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FOR ME

최중호 디자이너가 설계한 싱글남의 집

최중호 디자이너가 설계한 싱글남의 집
 
기존 아파트의 획일화된 구조를 허물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패턴에 꼭 맞춘 새로운 레이아웃으로 완성된 싱글남의 집은 어느 누구도 아닌 그저 나다운 집이란 어떤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가 될 것이다.  
너른 창과 개방적인 구조가 특징인 싱글남의 집은 곳곳에 배치된 요소가 그의 특징을 대변하고 있다.
 
서울 최대의 증권가 중심에 위치한 아파트 최상층이자 161m²가량의 공간이 오직 한 남자를 위해 재탄생했다. 단 한 사람만을 고려한 내부 동선,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해 직접 제작한 가구들은 말하지 않아도 남자의 삶과 습관 그리고 취향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공간을 고안하고 실현시킨 것은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딩과 상업 공간을 디렉팅해온 최중호 스튜디오의 최중호 디자이너다. 개인을 위한 장소보다는 주로 브랜드나 리테일을 목적으로 한 공간을 디렉팅해온 그인지라, 한 사람을 위한 공간 디자인은 그에게도 신선한 시도로 다가왔다. 싱글 남성을 위한 집을 구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안한 것은 공간 구획이 확실한 기존의 아파트 구조를 허무는 것. 기혼자가 있거나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 거실이나 주방, 침실 등의 명확한 구분이 필수적이지만 모든 공간을 오롯이 혼자 사용하기 때문에 구태여 공간을 구분하지않고 보다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다. 기존에 설치된 벽체와 문은 최소화해 거실과 주방, 다이닝은 마치 하나인 양 개방감은 살리고 동선의 구성은 대폭 느슨해졌다. 디자인적인 시도도 기존의 공식과는 궤를 달리한다. 마이너스 몰딩을 접목해 미니멀한 느낌을 가미하는가 하면, 대개의 아파트에서 쉽사리 접목할 수 없는 합판 등의 마감재를 활용하거나 원색에 가까운 강렬한 색상을 곳곳에 도입하고 사용자의 취향과 평소 생활 패턴을 고려해 직접 모듈이나 선반 등의 가구를 디자인해 집안에 들였다. 비록 공간을 구분짓지 않고 보다 자유로운 동선을 꾀했지만, 이같은 요소는 굳이 공간별 한계를 두지 않더라도 정체성을 보다 시각화하는 데 기여한다. 그리고 이러한 최중호 디자이너의 고심은 집 안 곳곳을 보다 면밀히 살펴볼 때 더욱 빛을 발한다.
 

LIVING ROOM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 간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거실 역할을 하는 집 중앙부와 침실은 벽 대신 레어로우의 철제 선반으로 러프하게 구획되어 있다.
  싱글남의 집은 거실로 명명될 법한 구획이 명확하진 않지만, 대개의 거실이 그러하듯 집의 중심이자 이곳을 풀어헤칠 수 있는 핵심이 도사린다. 중앙부에 위치한 낮은 채도의 푸른 기둥 겸 선반이 그 주인공. 마치 기둥처럼 제작해 건축적인 면을 십분 살리면서도 선반식으로 구조를 짠 덕에 가구의 역할도 겸해 자유로운 느낌이 감도는 집의 정체성을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선반 겸 기둥에 적용된 강렬한 색은 이 집의 또 다른 시그니처 공간인 홈짐과 드레스 룸에 적용된 키 컬러와 동일해 이 집의 재미를 미리 보여주는 요소로도 읽힌다. 또한 거실은 기성 가구가 가장 많이 비치된 구역이기도 하다. 임스 라운지 체어와 LC3 소파 등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한 디자인 가구들이 이곳에 자리 잡았다.
 
거실 구역에 위치한 푸른 기둥겸 선반은 거실의 시그니처와 같다. 기둥 특유의 건축적인 측면과 선반의 기능을 살려 유용하면서도 강렬한 컬러감으로 이 집의 독특한 매력을 더한다.
   

 

KITCHEN & DINING

주방은 상반된 소재의 묘한 조화가 인상적이다. 거친 나무의 질감을 살린 합판을 하부장으로, 상부장과 상판은 금속을 활용해 자칫 상반되어 보이는 두 소재를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주방과 다이닝은 가장 많은 구조 변경이 이뤄진 곳이다. 기존에 위치한 다용도실 격인 장소를 제거해 주방을 늘리고, 전체 벽은 허물지 않는 대신 집 안 어디에서도 주방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시야를 튼 점이 특징. 덕분에 외부로부터 드는 빛이 주방을 해사하게 만든다. 또한 마감재의 독특한 조합을 도입한 점이 흥미로운 포인트. 일례로, 목재의 날것 그대로의 물성을 살린 합판으로 만든 하부장과 차가운 금속 상부장과 상판을 조합한 점이 바로 그것. 특히 첫 아파트 프로젝트인 만큼 한국의 주방 디자인 스튜디오 바이빅테이블과 협업해 주방 가구는 물론, 주방의 수로 등 구조 변경에 있어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야 하는 요소를 함께 고심했기에 최중호 디자이너에게도 더욱 뜻깊은 구역.  
주방은 상반된 소재의 묘한 조화가 인상적이다. 거친 나무의 질감을 살린 합판을 하부장으로, 상부장과 상판은 금속을 활용해 자칫 상반되어 보이는 두 소재를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주방과 다이닝 공간은 가장 많은 구조 변경을 거친 곳이다. 세탁실처럼 쓰이던 다용도실을 없애 주방을 늘리고, 빛이 잘 스며들 수 있도록 벽을 기둥처럼 만들어 구조적이면서도 개방감을 살렸다. 넓은 다이닝 테이블은 바이빅테이블과 협업해 제작한 것. 함께 놓인 다이닝 체어는 칼한센앤선.
 

BED ROOM

벽으로 침실과 거실을 구분하지 않는 대신 레어로우의 철제 선반으로 러프하게 공간을 나눴다.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지만 공간의 구분이 가능하도록 했다. 가장 프라이빗한 만큼 완전한 차단이 필요할 때는 커튼을 칠 수 있도록 설계한 점 또한 침실구역의 포인트.
 
침실 또한 거실과 자연스레 이어지는 개방적인 공간이지만, 동시에 가장 사적일 수 있도록 장치를 둔 점이 재밌다. TV나 침실 용품을 비치할 수 있도록 레어로우의 모듈 선반을 두었지만 벽면 전체를 가리진 않도록 철제 프레임으로 제작한 동시에 천장에 매립 레일을 깔아 프라이빗한 침실을 원할 경우, 언제든 커튼을 칠 수 있게 한 영리한 아이디어를 도입했기 때문. 철제 선반과 대조되는 일체형 목제 침대 프레임을 둬 소재의 다양성을 도입한 것 또한 눈길이 간다. 이곳에서도 컬러감을 살리기 위해 트롤리와 사이드 테이블, 이불의 색상을 원색에 가까운 것으로 선택했다.  
곳곳에 느껴지는 컬러감도 이 집의 소소한 재미 포인트다. 짙은 녹색의 베딩과 노란색 보비 트롤리, 붉은 루카노 스텝 스툴을 두어 곳곳에 매력적인 컬러 팔레트를 구현했다.
   
벽으로 침실과 거실을 구분하지 않는 대신 레어로우의 철제 선반으로 러프하게 공간을 나눴다.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지만 공간의 구분이 가능하도록 했다. 가장 프라이빗한 만큼 완전한 차단이 필요할 때는 커튼을 칠 수 있도록 설계한 점 또한 침실구역의 포인트.
     

 

SHOWER ROOM

반신욕 등 욕조에서의 시간을 즐기는 집주인을 위해 모니터를 달아 이곳에서의 시간이 더욱 즐거울 수 있도록 고려했다.
 
블랙 & 화이트를 컨셉트로 한 샤워룸은 마치 침실과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첫 인상이 매력적이다. 특히 욕조의 위치 선정이 흥미로운데, 욕조의 절반가량이 외부에서도 보일 수 있도록 비치한 것. 욕조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 집주인의 취향에 맞춰 기성품 욕조에 휴대폰이나 태블릿을 비치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상판을 덧대 아이코닉한 욕조를 만들었다. 욕조에 앉아 동영상이나 TV를 볼 수 있도록 모니터를 설치한 것은 욕조에서 반신욕 등을 즐기는 집주인의 취향을 십분 고려한 것.  
기성 욕조에 휴대폰이나 책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거치대 기능을 살린 스테인리스 프레임을 입힌 점이 독특하다.
   

   

   
 

ENTERTAINMENT ROOM

홈짐, 디스플레이룸, 게임 존, 드레스룸이 모두 합쳐져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가득한 구역.
 
홈짐과 아카이브 존 그리고 게임 존이 나란히 이어져 있는 일명 엔터테인먼트 룸은 이 집의 백미와도 같다.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공간을 꾸리는 동시에 디자인적으로 과감하고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기 때문. 홈 트레이닝을 위한 룸은 바로 앞에 난 통창으로 인해 탁 트인 뷰를 자랑하는 동시에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바닥은 엠보싱 처리를 했다. 한 켠에는 붉은색 격자 알루미늄 프레임을 마련했는데, 운동기구를 걸어 수납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하는 동시에 풀업을 할 수 있는 봉까지 설치해 운동과 수납 모두를 챙기는 영리함을 발휘했다. 바로 이어 보이는 드레스룸에는 앞서 거실에서 힌트처럼 존재하던 블루 컬러 기둥의 정답과도 같은 요소가 마련되어 있다. 드레스룸의 장과 게임존 천장에 접목된 키 컬러가 거실의 기둥겸 선반과 동일한 컬러로 마감되었기 때문. 자칫 질릴 우려가 있어 거주지에 과감한 색 도입을 꺼려하는 데 반해 다양한 요소가 집에 머무르기 바랐던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특히 드레스룸에 마련된 매립 벽장에는 열고 닫는 문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장 상단에 패브릭을 달아 커튼처럼 언제든 손쉽게 치고 걷을 수 있어 답답함은 줄이고 보관과 수납은 편리하게, 시각적으로도 깔끔하게 보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신발을 모으는 취미가 있는 집주인을 위해 디스플레이 존을 마련한 점도 눈이 간다. 기존 모듈 선반의 구조에 영감을 받아 금속으로 만든 디스플레이장은 마치 신발이 주인공처럼 보일 수 있도록 백라이트를 설치해 집주인의 신발 컬렉션이 더욱 도드라진다.  
홈짐과 연결되는 드레스룸. 주방에서 철거했던 세탁실의 기능 또한 이곳에서 겸한다.
   

   
운동기구 수납과 풀업을 위해 설치한 붉은 프레임. 뒤로 드레스룸이 살포시 보인다.
   
신발 디스플레이장과 붉은 철제 프레임 모두 집주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패턴을 고려해 제작된 것이다.
   

   

   
기성 철제 선반을 모티프로 제작된 진열장에 백라이트를 설치해 슈즈 컬렉션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상필
모델 김성주
스페이스 디자인 최중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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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초록 터전

김나리 대표의 애정이 담긴 옥상정원

김나리 대표의 애정이 담긴 옥상정원
늘 초록의 기운을 곁에 두고 싶었던 김나리 대표의 옥상정원은 도심에 마련한 작은 쉼터 같은 공간이다. 해와 바람 그리고 애정으로 키운 식물이 자아내는 아늑함이 자리하고 있다.
옆 건물의 벽돌과 울타리를 넘어오는 나뭇가지 그리고 김나리 대표가 하나둘 들인 식물과 꽃이 이곳 옥상정원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고재 평상과 하얀 소반이 아늑하고도 고요한 인상을 풍긴다.
 
독서와 커피 그리고 잠깐의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포도나무 이파리를 형상화한 파라솔과 아웃도어 가구를 옥상정원에 들였다. 건물에 둘러싸여 한층 은밀하고 아늑한 느낌이다.

“여리여리한 가지와 흰 꽃을 좋아해요. 누군가에게는 그저 약해 보이고 존재감이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제 정원에는 이런 식물이 많이 자리하고 있죠. 비록 작은 정원이지만 취향과 노력, 애정이 모든 식물에 고루 깃들어 있어요.”

도시 생활자라면 누구에게나 한 번쯤 빼곡한 빌딩 숲과 탁한 공기에 염증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올 테다. 사방을 둘러봐도 쉽사리 느껴지지 않는 생기를 갈망하며 어디라도 좋으니 최소한의 생기와 여유로움이 있는 도피처를 찾아 다시금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자연히 뒤따른다. 선선한 바람과 볕이 기분 좋게 내리쬐던 5월의 주말, 발걸음한 후암동에서 하나의 해답을 찾았다. 근방에는 사옥과 쇼룸, 주택 등 크기와 범주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공간을 구현하는 인테리어 스튜디오 엔알디자인팩 토리 김나리 대표의 오피스 겸 주거 공간 가장 위쪽 옥상에서 말이다. 그는 몇 년 전 과천에 있던 작업실을 이곳 후암동의 2층 주택으로 옮긴 데 이어, 작년에 들어선 오피스와 결합된 레이어드 홈격의 주거 공간을 꾸려 생활하고 있다. 주택 문을 열고 들어서면 좁은 골목 같은 인상의 복도 한 켠에 작은 계단이 나있다. 이를 타고 올라서면, 점차 짙은 초록의 기운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윽고 옥상에 다다르면 가느다란 수형의 나무와 솜사탕처럼 몽글몽글 피어난 꽃이 곳곳에 위치한 비밀 정원이 등장한다. 작업실로 해당 공간을 활용할 당시부터 간간이 식물을 들여놓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후암동 주택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다양한 식물을 들여놓은 결과가 채 10평도 되지 않는 이곳에 화사히 구현된 것. 식물을 좋아하는 김나리 대표에게 옥상정원은 이곳 후암동 주택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얇은 기둥과 가지가 멋스러운 나무와 식물을 좋아하는 김나리 대표의 취향에 맞춰 바이 텍스나 스모크 트리 등을 두었다. 옆 건물에서 담장을 훌쩍 넘어오는 나무들과도 조화롭다.
 
이곳에서 틈틈이 휴식을 즐기는 김나리 대표.
“이전 작업실에서는 상황상 실내에서만 식물을 키웠어요. 물론 바쁘기도 바빴지만, 실내라는 제한된 장소에서만 자라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좀체 힘을 못 쓰더라고요. 후암동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옥상에 식물을 하나둘 들여놓기 시작했는데, 식물들이 이전에는 없던 볕이나 바람, 비 같은 자연의 요소를 접하게 되니 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더라고요.” 힘차게 뻗는 가지와 활짝 피어나는 꽃망울을 보면서 자연의 힘을 다시금 느낀 그는 채광 을 위해 옥상에 지붕을 씌우지 않는 대신, 조금 더 많은 종류의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릇이나 데커레이션 아이템을 고를 때에도 가늘고 여리여리한 특징을 지닌 것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이 대폭 반영된 가느다란 가지와 수형이 특징인 바이텍스, 스모크 트리 등을 두는가 하면, 새하얀 꽃을 좋아해 수국과의 식물과 강렬한 색감의 장미나 찔레꽃, 셀릭스 등으로 초록의 기운과 여러 색의 적절한 조화를 꾀하기도.  
그녀가 가장 애정하는 스모크 트리. 마치 수술처럼 피어나는 꽃이 포근한 안개 같은 느낌을 낸다.
 
하얀 수국과 식물을 좋아하는 그녀의 취향이 드러난다.
또한 정원 바로 옆에 위치한 벽돌 건물에서 자라나는 이웃의 나무들이 철창을 훌쩍 넘어 정원까지 자라나 있는데, 마치 김 대표의 정원에 위치한 것처럼 정원의 식물과도 조화를 이뤄 한층 풍성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특히 한 켠에는 고수나 방아, 차 조기, 바질 등 식용이 가능한 허브류를 기르기도 한다.  “조건이 제대로 갖 춰진 정원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제가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잘 자라더라고요. 왠지 모르게 기특하기도 하고, 더 좋은 조건이었다면 더욱 잘 자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죠. 그렇지만 여기 있는 식물들과 함께하는 옥상은 제게는 일에 지치거나 쉼이 필요할 때면 더할 나위 없는 위안을 줘요.” 물론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사실 사람이 손에 쥐는 것이 많아질수록 욕심이 생기잖아요. 처음에는 바깥에서 식물을 기르고 싶다는 소망이 충족되니 이제는 실제 땅이 있는 곳에서 식물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어요. 아직 여건이 안 되지만요(웃음).”  
집 내부이자 회의실로 쓰이는 곳에는 슬라이딩 도어로 설계한 수납장이 있다. 연약하고 여리여리한 기물을 좋아하는 그녀의 취향이 그 안에 자리한다.
 
르 코르뷔지에 벽지와 아치 형태의 입구가 인상적인 그의 공간 일부. 너머로 빼곡히 꽂힌 책이 보인다.
김나리 대표에게 옥상정원이 애틋한 또 다른 이유는 바비큐나 독서 등 다양한 여가 생활을 겸할 수 있는 뛰어난 활용도 덕분이기도 하다. 때로는 무럭무럭 자라는 방아나 고수를 올린 피자를 굽기도 하고, 동양적인 가구와 소품을 좋아하는 취향을 반영한 고재 평상과 소반에 한잔의 술과 차를 차려 즐기기도 한다. 비록 거리 두기가 무한정 이어지면서 아직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곳에서의 휴식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여유가 된다면 꼭 소중한 이들을 이곳에 초대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바쁜 일상과 삭막한 건물 사이를 헤쳐나가야 하는 모든 도시 생활자들에게 잠깐의 쉼과 도피처는 필수. 눈과 마음이 탁 트인 공간이 아니더라도 초록의 생기가 깃들고 잠시나마 그 어떤 걱정과 불안 없이 그저 볕과 바람을 즐길 수 있는 곳이면 다시 숨가쁜 도시 생활을 버텨낼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후암동에 자그마하게 자리한 식물의 작은 터전처럼.  
동양적인 요소가 담긴 기물 또한 김나리 대표의 멋스러운 취향 중 일부다. 다양한 소반과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깃든 기물이 위치하고 있다.
 
옥상정원에서 때로는 바비큐나 피자를 구워 먹는다. 그가 직접 기르는 허브를 토핑처럼 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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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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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옆 숲

사무 공간 속 오아시스 같은 SJ그룹의 정원

사무 공간 속 오아시스 같은 SJ그룹의 정원
삭막한 사무 공간 속 오아시스가 되어주는 작은 숲이 있다. SJ그룹 건물 2층에 마련된 정원에는 이주영 대표와 직원을 위한 그린 테라피가 진행 중이다.
스튜디오 2F 박소현 대표는 이곳을 보고 단번에 덴마크 가구 브랜드 스카게락 아웃도어 가구가 생각났다고 한다.
 
SJ그룹의 이주영 대표. 창틀을 경계로 그의 집무실과 테라스 정원이 나누어진다.
사무실은 더 이상 일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많은 기업에서 비즈니스와 휴식 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녹색 공간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헬렌카민스키, 캉골, 르콩트 드콩트, 공간 플랫폼 LCDC를 운영하는 SJ그룹의 건물 2층에도 언제든지 밖으로 나가면 마주할 수 있는 작은 숲이 마련되어 있다. 이는 SJ그룹 이주영 대표의 정원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서 탄생했다. “정원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웃음) 때로는 탁 트인 곳에 앉아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현 시대는 너무 갇혀 있어요. 제가 어릴 때는 집 앞에 바로 마당이 있고 우물도 있었어요. 탁 트인 공간, 마당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LCDC도 정원 하나 보고 건물을 결정했어요. 쓰러져가는 건물 중앙에 파란 천막으로 덮인 정원이 있었는데 저 천막이 걷히면 참 멋진 공간이 되겠구나 생각했죠. 제가 사는 집에도 정원이 있어요.” 이주영 대표의 공간을 선택하는 기준은 자연과 가까이할 수 있는 마당이 필수적이다. “여유가 없어서 하루에 한 번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쉽지 않아요. 결국 가까이 있는 테라스가 필요한 이유죠. 마음의 여유가 생겨야 그 안에서 일할 수 있는 에너지도 생기죠.” 2년 전 지금의 건물로 이사하면서 꼭대기 층이 아닌 2층으로 대표실을 정한 것도 테라스 때문이다. 폴트로나 프라우의 알베로 책장과 책상, 핀 율의 재팬 소파와 빈티지 암체어로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의 집무실 창문 너머로 파릇한 정원이 보인다. 한 걸음만 내디디면 바로 공원으로 순간 이동한 듯 녹음이 가득한 외부로 이어진다. 이렇게 멋진 디자인은 조경 디자이너 산에들에 현종영 팀장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이주영 대표의 집무실에서는 승마와 와인을 즐기는 그의 취미 생활을 엿볼 수 있다.
 
2층에 들어서면 천경우 작가의 사진 작품과 인드리히 할라발라의 암체어가 놓여 있다. 그 옆으로 직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정원 입구를 마련했다.
“일반 가정집 정원과 달리 사무실 정원의 특징은 즐기는 대상이 특정 다수라는 점이에요. 어떻게 보면 정원과 공원 사이의 개념이죠. 소유주가 있지만 정원 관리에 큰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가꾸는 즐거움보다는 보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해요. 누군가의 취향에 딱 맞추기보다 중성적인 아름다움과 공간에 어울리는 무드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관리가 수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녀는 오피스 정원이 필요로 하는 요소를 중점으로 공간을 완성했다. 덧칠 같은 관리가 필요 없는 데크를 설치하고, 데크의 직선이 주는 경직되고 단순한 느낌을 완화하기 위해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플랜터를 제작했다. 이때 부식성이 낮은 철물로 제작해 어떤 환경에서도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식물을 선택할 때도 해충과 균에 약한 소재는 제외하고 컴퓨터 모니터를 오래 보는 직원들을 위해 눈의 피로를 덜고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그린과 블루, 화이트를 주요 컬러로 정했다.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로 틀을 잡고 수형이 깔끔한 자작나무와 하얀 꽃을 피우는 산딸나무, 파란 등심붓꽃과 숙근샐비어, 흰금낭화, 겨울에도 상록을 유지할 수 있는 바위 남천과 여름을 위한 나무 수국류까지 사계절 변화하는 아름다운 정원을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정원의 감상 포인트는 식물의 그림자에 있다. 도심임에도 불구하고 고층 빌딩이 없어 빛이 매우 강한 환경으로, 식물의 그림자가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나는데 이를 적극 활용했다. 유기적인 식물의 형태가 데크 위로 그려지는 것을 고려해 식물의 선이 가장 예쁘게 보일 수 있도록 이리저리 돌려보며 위치를 정했다고 한다. 그림자는 대표실 안쪽까지 들어와 빛을 가려주는 자연 블라인드 역할도 해낸다.  
집무실에서 바라본 정원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폴트로나 프라우의 책장과 핀 율의 소파, 빈티치 암체어와 테이블이 정원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테라스를 시공하기 전의 모습과 현종영 팀장의 디자인 스케치.

“결국 가까이 있는 테라스가 필요한 이유죠. 마음의 여유가 생겨야 그 안에서 일할 수 있는 에너지도 생기죠.”

정원을 완성하는 데 있어 실내 인테리어와 스타일링을 맡은 스튜디오 2F 박소현 대표의 숨은 조력도 빼놓을 수 없다. 결제를 받거나 사안을 논의 하기 위해 대표실을 들르는 직원들이 잠시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치한 집무실의 가구 위치는 전체적인 정원 플랜터의 위치와 분위기를 잡는 데 도움을 줬다. 박소현 대표와 현종영 팀장은 한 팀으로 연대하여, 정원과 오피스가 단절된 공간이 아닌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완성했다. 이주영 대표와 직원들은 가끔 데크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회식을 즐기고, 프라이빗한 미팅도 한다. 업무에 지친 고단함을 날리고, 하늘을 올려다 보는 여유를 가지며, 블루베리를 따먹는 소소한 재미가 있는 오피스 옆 작은 숲은 직원들을 위한 또 다른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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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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