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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패턴과 색상으로 생기를 더한 집

과감한 패턴과 색상으로 생기를 더한 집

스테파니와 니콜라는 다양한 패턴과 색상을 강조하기 위해 흰색으로 벽을 마감했다. 녹색을 메인 컬러로 다양한 패턴의 벽지와 패브릭을 더해 생기 넘치는 그림 같은 공간을 완성했다.

벽 없이 거실, 다이닝룸, 부엌과 연결된 현관. 벽장은 건축 사무소 GCG 디자인으로 ACR 맞춤 제작. GCG가 인도에서 가져온 손잡이로 재미를 주었다. 벽장에 칠한 페인트는 패로&볼 Farrow&Ball의 스카이라이트 Skylight와 오프블랙 Off-Black, 컬크 그린 Calke Green. 벤치는 아틀리에 제르맹 Atelier Germain. 사이드 테이블은 폴 포탕 Pls Potten. 꽃병은 아이외르 Ailleurs. 거울은 ACR 맞춤 제작. 태피스트리는 마두라 Madura. 천장의 파노라마 벽지 ‘우다이푸르 Udaipur’는 아낭보 Ananbo. 거실의 책장은 GCG 디자인으로 ACR 맞춤 제작. 책장에 아치 형태를 더하고 머디 오렌지 컬러(아르질 Argile의 ‘베네치아 Venezia’)를 과감하게 칠했다. 선반에는 페일 핑크(리틀 그리니 Little Greene의 ‘줄리스 드림 Julie’s Dream’)를 칠해 부드러움을 더했다. 가장 높은 선반에 놓은 거대한 조개는 펌 리빙 Ferm Living, 플뢰 Fleux에서 구입.

 

“이 파티션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집약돼 있어요!” 날아가는 새와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을 담은 등 나무 파티션 그리고 거실에 있는 두 개의 가벼운 파티션은 공간을 나누면서도 움직임과 시적인 느낌을 가져다준다. 스테파니와 니콜라는 너무 직각으로만 이뤄진 세상에서는 살 수 없었다. 아르누보의 팬인 그들은 관능적인 커브와 리드미컬한 색의 조합을 좋아한다. 편안하면서 컬러 감도가 높은 친구 집을 통해 건축 사무소 GCG를 알게 된 부부는 GCG의 트리오 건축가(알렉상드르 굴레, 올리비아 샤르팡티에, 데브 굽타) 중에서 올리비아 샤르팡티에를 만났다. 부부가 건축가에게 부탁한 점은 집으로 들어오는 빛을 최대한 활용할 것과 메인 공간에 부엌, 다이닝룸, 거실을 함께 배치해 한눈에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올리비아는 공간에 리듬감을 주기 위해 욕 실과 거실의 책장 그리고 침실의 침대 헤드보드에 아치 형태를 더했다. 올리비아는 여러 컬러와 모티프를 섞었는데 가구에도 오렌지나 페일 핑크, 메도 그린, 라즈베리 같은 의외의 색을 과감하게 매치했다. 반면에 벽은 흰 색으로 마감했다. “집을 물들이는 빛을 잘 담아내기 위해 벽은 흰색으로 남겨두고 싶었어요” 라고 스테파니가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침실에는 달달한 사탕 상자 같은 핑크를 게스트 컬러로 초대했다. “부드러우면서 너무 여성적이지 않은 컬러예요”라고 스테파니가 설명한다. 다행히 니콜라 역시 이 의견에 공감했다.

 

 

“등나무 파티션에 있는 새는 마티스의 작품에서 감을 얻었어요.”

공간을 나누면서도 거실에 움직임과 시적인 느낌을 가져다주는 파티션. GCG가 디자인한 파티션은 프랑스 장인 프랑수아 파솔륑기 Francois Passolunghi가 등나무로 제작했다. 카나페 ‘탈라 Thala’는 카라반 Caravane. 단색 쿠션과 기하학적인 패턴의 쿠션은 모두 마두라. 다른 쿠션은 린델&Co. 검은색 타부레는 AMPM. 암체어와 낮은 테이블은 폴 포탕. 테이블 위에 있는 나무 새는 임스 Eames 디자인으로 비트라 Vitra. 베어브릭은 사사다 야수토×그라운드 Y Sasada YasutoY×Ground Y. 벨벳 커튼 ‘지아니 Gianni’와 태피스트리는 마두라. 벽 조명 ‘3 롱 3 Ronds’은 오노레 Honore. 꽃 모양의 플로어 스탠드는 벵시몽-홈 오투르 뒤 몽드 Bensimon-Home Autour du Monde.

 

 

“파리 스타일이면서 식물 느낌을 주는 이 녹색을 찾는 데 시간이 좀 들었어요.”

메도 그린 컬러로 식물의 푸르름을 더한 부엌. 부엌 가구는 ACR 맞춤 제작. 페인트는 패로&볼의 ‘컬크 그린’. 오븐은 지멘스 Siemens. 아일랜드에 있는 그릇은 앙투아네트 푸아송×모노프리 Antoinette Poisson×Monoprix, 꽃병는 인디아 마다비 India Mahdavi×모노프리. 조리대 위에 있는 흰색 카라페는 이케아 Ikea. 주전자와 머그는 아이외르. 테이블은 ACR 맞춤 제작. 그 위에 있는 유리잔과 카라페는 아이외르. 벤치는 비르지니 모렐 Virginie Morel이 맞춤 제작. 커버링한 패브릭 ‘아마라 Amara’는 카잘 Casal. 꽃무늬 패브릭은 피에르 프레이 Pierre Frey의 ‘마드무아젤 주아농 Mademoiselle Jouanon’. 벨벳 쿠션은 마두라. 의자는 구비 Gubi. 펜던트 조명은 에노 스튜디오 Eno Studio. 등나무 파티션은 GCG 디자인으로 프랑수아 파솔륑기 제작. 벽에 건 수채화는 에르망테르 Hermentaire의 작품으로 JAG 갤러리.

 

벤치는 비르지니 모렐 맞춤 제작. 커버링한 패브릭은 카잘의 ‘아마라’. 꽃무의 패브릭은 피에르 프레이의 ‘마드무아젤 주아농’. 벨벳 쿠션은 마두라. 의자는 구비. 테이블은 ACR 맞춤 제작. 테이블 다리는 메종 드뤼커 Maison Drucker. 테이블 위에 있는 유리잔과 카라페는 아이외르. 펜던트 조명은 에노 스튜디오. 부엌 가구는 ACR 맞춤 제작. 가구에 칠한 페인트는 패로&볼의 ‘컬크 그린’. 오븐은 지멘스. 아일랜드에 있는 그릇은 앙투아네트 푸아송×모노프리. 꽃병는 인디아 마다비×모노프리. 조리대 위에 있는 흰색 카라페는 이케아. 주전자와 머그는 아이외르.

 

 

“모난 각을 부드럽게 하는 아치는 아늑하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아치가 있는 욕실. 콘크리트 욕실 가구와 거울은 GCG 디자인으로 ACR 제작. 세면볼은 마고 Margot. 수전은 블뢰 프로방스 Bleu Provence. 세면대 위 벽을 마감한 타일 ‘플뤼마주 Plumage’는 크리스티나 셀레스티노 Cristina Celestino가 보테가노베 Botteganove를 위해 디자인한 제품. 바닥을 마감한 타일은 윙켈망 Winckelmans. 욕실 태피스트리와 수전은 자라 홈 Zara Home. 샹들리에는 아이크홀츠 Eichholtz. 공 모양의 펜던트 조명은 플로스 Flos. 샤워실 안은 컬러 콘크리트(메르카디 Mercadier에의 ‘뤼쉴 Russule’)로 외부는 패로&볼의 ‘오프화이트’로 마감했다. 수건걸이는 아코바 Acova.

올리비아 샤르팡티에의 조언

1. 파티션은 보윈도 Bow-window처럼 공간을 열면서 나누기도 한다. 현관 바닥에 모자이크 타일을 깔면 경계를 표시할 수 있다.
2. 욕실 가운데에 자리한 세면대는 목욕과 세면 공간을 구분한다.
3. 거울은 공간을 크게 보이게 하고 빛을 반사해 공간감을 배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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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쉬에 Bruno Su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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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과 조응

자유로운 소통의 사무실 WGNB

자유로운 소통의 사무실 WGNB

터줏대감처럼 한 지역에 오래 자리했던 건물의 역사는 존중하되, 내부는 새롭게 꾸려 언제든 자유롭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 WGNB의 사무실을 찾았다.

 

WGNB의 새 사무실은 연남동에 위치한 30년 된 다가구주택을 개조한 것이다. 다만 예스런 외관은 그대로 유지해 건물 자체가 지닌 지역성과 역사성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게 했다.

 

3층에서 5층까지 각 층을 하나로 이어주는 보이드 공간. 좁고 긴 수직형 건물이지만 이로 인해 소통이 한결 수월해진 공간을 완성했다. 천장에 자그만한 사각 창을 냈지만, 빛은 실내 전체에 고루 퍼진다.

준지의 플래그십 스토어, 교보문고와 핫트랙스 리뉴얼 프로젝트, 챕터원 한남등 이름만 들어도 자연스레 각 공간의 아이코닉한 모습이 선연히 그려진다.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저마다의 해법으로 풀어낸 공간이 이토록 뇌리에 선명한 이유는 공간을 대하는 디자이너의 뛰어난 창의성과 세심한 분석이 기반이 됐기 때문이리라. 앞서 말한 상업 공간은 모두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WGNB가 구현한 것이다. 현재 백종환 소장과 신종현 소장이 공동으로 대표직을 역임하고 있는 WGNB는단지 건축뿐 아니라 인테리어, 가구, 오브제 등 공간의 A to Z를 창조해내는 것을 주안점으로 삼는다. 그런 그들이 연남동에 자신들을 위한 새로운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전 거처였던 합정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사실 여긴 출퇴근길로 자주 오가던 곳이에요. 사무실을 이전하기 위해 여러 곳을 생각해봤지만, 여기가 좋을 것 같았어요.” 백종환 소장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를 되짚었다. 연남동의 한 대로변에 위치한 WGNB의 새로운 사무실은 30여 년이 훌쩍 지난 4층 규모의 다가구 주택으로 사용되던 건물에 자리한다. 처음 그들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오래된 건물이었음에도 예스런 외관을 별다른 개편 없이 그대로 둔 점에 문득 의문이 들었다. 건물의 연식을 고려해 내부는 물론 외관까지 새롭게 단장할 수도 있었지만 두 소장의 선택은 달랐던 것. “건물이 쌓아온 시간과 지역성은 그 자체로 건물이 지닌 유산이에요. 부수지 않고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뿐더러, 이 동네와 건물이 지녀온 역사를 보존하고 싶었죠. 도시 재생과 재생 건축, 이 두 가지 키워드를 저희 사무실에도 적용하고 싶었어요.” 이어 신 종현 소장은 한 일화를 예로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사무실 한 켠에 마련된 라운지 같은 공간. 탕비실 같은 역할로도 쓰인다.

 

5층 디렉터스 룸 왼쪽에 마련된 선반. 그 위에는 백종환 소장과 신종현 소장이 소장하고 있는 오브제와 직접 만든 조명이 비치되어 있다.

 

증축해 만든 5층 디렉터스룸. 가로로 길게 난 테이블은 두 소장이 함께 사용한다. 일을 하다 보면 보이드공간을 통해 직원들의 말소리가 종종 들려온다고 신소장이 전했다.

바로 옆에 위치했던 건물과 쌍둥이였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옆 건물과 달리, 건물에 설치된 콘크리트 턱에 앉아 할머니들이 도란도란 떠드는 모습을 보며 ‘아 할머니들이 이곳을 원래 있던 것처럼 사용하실 만큼 오래되고 지역적인 건축이 되었구나’ 싶었다고.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이곳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계단의 골격이나 군데군데 노출된 콘크리트 마감 등은 이전에 어떤 공간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한 흔적은 유지하되, 사무실로 사용되는 각 층의 내부는 사뭇 모던한 인상을 전하기 때문. 가장 우선적으로 사람으로 치면 혈관이나 뼈 등 몸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인 배관이나 냉난방 시설 그리고 전형적인 1990년대 주거 공간처럼 짜인 구조에서 탈피하고 개편하는 작업을 거쳤다. 이어 군더더기를 배제하며 백색의 톤으로 내부를 마감해 마치 화이트 큐브와도 같은 인상을 만들어냈다. 구태여 장식적인 요소 대신 여백을 활용한 것. 이어 가장 눈에 띄는 건축적인 두 가지 변화는 증축과 보이드 공간의 탄생이다. 본래 4층 규모였던 주택의 용도를 변경하고 한 층을 더 마련해 총 5층 규모로 만든 다음, 용적률이 높은 4층과 5층의 슬라브를 헐어 마치 건물의 주축 겸 구심점이 되어주는 보이드 공간을 구현했다.

 

신종현 소장과 백종환 소장. 서로에게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준다.

 

건물의 외관처럼 1990년대 다가구 주택의 면모를 유지한 계단식 복도. 깔끔하게 개조한 내부와 대조적이지만 그마저도 이 건물이 지닌 정체성이다.

3층에서 5층까지 길게 수직으로 이어지는 보이드 공간은 직원들을 분절된 층에 분산시킴으로써 우려되는 소통의 부재를 타개하기 위한 영민한 아이디어였다. 각 층의 내부 면적이 20평대 정도로 꽤 좁은 편인데다, 17명 정도 되는 인원을 한 층에 수용할 수 없는 현실적인 여건이 건물의 아이코닉함을 한껏 더하는 이색적인 재미를 만들어준 셈이다. “보이드 공간을 타고 다양한 소리가 들려요. 누군가가 열심히 키보드를 치거나 안부를 묻는 등 사소하지만 서로의 안위를 바로 마주 할 수는 없어도 소리로는 인지하는 거죠. 가끔은 휴지가 필요할 때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던져주기도 하고요. 저희한테는 마당 같은 요소예요.” 보이드 공간 하나로 자잘한 소통이 원활해졌다며 두 소장이 웃으며 말했다. 보이드가 높고 좁은 수직형 건물에 소통과 조응의 창구가 되어준다면 5층을 물리적으로 가로지르는 것은 엘리베이터다. 엘리베이터의 필요성을 두 소장이 인식하게 된 데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15년 정도 오랜 연을 유지해온 클라이언트 분이 계세요. 제주도에서 미술관을 운영하시는 할머니세요. 일흔이 훌쩍 넘으셨죠. 이전 2층 주택에 있던 사무실을 방문하실 때도 누군가의 부축이 필요했는데, 좁고 높은 계단을 타고 저희를 찾아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종환 소장이 엘리베이터 설치에 관한 일화를 이야기했다. 이 생각이 든 후 백 소장은 다세대 주택의 특징인 획일화된 구조를 복기하며 공통된 위치에 난 화장실을 엘리베이터를 내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오래된 연을 배려하는 마음이 직원들의 편의성을 높여줄 장치의 도입으로 이어졌다. 우스갯소리로 직원들끼리는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어쩔 뻔했냐라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고 신 소장은 전했다.

 

<어린왕자>를 좋아하는 백종환 소장의 취향을 엿볼수 있는 선반. 직원들이 선물한 백종환 소장의 캐리커처와 다양한 건축 서적 그리고 새 사무실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깔끔한 화이트 큐브 같은 내부지만 곳곳에 위트를 느낄 수 있는 피규어나 모형이 놓여있다. 소장하고 있거나 모형 작업을 위해 제작한 소품 등 다양한 물건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깔끔한 화이트 큐브 같은 내부지만 곳곳에 위트를 느낄 수 있는 피규어나 모형이 놓여있다. 소장하고 있거나 모형 작업을 위해 제작한 소품 등 다양한 물건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두 소장이 소통만큼 중요하게 여겼던 또 하나의 요소는 빛이다. 일하는 공간은 밝아야 하며, 밝은 분위기가 전하는 생기가 디자이너들의 영감과 창의성에 필수라고 여겼던 탓이다.이를 위해 보이드 공간 곳곳에 큰 창을 냈는데 덕택에 최소한의 조명만 켜도 사무실 전체가 화사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특히 5층 디렉터스룸과 연결된 천장 창은 낮에 따로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될 만큼 해사한 빛이 쏟아지는데, 보이드를 타고 이 빛이 각층에 고루 흘러가는 점도 각각의 층을 하나로 이어준다는 인상을 준다. “저희가 머무는 디렉터스룸은 5층에 있는데, 빛이 가장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곳이에요. 천장에 난 창을 통해 저희가 만들고 수집한 조명과 가구, 오브제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데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그림자와 빛의 세기와 모양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걸 보는 재미도 있더라고요.” 신소장이 말했다. 새롭게 터를 짠지 5개월 가량 흘렀지만, 직원들과 두 소장은 이곳에 더없는 만족감을 표했다. 새로운 사무실에 대한 기대감에 2주 만에 초안을 그렸다는 말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제 새하얀 배에 다 같은 마음으로 승선한 것만 같다고. 그들을 보며 누군가를 위한 상업 공간이 아닌 스스로의 하루를 쏟는 공간을 직접 짓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 라는 물음이 일었다. 건물의 지역성과 역사성과는 상생하되, 내부만큼은 소통과 교류, 직업적인 환경을 위해 조응하는 공간을 만들어낸 이들이 이곳에서 탄생시킬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심과 함께.

 

4층에 마련된 미팅룸. 창과 연결된 선반에는  다양한 프로젝트 기록물과 WGNB에서 제작한 리빙 아이템이 진열되어 있다.

 

촬영이 끝날 무렵 포착한5층의모습.천장에 가로로 길게 난 창 사이로 빛 한줄기가 마치 그림처럼 공간에 스며든다.  두 소장은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모습을 잠깐의 휴식과 함께 즐긴다고 전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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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 이진용의 새로운 작업실

부산 대신동에 위치한 이진용 작가의 작업실

부산 대신동에 위치한 이진용 작가의 작업실

이진용 작가가 부산 대신동에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 30년간 해운대에서 여러 곳의 작업실을 운용했는데, 이제 바다가 아니라 산과 마주한 곳에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었다고 한다.

 

지하 작업실의 신작 소파 그림 앞에 이작가가 앉아있다. 모든 그림은 실물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 이미지를 그린다.

대신동은 그가 태어난 고향이자 첫 작업실이 있었다. 언젠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서 유심히 봤던 집이 있었다. 구덕산 바로 아래 지어진 이 4층집을 마음에 둔 것은 7년전 이었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거실 유리창에 대나무와 벚나무가 닿을 만큼 구덕산이 가까운 아름다운 집이라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운명적으로 이곳을 소유하게 되었고, 리노베이션을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화이트 공간으로 새롭게 개조했으며, 2층 야외 테라스등 몇몇 공간은 직접 만들었다. 해운대에는 대형 작업을 하기 위한 작업실을 여전히 남겨두었으나, 이제 이 대신동 건물이 그의 중심축이다. 건물 지하 1층, 1층, 2층, 4층은 작업실이고, 3층은 거주 공간이다. 어머니와 아내, 강아지는 3층에 거주하며, 이 작가는 여러 층의 작업실을 오가며 작업한다. 사실 그의 작업실은 박물관보다 더 박물관 같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는 침향, 카메라, 시계, 책, 보이차, 악기등의 메타 컬렉션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으며, 시간을 수집하기 때문이다.

수집은 그의 작품 활동과 더불어 이루어지고 있으며, 컬렉션 자체가 작품이다. 이런 이유로 작가는 컬렉션이 알려지는 것을 경계해왔다. 그의 컬렉션은 과시가 아니라 작품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수집품은 시간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그가 즐겨 그리는 책의 경우는 이미 고등학교 때 수 만권의 컬렉션을 가지고 있었을 정도다. 몇 년전에는 영국에서 펭귄 브랜드 책만 2만권을 수집하기도 했다. “내 책장 하나를 미술관에 전시하면 그것이 바로 작품이 됩니다. 컬렉션은 내가 필요한 물성의 시간을 모으는 것이며, 누구에게 보여 주기 위해 수집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컬렉션 에너지의 파장이 영양분이 되고 작품의 힘이 되지요.” 이처럼 컬렉션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 사례는 미술사에서 종종 찾아 볼 수 있는데, 거장 렘브란트와 고갱 역시 다채로운 오브제 컬렉션에서 창작의 힘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그가 컬렉션의 실물이나, 이를 촬영한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이 작가는 오랫동안 이미지를 마음에 담아두었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 다. 예를 들어, 책 그림이라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실제의 책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마음 속의 책을 그리는 것이며, 그것이 그의 작품의 매력이다. 구상이 아니라 추상인 것이다.

 

천장에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작품이 걸린 2층 서재.

 

2층 책장은 이진용 작가가 맞춤 제작한 것으로 한칸 한칸의 구성이 그에게는 작품이다. 오른쪽의 앤티크 와이셔츠 장식장에는 라이카 카메라 컬렉션과 다기 등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왼쪽에는 축음기와 오르골이 놓여 있다.

 

이진용 작가는 시간을 수집하며, 컬렉션은 곧 그의 작품이다. 1층에는 레진 안에 컬렉션을 담은 작품 ‘인 마이 메모리’ 연작이 전시되어 있다. 곳곳에 오리가 많은데, 오리가 화목을 상징하기 때문에 수집뿐 아니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박여숙 화랑에서 열린 38번째 개인전에서 가로로 놓인 책 그림 연작을 선보였는데,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오해받을 만한 섬세한 화풍이 감탄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 그림은 한장 한장 쌓인 시간을 그린 것이지 단순히 책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아니었다. 미술가에게 작업실은 대단히 중요하다. 작업실의 건축 디자인, 위치와 크기로 인해 작품이 영향을 받기 때문 이다. 이번 이사만 해도 1년 넘게 걸렸으며, 트럭이 100번쯤 해운대와 대신동을 오갔을 만큼 짐이 많았다. 아직도 정리하는 중이지만 30년 만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만큼 마음이 평안하다. 특히 이제는 예전처럼 출퇴근을 하지 않고 한곳에서 작업과 거주를 하게 되었기에 작업시간이 더 늘어 났다. “오늘이 몇월 며칠 몇시인지도 모르고 작업만 합니다. 작업을하다 지치면 잠시 눈을 감았다 또 작업을 해요. 잠자는 시간, 밥먹는 시간이 따로 없어요. 하루 종일 신나게 작업을 합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이 재미있어서 하는 거라서 피곤할 줄도 몰라요.” 공자의 말씀 대로 즐기지 못하면 깨닫지 못한다는 것을 그는 오래전부터 몸으로 느끼고 실천해왔다.

즐긴다는 것은 진심이라는 의미이며, 좋아하는 것을 곁에 두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게 된다. 잠시 잠이 들었다가도 작업할 생각에 금세 설레서 일어난다니, 그의 일중독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공간 가득히 작품과 컬렉션이 있으니 일중독을 유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현관 앞에 새로심은 로즈마리가 아름다운 1층에는 그의 오브제 레진 연작 ‘인 마이 메모리’가 있다. 선사시대에 생성된 호박속 모기처럼, 레진 안에 그의 컬렉션을 쏙 집어넣은 작품이다. 레진이라는 정지된 시간에 오브제를 넣어 더 이상 변화하지 않게 만든 것이다. 1987년 시작한 이 연작은 그간 전시에서 여러 번 선 보인 적 있으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종의 타임캡슐과 마찬가지로, 매년 관심을 가진 컬렉션을 레진 속에 가두어 영원히 보관하는것. 이작업은 그래서 그에게 일기와도 같다.

 

뒤로 중정이 내려다보이는 실버 컬렉션.

 

그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보이차 애호가이다. 보이차는 침향, 책, 악기, 카메라 등 다른 수집품과 마찬가지로 시간을 담고 있기에 매료되었다.

 

그는 작업할 때 항상 면도하고 깔끔하게 차려입으며, 작업실도 마찬가지로 먼지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2층 복도에서 바라 본 계단. 중정으로 인해 집안 어느 곳이나 햇살이 잘 비친다.

 

그는 작업할 때 항상 면도하고 깔끔하게 차려입으며, 작업실도 마찬가지로 먼지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지하 작업실로 내려가는 계단. 그가 최근 몰두하고 있는 신작 얼굴 시리즈와 책 그림이 걸려있다.

 

3층 주거 공간에는 그가 경매에서 구입한 북유럽 디자인 가구들이 자리하고 있다. 창밖에는 구덕산의 울창한 대나무숲이 바람에 나부낀다.

 

2층에는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창밖을 배경으로 책장과 보이차 테이블, 작업실이 펼쳐진다. 그는  보이차를 함께 마신다는 것은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누군가를 시각적으로 감동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미술가이기에, 차를 마시는 것과 미술이 공통점을 갖는다는 것. 인연은 진심을 다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믿기에, 작업실에 손님이 온다고 하면 미리 시뮬레이션까지 해본다. 그래서 최소한 30년은 발효되어야 마실 수 있는 보이차 컬렉션은 그의 중요한 행위이며, 다구와 다기구성 역시 작품과 같다. 전시를 위해 해외에 갔다 수집하게 된 오르골과 축음기의 아날로그 음악을 차 한잔과 곁들일 수 있다. 2층부터 4층까지 연결된 중정은 햇살이 잘 드는 것은 물론이고, 환기가 잘 되어 결로 현상을 차단한다. 3층 거주 공간은 자작나무로 수납장을 만들어 지극히 깔끔하다. 작업 공간과는 다른 고즈넉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북유럽 가구로 휴식 공간을 만들었으며, 자작 나무문을 하나씩 열어볼 때마다 그 깔끔한 정리 정돈에 놀라게 된다. 새로운 작업실의 기운을 받아 신작도 시작했다. 작품이 완성되어야 전시를 할 수있으니 작업이 더욱 즐겁다. “최근 지하 작업실에서 두개의 커다란 의자를 그리고 있어요. 하나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곱게 나이가 들었고, 다른 하나는 거만하고 거친 느낌이지요. 누군가를 품어 줄 수 있고 몸을 맡길 수도 있는 것이 의자이기에, 사람이 변하는 것처럼 의자가 변하는 모습에 매혹되었습니다.”

 이렇게 사실적인 그림이 그의 눈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왔다니 다시 한번 놀랍다. 그가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고 말하는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또한 그는 <팔만대장경>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해인사를 찾아 그 이미지를 마음에 품는 중이기도 하다. “보는 것이 그리는 것이다”라는미술가 밀레의 명언에 작가가 되기를 결심한 것이 그가 13세때의 일이었다.  그때 부터 그는 47년간 붓 한 자루로 자수성가해 지금의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이 고요한 곳에서 그는 신선처럼 노닐며 작품을 만든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한한 자유를 감당해야 된다는 뜻이기에, 그는 이곳에서 최상의 에너지로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환갑을 맞아 작가로서 새로운 수확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신년 계획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3층 주거 공간에는 그가 경매에서 구입한 북유럽 디자인 가구들이 자리하고 있다. 창밖에는 구덕산의 울창한 대나무숲이 바람에 나부낀다.

 

1층 현관으로 들어오자마자 만나는 이진용 작가의 작품. 한 벽을 아름답게 장식한 작품이 곧 인테리어가 되었다.

 

지하 작업실에서는 소파와 가방 연작을 그리는 중이다. 하이퍼 리얼리즘 작품이 아니라 그가 마음으로 상상한 이미지이다. 그가 수집한 앤티크 가방들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가 이를 마음속으로 조합해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가방을 그린다. 공간마다 이루어지는 작업이 다르며, 대형 작품은 해운대 작업실에서 만든다.

 

지하 작업실에서는 소파와 가방 연작을 그리는 중이다. 하이퍼 리얼리즘 작품이 아니라 그가 마음으로 상상한 이미지이다. 그가 수집한 앤티크 가방들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가 이를 마음속으로 조합해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가방을 그린다. 공간마다 이루어지는 작업이 다르며, 대형 작품은 해운대 작업실에서 만든다.

 

지하 작업실에서는 소파와 가방 연작을 그리는 중이다. 하이퍼 리얼리즘 작품이 아니라 그가 마음으로 상상한 이미지이다. 그가 수집한 앤티크 가방들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가 이를 마음속으로 조합해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가방을 그린다. 공간마다 이루어지는 작업이 다르며, 대형 작품은 해운대 작업실에서 만든다.

 

 

 

CREDIT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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