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평온함을 주는 자연을 가까이 두고 싶어한다. 대지의 색을 담은 어스 컬러가 트렌드로 지속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최근 해외에서는 코르크, 대나무와 같이 천연 건축자재를 활용한 어시 인테리어를 선보이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벽과 가구 모두 블랙으로 통일한 공간. 둥근 곡선이 특징인 즈티스타 테이블과 돔나 체어가 무거운 분위기를 완화시킨다. 라탄 조명이 포인트 역할을 하며 이색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팜푸흐 소파는 디자인처럼 이름의 의미도 귀엽다. 팜푸흐는 설탕가루를 뿌린 둥근 우크라이나 전통 빵으로, 이를 닮은소파다
잔잔한 녹색 음영과 대지의 색, 생명의 색이 반기는 이곳은 벨기에 앤트워프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브랜드 파이나 Faina 갤러리다. 파이나는 우크라이나의 문화유산에 뿌리를 두고 가구와 조명, 오브제를 선보인다. 낯선 브랜드인 만큼 그들의 철학도 신선하다. ‘라이브 디자인 Live Design’, 즉 살아 있는 디자인을 컨셉트로 우크라이나의 전통 공예품에서 영감을 받은 원시적인 형태의 디자인을 소개한다. 500년 된 역사 깊은 건물에 들어선 파이나 갤러리는 대지를 모티프로 두 개의 공간을 완성했다. 실내는 단색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다양한 질감을 통해 색조의 깊이를 탐구할 수 있다.
물에의해 자연스럽게 깎인 돌에서 영감을 받은 플린 소파와 단순하지만 윤곽이 뚜렷한 톱툰 암체어, 유기물을 혼합해서 만든 소냐 조명이 놓여 있다.
그속에는 수공예품인 조명부터 자연스레 갈고닦은 돌처럼 보이는 소파, 유기적인 곡선이 돋보이는 벤치가 놓여 있다. 통로 역할을 하는 스테인리스 캐비닛에는 파이나의 세라믹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다. 민속 악기에서 영감을 받은 화병, 고대 축제때 음료를 따르는 데 사용했던 도자에서 유래한 다양한 오브제가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비옥하고 검은 흙을 나타내는 두 번째 방은 점토와 나무, 양모 등의 천연 재료를 사용했다. 벽을 따라놓인 검은 나무 수납장 위로 고대 카르파티아의 베틀에서 만든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통을 엿볼 수 있을뿐 아니라 지구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파이나 갤러리. 고대 지구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이곳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흥미로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코르크로 만든 집
코르크가 노출된 내부는 목재와 구리를 활용해 구조적인 요소와 디테일을 더했다.
단층 주택으로 지은 코르크 하우스. 피라미드 같은 지붕과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국 템스강의 작은 섬, 우거진 수풀 사이로 꼭대기가 잘린 피라미드 형태의 지붕 다섯 개가 빼꼼히 내밀고 있다. 영국 에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CSK 건축 사무소와 런던 건축 전문 바틀릿 대학교가 협업해 완성한 집이다. 고대 인도 유럽어족의 일파인 켈트족의 벌집 오두막과 마야 문명 시대의 사원인 석조 건축물의 단순한 구조 원리를 활용했다. 독특한 형태만큼 사용된 자재도 특이하다. 외부와 내부의 마감이 모두 동일한 코르크로 이루어진다. 코르크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코르크를 블록 형태로 만들어 거대한 레고 조각처럼 조립했다.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완성한 건물로 훗날 건물의 수명이 다하면 코르크 블록을 분해하여 재사용할 수 있다. 코르크가 노출된 내부는 부드러운 촉감과 은은한 향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자재 그 자체로도 감각적이어서 인테리어에 큰 공을 들이지 않아도 신선한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 나무 껍질로 만든 코르크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어 건물의 공사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 중립을 자랑한다. 현재 영국의 다양한 건축 단체에서 코르크 기반의 건설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코르크 하우스는 이러한 연구의 일환으로 현대 주택의 관습에 대한 창의적인 대응이자 지속가능한 건축의 예를 여실히 보여준다.
황토빛으로 물든 웰니스 공간
뒷벽에는 레스토랑으로 통하는 원형 문이 뚫려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도스 트로피코스 Dois Trópicos에서는 식물을 구입하고, 요가 수업을 들을 수 도 있으며, 맛있는 음식도 즐길 수 있다. 각 공간마다 경계가 없어 설명을 듣지 않으면 이곳의 정체성을 알 수없다. 차분한 황토 흙빛 팔레트로 물든 내부는 그저 고요와 평온만이 존재한다. 도스 트로피코스는 복잡한 도심에서 천천히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웰니스 공간이다. 거친 질감이 느껴지는 벽면과 천장은 황토 흙을 사용해 자연 그대로의 색상을 표현했고 1층 세면대와 바닥재를 덮고 있는 얇은 테라코타색 벽돌은 지역의 장인들이 수공예로 직접 만들었다. 일정하지 않은 흙의 컬러와 입자로 인해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과 제각기 다른 질감의 디테일이 더해져 풍요롭다. 또 비가 올 때면 젖은 흙의 냄새도 맡을 수 있다. 파사드에는 전체적인 황토 흙빛과 대비되는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 문이 외관의 전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는 인공적인 에어컨 시스템을 피하기 위해 자연광과 통풍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곳 트로피코스는 대지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로 충분하다.
도스 트로피코스 입구에서 마주하는 나선형 계단은 공사 현장에서 남은 목재를 사용해 만들었다. 이 계단은 요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스튜디오 공간으로 이어진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움을 구현하기 위해 화학적인 재료는 사용하지 않고 흙을 활용해 공간을 완성했다.
예술가를 위한 오두막
두 개의 모듈로 이뤄진 아티스트 리트리트는 1.5m 간격의 기둥이 격자로 구성되어 있다. 기둥을 지탱하는 바위는 다른 공사 현장에서 가져온 것이다.
세계 곳곳의 해안가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문제로 위협받고 있다. 특히 2020년 8월에 발표된 보고에 따르면 인도 뭄바이의 해안 지역은 두 번째로 해수면 상승에 대한 위험에 처해있다고 한다. 인도 건축 사무소 브리오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프로젝트로 예술가들을 위한 휴양지인 ‘아티스트 리트리트 Artist Retreat’를 완성했다. 이곳은 예술과 생태학, 사회를 하나로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예술 실험실이다. 이 건축물이 지어진 땅은 저지대의 코코넛 야자 재배지로 논으로 둘러싸여 있어 하중을 지탱하는 힘인 지지력이 낮다. 또 가끔 지진과 홍수가 발생하기도 해서 이를 모두 고려하여 아티스트 리트리트를 설계했다. 먼저 현무암 바위의 윗부분을 움푹 파이게 깎은 다음 그곳에 강철 막대기둥을 고정시킨다. 이 공법은 높은 지대에 건물을 재조립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고정시킨 기둥 위로는 낮은 지지력을 감안한 경량 철골 구조물을 올린다.
지붕 꼭대기에는 철제 고리대가 대나무 골조를 함께 묶고 있다. 모든 대나무 조각은 각기 다른 방향을 보고있으며, 바닥과 천장 대들보는 마주하도록 설계되었다.
벽 패널은 탈착이 가능해 대규모 작업장으로 사용될 수도 있으며, 여러 개의 워크숍이나 전시 공간으로 나누어 활용할 수도 있다.
이 구조물은 가볍고 유연한 관절로 지어져 지진이 났을 때 대지를 따라 흔들려 지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대나무를 활용한 V자형 대들보를 만들었다. 대나무는 무게에 비해 놀라운 힘을 가진 재료이지만 불규칙한 모양과 길이에 따라 작업하기 까다로운 재료다. 이런 대나무의 불규칙함을 피하기 위해 서까래를 지그재그 형태로 배치했고, 이는 오두막을 지탱하는 힘을 증가시켰다. 지붕 꼭대기에는 태양광 패널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심한 폭풍우가 몰아치면 지붕이 들어올려질 위험이 있지만 기둥을 지지하는 바위의 무게가 오두막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준다. 아티스트 리트리트는 예술가들이 수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취약한 생태계와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건축으로 보완하고자 하는 브리오의 시도는 미래 건축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