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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색감으로 채운 사피아 토마스의 집

강렬한 색감으로 채운 사피아 토마스의 집

컬러 감도가 높은 바캉스 하우스. 뤼베롱 Luberon의 특별한 호텔에 자리한 사피아 토마스의 집은 남부 지방과 발로리스 Vallauris의 황금시대를 깨운다.

열대 정원 같은 곳에서 카나페에 앉아 있는 사피아. 카나페와 벨벳 암체어는 메이드닷컴 Made.com. 쿠션은 모노프리 Monoprix. 1970년대의 검은색 낮은 테이블은 릴-쉬르-라-소르그 L’Isle-sur-la-Sorgue에서 구입. 세라믹 화분은 에 테시에 Emile Tessier 제품으로 생투앙 벼룩시장의 세르페트 Serpette에서 구입. 세라믹 테이블은 CFOC. 태피스트리는 카사 로페즈 제품으로 에디트 메자르 Edith Mezard에서 구입. 베니니 Venini의 1960년대 무라노 유리 펜던트 조명은 라노의 앤티크숍 스파지오 스튜디오 세탄토토 Spazio Studio Settantotto에서 찾아냈다. 파노라마 벽지는 아낭보 Ananbo.

 

원색이 길게 이어지는 공간에 깊이감을 준다. 등나무를 엮어 만든 펜던튼 조명 ‘스크린 Screen’은 마켓 세트 Market Set 제품으로 뤼미네르 온라인 Luminaires Online에서 구입. 등나무와 대나무로 된 빈티지 의자와 테이블(상판에 세라믹 타일이 삽입돼 있다)은 갈르리 콩트라스트 Galerie Contrastes에서 구입. 꽃병은 발로리스 세라믹. 벽에 건 나무 오브제 컬렉션은 야즈 버키 Yaz Bukey. 릴-쉬르-라-소르그의 빌라주 데 장티퀘르 Village des Antiquaires에서 찾아낸 앤티크 나무 파티션이 책상이 있는 방을 나눈다. 1970년대 책상 ‘오릭스 Orix’는 비토리오 파리지&나니 프리나 Vittorio Parigi&Nani Prina 제품으로 몰테니 Molteni에서 제작. 그리고 빨간색 레진 의자는 임스 Eames 제품으로 갈르리 콩트라스트에서 구입. 태피스트리는 카사 로페즈 Casa Lopez. 빨간색 벽의 조명 ‘리안 Liane(1961)’은 장 루아이에르 Jean Royere 제품으로 갈르리 자크 라코스트 Galerie Jacques Lacoste에서 구입.

라이프스타일과 럭셔리 분야의 홍보 우먼이자 벼룩시장 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피아 토마스는 남편 브뤼스와 뤼베롱에 왔을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기능적이면서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는 바캉스 하우스를 원했어요. 그렇지만 파리에서 도착하면 편하고 자유로운 집이어야 하죠.” 그들이 여름 휴가를 보내는 에덴 동산은 보클뤼즈 Vaucluse의 역사 유적지로 지정된 아름다운 마을, 앙수이 Ansouis의 성이 보이는 17세기의 특별한 호텔에 자리한 145㎡의 집이다. “현관문 열쇠를 돌리기만 하면 모든 것이 최고로 편하고 살기 좋은 곳이에요.” 사피아가 말한다.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 그는 모든 벽을 허물었다.

 

“타피스리와 무라노 유리는 저의 컬러 팔레트를 명확하게 표현하죠.”

거실에서 이어지는 다이닝룸은 테라스로 활짝 열려 있다. 거실은 1960년대 떡갈나무 파티션 두 개로 구분된다. 진드리치 할라발라 Jindrich Halabala의 파티션은 릴-쉬르-라-소르그의 빌라주 데 장티퀘르에서 찾아냈다. 생-장-뒤-데세르 Saint-Jean-du-Desert의 파이앙스 수프 그릇 역시 같은 곳에서 구입. 등나무 테이블과 의자, 그릇장은 1940년대 빈티지로 갈르리 콩트라스트. 벽에 건 등나무 황소 머리는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구입. 몬드리안의 태피스트리는 디디에 베니슈 Didier Benichou. 벽에 건 타피스리 ‘레 푸아송 Les Poissons’은 장 피카르 르 두 Jean Picart le Doux의 1950년대 빈티지. 그릇장 위에 있는 로베르 피콜 Robert Picault이 제작한 발로리스의 세라믹 조명 스탠드와 꽃병, 볼은 루르마랭 Lourmarin에서 구입. 작은 테이블에 있는 이탈리아 세라믹은 드루오 Drouot. 등나무 조명은 릴-쉬르-라-소르그의 앤티크숍에서 구입. 베니니의 무라노 유리 펜던트 조명은 라노의 앤티크숍 스파지오 스튜디오 세탄토토에서 구입. 피에르 올리비에 Pierre Olivier의 모자를 쓴 여자 타피스리는 1960년대 빈티지로 갈르리 콩트라스트. 커튼은 마두라 Madura.

 

“세라믹과 등나무는 리비에라 스타일을 일관적으로 보여줍니다.”

1940년대의 등나무 가구(갈르리 콩트라스트)가 세라믹 제품을 돋보이게 한다. 테이블 위에 있는 마졸리카 세라믹 볼은 생투앙 벼룩시장의 세르페트에서 구입. 그릇장 위에는 릴-쉬르-라-소르그에서 구입한 생-장-뒤-데세르의 부이야베스 그릇과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1970년대 조명이 놓여 있다. 타피스리는 피에르 올리비에 작품. 테라스에 있는 암체어 ‘AA’는 에어본 Airborne 제품으로 드루오에서 구입. 벤치는 페르몹 Fermob.

 

60㎡의 테라스는 이 집의 모든 공간과 연결된다. 정원 가구 세트에 앉아 한없이 이어지는 아침식사를 즐긴다. 마티외 마테고 Mathieu Mategot의 1950년대 정원 가구 세트 ‘앙테오르 Antheor’는 칸 Cannes의 옥션하우스에서 구입. 로베르 피콜의 세라믹 피처와 설탕 그릇, 비오 Biot의 유리잔은 루르마랭의 스틸&탕당스 Styles&Tendance 갤러리에서 구입.

“모든 곳을 함께 볼 수 있는 유동적인 공간이 좋아요.” 친구들과 함께 제비들의 발레를 감상하며 신전주를 마시기에 정말 좋은 장소다. 테라스에는 어닝과 갈대 울타리를 쳐서 그늘을 만들었다. 집 안에는 빛이 벽을 따라 춤추고 컬러풀한 무라노 유리 펜던트 조명과 발로리스의 세라믹 제품 그리고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등나무와 대나무 가구가 리비에라의 정서를 한껏 내뿜는다. 무엇보다 요리 솜씨가 좋은 브뤼스가 요리하면서 대화 에 참여할 수 있도록(“우리는 점심이나 저녁 식사에 친구들을 초대하는 걸 좋아해요.”) 부엌을 집의 중앙에 배치했다. 그러면서 부부의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35㎡의 부부 침실만 따로 마련했다.

 

“활짝 열린 이곳은 마치 로프트에서 살고 있는 듯해요.”

침실에 딸린 욕실에서 엿보이는 초현실주의. 면 태피스트리는 벵상 다레 Vincent Darre가 모노프리를 위해 디자인한 제품. 푸른색 석 거울은 리플렉션 코펜하겐 Reflection Copenhagen. 수납장은 이케아 Ikea. 나무통으로 만든 조각은 앤티크숍에서 구입.

 

팝 스타일의 침실. 침대보는 블랑 디부와르 Blanc d’Ivoire. 리넨 베개 커버는 하모니 Harmony. 쿠션은 이브 생 로랑 Yves Saint Laurent. 침대 옆 테이블 ‘콤포니빌리 Componibili’는 카르텔 Kartell. 조명 ‘벨홉 Bellhop’은 플로스 Flos. 알코브에 있는 1940~50년대 촛대와 꽃병은 구다 올랑 Gouda Holland. 그림은 줄리엣 슈룬케 Juliet Schlunke의 작품.

 

“1950~60년대 그릇으로 테이블을 세팅해 사람들을 대접하는 걸 좋아해요.”

녹색으로 꾸민 부엌. 집의 중앙에 배치한 오픈 키친은 그래픽적이고 기능적이다. 주문 제작한 가구는 식도락가인 사피아와 브뤼스에게 중요한 요소이다. 세라믹 그릇과 피처는 로베르 피콜의 1950~60년대 빈티지로 루르마랭의 스틸&탕당스 갤러리에서 구입. 라피아 펜던트 조명은 빈티지숍에서 구입.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베네딕트 드뤼몽 Benedicte Drummond

writer

이자벨 스왕 Isabelle S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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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디자이너의 시크릿 가든

정원 디자이너의 비밀스러운 홈가든

정원 디자이너의 비밀스러운 홈가든

정원 디자이너가 사는 집의 정원은 어떨까? 구루앳홈 박소현 정원 디자이너의 평창동 집 마당에는 그녀가 흙을 일구고, 식물을 다듬고 가꾼 아름다운 결실이 있다. 그곳에는 일과 쉼이 공존하고 있다.

 

예술가 모네에게 정원이란 직접 가꾸며 일구어나간 생활터전이자 감을 얻고 작업을 하는 아틀리에다. 그의 일상처럼 회색빛 도시에서 자신의 공간을 녹색으로 물들이며 위안과 기쁨을 얻는 이들을 만났다. 자연을 곁에 두기 위해 마당과 옥상, 테라스에 정원을 가꾸고,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흐름을 오롯이 즐기고 있었다. 보기에만 좋은 정원이 아닌, 각자 삶의 방식이 녹아 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도시 생활자의 정원으로 안내한다.

 

구루앳홈 박소현 정원 디자이너의 집 3층 옥상에서 바라본 2층 정원의 전경.

 

정원의 중앙에 위치한 매실나무. 매실이 노랗게 익어 떨어지면 주워다 매실청을 만든다고. 뒤로는 북한산이 보인다.

 

박소현 대표와 그의 반려견 앙리.

“정원을 가꾸다 보면 잡생각이 없어져요. 오롯이 흙과 식물 냄새를 맡으면 화가 났던 것도 생각이 안 나죠. 일종의 수행 같기도 하고요.”

굽이굽이 평창동 길을 올라 북한산에 다다를 즈음, 구루앳홈 박소현 디자이너의 집이 나타난다. 3년 전 20년 된 평창동의 집을 리노베이션해 쉼이 있는 곳으로 완성했다. 독특하게 ‘ㄱ’자 구조로 된 집은 총 3층으로 이뤄져 있다. 1층은 박소현 디자이너 부부의 주거 공간, 2층은 게스트를 위한 공간 겸 가드닝 클래스가 진행되고, 3층은 식물 갤러리를 계획하고 있다. “보통 대문을 열고 정원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지만 저희 집은 건물을 통과해 야만 정원을 마주할 수 있어요. 시크릿 가든처럼요.” 박소현 디자이너가 2 층 테라스와 이어진 정원을 소개했다. ‘ㄱ’자 건물로 둘러싸인 정원은 푸른 하늘과 가까웠다. “뒤로는 북한산이, 옆으로는 북악산이 보이는 차경이 있는 집이라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정원을 조성했어요. 땅을 다지고 정리하면서 발견한 바위를 자연스럽게 살리고요. 온실을 두고 양쪽으로 화단을 꾸몄어요. 그늘을 좋아하는 식물, 물을 좋아하는 식물, 토질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식물 등 특징별로 구역을 나눴고요. 이곳에서 가드닝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어요.”

 

바닐라 스카이 수국과 미스김 라일락, 자엽국수나무 등이 식재되어 있다. 왼쪽 구상나무는 겨울이 되면 오너먼트를 달아 트리로 사용한다.

 

‘ㄱ’자 형태의 건물이 정원을 둘러싸고 있어 보다 아늑하다.

 

정원으로 이어지는 테라스에는 향이 나는 허브 위주의 식물을 식재했다. 빨간 꽃은 체리세이지.

그녀의 부지런한 손길로 가꾼 정원은 집에서 여는 식물 스튜디오의 꿈이 실현된 장소이자, 수강생들에게 교본과도 같은 곳이다. 화분에 식물을 심는 컨테이너 가드닝 위주의 수업이 진행되며, 공예를 전공한 그녀의 내공이 담긴 정원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다. “산업혁명 후 공예를 되살리는 아트 앤 크래프트 운동이 영국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운동이 정원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죠. 역사적으로도 공예와 정원은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공예든 정원이든 사람 손길이 닿아야 하잖아요. 공예품은 공장에서 찍어낼 수 없는 것처럼 정원 역시 똑같을 수 없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멋스러워지고 가치가 있는 것도 비슷하고요.” 박소현 디자이너의 설명처럼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공예품을 만드는 일처럼 한 땀 한 땀의 정성과 노고, 애정을 들여 나만의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일과도 같다. 그녀는 매일 식물을 돌보고 직접 유기농 비료를 만들어 친환경적으로 정원을 가꾼다.

 

매일 흙을 일구고 정원을 관리하는 박소현 정원 디자이너. 푸른 플럼바고와 은사초가 심어져 있다.

 

1층 주거 공간에 딸린 테라스. 빛이 잘 들지 않아 그늘 식물과 상록수 식물 위주로 완성했다.

 

2층 정원 옆으로는 1층으로 이동하는 계단이 이어진다.

“정원 가꾸기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매일 조금씩 관리가 필요해요. 죽어 있는 식물을 캐내고, 다시 식재하고…. 식재할 때는 여백을 둬야 해요. 식물이 자랐을 때의 크기를 감안해야 하죠. 또 사계절을 고려해야 하고요. 서쪽으로 억새를 서너 그루 심었는데, 가을에 해가 질 때 갈대가 황금색으로 빛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요. 지금은 푸른 잎의 식물도 잎이 떨어지면 빨간 가지를 만들며 겨울 정원을 분위기 있게 만들어주고요. 정원은 지루할 새 없이 아름다운 변화를 만들어내요.” 박소현 디자이너가 설명했다. 정원을 가꾸는 것은 어찌 보면 굉장히 수고스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을 ‘식물집사’라고 칭할 정도로 즐긴다. “정원을 가꾸다 보면 잡생각이 없어져요. 오롯이 흙과 식물 냄새를 맡으면 화가 났던 것도 생각이 안 나죠. 일종의 수행 같기도 하고요(웃음). 어찌 보면 인생이기도 해 요. 인생도 늘 높은 위치에만 있지는 않잖아요. 식물처럼 잎이 떨어졌다 다시 꽃이 피는 것처럼 힘든 시기를 겪고 다시 극복하고 일어서는 우리네 인생이요.” 많은 것을 일러주는 정원은 그녀에게 일터이자,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 같은 존재다.

 

1층 거실 공간. 박소현 디자이너는 집 안 모서리에 식물을 두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팁을 전했다.

 

2층 가든 클래스 이론 수업이 열리는 공간. 널찍한 창문 너머로 쭉 뻗은 소나무가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직접 만든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면 비밀의 문이 나타난다. 옛 지하 벙커로 쓰이던 공간을 사우나실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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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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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연필 수집가의 집

물건에 대한 애정이 흘러넘치는 연필 수집가의 집

물건에 대한 애정이 흘러넘치는 연필 수집가의 집

취미 부자이자 연필 수집가인 함은혜 씨의 가족은 단독주택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며 살고 있다. 그녀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물건에 대한 애정 덕분에 집 안의 공간과 물건에는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빈티지 캐비닛의 첫 번째 서랍을 열면 함은혜 씨가 모은 연필이 가득하다. 이미 연필 수집가로 전시에도 참여하고, 인터뷰도 했을 만큼 유명한 그녀다.

 

집주인 함은혜 씨는 문을 여는 순간,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이 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고, 아이와 함께 자연을 찾아다니다 보니 녹색 식물이 주는 에너지도 새삼 느꼈다. 거실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연세가 있는 부부가 살던 단독주택은 소위 말해 공주풍의 집이었다. 붉은색 외관은 독특해서 그대로 두었지만, 곡선의 계단 난간을 비롯해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요소를 걷어냈다. 스튜디오 에디의 이지연 대표는 함 은혜 씨의 바로 이전 집을 디자인했는데, 이번 단독주택의 내부 리모델링으로 다시 만났다. 인테리어와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집주인은 글로벌 IT 회사의 마케터이지만 2500자루의 연필을 보유하고 있는 연필 수집가로도 유명하다. “이 집에서는 1인 2개의 방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웃음).

 

 

보이저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촬영한 작은 지구의 모습을 담은 사진 작품에서 함은혜 씨의 관심사를 느낄 수 있다. 광교 스트롤 오픈 당시 받은 옥승철 작가의 작품이 그려진 쇼핑백과 컬러별로 정리한 책장에서 그녀의 취향을 읽을 수 있었다.

 

집 안에 들어서는 순간, 거실 창문 너머의 자연 풍경을 보고 이 집을 선택했다. 아직 여름의 기운을 만끽하고 있지만, 사계절 내내 작품 같은 자연을 보여줄 창문이다.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가 마당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아요. 층간 소음에 신경 쓰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고, 빛이 잘 들어와서 아침 일찍 눈이 떠질 때 단독 주택으로 이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함은혜 씨 가 집을 소개했다. 이 집의 꽃은 찰스&레이 임스 부부를 좋아하는 함은혜 씨의 애정이 담겨 있는 주방이다. SNS를 통해 그들이 살았던 집을 매일 볼 만큼 임스 부부를 좋아하는 그녀는 임스의 시그니처 컬러를 주방에 적용했다. 이지연 대표는 동그랗게 뚫은 손잡이까지도 일일이 맞췄을 만큼 공들인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래픽 작업처럼 깔끔하게 구획이 나뉜 주방 가구와 꼭 적용해보고 싶었던 천장에서 내려오는 선반까지, 평소 생각했던 것을 실제로 주방에 적용했다. 별다른 장식 없이도 이미 창밖 풍경이 사계절 내내 훌륭한 인테리어 요소가 될 거실은 원래 사용하던 빈티지 소파와 TV만 간결하게 두었다.

 

새로운 인테리어와 어울리도록 계단과 중문도 교체했다

.

좋아하는 조지 넬슨 디자인의 테이블과 의자를 둔 다이닝 코너.

컬러가 많은 주방과 균형을 이루는 미니멀한 거실이다. 난간을 새로 바꾼 계단을 오르면 2층의 작은 서재가 먼저 보인다. 창밖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만든 윈도 시트를 제작한 서재에는 디터 람스의 선반과 원래 집에서 식탁으로 사용하던 테이블을 책상으로 두었다. “요즘 제가 우주 공부에 꽂혔어요. 그래서 화성을 표현한 스노볼과 아인슈타인 오브제,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우주 행성 같은 모빌 등을 장식했어요. 하지만 3층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라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계단을 올랐다. 다락방 같은 3층은 아이와 함은혜씨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취향의 집합체 같은 곳이다. 삼각 지붕이 아늑한 방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만화책부터 우주 관련 아이템, 레고 그리고 오랫동안 모아온 연필과 문구류가 가득하다. 그녀는 이곳에서 북바인딩 작업도 하고, 연필로 필사를 하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레고를 조립하기도 한다.

 

마치 문구점에 온 듯 연필뿐만 아니라 각종 책과 문구를 정갈하게 정돈했다.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3층 책상은 그녀가 취미 활동을 하거나 필사를 하는 소중한 자리다.

손으로 하는 작업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 분명하다. 빈티지 캐비닛의 긴 서랍을 열면 엄청난 개수의 연필에 놀랄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연필의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과거에는 정말 좋은 흑심과 나무를 사용해 연필을 만들었어요. 연필도 생산 시기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그런 점이 재미있죠. 이 연필로 한번 써보세요.” 함은혜 씨가 건넨 블랙윙의 연필로 글씨를 쓰자 흑심이 종이에 부드럽게 리며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빨간색 상판의 책상에는 최근 필사하고 있는 과학 도서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연필로 쓴 씨가 빼곡한 노트가 놓여 있었다. 함은혜 씨 가족은 이 집을 아주 충실하게 즐기고 있다. 지하부터 3층 까지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층마다 역할을 부여했다. 덜컥 저질러버렸다는 단독주택으로의 이사는 성공한 셈이다. “동네가 좋아서 집이 더 좋은 것도 있어요. 집마다 개성 있게 마당을 꾸미고, 집을 매만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져요. 정말 동네에 살고 있다고 느껴지고요.” 그녀의 말처럼 아파트 생활보다 더 부지런하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그것마저도 기쁨이라고 느끼는 이들에게 단독주택은 언제나 매력적인 선택지다. “꼭 하고 싶었던 스타일이 있어서 세탁과 건조실을 만들고 있어요. 그 옆에는 홈트와 영화감상을 위한 방이 꾸며질 거고요.” 이사한 지 2주 만에 촬영을 해서 미처 담지 못한 공간이 많지만 연필 수집가의 집은 그녀의 끊이지 않는 호기심과 취미 덕분에 계속 새로운 쓰임새를 갖게 될 것이다.

 

1층 거실 벽에 매입식으로 만든 파란 선반에도 좋아하는 소품을 장식했다.

 

2층 서재 벽에 설치한 비초에 선반 시스템 위에는 최근 관심사인 우주와 관련된 오브제와 책 등을 장식했다. 햇빛이 닿으면 아인슈타인의 손이 움직여서 더욱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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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이예린(로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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