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프 부지에 펼쳐진 풀밭과 그저 먹고 쉴 수 있는 아늑하고 든든한 오두막이 있는 이곳, 용평 웨그 빌리지는 반려견과 견주 모두를 위한 최적의 은신처다.
웨그 빌리지 내부 복도 끝에 마련된 웰컴 부스. 외벽을 푸른 톤으로 마감해 위트를 살렸다.
기적처럼 찾아온 반려동물과 함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맞이한 이들을 만났다. 누군가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뛰놀 수 있는 드넓은 공간을 마련하고, 어떤 이는 반려동물의 더 나은 삶을 조력하는 가구와 아이템을 고안하는 등 작고 소중한 존재를 위해 자신의 삶을 다시금 개척해나가고 있었다. 그저 조건 없이 서로를 사랑하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모습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망설임 없이 그들을 ‘가족’이라 부를 것이다.-<메종> 편집부
웨그 빌리지의 입구. 알프스 지역의 산장에서 영감을 받은 외관으로 이국적인 멋을 느낄 수 있다.
반려견 수리를 키우고 있는 강정선, 서동현 부부. 가족사진을 찍듯 촬영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강아지들이 뛰놀 수 있는 운동장. 반려견들이 맘껏 뛰놀 때 견주들도 편히 쉴 수 있도록 파라솔과 아웃도어 가구를 두었다. 운동장 뒤편으로는 스키장 부지가 보인다.
집은 아닐지라도 제약 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견주라면 일제히 입을 모아 공감할 만큼 늘상 꿈꿔왔을 오랜 바람이다. 언제든 리시오프 Leash-off 산책이 가능하고, 견주들 또한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며 쉬어갈 수 있는 곳.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2살배기 강아지 수리를 키우는 강정선 대표와 남편 서동현 대표 또한 이 같은 공간의 부재에 대한 갈증을 여실히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수리는 저희 부부에게 자식 같은 존재예요. 항상 어디든 같이 다녔죠. 출근과 생활을 같이할 정도였으니까요.” 부부에게 수리는 기적 같이 찾아온 반려견이었다. 한 유기견을 임시 보호하고 있다는 SNS를 보고 입양 의사를 전달한 다음, 연락이 오자마자 동탄까지 이동해 직접 품에 안았다. 모든 게 하루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렇게 찾아온 아이가 마치 마법처럼 느껴졌기에 ‘수리수리마수리’라는 주문을 차용해 수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부부는 말했다. “작년엔 같이 강원도로 여행 갔는데, 수리가 줄을 풀고 자유롭게 놀만한 공간이 없더라고요. 함께 여행을 왔는데도 수리가 자유롭게 놀 수 없는 게 내내 마음에 남았죠.” 강정선 실장의 말에서 느껴졌던 수리를 위한 바람은 아이가 2살이 된 올해 비로소 실현됐다. 용평 리조트 스키장으로 활용되는 슬로프 부지에 강아지들을 위한 공간, 웨그 빌리지 Wag Village를 오픈했기 때문.
웨그 빌리지 로고는 이곳의 마스코트인 가상의 강아지 빌리를 구현해 디자인한 것이다. 아래 보이는 데크 또한 은신처같이 아늑한 산장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강정선 실장이 고안한 결과다. 테라스로도 자주 쓰인다.
수리와 함께 놀고 있는 강정선 실장.
부부에게 수리는 마법처럼 찾아온 가족이다. 단란한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반려견이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펜스를 설치한 운동장 구역과 하이킹 루트를 둔 것은 물론, 비스트로와 카페까지 마련된 문화 공간을 구현해낸 것이다. 웨그 빌리지라는 이름에는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뜻하는 단어 Wag와 마을을 뜻하는 Village를 혼용해 이곳이 반려견에게 무한한 자유를 선사하고 싶은 의미가 담겼다. 일단 리조트에 들어서더라도 구불구불한 길을 거쳐 3km가량을 더 가야만 도착할 수 있기에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서는 듯한 인상이다. 웨그 빌리지에 도착하면 스키장이 절로 연상되는 경사진 산지와 반려견 전용 운동장 부지로 쓰이는 너른 풀 밭을 마주하게 된다. 겨울에는 본래 목적인 스키장으로 쓰이지만, 나머지 세 계절은 반려견 운동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안해 용이한 설치와 철거 방식을 고려한 다음, 펜스와 아웃도어 가구를 두어 꾸렸다. 널찍한 야외 규모에 슬쩍 놀라 주변을 둘러보면 시선의 끝에 마치 오스트리아 티롤이나 스위스 발스를 연상시키는 마운틴 하우스 형태의 건물이 걸린다. 1998년 동계 아시안 게임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었으나, 유지나 보수 관리가 되지 않고 방치되다시피 한 건물이 근사한 모습으로 다시금 태어난 것. “웨그 빌리지는 반려견을 위하는 만큼 견주분들을 위한 곳이기도 해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낯선 곳에서 편하게 여행하는 느낌을 주고 싶죠. 처음에 떠올린 건 알프스 산지에 위치한 오두막들이었어요. 자연과 너끈한 조화를 이루면서도 아늑하고 심지어 모던하기까지 하죠. 이러한 공간을 구현하고 싶었답니다.” 강정선 실장이 말했다.
테라스에서도 카페와 연결될 수 있도록 창을 냈다.
건물 내부에는 카페와 라운지가 있다. 세월의 연식이 자아내는 공간의 멋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빈티지한 아일랜드장을 카운터 용도로 두었고 그 위에는 아르떼미데 조명을 설치했다.
평소 소장하고 있던 가구를 이곳에 들여왔다. 여기에 몇몇 식물을 비치해 자연적인 느낌을 실내로 들였다.
멋스럽게 에이징된 빈티지 캐비닛과 수납장으로 리셉션 데스크 스폿을 마련해 위트를 더했다. 이곳을 방문하는 많은 강아지들의 최고의 포토존이라고 부부가 설명했다.
물론 이를 위해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쳐야 했다. 지붕과 벽의 보수는 물론, 자연과의 조화 등 부차적인 요소까지 고루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테라스 역할을 겸하는 데크를 설치하고, 병충해나 쥐를 막기 위해 땅보다 조금 더 높게 지어진 스위스 집에서 모티프를 삼아 건물 아래 돌벽을 쌓아 올린 건축적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이로 인해 내추럴한 포인트는 물론, 이국적인 느낌까지 가미된 마운틴 하우스식 외관을 완성했다. 내부는 강정선 실장의 내공을 한층 더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내부 전체는 올리브 그린과 민트 톤 사이를 오가는 그린 컬러와 호두 같은 아이보리 색을 주로 사용해 붉은 로고와 대비 되면서 외부와 이어지는 느낌을 냈고, 건물 자체가 지닌 빈티지한 무드와 뜻을 함께 이루는 가구를 비치했다. 특히 비스트로를 위한 주방 공간을 크게 내 복도가 길어졌지만, 복도 끝자락에 콘도처럼 블루 톤으로 마감한 컨시어지 부스와 체크인 리셉션 데스크 구역을 마련해 흥미로운 포인트를 구현한 점도 눈에 띈다. 사실 이 같은 공간을 완성한 데는 부부의 노력과 함께 주변의 도움도 컸다.
주방의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복도가 길어졌지만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묘한 깊이감이 느껴진다. 그린과 아이보리를 배합해 자연의 색을 들여온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반려동물 산책 브랜드 고프 Gope와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굿즈가 보인다. 부부는 수리의 서울숲 산책 친구 덕분에 고프와 인연이 닿았다는 비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함께 제작에 참여한 공동 파운더이자 수리의 반려견 친구, 태리와 견주인 홍보 대행사 더 레이어 대표 부부는 물론, F&B 서비스를 위해 주방의 동선과 인력 등 실질적인 컨설팅을 담당한 콘 디토리 오븐의 이소영 대표 등 이곳을 위해 선뜻 나선 이들이 웨그 빌리지의 성공적인 완성에 힘을 보탰기 때문. 그 덕에 이곳을 꾸려가는 데 있어 하늘이 돕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현재는 한시적으로 주말에만 운영되지만 스키장 사용이 끝난 내년 봄 즈음, 다시 운동장 구조물이 들어서면 정식으로 오픈 소식을 알릴 예정이라고 부부는 덧붙였다. 또, 겨울에도 비스트로나 카페는 그대로 운영될 예정이지만, 운동장이 개방되는 시기에는 주말에만 열리던 오픈 기간을 평일까지 늘릴 계획이다. “아직 해야 할 게 많아요. 아직 개방하지 않은 2 층 공사도 끝마쳐야 하고, 더 길게 내다본 계획도 아직 준비 중이니까요. 이곳을 빌리지라 명명한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죠. 반려견과 견주들이 이곳에 올 때 더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끔 반려견과 함께하는 도서관, 반려견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곳 등 다양한 시설이나 프로그램도 고려하고 있어요. 물론 저희가 이런 계획을 염두에 둘 수 있는 것은 다 수리 덕분이죠. 우리에게 찾아온 소중한 이 아이요.”
수리
성별 여 나이 2살
특징 우수에 젖은 눈이 시선을 끄는 아이다.
웨그 빌리지에서의 생활을 맘껏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