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밍의 방

디자인 경험을 만끽할 루밍의 네 번째 공간

디자인 경험을 만끽할 루밍의 네 번째 공간
루밍이 네 번째 이사를 마치고 오픈했다. 지금까지 디자인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현재의 루밍은 디자인을 경험하길 권한다. 달라진 루밍에 만들어진 많은 방을 보며 각자만의 디자인 경험을 만끽해볼 것.
비트라의 소파가 놓인 1층 거실에는 ‘디종’ 컬러의 페인트를 발라서 아늑하게 완성했다.
루밍이 네 번째 이사를 했다. 이번 쇼룸은 매장에서 얻은 노하우가 총집약돼 있고, 앞으로 루밍이 나아갈 방향성을 미리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박근하 대표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셀프인테리어로 완성했다. 세로로 긴 매장을 브랜드별로 나누어 다양한 방처럼 꾸민 점도 실용적이다. “매장 운영을 하다 보니 데드 스페이스가 꼭 생기더라고요. 발길이 잘 닿지 않고 버려지는 공간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아르텍을 제일 안쪽으로 배치하거나, 작은 장소에는 컬러가 강한 멤피스의 제품을 두는 등 어느 곳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어요”라며 소품이 중심이었던 루밍에서 이제 가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비트라와 아르텍이다. 사심과 애정을 담은 두 브랜드는 1층과 2층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드러나지는 않지만 벽 너머로 B2B팀과 MD팀, 무역팀 등이 있는 사무실과 창고를 두었다. 1층 94평, 2층 91평, 지하 170평 쇼룸에 루밍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인력과 공간이 집결된 셈이다.  
루밍과 비라인이 협업한 컬러로 출시된 보비 트롤리와 비트라의 오피스 가구.
“이번 쇼룸에는 가구가 바뀌어도 공간을 빨리 구성할 수 있도록 가벽을 많이 설치했어요. 제가 생각한 것은 하얀 스케치북 같은 공간이었거든요. 원하면 언제라도 쉽게 변형할 수 있도록요”라는 박근하 대표의 말처럼 이번 루밍은 벽을 파티션 삼아 여러 개의 방이 모여 있는 형태다. 셀프인테리어로 오랜 시간 완성한 여러 개의 방은 박근하 대표의 고민과 개성이 반영돼 있다. 아르텍 공간은 핀란드 지역인 ‘라플란드’와 이름이 같은 벤자민 무어의 페인트를 발랐고, 1층의 리빙룸은 프랑스의 지명인 ‘디종’ 컬러를 사용했다. 장식성이 짙은 멤피스의 공간은 무티나의 민트색 타일을 시공해 확실한 포토 스폿이 됐다. 루밍을 말할 때 소품을 빼놓을 수 는 없을 것이다. 선물을 구입하거나 집 안에 필요한 주방이나 리빙 용품을 구입하기에 완벽한 소품 백화점 같다고 할까. 가구가 많아지면서 소품이 줄어든 것은 아닐지 걱정했다면 지하로 내려가보자. 1층과 2층이 리빙룸의 연속이었다면 지하는 기존 루밍의 소품과 프라이탁을 만날 수 있다.  
프라이탁 로드숍의 전용 가구가 설치된 지하의 한 코너.
집기 가구 대신 실제 판매하는 가구를 소품과 어우러지게 연출해 쇼핑을 하기에 더욱 편리하고, 무엇보다 프라이탁 코너에서는 이들의 전용 금속 가구를 만날 수 있다. 보통 독립적인 로드숍에만 설치되는 프라이탁 전용 가구이지만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한 루밍에서도 설치할 수 있게 돼 더욱 의미가 있다. 키링 하나의 디스플레이까지 프라이탁 본사가 꼼꼼하게 관여했을 정도로 공을 들인 코너다. “아직도 첫 루밍 매장의 빨간 문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세요. 작은 공간에서 소품 판매 중심으로 시작했죠. 디자인 제품을 일상에서 누리는 기쁨을 알리고 싶은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가구 비중이 더 높아졌지만 소품을 자연스럽게 연출해서 오히려 실생활에 더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루밍의 방들을 둘러보며 디자인을 경험하고, 집에 디자인을 들였을 때 어떨지를 미리 느껴보시길 바라요.”라며 박근하 대표는 좋은 가구만 있다면 큰 공사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멋진 공간을 꾸 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커서 셀프인테리어를 감행했다고 말했다. 루밍은 끊임없이 변화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디자이너고 디자인 애호가인 박근하 대표의 초심이 지켜지는 한, 국내를 대표하는 1세대 리빙 편집숍으로써의 위치를 굳건하게 지킬 것이다.  
비트라의 팬톤 체어와 사이클론 테이블로 꾸민 다이닝룸.
 
1층의 데드 스페이스에 꾸민 멤피스 공간. 컬러풀하고 오브제 성격이 짙은 멤피스의 제품이 상큼하게 어우러졌다.
 
2층 가장 안쪽 자리에 마련한 아르텍 존. 아르텍의 가구부터 소품, 조명 등을 모두 집약했다.
 

루밍 박근하 대표의 Favorite Thing

조 콜롬보의 보비 트롤리

보비 트롤리는 루밍에서 한정판을 두 번이나(10주년에 한 번, 이번 새로운 매장으로 이전하면서 한 번) 만들 정도로 애정을 지닌 제품. 집에서도 서재, 다이닝룸, 주방에서 사용할 만큼 수납 기능이 좋다.  

 멤피스의 타히티 조명

남편이 이탈리아 집에서 사용하던 타히티 조명을 생일 선물로 갖고 싶다고 했더니 캐리어에 넣어 가져왔다. 가방 안에서 살짝 눌리는 바람에 얼굴이 약간 비뚤어졌지만 그것마저도 추억이 됐다. 조명 기능 말고도 오브제 역할을 하며 집 안에 생동감과 밝은 기운을 준다.

아르텍의 키키 소파

일반적으로 거실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것이 소파다. 개인적으로 소파 부피가 작아서 거실을 넓게 사용하고 싶었는데 키키 소파는 오렌지 컬러가 포인트도 되고 작지만 존재감이 강하다. 허리가 안 좋아서 푹신한 소파를 지양하는 내게 적당하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현실
TAGS
Home like a Gallery, 쾨닉 갤러리

일상 속 예술을 경험하는 갤러리 속 프라이빗 룸

일상 속 예술을 경험하는 갤러리 속 프라이빗 룸
아트와 미술 시장의 열기가 거세다. 생활 속 예술이 어떻게 살아 숨 쉬는지 궁금하다면 이 페이지를 눈여겨보라. 컬렉팅해온 가구, 조명, 그림 등으로 공간을 꾸미는 ‘갤러리 같은 집’이 주거 트렌드의 중심에 선 요즘,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그림과 가구를 ‘일상 예술’이라는 키워드로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갤러리의 뷰잉룸처럼 아주 사적인 공간부터 인테리어 가구숍, 레스토랑, 헬스클럽에 접목되어 있는 아트 작품까지 작품과 가구를 매칭하는 공간 연출법을 소개한다.

PART 1 Private Room

틀에 갇히지 않은 작품 선택, 쾨닉 갤러리

왼-드로잉은 요린데 포그트의 ‘Opus 126’ Nr. 4, 2020, Framed, 90.9×190.9×6.5cm. 조각은 카타리나 그로세의 ‘o.T’ 2020, 81×79×68cm. , 오-카타리나 그로세의 ‘Untitled’ 2019, Framed, 119×89cm.
청담 MCM 하우스 5층에 자리 잡은 쾨닉 서울의 프라이빗 공간 겸 사무 공간은 다양한 현대예술의 시도를 보여주는 갤러리의 철학을 집약해놓은 곳이다. 갤러리를 대표하는 요린데 포그트 Jorinde Voigt의 드로잉과 카타리나 그로세 Katharina Grosse의 페인팅과 조각작품이 이곳에 들어선 순간 시선을 압도한다. “페인팅 작품 외에도 다양한 매체의 예술 작품을 시도하길 바라요. 컬렉터들도 작가의 한 작품만 컬렉팅하지는 않거든요. 회화와 조각 작업이 평면과 입체를 오가는 두 매체의 연결이 흥미로움을 더해요. 그리고 드로잉 작품도 대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예술 작품에 있어 모험을 시도한다면 오히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요.” 최수연 대표는 예술 작품으로 인테리어를 할 때 호기심과 모험심을 갖고 시도한다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곳이 돋보일 수 있었던 데는 깔끔한 디자인의 한스 올센의 다이닝 체어와 바실리 체어도 한몫한다.
CREDIT
에디터

,

포토그래퍼 임태준, 이현실, 박상국, 이예린
TAGS
Exceptional Home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멋진 중년부부의 보금자리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멋진 중년부부의 보금자리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아파트지만 전원의 풍경과 전형적이지 않은 인테리어가 멋진 중년 부부의 집을 소개한다.
거실에서 바라본 다이닝룸은 동서양의 아티스틱한 분위기가 흐른다. 두 명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만든 옻칠 테이블 뒤로 빈티지 가구를 수작업으로 커스터마이징하는 드라가&아우렐의 수납장과 그 위로 장 미셸 오토니엘의 ‘오라클 Oracle’ 작품이 마치 세트인 양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펜던트 조명을 켰을 때 불빛이 오토니엘의 작품에 반사되어 마치 벽난로가 활활 타오르는 듯한 장면이 연출된다.
 
부부가 간단하게 식사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든 주방. 김혜진 대표가 직접 제작한 파티션 역할을 하는 벽은 공간을 분리하는 동시에 미감을 더한다.
아파트나 공동주택은 똑같은 자재와 구조 그리고 빌트인 가구 때문에 개인의 취향이나 스타일을 드러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대신 가구와 데커레이션 같은 홈 스타일링으로 개성을 표현하고 인테리어 시공을 통해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고유한 공간을 완성하기 마련이다. 중년 부부의 집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하지만 다른 집들과 달리 공간을 이루는 기본 요소부터 가구, 디테일한 부분까지 트렌드를 좇기보다 ‘일반적’인 것에서 탈피한 과감한 아이디어가 신선하게 다가 왔다. 공간 설계와 스타일링을 맡은 스튜디오 HJRK의 김 혜진 대표는 마음이 잘 맞은 클라이언트 덕분에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간의 배경이 되는 벽면부터 남다르다. 크림 컬러의 도장과 패브릭 시공을 함께 했는데, 이로 인해 평면적인 벽면이 입체적으로 느껴지며 공간이 한층 더 풍성해 보인다. 또 부엌의 수납장 문은 월 패널을 활용해 얼핏 보면 벽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뒤로 가전이 숨어 있고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반면 침실로 이어지는 데드 스페이스와 주방에는 천장까지 컬러 도장으로 마감해 다른 공간과 분리되는 의도를 살렸다.  
 거실의 중심에 놓인 소파가 공간의 균형을 이룬다. 정면에는 투리 시메티 Turi Simeti의 작품을 걸었고 왼쪽 벽면에는 이광호 작가의 작품을 두었다. 작품의 파란 선과 연결될 수 있도록 같은 컬러의 빈티지 체어를 두었다.
 
간이 주방에서 바라본 다이닝룸과 거실. 큰 창으로 들어오는 포근한 빛은 이 집의 또 다른 조명이다.
배경을 채운 가구와 오브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기성 가구를 사용하기보다 공간에 맞게 대부분 제작했다. “집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기성 가구를 찾는 게 어려웠어요. 다이닝 테이블만 해도 이곳과 형태는 어울리지만 소재가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작가들과 협업하기도 하고, 제가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하기도 했어요. 기성 가구가 품질도 좋고 디자인 측면에서는 훌륭하지만 작가들과 협업한 가구에서 묘한 감성이 느껴지더라고요 . 때문에 상업 공간이나 쇼룸 느낌보다는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어요.” 김혜진 대표의 설명처럼 거실과 이어지는 다이닝 공간에는 두 명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만든 옻칠 다이닝 테이블이 묵직하게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그 옆에는 김준수 작가와 협업한 식물의 화분을 가리는 파티션 작품도 멋을 더한다. 김혜진 대표가 직접 제작한 제품도 있다. 복도에 둔 스툴부터 미디어룸에 놓인 패브릭 소파까지 부부의 집만을 위해 탄생한 가구와 오브제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남편의 서재는 묵직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울과 리넨이 섞인 패브릭으로 한쪽 벽면을 마감하고 다른 한쪽에는 창문 너머 보이는 나뭇가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자작나무를 연상시키는 패브릭을 골랐다.
 
미디어룸에서 남편의 서재로 가는 복도에는 윤라희 작가와 김창열 작가의 작품을 걸었다.
곳곳에 걸려 있는 예술 작품도 이 집의 포인트다. 집 안 분위기를 고려해 작품을 고르고 프레임을 선택하기까지 김혜진 대표의 예리한 시선이 녹아 있다. 미디어룸 벽면에 걸린 윤라희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라. 부부를 위해 김혜진 대표가 직접 의뢰했을 만큼 정성이 느껴진다. 아크릴 작품으로 공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독특한 시공을 감행해 특별한 미감을 선보다. 그 외에도 이 집은 소파를 거실 중간에 놓거나 방 하나에는 큰 테이블과 의자로 채우는 등의 가구 배치도 눈여겨볼 만하며 살림살이와 눈에 거슬리는 요소를 꼭꼭 숨기는 숨김의 미학도 엿볼 수 있다.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는 부부의 집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팁이 공존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전형적인 인테리어 규칙을 깨기만 해도 참신하고 개성 있는 나만의 집을 꾸밀 수 있다는 것. ‘일반적’인 것 에서 탈피한 과감한 도전 자체가 인테리어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아내의 공간은 아파라투스 조명에 맞춰 커튼 컬러와 붙박이장의 텍스처, 가구를 선택했다.
 
미디어룸에는 김혜진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패브릭 소파와 이광호 작가의 사이드 테이블이 놓여 있다.
 
게스트 화장실은 높은 천고를 살리기 위해 길게 조명을 내리고 독특한 대리석으로 제작한 세면대로 개성 있게 완성했다.
 

원래 보조 주방이었던 공간을 메인 주방으로 만들었다. 요리를 즐기고, 정리 정돈을 잘하는 아내를 위해 수납공간은 집주인이 직접 계획했다.
 
벽면에 숨겨진 문을 열면 아내가 좋아하는 블루 컬러로 물든 주방이 나타난다. 따뜻한 컬러의 패브릭으로 시공한 벽과 대비를 이루며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현관 앞 긴 복도에는 김혜진 대표가 제작한 스툴 뒤로 오묘한 컬러가 번지는 김택상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