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w down in SCANDINAVIAN STYLE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느린 삶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느린 삶

상드라와 파트릭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일을 했는데, 파리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엑상프로방스에서 ‘느린 삶’을 살기로 했다. 집을 흰색과 나무를 사용해 스칸디나비안 스타일로 꾸몄다. 마침내 창작하고 디자인할 시간이 생겼다.

 

흰색과 밝은색 나무가 공간의 톤을 높여준다. 복도의 벤치는 마라케시의 수피안 자리브 Soufiane Zarib. 그 위에 놓은 쿠션은 메종 드  바캉스 Maison de Vacances. 벤치 맞은편에는 상드라가 텍스타일 작품처럼 만든 에르메스 Hermès의 큰 스카프가 걸려 있다. 벽조명은 장그라 Zangra. 천장에 설치한 장식용 구조물은 파트릭이 만들었다. 안쪽의 부엌 가구는 흰색으로 맞춤 제작했다. 태피스트리는 마라케시의 수피안 자리브.

 

 

상드라와 파트릭 그리고 톰이 파트릭이 디자인한 메탈 계단에 모여 있다.

 

춥고 우울한 1월의 파리를 떠나 몇 시간만에 햇빛이 내리쬐는 엑상프로방스에 도착한 순간을 어떻게 잊겠어요?” 상드라는 이것을 운명이라 느꼈다. 오래전부터 파트릭과 상드라는 다른곳에서 살고 싶었지만 정말 이런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다. 엑상프로방스에 도착한 그날 아침, 상드라는 넓은 땅으로 둘러싸인 집을 방문했다. 하지만 리노베이션 공사를 해야 하는 집이었다. “집 공사가 두렵지 않고 오히려 의욕을 불러일으켰어요. 우리는 모든 일을 직접 하는 걸 좋아해요. 파트릭은 실내 건축가이자 무대 디자이너이고 저는 ‘스토리텔링’에서 일하고 있기에 아이디어가 부족할 일은 없어요!” 그는 남편의 의견을 기다리지 않고 이 집을 결정했다. 남편 또한 분명히 동의할 테니까 말이다. 프로방스의 분위기를 잘 간직한 이집의 천장에는 원래 큼직한 들보가 가로질러 있었고, 바닥은 육각타일로 마감돼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부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부부는 각자의 서재가 있는데 파트릭은 책상을 자작나무로 제작했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가구는 1950년대 빈티지. 책상 조명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알랭 리샤르 Alain Richard의 빈티지 플로어 조명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바닥은 지나 크리에이션 Gina Creation의 시멘트 타일로 마감했다. 태피스트리는 트리발리스트 Tribaliste. 테라스에 있는 검은색 의자는 이케아.

 

“매력적인 공간에서 재택근무하는 것이 꿈이에요.” 파트릭이 말했다.

 

파트릭은 주문 제작한 큰 수납장의 손잡이를 디자인했고, 상드라는 타부레를 제작했다. 테라코타 화분은 테르뒤쉬드Terredu Sud, 라 가르드 La Garde에서 구입. 바구니와 버드나무 배낭은 시장에서 우연히 구입했다. 포스터는 벼룩시장에서 구입. 바닥은 지나 크리에이션의 시멘트 타일로 마감했다.

 

“들보가 아무것도 지탱하지 않아 없애도 된다는걸 알고나서 기뻤어요.” 그들이 원하는 스타일은 스칸디나비아의 간결함으로 남쪽의 햇빛을 머금도록 벽을 흰색으로 칠하고 나무가구와 자연소재로 집을 꾸몄다. 이는 파리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삶이다. 집의 구조도 완전히 바꾸었는데 특히 거실을 아주 시원하게 오픈했다. 방수제를 입힌 콘크리트로 육각 타일을 덮어 모던한 느낌을 주었는데, 파트릭이 디자인한 메탈 계단과 잘 어울린다. 파리의 엄청난 교통체증에서 해방된 그들은 마침내 창작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 집을 통해 우리를 표현할 수 있어요. 우리가 모든 물건을 직접 만들고 벽까지 디자인했어요. 침실에 제가 직접 디자인한 커다란 패턴을 그려넣었죠.” 상드라는 자신의 작업물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했다. “이전에는 휴가를 자주 떠나기 위해 일했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니까 1년 내내 휴가를 온 것 같아요!”

 

파트릭이 디자인한 계단이 부엌을 가로지른다. 부엌 가구는 리폼 Reform. 벽 조명과 포스터, 선반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후추통은 에토레 소트사스 Ettore Sottsass가 알레시 Alessi를 위해 디자인한 제품. 소금통은 무토 Muuto. 화분을 놓은 메탈 통은 파트릭이 디자인했다. 테라코타 화분은 lesho-p.com.

 

“파리 집에서 가져온 유일한 가구는 모두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에요.”

 

카나페는 AMPM. 그 앞에 있는 한 쌍의 연결된 흰색 암체어는 마르세유의 오시 Aussih에서 구입. 세 번째 빈티지 암체어는 마리오 벨리니 Mario Bellini 디자인으로 B&B 이탈리아. 스칸디나비안 빈티지 수납장 위에 놓은 모노블록은 아눅 알베르티니 Anouk Albertini 디자인으로 아멜리 메종 다르 Amelie Maison d’art에서 구입. 그 위의 작품은 벵상 르로이 Vincent Leroy의 작품. 트래버틴 Travertine으로 만든 낮은 테이블은 슬랑시 Selency에서 구입. 노란색 컨테이너는 인디아 마흐다비 India Mahdavi. 종이 용은 프피 팡 Petit Pan. 태피스트리는 더 소셜라이트 패밀리 The Socialite Family. 타부레는 인디아 마흐다비, 모노릭스 Monoprix에서 구입. 벽난로 옆에 있는 사람 모양의 이탈리아 도자 꽃병은 lesho-p.com.

 

 

침실과 현관 사이는 구분이 거의 없다. 벽에 건 그림은 파트릭의 작품. 벤치는 마라케시의 수피안 자리브. 쿠션은 메종 드 바캉스. 테이블과 꽃병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조명과 수납장은 AMPM.

 

 

욕실 벽에 붙인 에머리 Emery의 젤리주 Zellige 타일이 빛을 반사시킨다. 세면대와 수전은 masalledebain.com. 거울은 마르세유의 소피 페르야니 Sophie Ferjani. 벽 조명 ‘엘가 Elgar’는 사모드 Sammode. 태피스트리는 베누타 Benuta. 바닥에 있는 나무 화분은 pH7. 커튼은 카라반.

 

“마침내 창작하고 디자인할 시간이 생겼어요. 기쁜 마음으로 이 일에 몰두하고 있어요.”

 

상드라는 게스트룸 침대 위에 ‘앙상블 Ensemble’이라고 이름 붙인 손 모양의 패턴을 그렸다. 상드라는 벽에 건 그림 액자도 직접 만들었다. 스트라이프 패턴의 침대보와 베개는 메종 드 바캉스. 암체어는 벼룩시장에서 구입. 낮은 테이블은 101 코펜하겐 101 Copenhagen. 펜던트 조명과 앞에 보이는 조명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태피스트리는 베누타.

 

“이 집을 통해 우리를 표현할 수 있어요. 우리가 모든 물건을 직접 만들고 디자인했어요.”

 

그늘이 적당히 지는 다이닝룸에서는 프로방스 지방의 서늘한 날씨를 즐길 수 있다. 테이블은 노르망디 Normandie의 벼룩시장에서 구입. 흔들의자는 이케아. 테라코타 화분과 두 가지 색의 화분은 lesho-p.com. 펜던트 조명은 벼룩시장에서 구입.

 

 

 

CREDIT

포토그래퍼

디디에 들마 Didier Delmas

스타일리스트

비르지니 뤼시-뒤보스크 Virginie Lucy-Dubosc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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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everyone’s Wonderland

화려하게 변화시킨 서머 손튼의 과감한 디자인의 세계

화려하게 변화시킨 서머 손튼의 과감한 디자인의 세계

인테리어 데커레이터 서머 손튼이 첫 번째 데커레이션 북의 출간 소식을 전해왔다. 마치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듯한 드 고네의 벽지, 시간의 깊이를 고이 간직한 앤티크한 가구와 오브제 등을 활용해 시카고의 코업 레지던스를 기발하고 화려하게 변화시킨 그녀의 과감한 디자인 세계로 초대한다.

드 고네의 월 커버링 키소 마운틴 Kiso Mountains으로 독특한 거실을 연출했다. 가운데 놓인 브루티 세티 소파는 베이커 퍼니처. 펜던트 조명은 어번 일렉트릭의 코그, 앤티크한 벽 조명은 소아네 Soane의 헬리오스. 거실 한 켠에 놓인 사이드 테이블은 바우간 Vaughan의 에슬레스톤&테이블. 녹색 등받이와 케인 소재의 타르가 체어와 데 아우라의 핀 체어, 로손 페닝에서 구입한 조지 라운지 체어도 거실을 채우고 있다.

 

홈 오피스와 라운지, 서재의 기능을 겸하는 이곳은 잭 파인 컬러로 도장해 초록 계열이 주는 묘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페인트는 벤자민 무어에서 구매. 빌트인 형태로 짠 책장과 CAI 디자인스에서 구입한 푹신한 슬리퍼 소파가 중심을 잡아준다. 황동과 유리로 제작한 스웨디시 비네타 샹들리에, 그 애로에는 마호가니를 소재로 한 라이어드 칵테일 테이블을 두었다. 도형적인 외관으로 재미를 준 로렌 마블 사이드 테이블과 옆에는 레더와 로즈우드로 제작한 페어 오브 스웨디시 알레 라운지 체어를 두었다. 공간 한 켠에는 니굴레 데스크와 범퍼 체어가 놓여 있다.

 

드넓은 미시간 호와 그를 따라 이어진 간선도로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 시카고의 두 가지 명물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자리한 코업 Co-op 레지던스는 이전의 모습을 뒤로한 채 과감한 변신을 거쳤다. 때로는 스스로를 무모하다 말할 정도로 과감하고 자유로운 감각을 지닌 시카고 기반의 인테리어 데커레이터 서머 손튼 Summer Thornton은 그녀가 변화시킨 이곳을 이상한 나라의 토끼굴같이 환상이 도사린 곳이라 말한다. 손튼이 인테리어 데커레이터로서 출간한 첫 번째 책 <Wonderland : Adventures in Decorating>을 통해 공개된 이곳에 대해 가장 강조한 것은 바로 밖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내부에 구현하는 것. 그리고 내부의 각 공간 또한 각기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손튼은 과감한 컬러 팔레트를 집 안 곳곳에 들다. 가령 집의 중심이 되는 거실에는 굽이굽이 초록의 산등성이가 이어진 드 고네의 벽지 키소 마운틴을 발라 마치 산속에 자리한 공간을 만드는가 하면, 침실에는 엠보싱으로 표현된 보태니컬 패턴과 아늑함을 전하는 폼페이 레드 라즈베리 컬러의 파인애플 실크 다마스크 벽지를 도입했다.

 

코업 레지던스의 인테리어를 담당한 인테리어 데커레이터이자 첫 책을 출간한 서머 손튼이 다이닝룸을 정돈하고 있다.

 

빈티지한 황동 샹들리에와 클래식한 짜임의 선반이 인상적인 다이닝룸. 황동으로 제작한 다리와 월넛 소재로 맞춤 제작한 다이닝 테이블과 케이라 우드 백 다이닝 체어가 놓여 있다. 울과 실크로 된 러그는 홀랜드&쉐리에서 구매. 수제로 제작된 벽지는 홀리 헌트에서 구매한 것.

공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차지하는 내벽의 색뿐 아니라, 공간의 면면에 자리하는 가구와 오브제에도 그녀의 자유로운 감각이 가감없이 발휘됐다. 앤티크와 클래식, 아르누보와 모던 그리고 빈티지. 각각 명확한 스타일을 지닌 가구들을 구태여 기존의 양식과 법칙을 따르지 않고 혼재시킨 결단은 손튼이 지닌 인테리어 데커레이터로서의 자질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한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공간과 나의 책에서 한 가지 빼앗아갔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입니다. 부디 대담해지세요. 트렌드나 올해의 핫한 색상에 대해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의 스타일을 찾아 그것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당신의 집입니다. 당신만의 규칙을 만들어보세요.”

 

가운데 놓인 테이블은 1950년대 제작된 빈티지 리젠시 게임 테이블. 그 옆으로 금속으로 제작한 빈티지 기린 조각상이 있다. 강렬한 컬러의 데이베드는 맞춤 제작했고, 한쪽 벽면에 놓인 에메랄드 그린 컬러의 책상은 염소의 피부를 모티프로 한 것. 함께 놓인 로렌 체어는 히코리 체어에서 구매. 창을 사랑스러운 컬러로 가리는 커튼은 배터만스에서 맞춤 제작했다.

 

다이닝 공간의 모습. 보르도와 다크 올리브 컬러가 섞인 소파는 맞춤 제작한 것. 함께 놓인 사이드 테이블은 세루즈드 오크 사이드 테이블로 베른&베라에서 구매한 것.

 

욕실 옆에 마련된 파우더룸의 벽면은 새가 자유로운 날갯짓을 펼치는 구찌의 해론 벽지를 시공했고, 바닥은 나무와 황동이 적절하게 배합된 맞춤 타일로 마감했다. 파우더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벽면에 설치한 캐비닛은 카라케타 바이올레떼. 그 위에 설치한 이탤리언 콘케이브 거울은 1ST DIBS, 벽 조명은 어번 일렉트릭에서 구매한 게리손을 달았다. 창에 달린 플러리 커튼은 콘라드.

 

현관 로비에는 각 공간으로 향하는 아치형 입구가 있다. 중앙에는 광택이 나는 니켈과 라일락 유리로 된 어번 일렉트릭의 그레이포이 펜던트가 달려 있다. 정중앙에 놓인 테이블은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세심한 장식이 돋보인다. 함께 놓인 화병도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것. 천장을 장식한 벽지는 구찌.

 

대리석 상판 아일랜드가 중심을 잡아주는 주방. 뒤쪽의 오븐은 모두 라꼬르뉴. 맞춤 제작한 캐비닛은 오크 소재로 제작됐다. 천장에 설치한 스탠포드 플러시 마운트와 오스카 세미 플러시마운트는 황동 소재로 제작된 것으로 모두 로만&윌리엄스 길드. 아일랜드 위에 올린 도마는 사우스 루프 로프트에서 구매. 옆에 놓인 화병은 스프라우트 홈.

 

마스터룸의 한 켠에는 알렉스카츠의 작품 ‘블랙 스카프’가 걸려 있다. 아래 깔린 울과 실크 혼방 러그는 패터슨 플린&마틴에서 구매한 것.

 

드 고네의 실크 파인애플 다마스크 벽지로 꾸민 마스터룸. 라즈베리를 연상시키는 컬러가 이곳에 한껏 사랑스러운 면모를 더한다. 중심에 놓인 침대는 주문 제작한 것으로 월넛과 황동 소재로 프레임을 제작했으며, 헤드보드는 로로피아나에서 구매한 것. 은은한 펄감이 느껴지는 스로와 베딩은 모두 이사벨라 듀벳. 침대 옆에는 프렌치 마호가니 소재의 나이트 스탠드를 설치했고, 헤드보드 위에 설치한 벽 장식은 CIRCA 라이팅에서 구매한 스튜디오 스윙 암벽 조명이다.

 

아이나 손님을 위해 마련한 방은 푸른색이 전하는 시원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특히 스톤 블루 컬러의 페인트로 빌트인 프레임은 이층 침대 같은 구조를 구현하는 위트는 물론, 수납까지도 놓치지 않은 점이 매력적이다. 옆에 놓인 플루 페트롤 컬러의 데이베드는 에르메스의 파바쥬 자카드 패브릭으로 맞춤 제작했다. 한층 진한 채도의 블루를 자랑하는 모로 사이드 테이블로 로손 페닝. 바닥에 깔린 다이아몬드 패턴의 러그는 스웨디시 위빙 기법으로 제작된 것으로 ABC 카펫. 푸른색과 대비를 이뤄 시선이 가는 책상은 라고몰프 디자인에서 맞춤 제작했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는 폰타나 아르떼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토마스 루프 Thomas Lo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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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케 텐 해브 Mieke Ten H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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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家)

파올라 렌티 플래그십 스토어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선혁

파올라 렌티 플래그십 스토어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선혁

파올라 렌티 플래그십 스토어로 삼성동 주택가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선혁. 삶과 디자인, 예술과 마주하고 대화하며 하이엔드를 경험한다.

4m의 높은 천고를 자랑하는 선큰 가든. 키 큰 나무숲이 연상되는 이곳에 초록 식물과 크림색 가구가 온기를 더한다.

‘훌륭한 것을 많이 보아라! 이류나 삼류가 아닌 최고의 것을 보게 되면 당신은 점차 훌륭한 것에 눈이 뜨일 것이다.’ 미술사학자 이내옥이 쓴 책 <안목의 성장>에는 일본 미호박물관 설립자가 추구했던 정신을 적어놓은 짧은 귀를 만날 수 있다. 사실 이 과정에는 꽤 진득한 시간이 필요하다. 아름다움에 대한 안목을 틔우는 데 정답은 없지만 그런 눈을 가진 사람, 그의 공간을 통해서라면 효과는 가장 확실하다. 파올라 렌티, 포졸리 등 엄선된 이탈리아 수입 가구를 선보이며 하이엔드 주거&오피스 공간 인테리어를 선도 해온 선혁. 최근 삼성동 조용한 주택가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이곳을 찾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요즘 가장 핫한 아티스트 다니엘 아샴의 고대 유물처럼 화석화한 ‘전화기’가 눈길을 끈다. 마치 이곳이 ‘소통’의 공간임을 말해주는 듯한 분위기.

 

1층 거실에서 바라본 테라스 풍경. 비비드한 컬러감이 돋보이는 파올라 렌티 가구는 실내외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2층 오피스와 연결된 야외 공간. 특유의 질감과 팝한 컬러 조합이 돋보이는 의자에 너른 테이블, 여기에 파라솔까지 더하니 휴양지 리조트 느낌이 물씬 난다.

이곳에서는 선혁 김용남 대표의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컬렉션과 예술품, 아트피스적인 가구가 한데 어우러진, 스토리가 있는 큐레이션을 만날 수 있다. 사실 이곳은 김 대표가 직접 건축과 설계 단계부터 인테리어 시공 및 스타일링까지 토털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했던, 누군가가 거주했던 집이다. 8년 전 고쳤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만큼 문이며 벽지, 바닥재 어느 하나 낡고 틀어진 것 없이 반듯하니 얼마나 완벽한 시공을 추구했는지 짐작이 간다. 27년간의 축적된 노하우와 깊이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이곳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마치 투어하듯 공간을 보고 머물고 누리며 선혁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의 편한 동선과 수납, 완벽한 마감은 기본. 특히 그녀의 수납 아이디어에는 ‘비기지적인 상상력’이 발휘된다. 지나치기 쉬운 벽체나 슬라이딩 도어에 안주인만 알아차릴 수 있는 히든 포켓을 숨겨두는 식이다. 김 대표는 인테리어 현장에 갈 때마다 ‘내가 만약 이 집에 산다면?’이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고. 집주인의 마음으로 현장을 대하기 때문에 도장 하나도 조색한 그대로 쓰는 법이 없다. 색을 수십 번 섞어본 후 조명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비교해가며 그 공간에 꼭 맞는 색을 만들어내다 보니 어디에서도 같은 색을 찾기 힘들 정도다. 밑바탕을 잘 그려놓은 만큼 이곳에 놓인 가구며 작품, 오브제는 어느 하나 어울리지 않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선혁의 아카이브&디자인 스튜디오

박공지붕 아래 키 큰 장, 푸른빛 의자의 조화가 돋보이는 미팅룸. 인테리어 상담을 위한 공간으로 이곳에서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가 소통된다.

 

노상균 작가의 작품이 반짝이는 저 너머에 파올라 렌티 샘플룸이 자리한다. 이곳에서 600가지가 넘는 컬러와 소재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공간은 크게 지하 1층과 로비층, 1층, 2층 총 4개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선큰 가든, 정원, 중정, 테라스 등 다양한 외부와 연결되어 있어 아웃도어 가구 파올라 렌티를 전시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도심 한복판이지만 아침에 모닝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마치고 책을 보다가도 한 발짝만 걸어 나오면 자연 속에서 리프레시할 수 있다. 오랜 팬데믹 시기로 바깥 활동이 제한되면서 오히려 집의 다양한 기능이 부각되고 있는 요즘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하이엔드 아웃도어 라이프’.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파올라 렌티를 국내에 소개하는 것도 오로지 그 이유다. 파올라 렌티의 가구는 기존 아웃도어 가구의 딱딱하고 투박한 느낌 대신 형광 핑크, 민트 등 상큼한 색감에 단순한 디자인으로 실내에 두어도 전혀 손색없을 만큼 세련되다. “유럽을 다니다 보면 집집마다 테라스를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꼭 마당 있는 전원주택, 숲이 우거진 교외가 아니더라도 아파트에서도 아웃도어 라이프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으면 해요.” 녹색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푸프에 앉아 있노라면 휴양지 리조트 테라스에 있는 듯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벽면을 채운 크고 작은 그림 덕에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복도가 근사한 전시 공간이 됐다.

 

조지 나카시마, 찰스 임스, 샬롯 페리앙 등 뮤지엄을 방불케 하는 20세기 빈티지 가구 컬렉션.

이 공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층고 4m 높이의 선큰 가든은 어쩌면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시그니처 포토존이 될지도 모르겠다. 완벽한 공조 시설을 갖춰 지상과 같은 컨디션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완벽한 여건에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는 것이 ‘선물’ 과도 같다. 삶과 공간에서 예술의 아름다움과 힘을 누구보다 확신하는 김 용남 대표. 이쯤에서 작가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그녀의 작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전시실에서는 한창 설치작품 ‘리플렉션2 Reflection2’가 전시 중이다. 옛 전통 2단장을 현대적 물성인 유리로 표현한 그녀의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과거로 향하고 있으며, 과거로부터 지금을 투영하는데 그것은 바로 여기라는 공간이자 자신을 상징하는 아카이브다. 그녀가 그토록 오랜 기간 축적해온 아카이브를 어떻게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변모시킬 수 있을까…. 이처럼 시간을 초월하는 ‘지속 가능성’은 리사이클 친환경 가구 파올라 렌티와 100년 전통의 포졸리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이탈리아 클래식을 대표하는 가구 포졸리는 유럽에서도 드물게 18세기 전통 제작 기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유럽 생활 중 포졸리 공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백발의 숙달된 장인들이 모든 공정을 예부터 내려오는 방법으로 하나하나 완성해가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죠. 가구를 주문하고 몇 달을 손꼽아 기다리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어요. 장인의 부고 소식과 함께 더 이상 가구를 만들 수 없게 되었다며 계약금을 돌려주겠다는 거예요.” 그렇게 시작된 포졸리와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내 공간에서 더 빛을 발하는 네소 테이블. 대리석 상판의 환상적인 무늬가 특징.

 

1층에 자리한 메인 거실 공간. 그리너리한 색감과 공예적인 직조 방식이 돋보이는 러그 하나만으로도 자연을 집 안으로 들일 수 있다.

클래식은 더 화려하고, 더욱 위엄 있어 보이기 위한 것에 관심을 두다 보면 과시적이거나 헛된 부를 부추기기 쉬운데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절제된 디자인의 포졸리 가구는 화려한 디테일에도 불구하고 거부감 없이 귀한 예술품으로 느껴진다. 유럽의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가구와 작품은 어떻게 저토록 격조 높은 품격을 지녔을까. 그것의 바탕은 물질보다는 정신에 가치를 둔 태도에 있다. “유럽 친구들이 할머니가 물려준 다 해지고 닳은 앞치마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봤어요. 유럽인들의 이런 정신에서 위대한 예술품이 탄생하는 게 아닐까요.” 그녀가 추구하는 공간 디자인 역시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다. 마치 편안하면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깃든 클래식처럼 말이다. 가구는 물론 물건에 대한 애정 또한 각별한 그녀는 여고 시절부터 그저 오래된 것이 좋아 인사동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한 점 한 점 모으기 시작했단다. 그때의 설렘을 시작으로 해외와 국내를 오가며 수십 년째 이어오고 있는 빈티지 컬렉팅은 2층에 자리한 그녀의 오피스에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클래식하면서도 올드하지 않고 세련미가 느껴지는 포졸리 가구.

 

전시실에서는 21광주비엔날레 수상작인 ‘리플렉션2’ 전시가 한창이다. 앞으로 전시뿐 아니라 건축가, 사진작가, 미술평론가의 문화 강좌도 마련될 예정이다.

 

현관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벽에 놓인 아트 퍼니처와 옻칠 오브제는 전통을 재해석한 김용남 작가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듯하다.

‘아름다운가’

이것이 바로 아이템을 고르고 스타일링하는 그녀만의 기준이다. 아름다움은 좋은 물건을 고를 때는 물론이요, 삶을 꾸리며 세상과 만나는 모든 일을 포괄한다. 길 가다 어떤 사물을 대할 때도, 공중도덕을 지켜야 하는 순간에도 ‘이것은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이 감각적으로 튀어나온다. ‘…무엇이든지 마음의 눈으로 볼 때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이 유명한 문구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아름다운 마음의 눈이 작품이 되고 공간이 된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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