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T HEIN EEK’S MASTERPIECE

네덜란드 에이트호벤에 오픈한 피트 하인 에이크의 호텔

네덜란드 에이트호벤에 오픈한 피트 하인 에이크의 호텔
산업디자이너 피트 하인 에이크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호텔을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 오픈했다. 13개의 객실을 비롯한 호텔 구석구석에서 보다 많은 이들에게 디자인과 예술을 전달함으로써 삶의 경험을 향상시키고자 했던 그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집결된 피트 하인 에이크의 세계로!
레고 블록 혹은 주사위를 연상시키는 호텔 입간판이 재치 있다. ©NICK BOOKELAAR
 
네덜란드 산업디자이너 피트 하인 에이크.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산업 디자이너이자 가구 브랜드 피트 하인 에이크 Piet Hein Eek는 버려진 건축물의 잔해와 고재 등의 폐목재를 재활용한 스크랩우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디자이너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크랩우드란, 색상과 패턴이 각양각색인 조각목을 이어붙여 새로운 가구로 창조하는 방식으로, 대량생산되는 제품과 달리 저마다의 고유한 패턴과 컬러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희소성을 지녔다. 그는 브랜드를 창립한 이후 그저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과 긴밀히 교감하며 온전히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고민했고, 그가 내린 결론은 호텔이었다. 구상하는 데만 4~5년이 걸렸고, 이를 실행하는 데 또다시 5년이 걸렸다.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소요된 만큼 그 완성도는 가히 남달랐다. 구석구석 하나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피트 하인 에이크 호텔은 그의 마스터피스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과 예술로 가득 찬 이 호텔에 대해 피트 하인 에이크와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소통창구로 자리 잡은 줌 Zoom을 통해서 말이다.

10여 년간 호텔 설립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고 들었다. 가구 브랜드를 넘어 특별히 호텔을 계획한 이유가 있나? 10년 전에 이 건물을 매입했다. 사람들에게 우리의 브랜드를 온전히 경험하도록 하기 위한 장소로 호텔이 매우 적합했다. 호텔에 대한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4~5년 또 이를 실제 실행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는 매우 훌륭했다.

건물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다. 외관의 벽돌에서부터 세월이 느껴지는데,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것인가? 네덜란드의 에인트호벤에 있는 이 건물은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브랜드 필립스의 오래된 공장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이 지역은 공장 주변에 아무것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 황량한 땅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호텔을 구축해 나가기 시작할 무렵부터 서서히 이 건물을 주축으로 주택과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내 호텔이 지역의 중심이자 가장 큰 건물로 자리 잡았다.

 
오래된 필립스 공장을 리노베이션해 새롭게 탄생한 피트 하인 에이크 호텔
 
각기 다른 컨셉트로 디자인된 13개의 객실이 위치한 호텔 복도. 조각목을 이어붙여 완성한 벽면에서 그의 디자인 감성이 느껴진다.
 
피트 하인 에이크가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한다는 로비. 싱그러운 식물 인테리어가 더해져 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오래된 필립스 공장을 피트 하인 에이크의 영혼이 담긴 호텔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시한 부분은 무엇인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로비와 레스토랑 그리고 특별히 제작된 공간을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디테일로 정말 완벽하게 채웠다. 이곳에 피트 하인 에이크의 공장이 함께 있기 때문에 호텔 구성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제작할 수 있었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여건이라고 생각한다. 내부에 공장이 자리한다는 것은 많은 가능성을 제공하고 또 우리가 만드는 것을 실제로 보고 느끼고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호텔 내부를 둘러보면 건물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수많은 아티스트의 손길을 거쳐 호텔이 완성되었다.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나? 현재 13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추후 14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함께한 아티스트는 모두 우리와 지속적으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소속 작가를 비롯해 피트 하인 에이크의 갤러리 출신이며, 그중 13명과 함께 호텔 객실을 완성했다. 선정 기준은 객실마다 서로 다른 예술 감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꾸렸으며 실내를 가득 채운 가구와 작품은 모두 우리와 협업한 컬렉션이다.

 
그가 디자인한 ‘피트 하인 에이크’ 객실. 어두운 올리브 그린 색상으로 무게감 있는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PHE
 
버려진 폐목재를 활용한 작업을 선보이는 그답게 쓰다 남은 목재를 블록처럼 쌓아 만든 벽면이 눈길을 끈다. ©PHE
 
푸른 색감을 입힌 나뭇조각을 패치워크하듯 이어붙여 벽면을 마감했다. 일부분에는 손잡이를 달아 서랍장으로 만들었다. ©PHE
 
페트병과 버려진 철골 등을 재활용한 천장 조명. ©NICK BOOKELAAR

13개의 객실을 디자인한 기준과 그 내러티브가 궁금하다. 13개의 객실을 통해 13가지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했다. 빈티지 가구부터 오래된 골동품에 이르기까지 호텔을 위한 단 하나의 컬렉션으로 채웠다. 침대와 책상, 의자, 심지어 오래된 전화기까지 서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새로이 단장했다. 또 13개의 객실을 구리와 스테인리스, 황동을 주재료로 쓴 세 가지 타입으로 나누었으며, 패브릭 침대와 커튼 또한 두 가지 색상으로 나눠 조금씩 다른 성격과 컨셉트를 느낄 수 있도록 차별성을 뒀다.

한국에서는 재활용 가구가 주는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네덜란드의 디자인 산업과 당신에게 재활용이란 어떤 개념인가? 내게 있어 재활용 소재는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폐목재와 고재 등을 사용한 가구의 개념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디자인 산업에서 주요 토픽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환경이라는 주제가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급부상했으며 지금에 와서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버려진 건축물의 잔해와 고재 등 폐목재를 재활용한 스크랩우드 시리즈를 처음 시작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발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분명 이 방법을 고안해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큰 차이점이 있다면, 소재와 질감, 디테일에 가치를 더해 더욱 폭넓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가구를 제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시도가 재활용뿐만 아니라 디자인 산업에 또 다른 미적 감각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즉 버릴 필요 없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좋은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단시간에 쓰고 버려지는 단발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PHE
 
네이비와 퍼플 컬러가 주를 이루며 여성스러운 감각이 느껴지는 가브리엘 로카 Gabriel Roca의 방. ©NICK BOOKELAAR
 
올리브 그린 색감으로 통일감을 준 마르크 뮐더르스 Marc Mulders의 방. ©PHE
 

핑크색 소품과 커튼, 침구와 대조되는 하늘색으로 마감한 욕실이 돋보이는 토키히로 사토 Tokihiro Sato의 방. ©PHE
 

형형색색의 마시멜로를 붙여놓은 듯한 벽이 돋보이는 더 미팅 룸 The Meeting Room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개념 자체는 회의와 미팅이 가능한 다기능 공간이다. 설계를 위해 만난 디자인 스튜디오 화이트 노스 다다 White Noise DaDa가 첫 미팅 때 보여준 프레젠테이션은 무척 흥미로웠다. 이곳에는 숨겨진 문이 있는 거대한 벽이 있는데, 이를 컬러풀하게 채색한 매트리스 폼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자칫 벽돌처럼 보이지만 모두 매트리스 폼으로 만든 것이다. 처음 이들의 계획을 들었을 때는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멋스러운 결과물이 탄생했다. 더 미팅 룸은 호텔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장소가 되었다.

온통 푸른색으로 물들인 더 나이트 워치 The Night Watch 룸의 컨셉트는 무엇인가? 아쉽게도 이곳은 투숙객이 잠을 잘 수 있는 방은 아니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다시피 고전적인 단어이자 역사상 가장 유명한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의 ‘야경 Night Watch’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방은 다기능적인 공간이자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젊은 예술가 퇸 웻츠 Teun Zwets가 작업장에서 쓰다 남은 재료와 페인트를 칠해 완성했다. 낮에는 모든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지만 밤에는 호텔의 안전을 지키는 나이트 워치, 즉 주변의 안전을 감시하고 지키는 곳으로 활용된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마음에 드는 공간이 있나? 로비다. 가구와 식물이 한데 어우러져 녹색이 가득한 로비는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 역시 집처럼 정말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호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게스트들에게 편안하면서도 온전한 쉼을 제공하는 것이다.

단순히 하룻밤 머무는 것을 넘어 투숙객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하나? 많은 방문객들이 호텔의 디자인과 높은 완성도에 즐거워하며 놀라곤 한다. 객실에 들어서면 다양한 색상의 가구와 소재 등이 어우러져 우리가 표현하고자 한 디테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보여지는 것만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사람들에게 디자인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두의 삶과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임을 항상 일깨워주고자 한다. 호텔에 머물면서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직접 만져보고 느끼며 다양한 경험을 얻어 가길 바란다.

 
다채로운 색상의 조합이 인상적인 얀 판 데르 플루흐 Jan van der Ploeg의 방.©PHE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빈티지 가구를 배치한 레이나우트 판 퓌흐트 Reinoud van Vught의 방. ©PHE
 

거대한 원목 테이블이 놓인 더 미팅 룸. 채색한 매트리스 폼을 벽면 가득 채워 독특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PHE
 
©NICK BOOKELAAR
 
낮에는 투숙객을 위한 갤러리로, 밤에는 호텔의 안전을 지키는 곳으로 활용되는 더 나이트 워치. ©THOMAS MAYER
 
조식과 점심, 저녁을 비롯해 스낵과 각종 음료를 제공하는 레스토랑. ©PHE
 
호텔 꼭대기 층에 자리한 다크바의 루프톱에는 거대한 토끼 한 마리가 자리한다. ©PHE
 
어두운 색상의 마감재와 조도를 낮춰 술 한잔하기 더없이 좋은 분위기를 갖췄다. ©PHE
 
피트 하인 에이크와 협업한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한 원더 룸. ©P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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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EAR, NEW MIND

새롭게 단장한 숍에서 만난 새로운 인테리어 트렌드

새롭게 단장한 숍에서 만난 새로운 인테리어 트렌드
새롭게 단장한 숍에서 찾은 2022년 인테리어 트렌드.
소인국에 불시착한 거대한 전구처럼 보이는 Monument for a Bulb는 잉고 마우러.

MAKE SMILE

지치고 힘들수록 웃음을 줄 수 있는 위트나 유머있는 디자인을 찾게 된다. 몇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팝아트나 캐릭터 열풍도 그러한 흐름의 일환일 것이다. 집에 둘 가구 한 점, 조명 하나를 고르더라도 위트있는 디자인을 선택하면 일상에 작은 즐거움이 될 것이다. 두오모에서 선보이고 있는 잉고 마우러의 조명 컬렉션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머를 장착한 제품을 둘러볼 수 있다. 전구를 향해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의 모습을 미니어처로 표현한 Monument for a Bulb는 팬데믹으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 빛과 위안을 건넨다.    
가구 디자인 역사상 마스터피스로 손꼽을 수 있는 LC3 소파는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샤를로트 페리앙이 모두 디자인에 참여해 더욱 의미가 있다. 높은 채도의 패브릭으로 커버링하면 캐주얼한 스타일로 즐길 수 있다. 마블과 글라스 상판의 두가지 버전으로 조합한 노트 테이블 역시 피에르 잔느레가 디자인한 것으로 모두 까시나.

FLEXIBLE NIGHT

재택근무를 위한 홈 오피스가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이고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추세다. 거실, 주방, 다이닝룸, 서재 등으로 명확하게 나누었던 공간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는 것이 특징. 새롭게 단장한 까시나 쇼룸은 파트리시 아우르키 올라가 가능한한 실제 집처럼 연출한 것으로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이는 밀라노 까시나 쇼룸과 흡사하게 연출했다. 특히 입구 쪽을 거실, 서재, 라운지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벽에 걸린 카펫은 요세프 알버스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사각형에 대한 오마주’라는 회화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러그다. 바닥에 깐 ‘붉은색의 다양한 얼굴들’ 카펫 역시 요세프 알버스 제품. 라운지 체어는 마르셀 브로이어의 캔틸레버 라운지 체어로 단단한 버팔로 가죽과 강철 프레임을 사용했다.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디자인한 사이드 테이블은 2019년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기념해 독일 토넷 사에서 재생산하기 시작한 모델. 그 위에 올린 체스는 1923년에 디자인된 바우하우스 체스로 일반적인 체스맨과 달리 각각의 조각이 기능과 형태에 집중했다

HOME ALONE

비대면 접촉과 거리두기가 진행되면서 그 동안 사람을 만나서 나누었던 감정과 스트레스를 혼자서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과 감정의 회복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요즘,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 집안의 일부가 되고 있다.  
 
피에르 잔느레를 오마주한 캐피톨 콤플렉스 테이블괴 캐피톨 콤플렉스 체어, 마블링이 아름다운 스타더스트 펜던트 조명은 모두 까시나.

FAR AWAY

여행이 제한되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 안이나 방 안에 몽환적이고 이국적인 효과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프리즘 같은 조명이나 우주적인 효과를 내는 레이저빔을 두기도 하고 영화 <듄>에서처럼 지구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광활한 사막이나 숲의 이미지를 벽에 장식하기도 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가 디렉팅한 까시나 쇼룸의 한 코너는 식탁에 앉았을 때 미지의 행성에 와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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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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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UTY OF COMPLEXITY

서로 상반되는 색감과 소재가 이룬 조화가 돋보이는 집

서로 상반되는 색감과 소재가 이룬 조화가 돋보이는 집
서로 상반되는 색감과 소재가 어우러져 하나의 단어로는 정의할 수 없는 복합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집을 만났다.
블랙 원목 바닥의 어두움을 완화하기 위해 컬러풀한 아이템을 골랐다. 베이지색 엑스트라 소프트 소파는 리빙디바니. 그린 컬러의 암체어는 까시나의 637 위크레흐트. 블랙에 블루 포인트가 들어간 액자는 아티쵸크에서 구입. 그 자체만으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플로어 스탠드는 세르주무이.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한강 뷰는 이 집의 백미다.
 
방건혜 씨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안방의 좌식 공간에 앉아 있다.
블랙 원목을 깔아 시크한 분위기를 강조한 거실에는 생기를 부여하는 컬러풀한 아이템을 선택했으며, 눈길을 옆으로 살짝 돌리니 모던하지만 클래식한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는 다이닝 공간이 펼쳐진다. 집안 구석구석 자리한 오래된 고재 작품이 현대적인 가구와 어우러져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낸다. 하나의 스타일로 정의하기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이 집은 방건혜 씨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두 아들이 함께 사는 집이다. “시부모님이 살던 집이에요. 10년은 족히 넘어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죠. 체리색 몰딩에 아버님이 수집한 항아리와 오래된 고재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바닥에 굴러다닐 정도였어요. 리모델링을 통해 한 번쯤 나의 역작을 남겨보고 싶었어요!”라며 방건혜 씨가 웃으며 말했다.  생활 먼지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취약한 단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시크하고 남성적인 무드를 구현하고 싶었던 그녀가 블랙 원목 바닥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다소 어둡게 배경색을 깔았으니 그 위에는 색감을 부여할 차례였다. 부드러운 베이지색 소파와 연두색 암체어, 파란색 포인트가 들어간 액자를 무심히 벽에 기대어 놓아 어두운 바닥 자재의 차가운 느낌을 완화했다. “제가 모던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시도도 해보지 않고 단정 지었던 것들이 있는데, 다양한 스타일을 섞었을 때 나오는 조화의 아름다움이 있더군요.”  
다용도실로 사용했던 곳을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좌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안쪽으로는 수납공간을 만들어 여행 트렁크 등 덩치가 큰 생활용품을 수납할 수 있게 했다. 좌방석은 장응복이 디자인한 것으로 모노컬렉션.
 
시아버지가 모은 조각품과 항아리가 전시된 코너. 이제서야 제자리를 찾았다.
그런 집주인의 감각을 일깨워준 이는 공간와이의 한수연 실장이었다. 그녀는 이 현장이 개인적으로 애착이 많이 가는 프로젝트였다며 입을 열었다. “세 번째로 진행한 현장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도면을 상세하게 그릴 줄 몰라 제 머릿속으로만 그림을 그려가며 진행한 초창기 작업이에요. 그래서 좀 더 제 의견을 강력하게 밀고 나갔던 현장이기도하죠.” 모던함에 약간의 클래식한 여성스러움을 가미하며 예상 밖의 조합을 즐기는 그녀는 차가운 대리석과 메탈, 유리 등 굵직한 소재에 클래식한 형태와 컬러풀한 아이템을 적절히 녹여내 마치 갤러리나 호텔 같은 집을 완성했다. 또 제자리를 찾지 못해 빛을 발하지 못했던 시아버지의 오래된 조각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그 가치를 살렸다. 보는 눈은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다고 하지 않나. 부부는 물론이고 6학년, 중학교 2학년인 두 아들 역시 새롭게 변화한 집을 한껏 즐기고 있다며 가족 모두 만족감이 크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기존에 사용했던 미니멀한 디자인의 다이닝 테이블 위로 미국에서 직수입한 클래식한 디자인의 펜던트 조명을 달았다.
 
네모반듯한 모던함이 묻어나는 다이닝 공간. 보통 주방과 거실 사이에 시각적인 분리를 위해 슬라이딩 도어를 달지만 이 집은 시원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했다
 
거실에서 바라본 다이닝 공간. 이 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시원하게 펼쳐지는 한강 뷰다. 식사를 할 때도 창밖으로 펼쳐지는 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단독 욕조를 두어 호텔의 스위트룸을 연상시키는 욕실. 부부 침실 안쪽에 자리한 프라이빗한 욕실은 통유리로 마감했다.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지는 현관 입구. 대리석 바닥과 메탈 소재의 도어로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핑크색 반투명 유리로 포인트를 주어 여성스러움이 한 방울이 가미된 듯하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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