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의 이사 끝에 땅을 사고 집을 지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집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 집주인은 미래에 가족과 함께 머물 넥스트 하우스를 꿈꾼다.
“이번이 다섯 번째 집이에요. 결혼하고 이사를 여러 번 다녔는데, 이번에는 땅을 보러 다닌다고 하니 남편이 기겁했죠(웃음).” 남편과 8살 아들 그리고 대형견 도균이, 7개월 된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이채원씨 가족의 집을 찾았다.
다수의 이사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온 그녀는 정형화된 아파트의 틀에서 벗어나 원하는 대로 레이아웃을 고치며 살 수 있는 주택을 짓기로 마음 먹었다. “주택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해요. 덩치가 큰 잉글리시 쉽독종의 반려견 도균이 때문이었어요. 차 역시 세단에서 SUV로 바꿀 만큼 강아지가 살기 좋은 환경을 선택했죠. 물론 아들이 보다 자유로운 공간에서 크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요.”
다섯 번의 이사를 겪은 이채원 씨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했다. 맨 처음에는 동네 인테리어 업체의 도움을 받아 컬러풀한 하우스로 꾸몄고 두 번째는 어깨너머로 터득한 요령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그다음은 예산을 늘려 청록색의 웨인스코팅을 두른 이색적인 집을 완성했으며, 그 이후에는 화이트&우드 톤을 중점으로 한 따스한 인테리어를 시도해봤다.
가장 최근에는 수리를 하지 않은 채 살아보기도 했다. “제가 역마살이 있나봐요. 1년 6개월을 채살지 못하고 이사를 반복했죠. 비용적인 면에서 손해를 보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물건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 일까요. 집도 금방 싫증이 나는 성격이에요. 결혼 전에는 해외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는데, 아이를 낳고 그런 여유가 없다 보니 집에 투자를 많이 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이채원 씨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최종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리했다. 거실, 주방, 화장실 등 각각의 존으로 나누어 전반적인 구성과 색감은 물론이고 가구와 자재, 소품까지 엑셀파일에 직접 정리해 건축회사를 찾았다.
이를 구현해준 전문가는 젊은 건축가 이병엽이 이끌고 있는 바이 아키텍처다. 작은 소품에 컬러감을 부여하는 것을 선호함에 따라 전반적인 큰 틀이 되어주는 배경은 화이트로 선택했다. 마치 도화지에 색감을 더하듯 말이다. 그리고 이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이 바로 통창이다. 통창은 주택이 지닌 특권이기에 도심을 벗어난 외곽에 있는 카페처럼 큰 창을 만들어 넓은 개방감을 강조했다. “제가 숲을 좋아하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화이트 톤이라 지루해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창을 아주 많이 냈어요. 가끔 커피를 마시며 밖을 바라볼 때면 여느 카페 부럽지 않죠. 정말 한시라도 집에 발붙이고 있는 날이 없을 만큼 밖에 나가는 것을좋아했는데, 이제는 집순이가 된것 같아요.”
이채원씨 집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거실의 중심을 잡아줄 소파와 방에 넣을 침대와 러그, 장식장 등 덩치가 큰 가구들이 들어오는 중이다. 아직 채 완성되지 않은 집에 대한 계획을 묻자 2년 정도 예상한다는 답을 들려줬다. 대개 물건과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한 이들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듯 집을 짓곤 하는데, 옷을 갈아입듯 쉽게 집을 바꾸는 그녀의 행보가 의아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집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없이는 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 가능할까. 분명 그녀만의 방식으로 집에 대한 애정을 표현 하는 건 아닌지 짐작해본다.