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한나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했지만 결국에는 여동생 레이첼, 사촌 도미닉이 일하는 가족 회사 드 고네 De Gournay의 대표로 합류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벽지에 손으로 그림을 그렸고, 다양한 패브릭으로 둘러싸인 환상적인 분위기에서 살아온 한나는 매일매일 새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제게 집은 새로운 모티프를 실험해 보는 놀이터와 같아요. 아빠가 오래 전부터 우리 집에서 작업하셨던 것처럼요.” 작업을 하는 동안 느낄 수밖에 없는 혼돈과 이때 야기되는 소음과 어려움등 어떤 것도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지 않는다. “일하는 동안만큼은 아주 느긋해요. 저는 다소 소란스럽고 발전하는 듯한 느낌이 좋아요.” 이런 이유로 남편 에디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녀는 이 빅토리안 하우스의 인테리어를 손보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집은 비교적 상태가 좋았지만, 전 주인이 컨템포러리한 빌라처럼 꾸몄기에 고유한 매력을 잃어버렸다. 한나는 먼저 부엌을 확장하고 쌍둥이가 태어나자 지하를 만들어 방을 추가하고 사무실을 마련했다. 그녀는 벼룩시장에서 구입했거나 오래된 스타일을 복원한 가구로 이 집을 꾸몄다. “앤티크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아버지와 함께 제가 좋아하는 취미예요. 물건을 찾고 값을 흥정해서 집으로 가져온 다음 그 물건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것은 여행과 비슷해요!” 그는 특히 각 방마다 벽지를 다르게 골랐다. 흔들리는 식물이나 용감한 동물로 벽을 발라 공간을 활기차게 만들었다. 화려한 벽지 색상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기쁨의 찬가가 온 가족에게 퍼진다. 그녀의 아들 조르주가 좋아한 단어가 침실 벽지에 있던 ‘거북이’였다. 아마 벽지에 대한 사랑은 분명 드 고네의 가족 대대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