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URE FIRST

다채로운 가구들로 채워진 엘렌 베나무의 집

다채로운 가구들로 채워진 엘렌 베나무의 집
디자이너 엘렌 베나무의 파리 아파트를 보는 순간 계속 놀라게 된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구와 오브제만 집 안에 놓았다.
현관에 있는 펜던트 조명 ‘골든 샤인 투 브랜치스 Golden Shine Two Branches’는 나초 카르보넬 Nacho Carbonell 디자인으로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이와 조화를 이루는 의자는 피아 마리아 래더 Pia Maria Raeder 디자인으로 갈르리 BSL Galerie BSL . 벽감 안에 있는 ‘라 로즈 루즈 La Rose Rouge’는 빅토르 르바이 Victor Levai의 ‘셀-라 에 레 조트르 Cellela et les Autres’ 시리즈의 작품으로 갈르리 208 Galerie 208. 현관 옆 거실에 있는 둥근 테이블 ‘오피디아 사이드 테이블 Ofidia Side Table’은 움베르토 에 페르난도 콤파냐 Humberto et Fernando Campana 디자인으로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디자인 작품으로 둘러싸인 엘렌. 마르텐 바스 Maarten Baas의 암체어 ‘스모크 브레통 Smoke Breton’과 찰스 트레벨얀 Charles Trevelyan의 둥근 테이블은 모두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조각은 노 네임 No Name. 벽에 걸린 그림은 타다시 가와마타 Tadashi Kawamata 작품으로 카멜 므누르 Kame Mennour 갤러리
패션 디자이너, 뉴욕과 런던에서는 데커레이터 그리고 파리에서는 브랜드 홍보대사… “저는 벌써 수없이 다양한 삶을 살고 있어요!”라고 엘렌 베나무가 웃으며 말한다.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이 낙천주의자가 두려워하는 일은 없다. 그는 얼마 전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기간을 이용해 가수라는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해요.” 엘렌(아티스트 이름은 엘렌 인 파리 Helene in Paris)이 입버릇처럼 말했던 이 말은 그는 첫 번째 타이틀곡 ‘Just Be You’에도 나온다. 엉뚱하면서 과감한 엘렌은 파리의 새 아파트로 이사 왔을 때 카펜터스 워크숍 Carpenters Workshop, 페로탱 Perrotin, 르페브르&피스 Lefebvre&Fils 등 자신이 좋아하는 갤러리와 숍에 망설이지 않고 연락했다. “예술에 둘러싸여 살기 위해 갤러리에 가서 쇼핑했어요.” 컨템퍼러리 아트를 좋아하는 그는 각각의 가구와 오브제를 신중하게 골랐다. 색상의 조화보다 형태 간에 균형을 이뤄 좋은 기운을 받도록 말이다. “정말 재미있어요. 전에는 18세기와 19세기 앤티크에 많이 끌렸는데 지금은 디자인을 보고 판단하니까요.” 그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이 집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생기 넘치고 독특하면서 열정적이다. “에너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에너지가 일상을 즐겁게 만드니까요.” 자신의 영예에 기대어 안주하는 건 그에게는 말도 안된다. 엘렌은 벌써 인테리어를 바꿀 생각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획한 프로젝트가 넘쳐난다. 아티스트 이름으로 만드는 인터넷 쇼핑 사이트, 뮤지컬, 오리지널 타이틀 앨범과 <a la Helene> 앨범의 재발매까지 모든 것이 예정돼있다.  
마르텐 바스의 인상적인 브론즈 책상 ‘카라파스 Carapace’가 시선을 사로잡는 작업 공간으로 책장은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책상 위에 있는 조각은 데렉 와이즈버그 Derek Weisberg 작품으로 르페브르&피스 갤러리. 암체어는 피에르 잔느레 Pierre Jeanneret의 ‘애드보캣&프레스 체어 Advocate&Press Chair’로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검은색 평면은 마리 쿠리 Marie Khouri 작품. 벽감 안에는 장-미셸 쿨롱 Jean-Michel Coulon 작품. 선반에 있는 조각은 레이 바산트 Ray Barsante 작품으로 르페브르&피스 갤러리.
 
회색 톤의 거실. 벨벳 카나페 ‘세르팡틴 Serpentine’은 블라디미르 카간 Vladimir Kagan 디자인으로 로로 피아나 Loro Piana 패브릭으로 다시 커버링했다. 황동 펜던트 조명 ‘DC 1606A’은 빈센초 데 코티스 Vincenzo de Cotiis. 낮은 알루미늄 테이블 ‘마첸드라 라운드 Matsyendra Round’는 벵상 뒤부르 Vincent Dubourg. 벽난로 옆에 있는 둥근 테이블 ‘스탠스 골드 Stance Gold’는 찰스 트레벨얀. 바닥에 있는 조각 같은 조명 ‘프래질 퓨처 Fragile Future’은 드리프트 Drift. 모두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둥근 테이블 위의 세라믹은 사라 카타파노 Sara Catapano 작품으로 르페브르&피스 갤러리. 꽃은 베르 에 플뤼 Vert et Plus. 벽에 걸린 평면 작업은 마리 쿠리 작품. 태피스트리는 마르셀 젤마노비치 Marcel Zelmanovitch, 갈르리 디위른 Galerie Diurne. 거실 안쪽에 있는 플로어 스탠드 ‘콘크리트 베이스 7 Concrete Base 7’은 나초 카르보넬 디자인
 
움베르토 에 페르난도 캄파냐의 카나페 ‘볼로타스 Bolotas’와 브론즈 테이블 ‘오피디아’가 공간에 색을 더한다. 펜던트 조명 ‘마인 Mine’과 낮은 테이블 ‘가스트로노미 Gastronomy’는 아틀리에 반 리하우트 Atelier Van Lieshout. 모두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세라믹은 제니퍼 로클린 Jennifer Rochlin 작품으로 르페브르&피스 갤러리. 사진은 카멜 므누르(위)와 노부요시 아라미 Nobuyoshi Araki(아래) 작품. 태피스트리는 톱플로어 바이 에스티 Topfloor by Esti.
 
벨벳 카나페 ‘세르팡틴’은 블라디미르 카간 디자인으로 로로 피아나 패브릭으로 다시 커버링했다. 낮은 알루미늄 테이블 ‘마첸드라 라운드’는 벵상 뒤부르. 모두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푸프는 딤 버거 Djim Berger. 플로어 스탠드 ‘루치페라제 Luciferase’는 나초 카르보넬. 모두 갈르리 BSL. 태피스트리는 마르셀 젤마노비치, 갈르리 디위른. 꽃병은 레이 바산트, 르페브르&피스 갤러리. 사진 ‘The Night Illuminates The Night’은 라파엘 허먼 Rafael Y. Herman 작품.
 
조각 같은 조명. 앞에 있는 플로어 스탠드 ‘임브레이스 Embrace’는 아틀리에 반 리하우트. 펜던트 조명 ‘CL-아르틱 Ⅲ CL-Arctic Ⅲ’은 프레데릭 몰렌쇼트 Frederik Molenschot. 회색 대리석과 검은색 나무로 된 테이블은 릭 오웬스 Rick Owens. 촛대 ‘에코르스 Ekorce’는 잉그리드 도나 Ingrid Donat. 의자 ‘오피스 케인 체어 Office Cane Chair’는 피에르 잔느레. 모두 카렌터스 워크숍 갤러리. 사진은 마리 보보 Marie Bovo 작품으로 카멜 므누르 갤러리. 꽃은 베르 에 플뤼.
 
온통 이녹스로 된 프로페셔널한 부엌은 노 네임 디자인. 카라페와 유리잔도 노 네임. 테이블과 의자는 필립 위렐 Philippe Hurel. 오븐은 밀레 Miele. 앞에 보이는 플로어 스탠드는 마리아 퍼게이 Maria Pergay.
 
로랑스 보넬 Laurence Bonnel의 조각 ‘외테르프 Eutherpe’가 욕실을 지켜본다. 세면 볼은 트래버틴 travertine 소재로 주문 제작. 동근 테이블 ‘스탠스 골드’는 찰스 트레벨얀,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그 위에 있는 조각 ‘셀플레시 Selfflech’는 사라 카타파노, 르페브르&피스 갤러리.
 
편안한 톤의 침실. 침대 옆 테이블 ‘온리 왓 잇 심즈 Only What It Seems’는 웬델 캐슬 Wendell Castle. 조명 ‘그로잉 글래스 3 Growing Glass 3’는 나초 카르보넬.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 꽃병과 벽난로 위 조각, 침대는 노 네임. 그림은 모리스-엘리 사르투 Maurice-Elie Sarthou 작품. 침구는 엘렌 인 파리.
CREDIT
포토그래퍼 디디에 들마 Didier Delmas
stylist 비르지니 뤼시-뒤보스크 Virginie Lucy-Dubosc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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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LIFE

슬로우와 함께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선보인 이윤진의 집

슬로우와 함께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선보인 이윤진의 집
하루 24시간을 각기 다른 역할로 부지런히 보내는 이윤진 씨는 쉴 때만큼은 여유를 가진다. 인테리어에 진심인 그녀가 최근 리모델링 한 침실과 거실을 공개했다.
매트리스를 교체하면서 리모델링한 침실. 동양적인 무드의 벽지를 바르고 벽에 달처럼 큼직한 조명을 달아 몽환적이다. 니트톱과 스커트는 모두 로레나 안토니아찌.
통역사 이윤진 씨는 본업 외에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기로 유명하다. SNS에 올린 그녀의 집 사진은 인테리어나 제품에 대해 물어보는 댓글이 빼곡하다. “제 성격상 인테리어가 맞더라고요. 제가 유용하게 썼거나 좋았던 제품을 누군가에게 추천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고요. 친한 지인들의 집을 스타일링해주기도 하고 집 안 데커레이션을 이리저리 바꿔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지금 집에서 산 지는 6년 정도 됐는데 이번에 침실과 거실에 새 가구를 들이면서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살면서 하는 공사였기에 조금 더 번거로웠지만 아이들도 참여하면서 즐겁게 마무리했다. “리빙 페어에 갔다가 슬로우 부스를 보고 마음에 들었어요. 직접 누워보며 체험할 수 있게 제품을 전시했고, 내추럴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어요. 신혼 때부터 썼던 오래된 매트리스를 버리고 새로 구입을 하려던 차에 만난 거죠.” 이윤진 씨는 슬로우의 모션 매트리스 슈퍼싱글 사이즈의 침대 2개를 침실에 두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침대에서 아이들과 함께 TV도 보고 책도 보며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 일반 매트리스 대신 모션 매트리스를 선택한 것. 침대를 새로 구입한 김에 벽지도 바꾸고, 조명도 새롭게 달아 이전 침실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던한 슬로우 모션 매트리스 프레임과 동양적인 스타일의 벽지가 만나 몽환적인 분위기의 침실이 됐다.  

매트리스 자체에 모션 기능이 탑재돼 있어서 별도의 프레임이 필요하지 않은 슬로우 모션 매트리스.
이윤진 씨는 침대를 교체하면서 집 안 군데군데를 조금씩 리모델링했다. 소위 말하는 명품 브랜드의 소파를 둔 거실의 모습도 확 달라졌다. “이전에 있던 소파는 디자인적으로 멋졌지만 앉으면 불편한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소파를 두고도 바닥에 앉는 광경이 펼쳐졌죠(웃음). 보기에도 예쁘고 편안한 소파를 찾던 중 알로소 제품을 알게 됐어요. 저희 집 거실이 세로로 긴 직사각형태여서 그 길에 맞게 소파를 두면 너무 무거운 분위기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알로소의 비하르 소파는 모듈 형태여서 원하는 대로 붙이거나 분리할 수 있더군요. 앉았을 때 편안하기도 하고요.” 이윤진 씨는 양재동 시장에서 발품을 팔아 구한 수형이 멋스러운 올리브나무와 작품을 벽에 걸지 않고 바닥에 두어 여백의 미를 강조한 거실을 완성했다. 여기에 묵직한 느낌의 이스턴 에디션의 커피 테이블까지 매치해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주변 지인들한테도 많은 추천 요청을 받는다는 그녀의 비결은 뭘까. “글쎄요. 비결이 있다기보다 제가 정말 꼼꼼하고 현실적으로 제품을 고르고 사용한다는 걸 알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냥 보기에 좋거나 고가의 유행 아이템만 추구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추천한 제품에 대해서는 대부분 만족스럽다는 후기가 돌아와요. 그럴 때 뿌듯하죠. 슬로우 모션 매트리스도 실제로 사용해 보니 잘 때와 침대 위에서 다른 활동을 할 때 매트리스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편리하더라고요. 그래서 주위에 추천을 많이 했어요. 통역사라는 직업은 저의 정체성이기도 해요. 그건 변함이 없겠지만 그래도 남는 시간은 쪼개서 인테리어나 리빙과 관련된 일을 계속해보고 싶어요.” ‘부캐’라는 단어도 생겼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과 역할이 주어지는 요즘 시대에 그녀는 분명히 멀티 캐릭터를 지닌 사람이다. 두 아이의 엄마로, 통역사로 또 리빙 인플루언서로 바쁘게 사는 그녀의 일상에 슬로우가 작은 휴식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프리미엄 소파 브랜드 알로소의 비하르가 놓인 거실. 풍성하고 우아한 모듈 소파로 필요에 따라 결합하고 분리하기 쉽다. 여백의 미를 강조한 거실과 고급스럽게 어우러진다.
 
옥상 테라스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이윤진 씨와 소을이 다을이. 앉아 있는 빈백 체어와 캠핑 매트는 모두 슬로우 제품. 야외에서 쉬거나 취침할 때 제격인 캠핑 매트는 하단 면에 발수 코팅 처리가 돼있어서 지면의 습기나 냉기를 막아주며 세척과 관리가 쉬운 것이 특징이다. 이윤진 씨가 입은 니트 카디건과 팬츠는 YURI와 YIM제품. 소을이의 옷은 오아이오아이, 다을이의 옷은 더애니멀즈 옵저버토리.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set stylist 정재성
fashion stylist 오지은
hair & make up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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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ST OF LIVING

엄마의 또렷한 취향과 감각으로 또 한번의 변화를 준 인테리어

엄마의 또렷한 취향과 감각으로 또 한번의 변화를 준 인테리어
과감한 구조 변경과 취향에 기반한 선택을 거듭하며 또 한번의 변화를 맞이한 이 집은 천천히 그리고 확실히 가족의 삶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변화하는 집의 모습은 곧 가족이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과 애정에 대한 또 다른 은유다.
피에르 샤포의 빈티지 테이블을 둔 주방. 뒤편에는 박성민 작가의 무화과 작품이 걸려 있다. 새로 낸 벽이 파사드 역할을 한다.
 
김시내 씨와 딸 해나.
난데없이 내리던 비가 어깻죽지를 꽤나 적셨지만, 묘하게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5년 전, 해사하게 웃던 딸 해나와 함께 <메종>에 가족의 집을 공개하며 또렷한 취향과 안목을 선보인 김시내 씨(@taradealfa_iroject)의 집을 다시금 찾아 가는 날이었기 때문. SNS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기민하게 시류를 파고드는 감각을 지닌 그기에 몇 해의 시간이 흐른 지금, 공간 곳곳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기대가 일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목도한 풍경은 기대를 확신으로 바꿔주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꽤 지난 만큼 집의 모습도 바뀌었어요. 바깥에서의 시간보다 집 안에서의 생활이 늘어나면서 그간 느꼈거나 미처 보지 못한 점이 눈에 들어 왔거든요.” 함께 둘러보던 그녀가 집에 찾아온 변화를 차근히 설명했다. “가장 큰 변화는 공간을 명확히 구분지었다는 거예요. 그때만 하더라도 해나가 어리기도 했고 한눈에 집을 담을 수 있도록 탁 트인 시야를 원했었죠. 그러다 점점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에게도 사적인 공간과 시간이 필요해졌고,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보니 알게 모르게 피로감도 높아지더라고요.” 각 구역마다 분명한 역할을 부여할 필요성을 느낀 그는 예전 시공을 담당했던 다임 에이앤아이와 함께 이 집의 대대적인 구조 변경을 감행했다.  
군더더기 없이 힘 있는 다양한 피스를 놓은 거실. 한쪽 벽면에는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파비오 렌치의 라운지 체어와 드 세데의 소파를 비치했고, 바닥에는 에이징된 모로칸 러그가 깔려 있다.
 
간살 도어가 열린 틈으로 1950년대 제작된 앙드레 소르네의 빈티지 캐비닛이 보인다. 시간이 흘러 더욱 매력적인 코발트 블루 컬러의 여닫이가 인상적이다.
 
주방은 김시내 씨의 감각이 잘 드러나는 공간이다. 딥 그린 컬러와 마블링이 인상적인 대리석 상판과 부꼬르뉴 오븐이 좋은 합을 이룬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주방과 거실 사이를 가로지르는 벽을 세우는 것. 휴게 공간으로의 거실 역할을 다시금 되찾기 위한 결정이었다. 여기에 드 세데 소파와 파비오 렌치의 하이어린 체어를 두어 거실이 마치 라운지처럼 가족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잡다한 오브제나 장식을 최대한 자제해 어느 정도의 여백은 남겨두는 대신 큼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피에르 잔 느레의 의자와 샤를로트 페리앙의 수납장 등 빈티지한 아트 피스를 두었다. 무엇보다 벽면 한 켠을 가득 메우는 이우환의 작품은 이 공간의 화룡점정이 되었다. 다이닝 공간 또한 과감한 구조 변경을 거쳤다. 기존에 붙박이처럼 설치된 싱크와 찬장을 뜯어내고 벽을 내 자투리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은 워킹맘이기도 한 그녀의 홈 오피스로 활용되는 동시에 주방은 한층 아늑해지는 효과를 얻었다. 거실이 심플하지만 곳곳에 힘을 준 느낌이라면, 주방은 한층 더 빈티지한 면모가 강조된 듯한 인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앙드레 소르네가 디자인한 코발트 블루 컬러의 캐비닛 그리고 피에르 샤포의 다이닝 체어와 테이블이 이곳을 더욱 아이코닉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  사실 다이닝 공간은 김시내 씨의 취향과 감각이 유독 강렬하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오리엔탈적인 느낌이 강한 딥 그린 컬러의 아일랜드 상판, 이와 무드를 맞춘 코퍼 소재의 수전과 싱크대 등 사소할 수 있는 부분에서도 감각적인 믹스&매치를 발견할 수 있다. 주방 옆에 마련한 자투리 공간 겸 홈 오피스로 통하는 입 구와 거실로 나서는 출입구에는 각각 간살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는데, 붉은 기가 도는 나무로 제작한 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키친 공간의 메인 피스인 피에르 샤포의 테이블이 빈티지인 만큼 목재의 상태가 시간에 의해 자연스레 에이징되며 마찬가지로 붉은 기가 일부 감돌기 때문에 이와 톤을 맞추기 위한 선택이었다.  
현관 옆은 수납에 특화된 공간이다. 마치 팬트리처럼 이곳에 식기와 생활용품 등을 보관한다.
 
김시내씨와 남편은 작품 수집과 감상을 즐긴다. 벽면 곳곳에 걸려 있는 작품은 그들의 컬렉터적 면모를 느낄 수 있다.
 
김재용 작가의 ‘도넛’ 작품이 유달리 들어오는 딸 해나의 방. 다른 공간에 비해서 특히 넓은데, 창고 공간을 합쳐 이 같은 면적이 나왔다.
김시내 씨는 수납에 있어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커가는 아이와 옷을 좋아하는 남편의 니즈를 반해 수납공간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었던 것. 이를 위해 기존 실내 운동을 하던 공간의 벽 일부를 활용 해 붙박이장을 짜 수납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이전에는 제가 원하는 걸 하고 싶어도 전문가의 말을 듣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제는 집을 꾸려나가 는 데 있어 제 선택에 확신이 들어요. 살아본 사람이 이 집을 가장 잘 아는 건 당연하잖아요. 벽을 낸 점도 그래요. 공간을 쪼개가면서 의외성 있는 벽이 생겼지만, 오히려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걸 수 있는 파사드가 늘어났어요. 덕분에 묵혀뒀던 작품을 맘껏 감상할 수 있게 됐죠. 보여주기식 인테리어가 아니라 이 집에 살면서 들었던 생각과 관점을 기준으로 고쳐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김시내 씨의 말에 주방 한 켠에 걸린 박성민 작가의 무화과 작품과 복도를 장식한 존 발데사리의 아트피스가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이제 향후 10년간 이 집에 대대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손사래를 치던 그녀지만, 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 갈수록 더욱 많은 개선의 여지는 반드시 찾아오게 되는 법. 하지만 그녀의 결정과 선택으로 가족에게 딱 맞춰 다시금 변화할 것이며, 아이가 자라듯 이 집 또한 세 가족과 함께 나날이 자랄 거라는 묘한 확신이 들었다.  
오픈 키친이었던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벽에 설치된 싱크대와 찬장을 철거하고, 약간의 틈을 낸 채 새로운 벽을 내서 만든 자투리 공간. 김시내 씨는 이곳을 홈 오피스로 활용한다.
 
드럼과 기타, 스피커가 놓인 해나의 방. 촬영팀에게 드럼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조용하고 아늑한 잠자리를 구현한 김시내 씨의 침실. 간접조명과 펜던트 램프를 달아 침실을 위한 은은한 빛을 연출한 점도 보인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욕실은 알프레도의 민트색 욕조가 아이코닉하다. 옆에 놓인 트롤리에는 레이블씨의 르푸르니에 플럼뷰티 오일과 뱀포드 로즈마리 윌로우 디퓨저, 뱀포드 비바이브런트 샴푸, 컨디셔너가 놓여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야외 운동이 힘든 점을 반영해 실내에 가족 전체를 위한 피트니스 공간을 마련했다. 딸 해나는 이곳에서 발레를 배운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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