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rae’s WONDERLAND

자신만의 색깔로 가득 채운 개그우먼 박나래의 새로운 집

자신만의 색깔로 가득 채운 개그우먼 박나래의 새로운 집

개그우먼 박나래는 집을 하얀 도화지 삼아 자신만의 색깔로 가득 채웠다. 혼자 살지만 외롭지 않고, 넓지만 비어 있지 않은 나래’s 하우스는 그녀의 성격처럼 많은 것을 포용하는 넉넉함을 지녔다.

나비와 꽃, 새가 그려진 모로소의 조쉬 Josh 패브릭 소파는 동화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쉬는 날에는 채광이 좋은 거실 소파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는 개그우먼 박나래. 꾸밈by www.ccumim.com 02-324-3535

취재했던 몇 년치의 집을 모아놓고 보면 그 당시 유행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요소나 가구 등이 눈에 밟히기 마련이다. 한 시기의 유행을 살펴볼 수 있어 좋은 점도 있지만 종종 집주인만의 개성이 느껴지는 집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공간 디자이너인 꾸밈by 조희선 대표가 “굉장히 강하고 독특한 집이에요”라며 언지를 줬을 때만해도 사실 무덤덤했는데 직접 마주한 이 집은 예상보다 강한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 집만 보고 집주인을 예측해볼 수 있을까. 컬러가 넘실대는 이 집의 주인공은 개그우먼 박나래 씨다. TV 화면을 통해 그녀가 컬러를 몹시 사랑하는 사람이란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지만 집전체가 거대한 물감 팔레트 같을 줄은 몰랐다.

 

“40년이나 된 단독주택이에요. 처음에는 인테리어 공사만 하려고 했었는 데요, 철거를 하다 보니 오래 묵은 집의 문제점이 하나 둘씩 드러나더군요. 철거를 하고, 가벽을 세우고, 구석구석 손을 봤죠”라며 조희선 대표가 길었던 여정의 시작을 설명했다. 집주인이자 스타일에 대한 주장이 확고했던 박나래 씨는 오랫동안 살 생각으로 그동안 꿈꿔왔던 것을 이 집에 담아내고자 했다. “일을 시작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던 시절에는 아주 작은 집에서도 살았고, 이사도 참 많이 다녔어요. ‘나래’s 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인 이 집은 언젠가 집을 갖게 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컨셉트예요.” 박나래는 TV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를 통해 친분을 쌓은 조희선 대표에게 집을 의뢰했고, 많은 셀러브리티의 집을 디자인한 경험이 있는 그녀라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제대로 반영해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래된 단독주택의 섀시는 그대로 두고 대신 아치 형태의 프레임을 만들어 색다른 공간이 됐다. 페인트는 모두 던에드워드, 벽지는 개나리벽지 제품.

 

레어로우의 선반을 시공해 깔끔하게 마감한 작은 서재. 바닥재는 구정마루의 원목마루로 시공했다.

이 집은 거대한 체스판을 떠올리게 하는 다이아몬드 패턴의 거실과 주방 바닥의 타일, 미로의 문을 떠올리게 하는 아치 형태의 프레임, 마블링처럼 물감이 섞여 있는 듯한 벽, 마치 벽지가 작품이 된 듯 천장에 액자 몰딩을 설치한 다이닝 공간,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새와 나비의 모습을 담은 패브릭 소파 등 왜 컨셉트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지 알 수 있을 만한 독특한 요소들이 혼재해 있다. 지하부터 이어지는 계단도 층마다 컬러와 패턴을 달리해 공간을 이동할 때도 재미가 있다. 가장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컬러를 반영했는데, 노란색 침대 헤드보드와 보라색 벽지의 매치가 산뜻하고 욕실로 가는 벽에는 류종대 작가의 올록볼록한 거울 작품을 달아 안쪽 공간을 화사하게 밝힌다. “저는 컬러를 정말 사랑해요. 무채색 공간에 가면 편안하기보다 오히려 답답하더라고요. 제일 싫어하는 색깔이 블랙&화이트일 정도예요(웃음). 집에 컬러가 많으니 어떤 가구나 소품을 두어도 비슷한 컬러가 있어서 매치가 잘 되고요, 조금 어질러져 있어도 티가 덜 나요. 쉬는 날 거실에 앉아 집을 둘러보고 있으면 정말 행복해요”라는 말에서 개그우먼 박나래가 얼마나 컬러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 남들은 불멍을 하며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고 하지만 그녀는 ‘컬러멍’으로 위안을 받는 셈이다.

 

레드 컬러의 타일이 포인트인 계단.

 

최근 박나래 씨가 유독 좋아하는 오렌지색으로 천장을 마감한 주방. 녹색 타일과의 대비가 강렬하다.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가구재와 하드웨어, 현장 자재 등은 모두 예림에서 구입한 것.

사실 집에 컬러를 반영하고 싶은 이들은 많지만 막상 시도하려고 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좋아하는 컬러를 그냥 늘어놓는 것만으로는 괜찮은 인테리어가 되기 어렵다. 꾸밈by 조희선 대표와 오수미 선임 디자이너가 쌓은 내공과 노하우는 그래서 더 빛을 발한다. 컬러가 지나치게 많으면 어지러울 수 있기 때문에 주방과 다이닝 공간 사이의 벽은 블랙&화이트 패턴을 넣었고, 많은 술잔과 테이블웨어를 보관할 붙박이장의 도어는 블랙 유리로 마감했다. 공간을 묵직하게 잡아주는 요소이 기도 하고 조명을 켰을 때도 화려하지만 힘이 느껴진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공간은 높은 천고의 장점을 살려 블랙&하이트의 줄무늬 벽지를 발랐는데, 덕분에 시원스럽게 뻗은 패턴의 힘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수납 공간을 붙박이 형식으로 마감해 컬러 외에 산만해보일 수 있는 물건을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다. 박나래 씨의 많은 짐을 제자리에 완벽하게 수납하면서 오롯이 컬러를 감상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집이 된 것. “조희선 대표 님이 계속 강조하신 것이 수납이었어요. 집에 컬러가 많으니 짐을 최대한 숨겨야 컬러가 더욱 돋보일 수 있다고요. 캠핑 장비부터 옷, 그릇 그리고 엄마와 할머니도 손이 크셔서 한번 보내주실 때마다 양이 엄청나거든요. 웬만한 영업장만큼 짐이 많았는데, 집 안 곳곳에 마련한 수납공간으로 짐을 잘 정리할 수 있었어요.” 박나래 씨가 이전 집의 짐이 모두 잘 수납된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나래바이자 다이닝 공간. 그림을 그린 것 같은 벽지는 레벨월스 제품이다. 천장을 액자 몰딩처럼 만든 부분에서 위트가 느껴진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색감을 지닌 침실. 보라색과 노란색의 보색대비가 눈길을 끈다.

해가 잘 드는 거실에 앉아 쉴 때를 위해 잘 마시지도 않는 커피를 왠지 마셔야 할 것같아 커피머신을 구입했다는 박나래 씨의 말에서 새 집에 대한 설렘이 느껴졌다. 그녀의 본업은 개그우먼이자 방송인이지만 시간이 날 때 마다 인테리어를 찾아보거나 새로운 가구나 소품을 둘러보는 것이 취미다. 집 공사를 앞두고 래퍼런스 자료로 찾은 사진만 100장이 넘을 정도다. “저도 개성 강한 집을 많이 해봤지만 나래 씨는 정말 색다른 것을 원했어요. 뭐든 유행이거나 많이 판매된 제품에는 관심이 없었고, 남들이 선택하지 않은 것을 골랐죠(웃음). 조금 과한 부분은 서로 절충하면서 최대한 나래 씨가 생각한 집에 가깝게 디자인했어요.” 조희선 대표의 말처럼 박나래 씨는 거실의 빈 벽에 핫 핑크 벽난로를 두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집 공사가 그렇듯 우여곡절도 있었고 다들 고생이 많았어요. 그래도 생각했던 집이 완성돼서 만족하고 감사해요. 옷처럼 집도 나를 표현하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이 집에 놀러왔을 때 ‘박나래, 너 답다’라고 말해준다면 최고의 칭찬일 것 같아요. 사람마다 편하다고 느끼는 기준이 다르듯 저는 다양한 컬러에 둘러싸여 있을 때 편안함을 느껴요. 박나래의 집에는 연예인의 집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큼직한 셀프 포트레이트나 트로피는 볼 수 없다. 오직 집 안에 넘실대는 컬러만이 박나래를 대변한다. 그녀는 컬러와 산다.

 

셀레티의 암체어가 맞이하는 2층. 오크 색상의 원목 마루는 더존마루 제품이다.

 

게스트 화장실도 신경 썼다. 물이 많이 튀는 하단부는 타일을 시공하고 윗부분은 벽지를 발라 완성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과용

TAGS
Full of Light

과감한 패턴과 색상으로 생기를 더한 집

과감한 패턴과 색상으로 생기를 더한 집

스테파니와 니콜라는 다양한 패턴과 색상을 강조하기 위해 흰색으로 벽을 마감했다. 녹색을 메인 컬러로 다양한 패턴의 벽지와 패브릭을 더해 생기 넘치는 그림 같은 공간을 완성했다.

벽 없이 거실, 다이닝룸, 부엌과 연결된 현관. 벽장은 건축 사무소 GCG 디자인으로 ACR 맞춤 제작. GCG가 인도에서 가져온 손잡이로 재미를 주었다. 벽장에 칠한 페인트는 패로&볼 Farrow&Ball의 스카이라이트 Skylight와 오프블랙 Off-Black, 컬크 그린 Calke Green. 벤치는 아틀리에 제르맹 Atelier Germain. 사이드 테이블은 폴 포탕 Pls Potten. 꽃병은 아이외르 Ailleurs. 거울은 ACR 맞춤 제작. 태피스트리는 마두라 Madura. 천장의 파노라마 벽지 ‘우다이푸르 Udaipur’는 아낭보 Ananbo. 거실의 책장은 GCG 디자인으로 ACR 맞춤 제작. 책장에 아치 형태를 더하고 머디 오렌지 컬러(아르질 Argile의 ‘베네치아 Venezia’)를 과감하게 칠했다. 선반에는 페일 핑크(리틀 그리니 Little Greene의 ‘줄리스 드림 Julie’s Dream’)를 칠해 부드러움을 더했다. 가장 높은 선반에 놓은 거대한 조개는 펌 리빙 Ferm Living, 플뢰 Fleux에서 구입.

 

“이 파티션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집약돼 있어요!” 날아가는 새와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을 담은 등 나무 파티션 그리고 거실에 있는 두 개의 가벼운 파티션은 공간을 나누면서도 움직임과 시적인 느낌을 가져다준다. 스테파니와 니콜라는 너무 직각으로만 이뤄진 세상에서는 살 수 없었다. 아르누보의 팬인 그들은 관능적인 커브와 리드미컬한 색의 조합을 좋아한다. 편안하면서 컬러 감도가 높은 친구 집을 통해 건축 사무소 GCG를 알게 된 부부는 GCG의 트리오 건축가(알렉상드르 굴레, 올리비아 샤르팡티에, 데브 굽타) 중에서 올리비아 샤르팡티에를 만났다. 부부가 건축가에게 부탁한 점은 집으로 들어오는 빛을 최대한 활용할 것과 메인 공간에 부엌, 다이닝룸, 거실을 함께 배치해 한눈에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올리비아는 공간에 리듬감을 주기 위해 욕 실과 거실의 책장 그리고 침실의 침대 헤드보드에 아치 형태를 더했다. 올리비아는 여러 컬러와 모티프를 섞었는데 가구에도 오렌지나 페일 핑크, 메도 그린, 라즈베리 같은 의외의 색을 과감하게 매치했다. 반면에 벽은 흰 색으로 마감했다. “집을 물들이는 빛을 잘 담아내기 위해 벽은 흰색으로 남겨두고 싶었어요” 라고 스테파니가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침실에는 달달한 사탕 상자 같은 핑크를 게스트 컬러로 초대했다. “부드러우면서 너무 여성적이지 않은 컬러예요”라고 스테파니가 설명한다. 다행히 니콜라 역시 이 의견에 공감했다.

 

 

“등나무 파티션에 있는 새는 마티스의 작품에서 감을 얻었어요.”

공간을 나누면서도 거실에 움직임과 시적인 느낌을 가져다주는 파티션. GCG가 디자인한 파티션은 프랑스 장인 프랑수아 파솔륑기 Francois Passolunghi가 등나무로 제작했다. 카나페 ‘탈라 Thala’는 카라반 Caravane. 단색 쿠션과 기하학적인 패턴의 쿠션은 모두 마두라. 다른 쿠션은 린델&Co. 검은색 타부레는 AMPM. 암체어와 낮은 테이블은 폴 포탕. 테이블 위에 있는 나무 새는 임스 Eames 디자인으로 비트라 Vitra. 베어브릭은 사사다 야수토×그라운드 Y Sasada YasutoY×Ground Y. 벨벳 커튼 ‘지아니 Gianni’와 태피스트리는 마두라. 벽 조명 ‘3 롱 3 Ronds’은 오노레 Honore. 꽃 모양의 플로어 스탠드는 벵시몽-홈 오투르 뒤 몽드 Bensimon-Home Autour du Monde.

 

 

“파리 스타일이면서 식물 느낌을 주는 이 녹색을 찾는 데 시간이 좀 들었어요.”

메도 그린 컬러로 식물의 푸르름을 더한 부엌. 부엌 가구는 ACR 맞춤 제작. 페인트는 패로&볼의 ‘컬크 그린’. 오븐은 지멘스 Siemens. 아일랜드에 있는 그릇은 앙투아네트 푸아송×모노프리 Antoinette Poisson×Monoprix, 꽃병는 인디아 마다비 India Mahdavi×모노프리. 조리대 위에 있는 흰색 카라페는 이케아 Ikea. 주전자와 머그는 아이외르. 테이블은 ACR 맞춤 제작. 그 위에 있는 유리잔과 카라페는 아이외르. 벤치는 비르지니 모렐 Virginie Morel이 맞춤 제작. 커버링한 패브릭 ‘아마라 Amara’는 카잘 Casal. 꽃무늬 패브릭은 피에르 프레이 Pierre Frey의 ‘마드무아젤 주아농 Mademoiselle Jouanon’. 벨벳 쿠션은 마두라. 의자는 구비 Gubi. 펜던트 조명은 에노 스튜디오 Eno Studio. 등나무 파티션은 GCG 디자인으로 프랑수아 파솔륑기 제작. 벽에 건 수채화는 에르망테르 Hermentaire의 작품으로 JAG 갤러리.

 

벤치는 비르지니 모렐 맞춤 제작. 커버링한 패브릭은 카잘의 ‘아마라’. 꽃무의 패브릭은 피에르 프레이의 ‘마드무아젤 주아농’. 벨벳 쿠션은 마두라. 의자는 구비. 테이블은 ACR 맞춤 제작. 테이블 다리는 메종 드뤼커 Maison Drucker. 테이블 위에 있는 유리잔과 카라페는 아이외르. 펜던트 조명은 에노 스튜디오. 부엌 가구는 ACR 맞춤 제작. 가구에 칠한 페인트는 패로&볼의 ‘컬크 그린’. 오븐은 지멘스. 아일랜드에 있는 그릇은 앙투아네트 푸아송×모노프리. 꽃병는 인디아 마다비×모노프리. 조리대 위에 있는 흰색 카라페는 이케아. 주전자와 머그는 아이외르.

 

 

“모난 각을 부드럽게 하는 아치는 아늑하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아치가 있는 욕실. 콘크리트 욕실 가구와 거울은 GCG 디자인으로 ACR 제작. 세면볼은 마고 Margot. 수전은 블뢰 프로방스 Bleu Provence. 세면대 위 벽을 마감한 타일 ‘플뤼마주 Plumage’는 크리스티나 셀레스티노 Cristina Celestino가 보테가노베 Botteganove를 위해 디자인한 제품. 바닥을 마감한 타일은 윙켈망 Winckelmans. 욕실 태피스트리와 수전은 자라 홈 Zara Home. 샹들리에는 아이크홀츠 Eichholtz. 공 모양의 펜던트 조명은 플로스 Flos. 샤워실 안은 컬러 콘크리트(메르카디 Mercadier에의 ‘뤼쉴 Russule’)로 외부는 패로&볼의 ‘오프화이트’로 마감했다. 수건걸이는 아코바 Acova.

올리비아 샤르팡티에의 조언

1. 파티션은 보윈도 Bow-window처럼 공간을 열면서 나누기도 한다. 현관 바닥에 모자이크 타일을 깔면 경계를 표시할 수 있다.
2. 욕실 가운데에 자리한 세면대는 목욕과 세면 공간을 구분한다.
3. 거울은 공간을 크게 보이게 하고 빛을 반사해 공간감을 배가한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브뤼노 쉬에 Bruno Suet

TAGS
상생과 조응

자유로운 소통의 사무실 WGNB

자유로운 소통의 사무실 WGNB

터줏대감처럼 한 지역에 오래 자리했던 건물의 역사는 존중하되, 내부는 새롭게 꾸려 언제든 자유롭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 WGNB의 사무실을 찾았다.

 

WGNB의 새 사무실은 연남동에 위치한 30년 된 다가구주택을 개조한 것이다. 다만 예스런 외관은 그대로 유지해 건물 자체가 지닌 지역성과 역사성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게 했다.

 

3층에서 5층까지 각 층을 하나로 이어주는 보이드 공간. 좁고 긴 수직형 건물이지만 이로 인해 소통이 한결 수월해진 공간을 완성했다. 천장에 자그만한 사각 창을 냈지만, 빛은 실내 전체에 고루 퍼진다.

준지의 플래그십 스토어, 교보문고와 핫트랙스 리뉴얼 프로젝트, 챕터원 한남등 이름만 들어도 자연스레 각 공간의 아이코닉한 모습이 선연히 그려진다.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저마다의 해법으로 풀어낸 공간이 이토록 뇌리에 선명한 이유는 공간을 대하는 디자이너의 뛰어난 창의성과 세심한 분석이 기반이 됐기 때문이리라. 앞서 말한 상업 공간은 모두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WGNB가 구현한 것이다. 현재 백종환 소장과 신종현 소장이 공동으로 대표직을 역임하고 있는 WGNB는단지 건축뿐 아니라 인테리어, 가구, 오브제 등 공간의 A to Z를 창조해내는 것을 주안점으로 삼는다. 그런 그들이 연남동에 자신들을 위한 새로운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전 거처였던 합정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사실 여긴 출퇴근길로 자주 오가던 곳이에요. 사무실을 이전하기 위해 여러 곳을 생각해봤지만, 여기가 좋을 것 같았어요.” 백종환 소장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를 되짚었다. 연남동의 한 대로변에 위치한 WGNB의 새로운 사무실은 30여 년이 훌쩍 지난 4층 규모의 다가구 주택으로 사용되던 건물에 자리한다. 처음 그들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오래된 건물이었음에도 예스런 외관을 별다른 개편 없이 그대로 둔 점에 문득 의문이 들었다. 건물의 연식을 고려해 내부는 물론 외관까지 새롭게 단장할 수도 있었지만 두 소장의 선택은 달랐던 것. “건물이 쌓아온 시간과 지역성은 그 자체로 건물이 지닌 유산이에요. 부수지 않고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뿐더러, 이 동네와 건물이 지녀온 역사를 보존하고 싶었죠. 도시 재생과 재생 건축, 이 두 가지 키워드를 저희 사무실에도 적용하고 싶었어요.” 이어 신 종현 소장은 한 일화를 예로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사무실 한 켠에 마련된 라운지 같은 공간. 탕비실 같은 역할로도 쓰인다.

 

5층 디렉터스 룸 왼쪽에 마련된 선반. 그 위에는 백종환 소장과 신종현 소장이 소장하고 있는 오브제와 직접 만든 조명이 비치되어 있다.

 

증축해 만든 5층 디렉터스룸. 가로로 길게 난 테이블은 두 소장이 함께 사용한다. 일을 하다 보면 보이드공간을 통해 직원들의 말소리가 종종 들려온다고 신소장이 전했다.

바로 옆에 위치했던 건물과 쌍둥이였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옆 건물과 달리, 건물에 설치된 콘크리트 턱에 앉아 할머니들이 도란도란 떠드는 모습을 보며 ‘아 할머니들이 이곳을 원래 있던 것처럼 사용하실 만큼 오래되고 지역적인 건축이 되었구나’ 싶었다고.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이곳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계단의 골격이나 군데군데 노출된 콘크리트 마감 등은 이전에 어떤 공간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한 흔적은 유지하되, 사무실로 사용되는 각 층의 내부는 사뭇 모던한 인상을 전하기 때문. 가장 우선적으로 사람으로 치면 혈관이나 뼈 등 몸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인 배관이나 냉난방 시설 그리고 전형적인 1990년대 주거 공간처럼 짜인 구조에서 탈피하고 개편하는 작업을 거쳤다. 이어 군더더기를 배제하며 백색의 톤으로 내부를 마감해 마치 화이트 큐브와도 같은 인상을 만들어냈다. 구태여 장식적인 요소 대신 여백을 활용한 것. 이어 가장 눈에 띄는 건축적인 두 가지 변화는 증축과 보이드 공간의 탄생이다. 본래 4층 규모였던 주택의 용도를 변경하고 한 층을 더 마련해 총 5층 규모로 만든 다음, 용적률이 높은 4층과 5층의 슬라브를 헐어 마치 건물의 주축 겸 구심점이 되어주는 보이드 공간을 구현했다.

 

신종현 소장과 백종환 소장. 서로에게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준다.

 

건물의 외관처럼 1990년대 다가구 주택의 면모를 유지한 계단식 복도. 깔끔하게 개조한 내부와 대조적이지만 그마저도 이 건물이 지닌 정체성이다.

3층에서 5층까지 길게 수직으로 이어지는 보이드 공간은 직원들을 분절된 층에 분산시킴으로써 우려되는 소통의 부재를 타개하기 위한 영민한 아이디어였다. 각 층의 내부 면적이 20평대 정도로 꽤 좁은 편인데다, 17명 정도 되는 인원을 한 층에 수용할 수 없는 현실적인 여건이 건물의 아이코닉함을 한껏 더하는 이색적인 재미를 만들어준 셈이다. “보이드 공간을 타고 다양한 소리가 들려요. 누군가가 열심히 키보드를 치거나 안부를 묻는 등 사소하지만 서로의 안위를 바로 마주 할 수는 없어도 소리로는 인지하는 거죠. 가끔은 휴지가 필요할 때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던져주기도 하고요. 저희한테는 마당 같은 요소예요.” 보이드 공간 하나로 자잘한 소통이 원활해졌다며 두 소장이 웃으며 말했다. 보이드가 높고 좁은 수직형 건물에 소통과 조응의 창구가 되어준다면 5층을 물리적으로 가로지르는 것은 엘리베이터다. 엘리베이터의 필요성을 두 소장이 인식하게 된 데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15년 정도 오랜 연을 유지해온 클라이언트 분이 계세요. 제주도에서 미술관을 운영하시는 할머니세요. 일흔이 훌쩍 넘으셨죠. 이전 2층 주택에 있던 사무실을 방문하실 때도 누군가의 부축이 필요했는데, 좁고 높은 계단을 타고 저희를 찾아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종환 소장이 엘리베이터 설치에 관한 일화를 이야기했다. 이 생각이 든 후 백 소장은 다세대 주택의 특징인 획일화된 구조를 복기하며 공통된 위치에 난 화장실을 엘리베이터를 내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오래된 연을 배려하는 마음이 직원들의 편의성을 높여줄 장치의 도입으로 이어졌다. 우스갯소리로 직원들끼리는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어쩔 뻔했냐라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고 신 소장은 전했다.

 

<어린왕자>를 좋아하는 백종환 소장의 취향을 엿볼수 있는 선반. 직원들이 선물한 백종환 소장의 캐리커처와 다양한 건축 서적 그리고 새 사무실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깔끔한 화이트 큐브 같은 내부지만 곳곳에 위트를 느낄 수 있는 피규어나 모형이 놓여있다. 소장하고 있거나 모형 작업을 위해 제작한 소품 등 다양한 물건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깔끔한 화이트 큐브 같은 내부지만 곳곳에 위트를 느낄 수 있는 피규어나 모형이 놓여있다. 소장하고 있거나 모형 작업을 위해 제작한 소품 등 다양한 물건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두 소장이 소통만큼 중요하게 여겼던 또 하나의 요소는 빛이다. 일하는 공간은 밝아야 하며, 밝은 분위기가 전하는 생기가 디자이너들의 영감과 창의성에 필수라고 여겼던 탓이다.이를 위해 보이드 공간 곳곳에 큰 창을 냈는데 덕택에 최소한의 조명만 켜도 사무실 전체가 화사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특히 5층 디렉터스룸과 연결된 천장 창은 낮에 따로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될 만큼 해사한 빛이 쏟아지는데, 보이드를 타고 이 빛이 각층에 고루 흘러가는 점도 각각의 층을 하나로 이어준다는 인상을 준다. “저희가 머무는 디렉터스룸은 5층에 있는데, 빛이 가장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곳이에요. 천장에 난 창을 통해 저희가 만들고 수집한 조명과 가구, 오브제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데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그림자와 빛의 세기와 모양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걸 보는 재미도 있더라고요.” 신소장이 말했다. 새롭게 터를 짠지 5개월 가량 흘렀지만, 직원들과 두 소장은 이곳에 더없는 만족감을 표했다. 새로운 사무실에 대한 기대감에 2주 만에 초안을 그렸다는 말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제 새하얀 배에 다 같은 마음으로 승선한 것만 같다고. 그들을 보며 누군가를 위한 상업 공간이 아닌 스스로의 하루를 쏟는 공간을 직접 짓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 라는 물음이 일었다. 건물의 지역성과 역사성과는 상생하되, 내부만큼은 소통과 교류, 직업적인 환경을 위해 조응하는 공간을 만들어낸 이들이 이곳에서 탄생시킬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심과 함께.

 

4층에 마련된 미팅룸. 창과 연결된 선반에는  다양한 프로젝트 기록물과 WGNB에서 제작한 리빙 아이템이 진열되어 있다.

 

촬영이 끝날 무렵 포착한5층의모습.천장에 가로로 길게 난 창 사이로 빛 한줄기가 마치 그림처럼 공간에 스며든다.  두 소장은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모습을 잠깐의 휴식과 함께 즐긴다고 전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