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경옥 작업실
부엌
한국의 리빙 스타일리스트 1세대를 대표하는 신경옥 디자이너는 마치 놀이를 하듯 자유롭고 독창적인 스타일로 공간을 구현하며 특정한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고유의 미감을 발휘해왔다. <메종 투 메종>을 통해 그는 부엌과 침실, 두 곳에 자신이 평소 머릿속에 그려온 상상의 장면을 접목했다. “나는 늘 우리 부엌에 냉장고 대신 작은 텃밭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오늘 이루었다”라는 글과 함께 맞이할 수 있는 부엌은 유년 시절 개울가와 텃밭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던 그의 추억이 십분 어려 있는 곳이다. 삭막한 아파트 대신 전원주택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스한 흙과 식물의 기운이 담긴 텃밭을 부엌 한 쪽이나 베란다에 구현해보고 싶었다는 바람을 멋스럽게 풀어낸 것. 먼저 벽면 한쪽에 층을 내 그곳에 흙을 담아 텃밭을 마련했고, 해와 바람이 잘 들지 않는 공간의 특성에 맞춰 딸기 등 환경의 향을 덜 받을 수 있는 식물을 심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햇빛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용 스탠드 조명 등을 비치하고,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 나는 냉장고에는 작은 구근식물을 담아두었다. 이와 함께 나무의 물성을 담은 의자와 가구, 오브제 등을 비치해 생명력이 느껴지는 부엌을 완성했다.
INSTAGRAM @shinkyoungok_official
침실
“작업실에 나무만 심었는데도 새가 날아오는 거야. 창에서 작게 나는 새소리가 날 깨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작업실에서 창을 통해 종종 느꼈던 순간은 신경옥 디자이너에게 또 다른 상상의 나래를 선사했다. 침실을 구현하기 위해 신경옥 디자이너는 벽을 새하얗게 도색하는 대신, 칠이 벗겨지고 건물의 골조가 훤히 노출된 부분을 그대로 살렸다. 그리고 포근한 침구가 놓인 침대와 새 오브제, 새하얀 라운지 소파를 두어 침실의 중심을 만들었다. 새가 창을 통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구현하기 위해 기존의 통창 대신 미닫이창으로 교체하는 등의 디테일 또한 가미했다. 한쪽에 TV를 볼 수 있도록 꾸린 공간은 마치 호수처럼 느껴지는 푸른 바닥을 선택했으며, 그 위에는 바닥과 조화로운 질감의 한지 그림을 비치한 점도 눈이 간다. 신경옥 디자이너는 이곳이 단지 공간이 아닌 뇌리에 남는 한 장면으로 기억되길 바랐다. 창을 통해 햇살과 새가 들어와 내려앉고, 잠에서 깨면 라운지 소파에 앉아 적막한 호숫가를 감상하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이 잠깐이나마 관객들에게 스밀 수 있도록 말이다.
INSTAGRAM @shinkyoungok_official
2 STUDIO ALD
하루 Daily Routine 1
가구와 건축, 공간 디자인을 아우르는 STUDIO ALD의 박재우 소장은 팬데믹 시대를 살아내며 우리의 안식처가 된 집 안에서 새로운 삶의 형태를 꾸려가는 일상을 반영한 방을 구현했다. <하루 Daily Routine>이라는 제목에서 갈래를 펼친 두 개의 방 중 첫 번째는 하루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는 요즘의 생활 반경을 고려해 모듈식으로 제작한 가구를 활용해 효율적인 공간의 짜임새를 보여준다. 2층 구조로 제작되어 1층은 아늑한 데스크 겸 서재로, 2층은 잠을 잘 수 있는 수면 공간으로 구획하고 손 씻기가 생활화된 요즘의 세태를 반영해 화장실과 별도로 화장실 외부에 세면대를 설치하는 등 효율과 동선을 고려한 촘촘한 구성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어번 아티스트 GBDAY와 협업해 마치 하루의 일기를 쓰듯 여러 단어를 다양한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거울에 표현했는데, 한 벽면을 큰 거울로 메워 공간이 확장된 듯한 리플렉션 효과와 아티스트의 위트까지 모두 아우르는 방을 완성했다. 더욱이 아티스트 사보와의 협업을 통해 매력적인 디자인 조명 또한 만나볼 수 있으니 참고할 것.
WEB studioald.com
하루 Daily Routine 2
박재우 소장이 구현한 두 번째 방은 실내에서도 외부의 모습을 즐겨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촛불 조명을 따라 검게 마감한 곳으로 들어서면, 마치 작은 정원을 만난 듯한 착각에 휩싸인다. “우리가 이제껏 탁 트인 외부에서 받았던 위안을 집 안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초록의 기운을 담기 위해 풀밭과 흙을 이곳에 들죠.” 이 공간은 취향의 방이기도 하다. 가장자리에 조성된 풀밭 맞은편에는 여러 다구와 오브제가 진열장에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는데, 박 소장은 취향에 기반한 수집의 행위와 그 결과를 한데 모아보는 데서 오는 소소한 힐링의 기분 또한 이곳에서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고 전하기도. 이와 함께 김희원 작가와 협업해 선보인 미디어 아트 작품도 마련되어 있어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공간 중앙에 놓인 의자에 앉아 한쪽에 자리한 초록과 취향이 담긴 오브제의 향연 그리고 작가의 예술혼이 담긴 아트 작품까지 마주한다면 온몸의 감각을 일깨울 수 있는 시간이 될 듯.
WEB studioald.com
3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House in the House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의 수장 조은숙 대표는 ‘집’에 대한 보다 개괄적이고 관념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이인진, 김정옥, 조선, 이정원, 장호준 다섯 작가와 함께 꾸린 이번 전시는 저마다 생각하는 집의 관념과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듯, 작가마다 소재와 방법을 활용해 각자의 생각을 풀어나가는 데 주안점을 뒀다. “전시명이 House in the House, 집 속의 집이잖아. 나는 이 전시장을 큰 집이라고 봤어. 그리고 이 공간에 작가들이 저마다의 제 생각과 방법, 손으로 만든 집이 있는 셈이지.” 조은숙 대표가 전시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조선 작가의 섬유 설치작품. 화장실이었던 곳을 변경해서 검게 도색한 공간에는 꿈꾸는 이들의 집을 모티프로 한 장호준 작가의 작품이 놓여 있다. 군데군데 의자처럼 자리한 작품은 아웃도어 가구로도 활용할 수 있는 이인진 작가의 하우스 오브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컬러로 구현한 김정옥 작가의 집 작품과 이정원 작가의 유리로 제작한 집의 추상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을 통해 집의 꾸밈보다 조금 더 스스로의 집에 대한 깊은 고민을 전하고 싶었다는 조은숙 대표는 이러한 말을 전했다. “좋은 거, 멋있는 거, 화려한 것 다 좋지. 그런데 꾸며진 집 말고 집이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수단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그 속에서 살아갈지를 조금 더 원초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었으면 해.”
TEL 02-541-8484
4 나탈리 레떼
봄에는 꽃들이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등 다방면으로 종횡무진하는 나탈리 레떼는 행복을 전달하는 작가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녀는 나무, 꽃, 버섯, 동물 등 익숙하고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존재를 사랑스러우면서도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봄에는 꽃들이 Au printemps, les fleurs>에서는 봄을 맞이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레떼의 마음이 물씬 드러난다.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벽지와 벽면에 걸린 일러스트레이션 스케치는 걱정과 불안 대신 봄을 맞이하는 행복감을 선사한다. 화려한 플로럴 벽지로 감싼 벽면을 이리저리 감상하다 보면 작은 창이 난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숨겨진 공간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재밌다. 인형, 컵, 오브제, 스테이셔너리, 실크스크린, 트레이, 패브릭 등 보라색 벽면에 걸린 일러스트레이션 외에 제각기 다른 형태로 구현된 작품을 실컷 감상하다 보면 화사한 봄을 맞이한 듯한 기분 좋은 감각과 드넓은 나탈리 레떼의 작품 세계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INSTAGRAM @nathalie_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