 것이다. 이탈리아 중앙 복원 연구소와 이탈리아 은행, 국립현대미술관이 함께 오랜 복구 과정을 거친 지금, 자코모 발라와 그의 딸들의 작품으로 채워진 집을 복원할 수 있었다. 자코모 발라는 전통적인 미술 표현 영역에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묘사하며 새로운 화풍을 선보인 대표적인 미래주의 화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퓨처리즘, 미래주의 개념은 1910년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전위예술운동으로 기계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산업화 시대를 맞아 움직임, 속도, 역동성을 새로운 예술 소재로 승화시켰다. 자코모 발라는 움직임의 시각적인 환영과 현상을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탐구해 고차원적인 묘사 방법으로 표현하며 근대미술 양식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인물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작품은 ‘끈에 묶인 개의 역동성’으로 걷고 있는 주인의 발과 강아지의 움직임 그리고 흔들리는 끈의 움직임을 마치 만화책에서 봤던 것처럼 역동적이면서 위트있게 표현했다.
엘리카 발라의 침실은 그녀의 작품과 함께 아기자기한 아지트 같은 느낌이다. ©GIACOMO BALLA, by SIAE 2021
자코모 발라의 딸 루체 발라 Luce Balla의 침실은 가구, 인테리어 오브제, 수많은 그림과 조각 등이 어우러져 예술 실험실을 떠올리게 한다. ©GIACOMO BALLA, by SIAE 2021
카사 발라의 복도에는 마티스의 작품 속으로 들어온 듯한 컬러와 패턴의 향연이 펼쳐진다. ©GIACOMO BALLA, by SIAE 2021
복도 한 켠에는 자코모 발라가 딸 루체를 위해 만든 재킷이 걸려있다. ©GIACOMO BALLA, by SIAE 2021
그의 작품처럼 자택 역시 역동적이고 다채로우며 퓨처리스트 자코모 발라의 선구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1929년 부터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아내와 화가인 두 딸과 함께 거주하며 작업을 해온 곳으로, 가족의 손길이 곳곳에 닿은 하나의 문화유산과도 같다. 카사 발라의 정문에서 반기는 ‘Futur Balla’라고 새겨진 명패가 미래 여행을 떠나게 하듯 설레게 만든다. 입구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긴 복도는 파스텔 컬러의 추상적인 패턴으로 뒤덮여 낯선 세계로 온 것 마냥 동화적이다. 이곳에서 1972년 베니스 영화 비엔날레 황금 사자상을 수상한 <잭 클레멘테 Jack Clemente>의 이탈리아판 미래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된다고 한다. 복도를 지나면 부엌과 아름다운 욕실, 두 딸의 방과 빨간 서재가 나타나는데 계속해서 변화하는 갖가지 색채 무늬를 보는 만화경처럼 다양한 패턴과 컬러로 눈을 즐겁게 한다. 발라의 가족이 페인트칠을 한 문과 벽 앞에는 직접 만들어 사용한 테이블과 의자, 접시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도구와 오브제가 놓여 있다. 곳곳에는 자코모 발라와 그의 딸들 작품이 함께 놓여 있는데, 이것만 보아도 그의 가족이 얼마나 즐겁고 예술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즐겼는지 상상이 간다.
부엌에는 발라 가족이 만든 가구부터 테이블웨어로 완성했다. ©GIACOMO BALLA, by SIAE 2021
발라가 명상과 사고를 위해 만든 작은방 ‘스튜디오 로소’. ©GIACOMO BALLA, by SIAE 2021
거실에는 자코모 발라가 작업 중이었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GIACOMO BALLA, by SIAE 2021
민트 컬러의 욕실에는 이국적인 타일과 함께 직접 만든 선반이 있다. ©GIACOMO BALLA, by SIAE 2021
자코모 발라의 딸 루체 발라의 침실에 놓인 다양한 유리 작품. ©GIACOMO BALLA, by SIAE 2021
예술 실험실과도 같은 이곳은 자코모 발라가 ‘지속적인 창조’라는 미래주의적인 개념에 기반했기에 평범한 물건과 가구를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직접 만들었으며, 그림이나 조각과 함께 공존하는 창조적인 집이 완성되었다. 오늘날 일상에서 예술을 즐기는 우리처럼 1세기 전 자코모 발라는 평범한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아트를 선보인 것이다. 카사 발라 프로젝트의 큐레이터 도미틸라 다르디 Domitilla Dardi는 이렇게 말한다. “발라와 그의 딸들이 추구하는 미래는 예술과 삶의 연결고리일 것이다. 이는 현재, 즉 우리의 오늘날과 닮아 있다. 1970년대 디자이너들이 이런 접근 방법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지금 그들의 미래가 우리의 현재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카사 발라는 그저 자코모 발라와 그의 작품을 보다 심도있게 이해하는 그 이상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어쩌면 뉴노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새로운 통찰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자코모 발라가 살아 있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자코모 발라 가족의 거실은 아틀리에를 방불케 하듯 집과 작업실의 혼재를 보여준다. ©GIACOMO BALLA, by SIAE 2021
자코모 발라와 그의 두 딸인 엘리카 발라, 루체 발라. ©GIACOMO BALLA, by SIAE 2021
카사 발라 출입문에 달린 ‘Future Balla’ 명패가 미래로 인도하는 듯하다. ©GIACOMO BALLA, by SIAE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