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데우스 로팍 Thaddaeus Ropac 대표는 1983년 잘츠부르크에 첫 갤러리를 열었다. 그때 그의 나이는 23살이었고, 지난 40여 년 동안 갤러리는 현대미술과 함께 성장했다. 유럽의 런던, 파리 등 총 5곳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서울 한남동에 갤러리를 개관한다고 발표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한국과 오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서울에 아시아 최초 의 갤러리를 오픈하는 계획은 팬데믹이 유행하기 전부터 세웠던 것이라 예정대로 문을 열게 되었지요. 우리 갤러리는 이불을 비롯한 한국 작가들과 프로젝트를 함께해왔기에, 서울이 위대한 예술가와 세련된 컬렉터가 있는 활기찬 예술 도시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브렉시트 Brexit에도 불구하고 2017년 런던에 갤러리를 열었을 만큼 확신을 가지고 경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더군다나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서울의 개관 전시는 독일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 Georg Baselitz 의 개인전 <가르니 호텔 Hotel Garni>이니 기대가 크다. “한 명의 미술가를 선정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입니다. 첫 전시에서부터 우리 갤러리의 정수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게오르그 바젤리츠를 초대한 것은 그가 한국과 의미 깊은 연결고리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최초의 바젤리츠 개인전 <잊을 수 없는 기억: 게오르그 바젤리 츠의 러시안 페인팅>에 참여했는데, 한국 관람객들이 바젤리츠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놀라웠습니다. 이 전시로 인해 바젤리츠가 한국에 잘 알려지게 되었기에 그에게 한국 갤러리 개막 전시를 요청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바젤리츠는 1969년부터 작품의 구도를 거꾸로 뒤집어 그려왔는데, 이는 추상과 구상 사이를 탐구하고 형식을 비워내는 방법이자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이번에는 한국 전시를 위해 준비한 신작 회화 12점과 드로잉을 선보인다. 이렇듯 40여 년간 세계를 누비며 맹활약해온 갤러리스트의 집은 어떨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집은 유럽 곳곳과 미국에 여러 채 있지만 그는 <메종>을 위해 잘츠부르크의 빌라 엠슬레이브 Villa Emslieb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잘츠부르크는 그가 처음 갤러리를 열었던 곳이고, 작지만 유럽 문화가 아주 잘 어우러지는 도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집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 1618년에 만들어진 이 빌라는 18세기에 모차르트가 연주한 적도 있을 만큼 지역의 명소로 군림해왔다. 그는 1995년부터 이곳에 머물렀는데, 그간 갤러리에서 전시를 선보였던 게오르그 바젤리츠, 안토니 곰리, 요셉 보이스 Joseph Beuys, 로이 리히텐슈타인, 바스키아, 토니 크랙의 작품이 멋지게 전시되어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나는 이 모든 아티스트를 잘 알고 있고 그들과 오랜 시간 함께 일했습니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그들과의 만남은 갤러리스트로 큰 의미가 있지요. 예를 들어, 바스키아와 함께했던 전시에서 우리는 그의 모든 자화상 연작을 보여주었는데, 나는 운 좋게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직접 골라 소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 특별한 작품은 내 컬렉션의 초석이 되었지요.” 그의 환상적인 컬렉션은 여러 도시의 집에 전시되어 있고, 특별한 전시를 위한 대여 요청도 자주 받는다. 그는 미술관 전시에 작품을 빌려주는 것은 갤러리스트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생각하기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작품이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면 또 다른 작품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그의 집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잘츠부르크의 집에 새로운 작품을 걸면서, 뉴욕과 런던 집의 작품 디스플레이도 다시 살펴보게 된다. 특히 타데우스 로팍 대표는 오스트리아 출신답게 음악을 사랑하기에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자택으로 음악가를 초대해 작은 연주회를 갖기도 한다. “현대음악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 세기의 클래식 음악도 좋아합니다. 미술뿐 아니라 작곡가, 음악가에 대한 애정이 제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모차르트도 이 집에서 연주했고,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도 2년 전에 연주했습니다.”
그의 집은 섬세하고 정교한 20세기 유럽 디자인 가구와 현대미술 작품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모든 작품이 추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최근 정원을 대대적으로 손봤는데, 이는 조각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정원 또한 17세기에 만들어졌기에 정원사와의 면밀한 논의가 필요했다. “유럽은 한국처럼 엄청난 전통과 역사를 지녔습니다. 현대미술을 역사적 배경과 병치하는 것은 종종 흥미롭지만 나는 특별히 역사적인 건물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새롭게 선보이는 한국 갤러리는 현대식 건물이지요. 어떠한 공간이든 현대미술 작품과 배치하는 것은 항상 흥미롭습니다. 여러분도 나만의 공간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그는 한국 MZ세대 컬렉터에게 항상 미술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은 그가 전시했던 미술가들이 모두 거장이 되었지만, 40년 전에는 그들 또한 젊은 작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타데우스 로팍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알베로 베린톤 Alvaro Barrington, 올리버 비어 Oliver Beer, 멘디 엘 사예 Mandy El-Sayegh, 라엘 존스 Rachel Jones, 메간 루니 Megan Rooney 등 젊은 예술가를 소개해왔으며 젊은 미술가가 미래를 만드는 세대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다. “유행을 따르거나 히트 리스트를 요청하는 컬렉터들이 있어요. 하지만 나는 컬렉션은 지극히 개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전시를 많이 보고, 미술 작품을 보는 눈을 높여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안목을 갖게 되면 고유한 컬렉션을 누리고 즐길 수 있습니다.” 타데우스 로팍 대표의 아름다운 잘츠부르크 집을 보니 그가 성공하기까지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에너지는 일상에서 예술을 즐기고 만끽하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