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머핀 갤러리 Lehmann Maupin Gallery의 공동 대표 데이비드 머핀 David Maupin의 뉴욕 아파트를 들여다보자. 이곳은 마치 그의 갤러리를 옮겨놓은 듯 놀라운 미술 작품으로 가득하다. 리먼 머핀 갤러리를 통해 세계에 소개되고 있는 미술가 헤르난바스, 데이 비드 살레, 길버트&조지, 캐서린 오피 등의 작품이 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그가 동반자 스테파노 톤치와 논의해 이곳에 자리 잡게된 이유는 쌍둥이 딸 이사벨라와 마우라에게 쾌적한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미술관과 갤러리 디자인으로 유명한 건축가 애나벨 셀도르프에게 리노베이션을 의뢰한 것은 데이비드 머핀다운 선택이었다. 리먼 머핀 갤러리는 항상 건축 디자인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1996년 뉴욕에서 처음 문을 연 리먼 머핀 갤러리는 건축가 렘쿨하스가 디자인 했으며, 현재의 뉴욕 빌딩은 건축가 피터 마리노의 작품이다. 오는 3월 15일 서울 한남동에서 재개관하는 리먼 머핀 서울 갤러리는 건축사 사무소 SoA가 설계를 맡았다. “아시다시피 우리 갤러리는 한국 미술가 서도호, 이불, 서세옥의 아름다운 작품을 2000년부터 세계에 알리고 있어요.
2017년 서울에 갤러리를 개관한 것은 한국의 미술 애호가, 문화기관과 강한 유대관계를 맺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3월부터는 SoA의 공간 디자인으로 보다 넓은 2개층과 야외공간을 사용함에 따라 더욱 멋진 전시를 선보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뉴욕 아파트 디자인에서 흥미로운 것은 머핀 대표는 미국 태생 갤러리스트, 파트너 스테파노 톤치는 이탈리아 출신 언론인, 건축가 애나벨 셀도르프는 독일 태생으로 이들의 다양한 국제적 배경과 문화가 예술적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갤러리가 소개하고 있는 미술가 오스제 메오스는 브라질, 하이디 뷔쉐는 스위스, 니콜라스 슬로보, 빌리 장게와, 로빈 로드는 남아프리카 출신입니다. 세실리아 비쿠냐는 칠레, 에르빈 부름은 오스트리아 작가입니다. 나는 항상 국경과 지역을 초월해 사람들과 교류해 왔어요. 우리집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지요.” 더군다나 이 아파트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지어졌지만 20세기 빈티지 가구와 21세기 현대 미술작품이 어우러져 시대와 장르마저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다이닝 룸이에요. 미국 미술가 테레시타 페르난데즈 Teresita Fernández가 5000개의 작은 돌과 흑연으로 만든 설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테레시타와는 벌써 25년간 교류하고 있는데, 그녀의 작품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 보는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에요. 침실에는 그녀가 딸들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한 조각 작품도 있어요.” 유서깊은 이 아파트의 이웃은 대부분 19세기의 건축적인 전통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현대미술 작품에 어울리는 장소를 만들고 싶어 갤러리와 같이 화이트 공간으로 개조할 것을 제안했던 것. 그리 하여 공간과 가구, 미술 작품은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색감과 질감이 잘 어울리는 유기적인 환경이 탄생했다. 데이비드 머핀 대표는 자신이 꿈 꿔왔던 집을 완성하기 위해 예술, 패션, 디자인, 사진, 여행 그리고 요리에서까지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아름다운 세상의 모든 조각을 한 지붕 아래 모으고 싶었으며, 그런 그의 바람이 실현되었다. 그의 서재는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창이며, 미술작품이 자리한 거실은 모험이 펼쳐지는 통로가 되었다. 지난 2년간 팬데믹으로 인해 미술계는 새로운 모험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을 깨달았고, 갤러리스트로서 디지털, 하이브리드로의 전환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2020년 10월 런던에 갤러리를 열었고 아스펜, 팜비치, 타이베이, 베이징에서 팝업 전시를 가졌죠.
불확실한 시기에 오히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작가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국제 미술시장의 변화에 대처할 수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리먼 머핀 서울의 재개관에서 미국 미술가 래리피트먼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Opaque, Translucent and Luminous> 을 열게 된 것에서도 그의 패기를 엿볼 수 있다. 지역적 맥락에서 새로운 미술가를 소개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그의 경영철학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래리 피트먼은 대유행병의 영향으로 불안정해진 도시 생활에 정면으로 대항하며 도시의 역동성과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신작을 소개할 예정이다. 세계 최고의 예술 도시 뉴욕에 사는 그와 그 반대편 로스 앤젤레스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래리피트먼이 펼쳐 보일 도시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최근들어 컬렉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요. 작품을 수집하는 것은 매우 개인적인 일 입니다. 어떤 이는 가장 최신의 작품에 끌릴 것이며, 다른 이는 예술의 개념에 도전하는 새로운 소재의 작품에 매료됩니다. 애호가가 어떤 경로를 선택하든지 간에 컬렉션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컬렉션이 사람의 개성을 반영하는 것처럼, 데이비드의 집은 그의 삶을 보여준다. 데이비드의 아파트는 그가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이고, 바로 그가 원했던 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