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수없이 많지만 차만 전문으로 다루는 티하우스가 늘 아쉬웠던 이들에게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은 단비 같은 소식이다. 옛것의 아름다움을 보존한 이곳은 북촌의 정취를 만끽하며 따뜻한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를 건넨다.
차우림 클래스가 열리는 가회다실. 클래스가 없을 때는 티라운지 방문객들이 이용할 수 있다. 한지로 마감한 미닫이 창문과 팔각형 테이블 등 단아한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1960년대 지어진 양옥을 개조한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 그 당시의 모습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북촌의 오랜 지명이자 기쁘고 즐거운 모임을 뜻하는 가회동에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이 문을 열었다. 1960년대 지어져 한일가의 집이었고, 이후 긴 시간 동안 제대로 쓰임새를 찾지 못했던 양옥이 이제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티하우스가 됐다.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은 바로 앞에 위치하는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와 더불어 원오원 아키텍츠 최욱 소장이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한국의 미감을 중시하기로 잘 알려진 최욱 건축가는 기존의 외관과 골조를 최대한 보존하며 양옥을 고쳤고, 3개 층에 걸쳐 차와 관련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티하우스를 설계했다. 한국적인 차 문화를 경험하는 곳이지만 한옥이 아닌 양옥 형태라는 점도 오히려 호기심을 자아낸다. 내부에는 오설록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은은한 베이지색과 녹색을 사용했고 일부 문이나 벽에 설치한 조명, 테라스, 타일 등은 원래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공간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분명 서양식 주택이지만 한옥 천장의 서까래를 닮은 천장이나 중정처럼 마련한 작은 테라스의 정원에서는 한국적인 미감이 느껴진다.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차향의 방’. 소분한 잎차 제품부터 오설록 제품을 판매하는 아틀리에다.
판매하는 티 제품을 직접 시향해볼 수도 있다.
대표적인 녹차를 비롯해 오설록의 다양한 티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코너. 패키지가 아름다워 선물하기에도 좋다.
실외 계단을 오르고 정원을 지나 문을 열면 아틀리에 같은 ‘차향의 방’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티마스터가 직접 블렌딩한 시그니처 티를 구입할 수 있고 그 날 구운 신선한 차도 만날 수 있다. 많은 양의 잎차를 구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잎차를 소분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수시로 구입하다 보면 자신한테 맞는 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해 개인 용기를 지참하거나 이곳에서 판매하는 차용기를 구매하면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패키지로 구성된 티제품을 둘러보다 보면 금세 시간이 훌쩍 간다.
‘찻마루’라는 이름을 지닌 티라운지. 테라스에 마련된 작은 정원이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가회다실이 한국 전통의 느낌을 살렸다면 찻마루는 보다 모던한 스타일이다.
예전부터 있었던 타일도 그대로 두었다. 천장을 뜯어내 그대로 드러난 콘트리트 구조가 마치 한옥의 서까래처럼 보이기도 한다.
쫀득쫀득한 녹차 깨찰 와플인 ‘북촌의 기와’ 메뉴. 생크림과 베리절임, 오미자청 그리고 녹차 와플까지 맛있는 궁합을 자랑한다.
추운 날씨에도 차가운 음료를 찾는 이들을 위해 대부분의 티는 아이스 메뉴로도 주문할 수 있다.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난간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찻마루’라는 예쁜 이름의 티 라운지에 다다른다. 주문한 티는 오설록 전용 다구에 준비되는데, 차 본연의 맛과 색, 향미를 이끌어내는 제주 화산 암반수로 우려내 풍성한 차맛을 느낄 수 있다. 출출하다면 차와 함께 곁들일 티 푸드 메뉴를 주문해보자. 특히 북촌의 시그니처 메뉴인 ‘북촌의 기와’는 기와 모양을 본뜬 쫀득한 녹차 깨찰 와플로 녹차 아이스크림, 코리안 베리절임과 어우러진 이색적인 한국식 와플이다. 만일 오후 2시 이후 방문했다면 그리고 일반적인 티메뉴보다 색다른 티칵테일을 즐기고 싶다면 한층 더 계단을 오르면 된다. 원래 양옥에서 그대로 사용했던 나무 문을 그대로 보존한 ‘바 설록’은 가로 형태의 긴 창문을 통해 촘촘하게 이어진 북촌 한옥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실력있는 국내 바텐더와 함께 개발한 논알코올 티 칵테일을 맛볼 수 있으며, 오픈은 오후 2시부터이지만 금세 만석이 될 만큼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공간이다.
티라운지의 안쪽 공간은 따뜻한 베이지색으로 마감했다. 반대편보다 좀 더 프라이빗해서 책을 읽거나 혼자 온 이들이 눈에 띄었다.
깨진 유리를 그대로 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원래의 나무 문을 그대로 살린 바 설록의 입구. 지금 봐도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오설록의 대표 색상인 녹색으로 마감한 바 설록. 벨벳 소재의 체어와 격자 무늬 창문 등 레트로 스타일을 느낄 수있다. 벽에 있는 조명 역시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가로로 긴 창문을 통해 북촌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늦은 오후부터 밤까지는 바의 운치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화려한 자개장에 진열된 술잔은 편안한 라운지 같은 찻마루와 달리 밤에 더 잘 어울리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바 설록 맞은편인 ‘가회다실’ 은 아마도 이곳을 찾는 이들이 가장 한국적이라고 느낄 만한 공간이다. 한지로 마감한 미닫이 창문과 팔각형 나무 테이블이 옹기종기 놓여 있는 가회 다실은 오설록의 차와 다구를 활용해 차우림 클래스를 즐길 수 있다. 클래스를 운영하지 않을 때는 티라운지 방문객이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데, 차에 어울리는 고즈넉한 분위기 덕분에 많은 이들이 애용하는 인기 자리다. 오설록은 잊혀가는 한국의 차 문화를 보존하고자 오랜 시간 연구하고 고민해온 브랜드다. 굳이 한옥이 아니어도, 엄격한 다도 방식을 따르지 않더라도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에서는 충분히 한국적인 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차 맛을 음미하는 것 외에도 건축, 조경 그리고 함께 나누는 담소까지…. 즐거운 찻자리를 만들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하다.
자개 장식장에 진열해 더욱 화려해 보이는 유리잔.
계단을 곡선으로 부드럽게 연결하고 화사한 샹들리에를 달아 공간을 이동할 때에도 편안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