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멋지게 산다 #SOFT FRENCH, 여자의 집

혼자서도 멋지게 사는 그와 그녀의 집

혼자서도 멋지게 사는 그와 그녀의 집
혼자 사는 것의 이점을 최대한 누리는 이들이 있다. 싱글남, 싱글녀로 사는 두 사람의 집을 보고 있으면 나 혼자 ‘멋지게’ 사는 것에 대한 로망을 잠시나마 누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집은 방의 개수를 줄이고 거실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새로운 레이아웃으로 구성한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루체플랜의 호프 조명이 화사한 거실. 3m에 달하는 긴 식탁을 두어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몄다. 격자무늬의 베란다 문에서 집주인이 좋아하는 프렌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집보다는 잘 꾸며진 카페처럼 느껴지는 40대 싱글녀의 집은 주방의 면적과 방의 개수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혼자 사는 집이기 때문에 침실과 다른 방 하나만 있으면 충분했고, 대신 거실과 주방을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했다. 거실에 들어서면 저층이어서 볼 수 있는 창밖의 우거진 나무와 3m에 달하는 원목 테이블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손님이 놀러 오거나 혼자 일을 하거나 식사를 하는 등 다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테이블이 거실의 중심이 됐다. 이 집을 설계한 스튜디오 알드 Studio ALD의 박재우 소장은 “소파나 TV를 둔 평범한 거실 대신 집주인의 스타일에 맞게 긴 테이블을 거실에 두었어요. 주방은 아일랜드 형태로 두었고 가전 외에는 전부 수납할 수 있도록 가구를 짜서 마치 바 Bar처럼 보이기도 하죠. 주방에서는 최소한의 작업을 할 수 있고, 다이닝이 된 거실은 커뮤니티 성격의 공간이 됐어요”라며 달라진 거실의 역할을 언급했다. 주방과 거실을 대면 형태로 만들어 손님이 왔을 때는 호스트로 편하게 응대할 수 있고, 각각 다용도실과 세탁실로 이어지는 주방 양쪽 문은 닫았을 때는 벽처럼 보여 깔끔하다.  
베란다에 만든 동양적인 작은 정원. 물을 많이 주지 않고도 관리한 편한 식물을 식재했다.
 
독특한 배치의 잉고 마우러 조명이 달린 현관 입구. 라운지 방에는 투명한 미닫이문을 달아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깔끔한 수납이 돋보이는 아일랜드 형태의 주방. 양쪽에 문이 있어 각각 다용도실과 세탁실로 이어진다.
작은 정원을 만든 베란다는 이 집의 특색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창문으로 자연풍경을 차경처럼 감상할 수도 있지만 작은 원형의 정원을 만들어 사계절 내내 푸른 식물을 바라볼 수 있다. 최소한의 물만으로도 관리가 쉬운 난이나 이끼 등을 식재해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과하지 않은 프렌치 스타일의 클래식을 좋아하는 집주인의 스타일도 반영했다. 현관 중문과 베란다에는 금속 소재의 격자무늬 미닫이문을 달았고 침실 벽에는 웨인스코팅 몰딩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거실 테이블 위에 달린 루체플랜의 호프 Hope 조명 또한 화려한 샹들리에처럼 보인다. 싱글녀의 집답게 부드러운 요소도 엿볼 수 있다. 화이트 컬러를 기본으로 곳곳에 포인트 색상을 사용했고, 특히 현관과 거실 사이에 있는 벽을 라운드 형태로 만들어 독특한 분위기를 준다. 벽의 끝 부분을 둥글게 굴렸을 뿐인데 색다른 인테리어가 됐다며 집주인을 비롯해 이 집에 놀러 온 이들에게도 가장 반응이 좋은 부분이다.  
넓은 침실을 라운지 공간으로 바꾸었다. 서재처럼 책이나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혼자만의 휴식 공간이다.
   

컬러 포인트를 느낄 수 있는 두 개의 화장실. 두 곳 모두 레트로 스타일로 연출했는데, 특히 게스트 화장실은 세면대를 밖으로 빼서 누구나 편하게 손을 씻을 수 있다.
박재우 소장은 “색상을 많이 사용하진 않았지만 화장실 두 곳을 레트로 스타일로 컨셉트를 잡아 핑크색과 올리브 그린색을 넣었고 조명도 레트로한 디자인으로 골랐어요. 특이한 점은 게스트 화장실의 세면대를 바깥으로 빼서 외출 후 옷만 벗고 바로 손을 씻을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요즘은 특히 위생이 중요하니까요”라며 언뜻 보면 놓치기 쉬울 수 있지만 의미를 담은 부분을 설명했다. 방의 용도도 달라졌다. 보통 안방으로 사용하는 방을 프라이빗한 라운지 공간으로 꾸몄는데,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의자에 앉아 책을 본다. 거실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곳으로 변신했다면 안방은 오직 혼자만의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처럼 혼자 사는 이들의 집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는 이유는 일반적인 집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났기 때문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함께하는 공간과 사적인 공간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나 혼자 사는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특권일 것이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현실, 박우진
TAGS
나 혼자 멋지게 산다 #가장 나다운 집, 남자의 집

혼자서도 멋지게 사는 그와 그녀의 집

혼자서도 멋지게 사는 그와 그녀의 집
혼자 사는 것의 이점을 최대한 누리는 이들이 있다. 싱글남, 싱글녀로 사는 두 사람의 집을 보고 있으면 나 혼자 ‘멋지게’ 사는 것에 대한 로망을 잠시나마 누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집은 방의 개수를 줄이고 거실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새로운 레이아웃으로 구성한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방 하나를 터서 거실을 확장했다. 창가 쪽의 두꺼운 내력벽은 그대로 두고 왼쪽은 응접실처럼, 오른쪽은 홈 오피스 공간으로 꾸몄다. 창가에 둔 임스 라운지 체어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을 즐긴다.
 
깃털처럼 나부끼는 불꽃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는 바이오 에탄올 난로. 열기 때문에 TV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TV는 벽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설치했다.
 

최종원 씨는 창업을 준비하며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져 거실 한쪽에 책상과 책장을 두었다. 집에서 일하고 있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책상에 앉는다고.
자꾸만 불멍을 하게 되는 바이오 에탄올 벽난로 덕분에 따뜻해진 거실에 앉아 집 안을 둘러본다. 좋아하는 술이 예쁘게 진열된 다이닝 공간부터 재택근무를 위한 거실 한 코너의 책상, 짙은 검은색으로 마감한 바닥까지, 대부분의 남성이라면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집이다. 최종원 씨는 40년 된 오래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했다. 한번도 공사를 하지 않았기에 뼈대만 남기고 전부 뜯어내야 했다. 가장 큰 변화는 거실이다. 옛날 아파트 구조는 안방이 넓고 거실이 좁기 때문에 방 하나를 터서 거실을 확장했고 그 자리에 책상과 책장을 두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확실히 집에 대한 중요성을 느꼈던 것 같아요. 외국에서는 독립 생활을 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는 처음 혼자 살게 됐거든요. 128㎡ 되는 공간을 온전히 제 머릿속의 계획대로 완성하고 싶었어요”라는 최종원 씨는 최근 창업을 준비하며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져 홈 오피스 공간의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요리를 많이 하지 않아 크기를 줄인 주방. 이니그마 펜던트 조명에 맞는 식탁을 찾기 위해 한동안 좌식 생활을 했다. 보컨셉의 오타와 의자는 오랜 시간 앉아 있어도 편안해서 만족한다.
 
식탁 옆에는 좋아하는 술을 진열해두는 자리를 마련했다. 술병과 유리잔이 어우러진 바 같은 공간이다.
“머릿속에 명확한 계획이 있었어요. 디자이너에게 온전히 맡기기보다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제 의견을 존중하고 함께 실현시켜줄 파트너 개념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찾았고 미우가 디자인 스튜디오와 작업을 하게 됐어요.” 라며 그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오크색 나무 바닥재나 빈티지한 가구가 놓인 아파트 인테리어를 보면 분명 멋지지만 내가 살 집인데 이렇게 남들과 비슷한 스타일을 유행이라는 이유로 따르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싱글남의 집은 어때야 한다, 요즘 트렌디한 인테리어는 이렇다라는 고정관념 없이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채우고, 필요에 맞게 구조를 짜면서도 ‘너무 식상한가, 전형적인가’ 하고 계속 자문했다고. 요리를 많이 하지는 않기 때문에 주방은 작게 설계했고 냉장고도 한 대만 두었지만 와인을 좋아해 알파룸에는 와인 냉장고를 두었다. 옛날 아파트의 단점인 수납을 해결하기 위해 주방 벽면을 수납장으로 짜서 넣었고, 손님들이 자주 오기 때문에 앉아서 이야기하고 술도 마실 수 있는 다이닝 공간을 꾸몄다. 마음에 꼭 드는 식탁을 찾기 위해 한동안 식탁 없이 생활했는데 네덜란드에서 노만 포스터의 빈티지 테이블을 찾았을 때 ‘이거다!’ 싶은 생각에 구입을 하게 됐다.  
침대는 헤드보드 대신 벽에 포인트를 주었고 한쪽엔 조명을 길게 달아 데커레이션적인 요소를 더했다. 마치 조명 브랜드의 광고 사진처럼 모든 게 계획대로 어우러졌다. 그의 집에는 곳곳에 향초가 놓여 있는데 오감 경험을 중시하는 그의 취향이 반영된 부분이다.
 
좁은 침실 화장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과감하게 세면대를 밖으로 뺐다.
침실 구조도 재미있다. 좁은 화장실을 굳이 확장하지 않고 세면대를 욕실 밖으로 과감하게 뺐다. 물이 조금 튀긴 하지만 대신 손을 더 자주 씻게 된다며 최종원 씨가 웃으며 말했다. 이음매가 두드러지지 않고 매끄럽게 시공할 수 있는 검은색 바닥재를 찾아 자재숍을 찾아 헤맸을 정도로 집주인은 열정적이었다. 주방 아일랜드의 무늬나 선반의 프레임 마감까지도 꼼꼼히 선택하고 관여했을 정도다. 자칫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조금 피곤한 고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 시간 살 집을 원하는 눈높이에 맞게 설계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라도 진심이고 간절할 것이다. “계속 혼자 살 수도 있고, 또 누군가와 함께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으로선 저만 생각하고 만든 집이에요. 하나하나 애착이 있고, 신경 쓸 일도 많았죠. 공사를 마치고 부모님께서 오셨을 때, 아버지가 부럽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남자 대 남자로 뭔가 서로 공감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기뻤죠”라는 최종원 씨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오감을 통한 경험을 중시한다. 집안에 좋은 향을 위한 향초를 많이 두었고, 어디에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화장실을 비롯한 곳곳에 스피커를 둔 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런 사소한 요소들마저도 원하는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집이야말로 가장 집주인다운 공간이자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안정감을 그에게 선사할 것이다.    
위에 달린 스피커는 처음 아파트가 지어졌을 때부터 있었던 안내방송 스피커다. 귀한 제품이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 그대로 살린 부분이다.
   
게스트 화장실 뒤쪽으로 여닫이 형식의 중문을 설치했다. 손님들이 좀 더 편하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현실, 박우진
TAGS
균형과 합으로 이룬 집

서울숲의 풍광이 한눈에 보이는 집 인테리어

서울숲의 풍광이 한눈에 보이는 집 인테리어
서울숲의 풍광과 해사한 빛이 가득 스민 집을 찾았다. 클라이언트의 뚜렷한 취향과 함께 더해진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최선은 집 안 곳곳에 또렷한 흔적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서울숲 근방의 전경이 보이고 따스한 볕이 드는 집.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올블랙 임스 라운지 체어를 두었다. 소파와 로 테이블도 실외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두었다.
 
거실에 정희민 작가의 작품과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한 터프한 인상의 빈티지 캐비닛을 두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나눴던 대화를 기억한다. 이젠 진부할 테지만 친한 친구 혹은 친해지고픈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집을 한 번쯤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는 말이었다. 대화의 골조는 집이란 어떤 형태이든 간에 곧 머무는 사람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여실히 드러난다는 것. 그리고 서울숲 근방에 위치한 204㎡ 규모의 이 집 또한 앞선 대화에 한층 무게를 실어줄 수 있었다. 몇 해 전부터 클라이언트와의 인연을 맺어온 스튜디오 2F의 박소현 실장이 이 집의 인테리어와 스타일링을 담당했다. “클라이언트가 이곳으로 이사하기 전 거주했던 집도 제가 인테리어를 맡았어요. 이곳으로 이사 계획을 알리면서 다시 제게 새로운 집의 청사진을 함께 그려보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촬영을 위해 함께 방문한 박소현 실장이 회상하듯 말했다. 거실과 주방, 침실 그리고 게스트룸과 서재로 구성된 집은 전체 구조를 흔드는 대규모의 시공은 없었고, 꼭 손봐야 하는 부분에 한해서만 부분 시공이 진행됐다고 그녀가 덧붙였다. “집의 일부만 손보는 리노베이션이지만, 디테일이 필요한 작업이었어요. 함께 시공에 참여한 조소은 소장은 인테리어적인 디테일을 볼 수 있는 건축가 겸 디자이너예요. 그래서 이 작업에 적격이라고 생각했죠. 저 또한 그저 좋은 가구나 작품을 배치하는 것처럼 단순히 좋은 것만 일률적으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품어줄 수 있는 적확한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걸 알았거든요.” 가장 메인이 되는 시공 지점은 바로 벽. 기존에는 누런 톤의 패턴 타일이 깔려 있었으나, 그 위를 뉴트럴한 톤으로 도장해 마감했다. 덕분에 패턴 등의 부가적 요소가 사라진 벽은 훌륭한 파사드 역할 또한 수행할 수 있도록 변신했다.  
이탤리언 디자인을 좋아하는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해 리빙 디바니 소파와 리마데지오의 커피 테이블을 두었다. 존재감 있는 가구가 뉴트럴하게 도장한 실내와도 조화롭다.
 
집 내부로 통하는 복도에는 여러 작가의 작품을 걸어두었다. 가장 크게 보이는 작품은 이배 작가의 것.
 
현관을 열자마자 보이는 카우스의 작품. 집주인의 위트를 일부 엿볼 수 있다.
현관 입구의 맞은편 벽에 걸린 채 위트를 발휘하는 카우스 작품을 시작으로 거실까지 길게 난 복도 양벽에 전시된 이배와 제여란, 주명한 작가의 작품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차례로 걸릴 수 있었던 데에는 이 같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실은 작품의 비중이 한층 커진 공간이다. 대개의 집이 그러하듯 메인이 되는 큰 벽에 TV를 둔 다음 이를 기준으로 가구를 배치하는 시도는 기피했다. TV가 들어갈 벽에는 정희민 작가의 작품이 대신했고 그 아래 터프한 빈티지 무늬목 사이드 보드를 놓았다. 그리고 여타 가구의 배치에 있어서는 서울숲과 한강이 그대로 내려다보이는 너른 창을 최대한 살렸다. 이탤리언 디자인을 좋아하는 집주인의 취향에 맞춘 리마데지오의 로 테이블과 리빙 디바니 모듈 소파는 모두 창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두었다. 특히 언제라도 편히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통창 바로 앞에 올 블랙 톤의 임스 라운지 체어를 놓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의도가 한층 더 느껴진다.  
다이닝 한 켠에는 여섯 명이 너끈히 사용할 수 있는 리마데지오의 대리석 테이블을 두었고 폭신하고 품이 있는 의자를 원했던 집주인의 취향에 맞춰 메리디아니 다이닝 체어를 두었다. 그 위를 장식하는 셉티마 조명이 다이닝 공간의 우아한 무드를 극대화한다.
 
침실로 향하는 작은 복도. 유리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옆 공간은 드레스룸으로 활용한다.
 
주방에 둔 아일랜드에도 변화를 꾀했다. 기존에 있던 검은 아일랜드 대신 가장자리를 빗각으로 처리한 대리석 상판의 아일랜드를 비치했고, 포인트를 주기 위해 월넛 소재의 바 체어를 두었다.
창과 그 너머의 풍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커튼을 설치하는 데에 있어서도 고심을 거듭했다. 길게 레일을 설치해 벽과 창의 전체를 일률 적으로 가리는 식으로 커튼을 설치하는 대신, 창마다 작게 레일을 깔고 커튼은 햇빛을 막는 것보다 걸러주는 느낌을 내는 천으로 선택했다. 그 결과, 중성적인 톤의 거실에 놓인 가구 사이로 햇살이 조화롭게 들어서고, 가리지 않은 창과 창 사이의 벽에는 작품이나 오브제를 걸 수 있는 여지 또한 남겼다. 거실과 마주한 다이닝 공간의 인상도 달라졌다. 기존의 아일랜드는 묵직한 블랙 톤이었지만, 뉴트럴한 톤의 집 전체 무드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변경했다. 대리석 상판은 빗각으로 모서리를 마감했고, 여기에 방점처럼 둔탁한 외관의 월넛 바 체어를 둔 점이 눈길이 간다. 덕분에 바나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의 역할까지 겸할 수 있게 됐다. 아일랜드 옆에는 널찍한 리마데지오의 6인용 대리석 테이블을 별도로 두었다. 이전에는 나무 테이블을 사용했지만, 아일랜드와의 조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의 일환이었다. 이와 함께 푹신한 다이닝 체어를 원하는 집 주인의 취향에 맞춰 메리디아니의 벨벳 다이닝 체어를 두고 위에는 높은 천고의 장점을 십분 살려 아티초크의 전신인 셉티마 조명을 달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집의 특성상 높은 천고와 탁 트인 창 때문에 개방감이 유달리 부각되지만 그래서 힘 있는 작품이나 가구가 더 없이 존재감을 발휘되는 듯했다.  
침실의 모습. 무게감 있는 나무로 제작한 헤드보드와 푸른 벨벳 패브릭의 자노타 라운지 체어의 합이 좋다. 침대는 해스텐스
 
해의 방향에 따라 집의 분위기가 바뀐다. 볕과 그림자의 적절한 조화가 인상적인 집 안 풍경.
특히 어느 가구 하나 과하게 부각되지 않고 고루 눈에 들어오는 적절한 균형감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오랜 시간 몸담아온 내공의 결 과처럼 다가왔다. 그렇지만 박소현 실장은 사실 클라이언트의 명확한 취향과 진심이 이러한 공간을 만드는 핵심이라 말했다. “균형과 여백을 선호했던 터라 구태여 이런저런 시도보다 힘있는 가구와 작품 그리고 그 사이의 적절한 거리감에 신경 썼어요. 무엇보다 이 집에 진심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일방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별로 어울리는 가구를 고심하는 등 활발히 소통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것만큼 큰 원동력이 없거든요. 클라이언트뿐만 아니라 저와 조소은 소장 모두 자연히 이 집에 진심이 될 수 밖에 없었어요.” 그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제안하고 받아들이는 일방향의 진행 대신, 적극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어필하며 자신을 위한 집을 꾸려가는 클라이언트의 진심과 열정은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리고 클라이언트를 한 팀처럼 연대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그는 덧붙였다. 간혹 어떤 현장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라는 질문에 주저없이 이곳을 택했다는 박소현 실장의 대답은 좋은 집이 무엇인가라는 또 하나의 답을 제시하는 듯했다. 머릿 속에 그려온 집의 모습을 구현해주는 이와 집에 자신을 녹여내는 이의 합이야말로 오래도록 살 수 있는 집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 않을까. 서서히 해가 저무는 창을 뒤로하고 오래도록 남는 여운을 만끽하며 발길을 돌렸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과용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