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태희 디자인 스튜디오
The Revitalized
건축가이자 공간 디자이너인 임태희 소장은 폐교가 돼서 비록 본래 역할은 잃어버렸지만 아직 튼튼한 학교 책상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원목 상판을 얹어 만든 기본 테이블을 시작으로 문구와 커피, 독서와 차 그리고 혼밥 애호가를 위한 책상이다. 각각의 책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용물을 가릴 수 있는 책상 커버, 도마가 되거나 뜨거운 냄비를 올려두어도 부담이 덜한 스테인리스 상판, 편지지나 카드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함 등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요소가 눈에 밟힌다. 임태희 소장은 “단지 재활용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시명도 ‘리바이탈리즈드 The Revitalized’예요. 이번 전시는 각 책상과 그동안 제가 감사하고 싶었던 분들과의 페어링 자리이기도 해요. 바인더리 포트폴리오의 노트, 툴프레스의 엽서, 김혜정 작가의 컵, 콜링북스의 책, 윤세호 작가의 찻잔 등이죠. 또 안쪽에는 스툴과 함께 슬로우파마씨의 화분을 연출했는데요, 결국 실용성보다는 서로 어떤 관계를 갖게 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쾌한 낙서처럼 연출한 전시 설명 액자를 보고 있으면 전시장이 곧 어른들을 위한 학교 교실처럼 느껴진다. 임태희 소장은 “한때 누군가의 성장을 위해 헌신했고, 이제는 버려졌지만 추억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학교 책상의 새로운 모습을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었으면 해요”라며 왠지 뭉클해지는 전시 소감을 전했다.
INSTAGRAM @limtaehee_design_studio
2 갑빠오
A Small Good Thing
자그마한 방 입구에서부터 유쾌한 표정을 지은 사람을 형상화한 오브제가 방문객을 반긴다. 마치 작가가 머릿속에서 상상한 자신만의 세계를 좁은 공간에 옮겨놓은 듯한 이 방의 주인공은 흙을 소재로 세라믹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갑빠오 작가다. 그녀는 이번 전시의 제목을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A Small Good Thing>을 인용해 지었다. 하루하루 쌓여 인생이 되고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것이 되는 것처럼 일상적이고 사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업하고 있는 작가의 세계관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에 선택하게 되었다고. 실제 작가가 거주하는 공간 역시 아늑하고 작기 때문에 이곳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고, 방문객들로 하여금 친구의 집에 초대 받은 듯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또한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집 한 귀퉁이에 나만의 작은 우주를 표현할 수 있는 항아리 형태의 화병을 다양한 표정으로 컬러감 있게 제작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자유롭고 유쾌한 느낌을 주는 오브제와 함께 치유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안온한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INSTAGRAM @kappaostudio
3 엔알디자인팩토리
해, 달, 별 아래 나의 자리
공간 디자인을 비롯해 브랜딩, 보물같이 숨겨진 지역 여행을 떠나는 #나리투어, 책 출간을 앞둔 #나리식탁 등 다재다능한 엔알디자인팩토리의 김나리 대표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좋아하고 즐긴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누군가와 함께하는 ‘자리’가 아주 소중하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어디든 소반을 가지고 떠나서 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죠. 불교 용어인 자리이타의 ‘자리’의 의미가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해요. 현재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했고, 중의적인 의미에도 잘 맞다고 생각했어요.” 김나리 대표가 전시 컨셉트를 소개했다. 그녀는 소반의 옆 부분인 풍혈의 무늬가 잘 보이도록 쌓아서 연출했고 소반은 모두 직접 디자인한 것들이다. 벌써 6개 정도의 소반을 디자인해온 김나리 대표는 평소 나리투어를 떠날 때도 소반을 가지고 갈 정도로 소반에 대한 애정이 깊다. “어릴 적 엄마가 주신 소반들이 있어서 그 문화에 쉽게 젖었어요. 소반이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와 크기가 있다는 점도 정말 흥미롭고요. 당시에 개성이 담긴 무늬를 넣었던 것처럼 저도 좋아하는 무늬를 넣었어요.” 김나리 대표는 자연 속에서 소반으로 자신만의 자리를 만드는 기분을 느껴보길 권했다. 전시장에 드리워진 보길도 세연정과 문경의 주암정 사진은 모두 나리투어 때 직접 찍은 것들로 소반과 함께 한국적인 정취를 물씬 끌어올린다.
TEL 02-3443-4524 INSTAGRAM @nnaree.d
4 아트먼트뎁
At home: with Textures
브랜딩과 공간 디자인을 진행해온 아트먼트뎁의 김미재 대표는 특히 F&B 공간 인테리어에서 능력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오직 자신만을 위한 방을 꾸몄다. “항상 브랜드나 클라이언트의 공간을 꾸미는 일을 해왔어요. 그래서 전시 공간을 봤을 때 저의 집처럼 취향에 맞게 꾸며보고 싶었어요.” 전시의 출발점을 설명한 김미재 대표는 바닥에는 르플로의 바닥재를 깔았고 벽의 일부에는 김종철 타일의 핸드페인팅 타일을 장식했다. 그리고 바닥에는 노이치의 카펫을 깔아 포근한 방을 완성했다. 좋아하는 소품과 직접 그리고 제작한 그림과 가구, 빈티지 데커레이티브 소품 브랜드인 더뎁의 빈티지 가구가 어우러져 마치 김미재 대표의 집에 초대 받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옛날 화가들에서 감을 받아 천장 몰딩이나 타일 무늬를 직접 드로잉한 아이디어도 색다르고 재미있다. 김미재 대표는 “이 방에는 최근 유행하는 바우하우스나 모두가 알 만한 유명 브랜드의 가구는 없어요. 대신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방에서 잠시 여유를 가져보셨으면 해요.” 그녀의 말처럼 지친 발걸음을 이곳에서 잠시 쉬어보는 것도 좋겠다.
INSTAGRAM @artmentdep
5 Jtk Lab
Prism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 등 전방위로 활동하는 JtK Lab 강정태 소장은 32개의 전시 공간 중에서 가장 여백이 돋보이는 방을 완성했다. 자신의 생각을 독특한 형식으로 소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그는 전시장에 3개의 해수어항을 만들었고 산호를 위한 특수 조명을 설치했다. 그 앞에는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다. “일은 사무실에서 하면 되고, 넷플릭스는 휴대폰으로 보면 되죠. 그래서 결국 집에 무엇이 남는지를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물고기를 볼 수 있는 어항과 이를 보기 위한 의자 하나면 충분하더라고요. 이 방에 들어왔을 때 마치 바닷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조명 색상 중에서도 파란색을 선택했고요.”라며 강정태 소장이 안경 하나를 건넸다. 알만 있는 이 안경을 카메라 렌즈나 끼고 있는 자신의 안경에 갖다 대면 파란색은 사라지고 실제 색상만 보인다. 우리가 보는 모습과 원래 어항의 모습이 안경 하나로 달라지는 초현실적인 경험이 즐겁다. 물고기 역시 많은 이들에게 친근한 ‘니모(흰동가리)와 도리(블루탱)이다. 전시장 가장 위층에 자리 잡은 이곳은 방문객의 마음에 잠시나마 평온을 안겨준다.
TEL 02-3446-0311
WEB blog.naver.com/jtklab
INSTAGRAM @jtklab_official
6 MAISON×BIBLIOTHÉQUE
지난 27년간 <메종>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이곳에서는 애독자 엽서 추첨 선물로 ‘엑센트 자동차’가 커버에 적혀 있어 모두를 놀라게 만든 1994년 창간호부터 디자인 컬렉션 북 그리고 현재 발간되는 2022년 4월호까지 <메종>의 긴 여정을 만날 수 있다. 이 뜻깊은 공간에는 <메종>과 인연을 이어온 가구 편집숍 비블리오떼끄와 함께했다. 광주에 위치한 비블리오떼끄는 프랑스어로 도서관을 뜻하며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철학을 담은 리빙 공간 라이브러리다. 그 때문에 메종의 아카이브 공간을 위해 비블리오떼끄와의 만남이 더욱 의미 있다. 비블리오떼끄에서 소개하는 칼한센앤선, 허먼밀러, 비트라, 루이스폴센, 무토 가구들로 전시 중 쉼을 선사하는 라운지로 꾸몄다. 디자인 의자에 기대어 앉아 <메종>이 아카이브한 트렌드의 변화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리빙 트렌드도 점쳐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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