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은 더 이상 일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많은 기업에서 비즈니스와 휴식 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녹색 공간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헬렌카민스키, 캉골, 르콩트 드콩트, 공간 플랫폼 LCDC를 운영하는 SJ그룹의 건물 2층에도 언제든지 밖으로 나가면 마주할 수 있는 작은 숲이 마련되어 있다. 이는 SJ그룹 이주영 대표의 정원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서 탄생했다. “정원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웃음) 때로는 탁 트인 곳에 앉아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현 시대는 너무 갇혀 있어요. 제가 어릴 때는 집 앞에 바로 마당이 있고 우물도 있었어요. 탁 트인 공간, 마당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LCDC도 정원 하나 보고 건물을 결정했어요. 쓰러져가는 건물 중앙에 파란 천막으로 덮인 정원이 있었는데 저 천막이 걷히면 참 멋진 공간이 되겠구나 생각했죠. 제가 사는 집에도 정원이 있어요.” 이주영 대표의 공간을 선택하는 기준은 자연과 가까이할 수 있는 마당이 필수적이다. “여유가 없어서 하루에 한 번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쉽지 않아요. 결국 가까이 있는 테라스가 필요한 이유죠. 마음의 여유가 생겨야 그 안에서 일할 수 있는 에너지도 생기죠.” 2년 전 지금의 건물로 이사하면서 꼭대기 층이 아닌 2층으로 대표실을 정한 것도 테라스 때문이다. 폴트로나 프라우의 알베로 책장과 책상, 핀 율의 재팬 소파와 빈티지 암체어로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의 집무실 창문 너머로 파릇한 정원이 보인다. 한 걸음만 내디디면 바로 공원으로 순간 이동한 듯 녹음이 가득한 외부로 이어진다. 이렇게 멋진 디자인은 조경 디자이너 산에들에 현종영 팀장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일반 가정집 정원과 달리 사무실 정원의 특징은 즐기는 대상이 특정 다수라는 점이에요. 어떻게 보면 정원과 공원 사이의 개념이죠. 소유주가 있지만 정원 관리에 큰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가꾸는 즐거움보다는 보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해요. 누군가의 취향에 딱 맞추기보다 중성적인 아름다움과 공간에 어울리는 무드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관리가 수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녀는 오피스 정원이 필요로 하는 요소를 중점으로 공간을 완성했다. 덧칠 같은 관리가 필요 없는 데크를 설치하고, 데크의 직선이 주는 경직되고 단순한 느낌을 완화하기 위해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플랜터를 제작했다. 이때 부식성이 낮은 철물로 제작해 어떤 환경에서도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식물을 선택할 때도 해충과 균에 약한 소재는 제외하고 컴퓨터 모니터를 오래 보는 직원들을 위해 눈의 피로를 덜고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그린과 블루, 화이트를 주요 컬러로 정했다.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로 틀을 잡고 수형이 깔끔한 자작나무와 하얀 꽃을 피우는 산딸나무, 파란 등심붓꽃과 숙근샐비어, 흰금낭화, 겨울에도 상록을 유지할 수 있는 바위 남천과 여름을 위한 나무 수국류까지 사계절 변화하는 아름다운 정원을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정원의 감상 포인트는 식물의 그림자에 있다. 도심임에도 불구하고 고층 빌딩이 없어 빛이 매우 강한 환경으로, 식물의 그림자가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나는데 이를 적극 활용했다. 유기적인 식물의 형태가 데크 위로 그려지는 것을 고려해 식물의 선이 가장 예쁘게 보일 수 있도록 이리저리 돌려보며 위치를 정했다고 한다. 그림자는 대표실 안쪽까지 들어와 빛을 가려주는 자연 블라인드 역할도 해낸다.
“결국 가까이 있는 테라스가 필요한 이유죠. 마음의 여유가 생겨야 그 안에서 일할 수 있는 에너지도 생기죠.”
정원을 완성하는 데 있어 실내 인테리어와 스타일링을 맡은 스튜디오 2F 박소현 대표의 숨은 조력도 빼놓을 수 없다. 결제를 받거나 사안을 논의 하기 위해 대표실을 들르는 직원들이 잠시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치한 집무실의 가구 위치는 전체적인 정원 플랜터의 위치와 분위기를 잡는 데 도움을 줬다. 박소현 대표와 현종영 팀장은 한 팀으로 연대하여, 정원과 오피스가 단절된 공간이 아닌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완성했다. 이주영 대표와 직원들은 가끔 데크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회식을 즐기고, 프라이빗한 미팅도 한다. 업무에 지친 고단함을 날리고, 하늘을 올려다 보는 여유를 가지며, 블루베리를 따먹는 소소한 재미가 있는 오피스 옆 작은 숲은 직원들을 위한 또 다른 복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